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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청 둔철산
부산일보 기사 입력일 : 2012-02-08 [글·사진=전대식 기자]
가슴을 관통하는 시원한 기운… 호젓한 겨울산행의 참맛
남하하던 백두대간은 남덕유산(1,507m)에서 남동쪽으로 굵은 획을 긋는다. 진양기맥이라 불리는 이 산줄기는 거창 금원산(1,353m)과 기백산(1,322m), 합천 황매산(1,113m) 등 고산준봉을 이고 경호강과 남강을 따라 진주까지 닿는다. 도상거리 약 156㎞. 남강과 황강 사이에 있는 진양기맥은 두 물줄기를 모아 낙동강에 잇는다. 진양기맥은 중간쯤인 산청 소룡산(761m)에서 분기해 정남향으로 가지를 치는데 바로 정수지맥이다. 둔철산(823m)은 이 지맥의 주봉인 정수산(841m) 바로 남쪽에 있다.
실학자 이중환은 택리지에서 '함양·거창·산음의 땅은 기름지지만 산음만은 음침해서 살 만한 곳이 못 된다'고 썼다. 그가 말한 산음(山陰)이 산청의 옛 이름이다. 지리산 북쪽 고을이라는 뜻이다. 지명에서 알 수 있듯, 산청은 지리산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지리산 그늘에 있다 보니 산청의 산들은 산꾼 이외에 일반인한테는 비교적 생소하다. 물론 그 덕분에 사람 발 때를 덜 타 호젓한 산행을 즐길 수 있는 장점도 생겼다.
천왕봉 등 지리산 조망 뛰어나
금정폭포·와석총도 볼거리
의상과 원효 전설 얽힌 정취암도
산청의 진산인 둔철산은 지리산을 옆에서 오롯이 볼 수 있는 당당한 산이다. 지리산뿐만 아니다. 정상에 서면 백두대간의 웅자와 황매산 일대의 산주름이 장쾌하게 조망된다. 사계절 언제라도 좋지만 요즘처럼 차가운 날씨에 탁 트인 조망은 이한치한 격으로 호연지기를 불러일으킨다.
산행코스는 다양하다. 먼저 범학리 심거마을 심거교에서 출발, 정상을 밟고 시루봉을 돌아 원점으로 오는 코스가 있다. 3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이 코스에 1시간쯤 더 보태 외송리 홍화원휴게소로 내려오는 코스도 있다. 두 코스 모두 지리산 조망은 탁월하지만, 황매산 조망과 신기한 와석총, 천년고찰 정취암을 빼먹는다는 아쉬움이 있다. '산&산'은 둔철산의 풍부한 조망미와 볼거리를 넣어 5시간짜리 코스로 꾸며봤다. 산행 거리 11.6㎞. 보고, 밟고, 느끼는 산행이 될 거라 자신한다.
등로는 심거마을 심거교를 출발, 등산안내판~깊은골을 지나 금정폭포~전망대로 오른다. 금정폭포에서 전망대까지가 된비알이다. 이후 정상에 오른 뒤 안부~와석총~전망대~634봉~팔각정을 지나 정취암 방향으로 하산길을 연다.
심거교 아래에서 출발한다. 다리 밑에 심거마을 표지석이 있고, 가드레일에 '등산로 입구'라는 표지가 붙어 있다. 6분쯤 시멘트 길을 걸어 펜션과 심거마을 비석을 지난다. 꽁꽁 언 개울 아래로 물이 흐르는지 졸졸대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린다. 8분가량 걸으면 등산객들이 차를 주차하는 공간이 나온다. 등산안내판도 있으니 살펴보자.
관음정사로 가는 어귀에 마을 사람들이 '포구나무'로 부르는 보호수 한 그루가 서 있다. 수령이 수백 년은 더 돼 보인다. 마을 돌담길을 걷다가 마을이 끝나는 지점에 등산로 방향을 가리키는 이정표가 서 있다. 3분 정도 가면 '깊은골'로 붙는 갈림길이 나온다. 솔들의 키가 크고, 그늘이 풍성하다. 사람들 발길이 없긴 없나 보다. 길바닥에 솔가리 천지다.
