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벽 12시 30분에 도착한 호스텔은 허름한 건물의 5층. 게다가 공사중이라 정신까지 없는 터라 인상이 찡그려진다. 괜히 인터넷으로 예약을 했나 싶기도 하고.
그치만, 방과 욕실이 깨끗하고 주인아저씨가 참 친절하다. 게다가 영어솜씨도 좋은 걸..
아저씨가 챙겨준 마드리드 지도와 지하철 노선을 챙기고,
피곤한테도 알람은 새벽 6시에 맞춰놓는다.
'첫날부터 부지런히 움직여야지...' 스페인에 8일밖에 있지도 못하는데 열심히라도 다녀야지 싶은 내 욕심이 여행 첫날 밤 부터 앞선다.
시차적응이 되지 않아서일까. 아님 스페인에 왔다는 것만으로도 들떠서일까. 잠만보인 내가 잠이 오질 않아 새벽내내 뒤척이다가, 하늘이 밝아질때까지 침대에 누워 오늘 할 일을 그려본다.
7시가 되어도 하늘은 여전히 어둡고 흐리다..
'에이.. 모르겠다. 어두운 거리를 여자 혼자 걷는다고 해서 무슨 일 나겠어'
친구 한 놈이 그랬다. 그런 걱정은 전혀 하지 마라고. ㅋ
가방안에 가이드북, 노트, 물병을 야무지게 챙겨넣고,
돈과 카드는 바지 포켓안에 끼워넣는다.
(여행중 항상 염려했던 건 물건을 잃어버릴까 하는것이었다.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스페인은 안전했다.)
어둑어둑 한 거리로 나왔긴 한데, 도대체 오른쪽으로인지 왼쪽으로인지 방향감이 전혀 없다. (난 정말 완벽한 길치다 --;)
다행히 월요일이어서인지, 빠른걸음하는 직장인들이 많다.
한 아저씨를 세워서 한 단어로 아주 간단하게 물어본다.
'아토차 렌페?'
그 한마디에 아저씨는 스페인어로 블라블라 열심히 설명해주는데, 도무지 알순 없지만 나는 고개끄덕이며 아저씨가 가리키는 손가락이 왼쪽을 가리키길래 내 목표달성은 한 듯 싶어, '그라시아스(고맙습니다)'하고 아토차역으로 향한다.

숙소에서 아토차역까지 두 역. 7분정도걸렸다.
꼭 예전 서울역같이 생겼다
거기서 내일 갈 세비야행, 그리고 그라나다에서 바르셀로나로 가는 밤열차를 예약해야지...
(난 한국에서 스페인플랙시패스권을 미리 사서 갔다. 달러환율이 낮아 패스권이 조금더 저렴했기 때문에..^^)
다행히 역 안의 직원들은 영어를 잘한다.
두 구간의 티켓을 예약하니 예약비만 41유로. .ㅠ.ㅠ
패스권을 샀는데도 예약비를 지불해야 하는 이 유럽 시스템은 아직까지도 무엇을 위한 것인지 이해가 잘 안 된다. 꼭 공돈을 버린 느낌이라할까.
그래도 시계를 보니 아직 8시.. 하루를 일찍, 그리고 아무런 문제없이 시작한 것 같아 뿌듯하다.

지하철 역 근처에 위치한 빵집에 앉아 크로아상과 카페콘레체를 시키고 지나가는 스페인사람들을 구경한다.
월요일아침 출근길로 바쁘게 걸어가는 사람들을 보니 한국에서의 여유없이 지내던 내 모습이 그려진다..
카페콘레체는 스페인식 특유의 커피인줄 알았더니, 우리나라 다방커피를 조금더 걸쭉하게 탄 것 같다.. 1.80유로의 아침치고는 괜찮은 식사다..^^
남부버스터미널로 가자..
세고비야로 가기위해 기차보다는 버스가 낫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그런 내가 이해 되질 않지만 그 땐 버스를 타는것이 당연하다 생각했다.. 그냥 아토차역에서 철도를 타면되는데. ㅠ.ㅠ
가이드북에도 세고비야행은 남부버스터미널이라 명시되어있고, 아토차역 아저씨도 그렇게 가르켜 주었지만, 그 때부터 내 스페인 여행첫날의 아침이 꼬이고 또 꼬이기 시작했다. ^^;
10회권 지하철권을 사서 남부터미널로 가니 여기가 아니란다. 직원은 내가 가지고 있던 지하철노선표의 Pio역을 가리킨다. 헉..
남부터미널에서 Pio역까진 꽤 먼데.
다시 열심히 지하철을 두 번 갈아타 Pio역에 가서 세고비야티켓을 달라하니, 스페인어로 블라블라. 그러면서 엑스자를 그린다.
뭔가 문제가 있는 것 같다. ㅠ.ㅠ
다른 사람들도 그냥 서서 두리번거리기만 하고...조금 눈치를 보다 다시 한번 가서 세고비야행 버스표를 달라하니, 한 아저씨가 '스노우, 클로즈' 이런다.
'스페인으로 떠나기 전 뉴스에서 마드리드 북쪽으론 갑작스런 폭우로 길이 통제되었다는 걸 들은적이 있는데. 그래서 안된다는 걸까.'
내 나름대로의 모든 추리를 다했지만, 결론은 버스로 세고비야를 가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어떡해..ㅠ.ㅠ 세고비아 버스를 타려고 1시간을 돌아다녔는데.
다시 아토차역으로 가야하나..
버스역에서 한숨을 쉬며 바깥으로 나오니 비가 추적추적내린다.
나도 눈물이 날것만 같다.ㅠㅠ |
첫댓글 다음회가 기대가 돼요~
그리움님 깔끔하게 정리하셔서 언제나 보기가 편하네요^^ 세고비아...기차로도 갈수 있어요^^ 아토차서도 갈수 있답니다.^^ 아마 가셨겠죠 ㅋㅋ 다음편도 기대하겠습니다. 특별회원으로 등업되었습니다.
ㅜ.ㅜ 고생이 많으셨어요- 남일 같지 않은- ^^ 다음 편 기대할께요!! 빨리 올려주세요! ^^ㅂ
아토차역이 정말 예뻐요 ^^ 좋은 여행 되셨으면 좋겠어요
우리도 남부터미날이라 써있는 것때문에 고생했지요..그래서 걍 기차타고 갔어요..그리고 돌아올때 버스를 탔는데, 글쎄 우리가 묵은 호텔 바로 앞이 버스 도착지였답니다..얼마나 황당하던지~~
원본 게시글에 꼬리말 인사를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