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 그래함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던 버핏의 투자철학을 크게 바꾼 두 사람이 현재 버크셔 부회장으로 재직 중인 챨리 멍거와 "Common stocks and uncommon profits"를 저술한 필립 피셔입니다. 최초, 전통적 의미의 가치투자 -현저하게 저평가된 'bargain'을 발굴해서 오래 보유한 뒤 적정가에 이르면 판다- 를 했던 버핏은 멍거와 필립 피셔의 영향으로 '수십 년 이상 계속 성장해 갈 탁월한 기업을 적정가에 구입해서 장기보유'하는 방식으로 방향을 틉니다. 여기에는 버크셔의 텍스타일 비즈니스를 결국 살려내지 못 하고 문을 닫았던 쓰라린 경험도 한 몫 했습니다. 버핏은 스승(벤 그래함)의 가르침이 '너무도 소중했기 때문에' 그것을 벗어난 방식을 택한다는 게 참으로 힘들었다고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필립 피셔는 벤자민그래함의 투자철학과 완전히 다릅니다. 거의 정반대입니다.
그는 벤 그래함이 그렇게 소중하게 생각하던 재무적 분석 데이타를 그다지 비중있게 다루지 않습니다. 그는 과거 몇 년간의 어닝 평균, 성장율, 주가의 움직임 등이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가 찾는 회사는 단순히 재무적으로 저평가되어 있고 배당과 현금성자산에 의한 안전마진이 있는 싼 회사가 아니라, 비즈니스 모델과 연구개발 능력, 경영진이 워낙 탁월해서 수십 년 이상 계속해서 고성장을 지속할 수 있는 회사입니다. 초기 '가치투자자'들이 내재가치에 비해 저평가된 회사를 사서 적정가에 이르면 파는 방식으로 수십 퍼센트에서 100% 전후의 수익율을 내는 것을 목표로 했던 것에 반해 필립 피셔는 수백 퍼센트, 심지어 천 퍼센트에서 수천 퍼센트에 이르는 수익율을 목표로 했습니다. 즉, 매입가의 10배 이상 가치가 커질 회사를 구입해서 수십 년 이상 보유한 것이고, 이런 회사는 전체 회사 중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것, 그리고 이런 회사를 찾는 방법은 재무분석이나 통계분석에 있는 것이 아니라 철두철미한 질적 분석에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필립 피셔는 기술주를 좋아했습니다. 연구개발 능력과 마케팅 능력이 워낙 강력해서 계속해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며 수십 년 이상 지속적으로 성장해 갈 테크널러지 회사를 찾았습니다. 그리고 그런 회사가 꼭 작은 회사(스몰캡)일 때 구입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미 크게 성장한 회사인 경우에도, 그런 회사를 선별해 낼 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막대한 이익을 가져다 준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버핏이 훌륭했던 점 중의 하나는 이런 필립 피셔에게 엄청난 영향을 받았으면서도 전혀 테크널러지 회사를 사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기술주를 안 사는 것이 잘 한 게 아니고 훌륭한 철학은 철학대로 배우되, 자기가 이해할 수 있는 영역 안에서만 활동한 것이 뛰어난 점입니다.
필립 피셔는 기술주에 속하는 회사 중 그가 강조한 '15 points'를 갖고 있는 회사는 수십 년, 심지어 100년 이상 계속해서 성장해 갈 가능성이 크다고 보았고, 그런 회사를 적절한 가격에 구입해서 가급적이면 영원히 팔지 않고 보유한다는 철학을 얘기했습니다. 그러므로 필립 피셔의 투자철학과 방법은 비즈니스 스쿨에서 가르치는 '강한 기업', '탁월한 기업'의 특징을 찾아내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짐 콜린스가 "Good to great"에서 선별해 낸 극소수의 탁월한 기업들, 바로 그런 회사를 구입해서 계속 보유하는 것이 핵심이고, 앞으로 그렇게 커나갈 회사를 어떻게 찾는지 그 기술적 방법론을 정리한 게 '15 points'와 'scuttlebutt'입니다. 물론, 필립 피셔의 아들, 케네쓰 피셔가 "Common stocks and uncommon profits"의 서문에서 밝힌 것처럼, 15 points를 정확히 확인하는 과정은 'craft'의 영역이 아니라 'art'의 영역입니다. 피아노 악보대로 치는 것과 작곡을 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인 것과 같습니다.