10분 정도면 '3단폭포' 갈림길에 다다른다. 왼쪽으로 가면 3단폭포다. 어떤 이들은 이 폭포를 '금정폭포'라고 오해하기도 한다. 마을 사람들은 '빙폭'으로도 부른다.
갈림길에서 5분쯤 오르면 너덜이 드문드문 나온다. 깊은골의 가는 물줄기가 꽁꽁 얼었다. 등산로 표지판을 지나 골을 건너, 골짜기 왼쪽 비탈길로 오른다.
20분 정도면 금정폭포 앞 삼거리(이정표)에 도착한다. 길에서 금정폭포가 오른쪽으로 보인다. 길이 20m, 폭은 상부가 5m, 하부가 7~8m쯤 된다. 폭포가 얼어 거대한 얼음벽이다. 물이 흐른다면 장관이겠다. 폭포 앞에서 우측으로 가면 시루봉으로 가는 계곡 길이다. '정상' 방향으로 다시 힘을 낸다.
이 지점부터 첫 번째 전망대까지 고도를 510m에서 660m까지 올려야 한다. 비탈이 사납고, 발을 딛기에 애매한 경사지도 제법 있다. 15분 남짓하면 전망대에 오를 수 있다.
마을 사람들이 '달비봉'으로 부르는 웅석봉의 육중한 덩치가 건너편에 앉아 있다. 봉 오른쪽 너머로 천왕봉 대가리가 얼핏 보인다. 전망대에서 나와 10분쯤 더 오르면 삼거리 갈림길이 나온다. 여기서 오른쪽으로 3분 정도 더 가면 두 번째 전망대가 있는데 아까 전망대보다 지리산이 더 가까이, 뚜렷이 보인다.
전망대에서 10분 거리에 또다시 삼거리다. 통신탑이 서 있고, 이정표도 서 있다. 시루봉으로 가려면 이정표의 주차장 방면을 따르면 된다. 이정표에서 정상까지는 5분 남짓 걸린다.
지리산 쪽을 쳐다보니 '아!' 하는 탄성이 절로 난다. 전광석화처럼 시원한 기운이 '뻥!' 하고 가슴을 관통한다. 매서운 바람이 불었지만, 가슴속은 후련한 기분이다. 지리산 꼭대기는 흰색 융단을 깐 것처럼 하얗다. 꼭대기를 중심으로 어깨를 건 연봉들의 굴곡마다 눈이 소복이 쌓였다. 시야를 아래로 내리니 경호강의 강줄기가 지리산 굴곡을 따라 북에서 남으로 달린다. 강도 얼어버려, 햇살이 곳곳에서 반사돼 빛이 난다.
정상 표석은 산 높이를 812m로 표시했다. 국토지리정보원(이하 지리원)의 2만 5천 분의 1 지도는 현 위치가 823m이다. 높이가 10m가량 차이가 난다. 반면 지리원 지도는 둔철산 위치를 여기에서 북동쪽으로 450m가량 떨어진 지점에 표시했다. 산꾼들 사이에서 둔철산 위치가 논란이었다. 지도와 실제 위치가 달라, 둔철산 위치는 표석 자리로, 높이는 지리원 위치(812m)를 따르는 어이없는 상황이 발생했다. 숱한 산행기에서 오류를 지적했지만, 여전히 고쳐지지 않는다. 다시 한 번 지리원에 수정 작업을 촉구한다.
정상에서 북쪽으로 길을 연다. 지리산이 있던 파노라마 조망은 이제 황매산 줄기들로 바뀌었다. 헬기장을 지나 200m쯤 가면 지도상의 둔철산이 있는 봉우리가 나온다. 이 봉우리에서 안부 사거리(10분 소요)까지 길 주변에 온통 진달래, 철쭉이다. 봄에 오면 별천지이겠다.
안부에서 이정표의 '정취암·대성산' 방향을 따른다. 진달래 길이 사라지면 암릉 길이다. 여기서 2분가량 오르면 와석총(蝸石塚) 갈림길이다. 와석총까지 왕복 10분 정도. 와석총은 말 그대로 달팽이 무덤이다. 달팽이 껍질 모양의 돌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조물주가 버린 것일까?
와석총 갈림길에서 황매산 일대가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대를 지나 15분쯤 걸어서 634봉까지 간다. 634봉에서 다시 15분 정도 오르면 팔각정이 나온다. 다른 산행기에서 대성산으로 표시한 봉우리인데 현재는 대성산의 흔적은 하나도 없다.
팔각정에서 산불감시초소 쪽으로 튼다. 오솔길을 5분 정도 오면 정취암으로 내려가는 갈림길이다. 우회전해 1분 정도 가면 다시 갈림길이다. 왼쪽으로 꺾는다. 내리막 경사가 급하니 주의해야 한다. 3분 정도면 내리막에서 내려 정취암과 연결된 임도를 만난다.
정취암은 신라 신문왕 6년(686년)에 의상 대사가 창건했다. 당시 원효 대사도 이 절에서 4㎞쯤 북쪽으로 떨어진 곳에 율곡사를 세웠다. 두 스님은 자주 만나 도력을 겨뤘는데, 관련 일화가 재미있다. 의상한테는 하늘에서 점심때마다 밥이 내려왔다고 한다. 이 말을 들은 원효가 밥 구경을 하러 들렀는데, 그날따라 밥이 안 내려왔다. 원효가 돌아가자 의상은 하늘을 향해 발끈했는데, 허공에서 '원효 주변의 신장들이 너무 두려워서 밥을 못 보냈다'는 말이 들렸다. 의상은 부끄러워 이후로 '하늘 밥'을 먹지 않고 수행에 정진했다고 한다.
정취암은 정취관음보살을 본존불로 봉안한 국내 유일의 사찰이다. 주지 수완 스님은 "정취보살은 중생의 소원을 다른 보살보다 잘 들어주신다"고 말했다. 절에는 문화재로 산신 탱화와 목조관음보살좌상이 있다.
절 입구에서 가파른 계단을 밟고 내려오면 평지와 만나는 지점에 갈림길이 있다. 왼쪽으로 돌아 3분쯤 가면 아스팔트 포장길이 나오고, 시계방향으로 비스듬히 돌면 삼거리다. 여기에서 산행종점인 정취암 표지석까지 15분쯤 걸린다.
산행문의 : 라이프레저부 051-461-4164. 최찬락 산행대장 010-3740-9323.
그래픽=노인호 기자 nogari@
둔철산
경상남도 산청군 신등면과 신안면의 경계에 있는 산.
높이 : 823m
둔철산(屯鐵山·823m)은 진양기맥이 뻗어가는 밀치 부근 627.6m봉에서 분기한 정수지맥(淨水支脈)에 솟은 산이다.
정수지맥은 627.6m봉에서 송의산~구의산~정수산~둔철산~마제봉~적벽산을 잇는 약 38km의 산줄기다. 철(鐵)이 많아 둔철산이라 이름 붙였다고는 하지만, 이 산 어디에도 철을 생산했다는 흔적이나 기록은 찾아 볼 수 없다. 오히려 쇠를 보관했다거나, 아니면 풍수학적으로 쇠와 관련된 기운에서 유래되었다는 게 더 설득력이 있을 것 같다. 지역 주민들은 둔철산이 아니라 본디 대성산(大聖山)이라 불렀다고 한다. 각종 산행개념도나 등산 안내도에는 정취암 뒤 593m봉을 대성산으로 표기해 둔철산과 분리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두 산을 통틀어 대성산으로 부른다는 얘기다.
어쨌든 산청(山淸)은 이름 그대로 맑고 푸른 심산유곡을 품고 있는 고장답게 주변을 온통 산이 둘러싸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굳이 지리산의 천왕봉이 아니더라도 웅석봉, 구곡산, 왕산, 필봉산, 정수산 등 꽤 알려진 산들이 많다. 그 중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산이 둔철산이다. 경호강을 사이에 두고 서쪽의 웅석봉(1,099m)과 마주하며 자웅을 겨루는 듯한 모습의 둔철산은 산청읍과 신등면·신안면을 가르는 꼭짓점에 우뚝 솟아 있다.