재무적 정보 중 관심을 갖는 것은 매출액과 이익마진, R&D 투자액 정도입니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기업의 질입니다. 기업의 질을 분석하는 과정을 통해서만 수십 년, 100년 이상 계속해서 성장해 나갈 극소수의 탁월한 회사를 구분해 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회사를 찾았다면 가급적 많은 지분을 구입하고 펀더멘틀에 변화가 없는 한 끝없이 보유합니다. 그렇게 할 때, 주식만이 갖는 최고의 매력인 수백 퍼센트, 수천 퍼센트의 경이적인 수익율을 기록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bargain'을 찾는 것이 아니다. 영원히 보유할 만한 회사를 찾는다."
필립 피셔는 주식투자에서 볼 수 있는 가장 큰 손해는 훌륭한 회사를 너무 일찍 파는 것에서 비롯된다는 얘기를 했습니다. 오래 보유했다면 수백, 수천 퍼센트의 경이적인 수익을 안겨 줄 회사를 수십 퍼센트 정도 올랐을 때 빨리 팔아 버리는 것이 장기적으로 보면 제일 큰 손실(?)입니다.
더욱 바람직스럽지 않은 것은 그렇게 실현한 이익으로 별 볼 일 없는 회사를 구입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입니다. 이 점은 필립 피셔, 워렌버핏, 피터 린치가 모두 공통적으로 강조한 부분입니다. 피터 린치는 그런 행동을 '꽃을 뽑아 내고 잡초에 물을 주는' 행위로 비유했습니다. 정작 오랫동안 보유해야 할 회사는 조금 이익이 났다고 해서 팔아 치운 뒤 그 돈으로 그저그런 회사 주식을 구입하는 것이죠. 버핏도 '현금을 들고 망할 수는 없다.'는 얘기가 많은 투자자를 그릇된 판단으로 이끈다는 것을 지적햇습니다.
운이 좋아서이든 아니면 훌륭한 판단에서든 좋은 회사를 좋은 가격에 구입하게 되었다면 철저히 펀더멘틀에 의거해서 매도 결정을 해야 합니다. '주가가 얼마 올랐다.'는 이유만으로 팔아 치운다면 이후 수 년, 수십 년 동안 그 회사가 성장하면서 투자자에게 안겨 줄 수백 퍼센트, 수천 퍼센트의 수익 기회를 놓치기 쉽고 그게 주식투자에서 입을 수 있는 가장 큰 손실(?) 중의 하나입니다.
현금이 필요한 상황이거나, 펀더멘틀에 큰 변화가 있지 않는 한 좋은 회사 지분은 팔 이유가 거의 없습니다.
첫댓글 모두들 '꽃을 뽑아 내고 잡초에 물을 주는'일은 멈추고 영구 보유 주식을 찾읍시다~!!
필립피셔의 "Common Stock Uncommon Profit"라는 책이 이번에 "위대한 기업에 투자하라" 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어 나온다고 합니다.
오~ 비교해가면서 읽어봐야겟군요.. ^^
번역된 책이 드디어 나오나보군요. ^^ 번역이 제대로 되어서 나왔길 바랍니다.
저도 이 책이 서점에 없어서 한참 찾았었는데 이제서야 번역본이 나온다는 사실을 알게되었습니다. 꽤 유명한 명저인데 이제서야 번역본을 접해볼 수 있네요. ^^
'위대한 기업에 투자하라' 구입에 콜!!합니다.
공동구매 들어갑니다 ㅡ,.ㅡ
공구 좋죠 ^^;
사논지 3년째.. ^^; 책장에서 3년이나 묶었습니다.T-T
음..교보에 다녀왔습니다. 번역된 책은 원서를 전부 번역한 것은 아니고, Part I 만 번역한 책입니다. 나머지 Part는 따로 책이 나올 예정이라는군요.
앗 그렇습니까? 정말 아쉽네요. 원서 전부를 번역한 책인 줄 알았는데. 주식 투자 서적으로는 최초로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오른 "영원한 투자의 고전"이라네요.
벼꽃향기님, 이제 읽으실 때가 되었습니다. 3년이면 충분히 숙성되었겠는데요? ^^
원서를 읽고는 싶은데 ~ ㅜㅜ 완벽한 번역본이 얼른 나왔으면~ ^^
변역본치고 제대로 번역한 책은 없었던듯..ㅡ,ㅡ;;;
정말 존경스러운 분..작년 3월에 돌아가셨죠..ㅠㅜ 교보에 가면 원서 있나요?? 얼마나 걸릴 지 몰라도 한 번 읽어볼랍니다 ㅡㅡV
광화문 교보에 두 권 있습니다. 강남에도 몇 권 있을 것 같군요.
공동구매 찬성합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
투자를 위해 영어에도 투자합시다~~
상반된 원칙이 같이 존재하면서 둘다 수익을 낼 수 있늘걸 보면 참 놀라워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