해가 짧아지는 시기라 등로는 신안면 외송리 심거마을을 들머리로 삼아 내심거마을~밤나무밭~빙석(삼단폭포)~전망바위~769m봉~삼거리봉~둔철산 정상(823m)~헬기장~지형도상 둔철산 정상(811.7m)~척지마을 갈림길~와석총(서래봉)~대성산을 지나 정취암을 둘러보고 사계마을로 내려서는 코스로 잡았다.
심거마을 버스정류장에 내리면 산행들머리에는 심거마을 표석과 관음정사, 금정산장 등의 입간판이 보인다. 마을로 이어지는 콘크리트도로를 따라 가면 마을 입구에 이색적인 시비(詩碑)가 있다. 뒤이어 내심거마을 입구에는 등산안내판과 승용차 5~6대를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마을로 들어서면 수령이 제법 돼 보이는 느티나무를 만난다. 등산로는 느티나무를 지나쳐 마을의 주택 사이로 이어진다. 둔철산으로 잇는 이 산길은 깊은골 계곡을 따라 오르는 길이다.
마을을 벗어나 다랑이논 사이로 잠시 가면 밤나무밭 정문이다. 출입통제 안내 간판 왼쪽으로 등산로 표시가 돼 있다. 밤나무단지 출입을 통제하는 그물망이 쳐진 길을 따라 본격적인 산길이 시작된다. 작은 갈림길을 지나 계곡 쪽의 왼편 길 대신 오른편으로 살짝 돌아가는 길을 따른다. 밤나무단지를 지나면 산길은 넓어지고 소나무와 참나무가 울창한 숲이 번갈아 이어진다. 곧이어 첫 번째 이정표를 만나고 직진하면 왼편 계곡에 비스듬히 누운 삼단폭포를 볼 수 있다. 짧은 폭포지만 바위벽을 타고 흘러내리는 물줄기는 시원하다 못해 한기를 느끼기에 충분하다.
대부분의 산행 안내도나 개념도에 ‘금정폭포’라 표시돼 있지만 이 폭포는 금정폭포가 아니다. 이곳 주민들은 얼음바위처럼 생겼다고 해서 ‘빙석’이라고 부른다. 그래서 간혹 ‘빙석폭포’라고 부르는 산꾼들도 있다. 금정폭포는 깊은골 상단부에 위치하고 있어 여기서도 한참을 더 올라야 만날 수 있다. 폭포를 뒤로하고 2분 정도 오르면 왼편으로 계곡을 건너게 된다. 계곡을 가로질러 굵은 로프가 설치돼 있다. 계곡물이 불어나면 이 로프를 잡고 건널 수 있도록 등산객의 안전을 위한 배려인 듯하다. 산행 들머리인 버스정류장에서 여기까지는 대략 1시간이 소요된다.
등줄기를 타고 내리는 땀을 식히고 물 한 잔으로 갈증을 달랜 후 일어선다. 이제 계곡을 오른편에 두고 오르다가 10분이 지날 즈음 왼편 산 사면으로 오르는 희미한 샛길로 접어든다. 경사가 가파른 된비알의 등로는 한적해서 좋다. 차츰 하늘이 열리고, 25분이 지날 무렵 산길 오른편의 전망이 좋은 바위에 다다른다. 서쪽의 웅석봉은 산행 내내 볼 수 있었지만, 그 뒤 오른편으로 또렷하게 조망되는 지리산 천왕봉은 구름이 휘감고 있다. 웅석봉에서 왼편으로 이어지는 달뜨기능선 앞으로 석대산과 그 왼편 멀리 진양호 너머로 보이는 사천의 와룡산도 아련하다. 건너편 시루봉에서 뻗어내린 능선과 지나온 깊은골 계곡이 만나는 끝자락의 심거마을도 한눈에 볼 수 있다.
전망바위를 벗어나면 경사가 밋밋한 능선 길이다. 곧이어 지적삼각점(경남-325호)을 지나 바위로 이뤄진 769m봉에 오른다. 여기서 왼편 길은 범학리로 내려서는 길. 지척에 보이는 둔철산은 오른편으로 살짝 내려섰다가 기다란 안테나가 서있는 삼거리봉으로 잇는다. 이정표(정상 0.15km, 폭포 1.16km, 주차장 4.66km)가 있는 갈림길에서 왼편으로 5분이면 정상이다. 산정에는 진주교원산악회가 1988년 세워 놓은 정상석과 삼각점(산청 24, 1991 재설)이 있다.
사방에 거칠 것 없이 훤히 뚫린 산정에서의 조망은 산꾼들이 느낄 수 있는 최대의 기쁨과 즐거움이 아닌가 싶다. 산자락을 휘감으며 흐르는 남강(경호강)을 끼고 이어지는 대전·통영 간 고속도로가 내려다보이고, 가깝게는 지리산 천왕봉과 웅석봉, 왕산, 필봉산, 정수산, 황매산, 감암산을 비롯한 산청 일대의 산들이 손에 잡힐 듯하다. 멀리 황석산, 거망산, 기백산, 덕유산, 의상봉, 가야산을 아우르는 함양, 거창, 합천 일대의 산과 의령의 자굴산, 한우산도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이처럼 내륙에서 사방을 조망할 수 있는 산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정말 오랜만에 그동안 쌓였던 마음의 찌꺼기를 후련하게 씻어내는 기분이랄까?
하산은 지형도상의 811.7m봉으로 잇는다. 헬기장을 지나 10분이면 811.7m봉을 만나고 산길은 약간 내리막으로 변한다. 곧 왼편 척지마을과 갈라지는 갈림길 안부. 이정표(정취암 3.94km, 척지마을 2.1km)가 서있는 이곳 주변은 억새가 일렁이며 저물어가는 가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능선으로 곧장 오르면 암릉을 지나 와석총이 있는 서래봉 갈림길. 일단 서래봉은 올랐다가 되돌아 나와야 한다. 와석총(蝸石塚)은 ‘달팽이 돌무덤’이라 일컫는 너덜겅이다. 그 위의 서래봉(760m)에는 묘지가 자리하지만, 주변 조망이 좋아 남쪽의 산 중 분지에 위치한 둔철마을도 볼 수 있다. 산청군에서 2011년 완공 예정으로 벌이는 둔철마을 주변의 ‘둔철산 생태체험숲’ 조성사업이 한창이다.
와석총으로 내려서면서 바라본 둔철산은 서쪽에서 바라보던 위풍당당한 암봉의 모습과는 대조적으로 밋밋하고 볼품이 없지만 아늑한 동네 뒷산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다시 갈림길로 되돌아 나와 정취암 쪽(갈림길에 푯말 있음)의 능선길로 따른다. 나지막한 봉우리를 넘어 갈림길에서 30분이면 지금은 쓰이지 않는 헬기장이 나온다. 잠시 후 대성산 갈림길인데 사실 대성산은 산길 옆에 위치한다는 게 옳다. 뚜렷하게 어떤 표시도 찾을 수 없고 잔솔만 뒤덮인 산정에는 통신탑이 보인다
대성산에서 나와 길은 왼편으로 꺾어지면서 산불감시초소가 자리한 능선으로 내려선다. 산불감시초소 직전 오른편 산비탈의 짙은 숲속으로 내려가면 노송에 둘러싸인 너럭바위에 이른다. 깎아지른 바위 아래는 정취암이 자리하고 신등면 일대가 한눈에 들어오는 시원한 휴식처다. 건너편 산비탈을 휘감으며 이어지는 새로운 도로는 사계마을에서 둔철산 생태체험숲을 거쳐 둔철마을을 지나 외송리로 잇는 도로라고 한다. 현재 노선버스도 운행되고 있다. 넉넉한 휴식을 취하고 바위 오른편을 에돌아 내려서니 대성산 정취암(淨趣菴)이다. 정취암에서 잘 닦인 도로를 따라 사계마을까지는 4km로 여유 있게 걸어도 30분이면 닿는다.
산행길잡이
○ 심거마을 버스정류장~내심거마을~빙석폭포~전망바위~769m봉~삼리봉~정상~헬기장~척지마을 갈림길~와석총(서래봉)~대성산~정취암~사계마을 <5시간 소요>
○ 심거마을 버스정류장~내심거마을~빙석폭포~전망바위~769m봉~삼거리봉~정상~삼거리봉~시루봉~609m봉~외송리 홍화원 휴게소 <4시간 30분 소요>
○ 외송리 홍화원 휴게소~609m봉~시루봉~삼거리봉~정상~헬기장~척지마을 갈림길 안부~척지마을 <4시간 30분 소요>
○ 사계마을 버스정류장~정취암~대성산~와석총(서래봉)~척지마을 갈림길~정상~769m봉~범학마을 <5시간 소요>
교통(지역번호 055)
대중교통을 이용한 둔철산의 접근은 진주(시외버스터미널 741-6039)나 산청(시외버스정류장 972-1616), 원지(시외버스정류장 973-0547) 등을 경유하는 시외버스를 이용한다. 진주에서는 시외버스로 갈아타고 원지에서 내려, 산청 가는 군내버스(07:30, 08:30, 09:30, 11:00)를 이용해 심거마을 버스정류장에 내리면 된다.
특히 서울 남부터미널에서 진주행이나, 부산 서부시외버스터미널에서 산청, 함양 방면의 시외버스는 원지를 경유하기 때문에 굳이 진주에 내릴 필요가 없다.
원지에서는 택시를 이용할 수도 있다. 경호택시(972-8800), 원지개인택시(972-0752). 산행날머리인 사계마을에서 원지까지는 교통편이 좋지 않다. 오후에는 한 차례(15:26)뿐이다. 이 버스를 놓쳤을 경우에는 택시(단계개인택시 973-4455)를 이용해 단계나 원지로 나와야 한다.
서울→원지 경유 진주 남부터미널(02-521-8550 ARS)에서 1일 25회(06:00~24:00) 운행서울→진주 강남고속버스터미널(1588-6900 ARS)에서 20~40분 간격(05:30~24:00) 운행
부산→진주 부산종합터미널(051-508-9966)에서 20분 간격(06:00~18:00) 운행
부산→진주 경유 원지 서부시외버스터미널(051-322-5433)에서 20분 간격(05:30~17:40) 운행
대구→진주 서부시외버스터미널(053-656-2824~5)에서 1일 19회(06:30~19:30) 운행
대전→진주 고속버스터미널(1588-6900 ARS)에서 50분 간격(06:50~18:30) 운행
광주→진주 광천동 종합터미널(062-360-8800)에서 1시간 40분 간격(07:00~19:00) 운행
숙식(지역번호 055)
숙식은 진주, 산청, 원지 어느 곳이든 장급 여관이나 모텔 등을 이용할 수 있다. 먹거리 해결은 진주 중앙시장의 제일식당(741-5591)과 대안동 천황식당(741-2646)의 진주비빔밥이 유명하고, 산청읍내에는 춘산식당(973-2804)이 가장 오래된 집이다.
정식이 유명하지만 3인 이상을 기본으로 하고, 미리 예약해야 하며 가격도 약간 부담스럽다. 쇠고기국밥과 비빔밥도 있다. 신안면 소재지인 원지는 경호강(남강)을 끼고 있어 민물고기 매운탕집이 많다. 꼭 매운탕이 아니더라도 튀김, 조림, 어탕 등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다.
볼거리
정취암 : 정취관음보살을 본존불로 봉안하고 있는 우리나라 유일의 사찰로 신라 문무왕 6년 의상대사가 창건했다고 한다. 동해에서 장육금신(부처님)이 솟아올라 두 줄기 서광을 발하니 한 줄기는 금강산을 비추고, 또 한 줄기는 대성산을 비추었단다. 이때 의상대사는 두 줄기 서광을 좇아 금강산에 원통암을, 대성산에는 정취암을 세웠다는 것. 한때 조계종 종정을 지낸 고암 대종사와 성철 대종사가 주석했던 곳으로, 경남도 문화재자료 제243호 산신탱화와 제314호 목조관음보살좌상이 있다.
/ 글 : 황계복 전 부산산악연맹 부회장
둔철산 산행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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