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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속한 자연사연구협회에서는 1월 첫 탐사지로 서천군에 최근 개장한 국립생태원과 금강하구 철새도래지 탐사를 목적으로 70여명의 신청회원들이 두 대의 대형버스에 분승하여 아침 일찍부터 해가 진 뒤까지 아주 유익한 탐사를 하고 돌아왔습니다.
이번에 개장한 국립생태원이 왜 하필이면 서천군에서 개장하게 되었을까요? 1989년 국토의 균형발전과 서해안시대의 전진기지를 준비한다는 목표로 군장국가산업단지로 지정하여 사업을 곧 펼칠 것처럼 들뜨게 하더니 이내 해안 매립에 따른 반대에 부딪히고, 전북 충남 간에 티격태격하는 측면도 있었고, 바뀐 정권은 실현의지도 없어 20년을 미루다가 계획을 대폭 축소하여 생태산업기지로 변경하고 국립생태원을 개장한 것이지요. 민심 달래기 측면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하여간 지난 12월 말에 개장식을 갖고 1월 3일부터 2월 말까지 무료개장기간인데 공짜라니까 어찌나 사람들이 많이 밀려오는지 길거리에 불법주차한 차량들이 동쪽으로는 금강하구언을 넘어 군산까지 반대편에는 장항역까지 차가 닿아 있을 정도입니다.
참고로 국립이니까 근무자들이 공무원이겠지요. 그러면 일찍 문 열지 않고 끝나는 시간 칼 같이 지키겠지요. 일찍 가도 소용없고 늦게 가면 구경 못한단 말씀입니다.
정문에 들어서서 북향을 하고 걸으면 왼쪽은 장항선 철로이고 오른쪽은 사슴, 노루생태원입니다. 조금 걷다가 방문자 센터 앞에서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자기가 선호하는 코스로 이동할 수 있는데, 크게 습지와 하천을 체험하는 금구리구역, 한반도 숲과 고산생태 체험할 수 있는 하다람구역, 재배온실과 에코리움으로 구성된 에코리움구역, 사슴탱태원이 주인 고대륙구역, 주차장 등 서비스 지구인 나저어구역, 그리고 연구교육구역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우리는 시간이 없어 자세히 모두를 볼 수 없었으므로 에코리움관으로 갔습니다. 입구 현관홀 바닥에 둥근 지구 위에 표시되는 세계 지역별 특징이 천정 위에서 둥글게 돌아가는 모니터에 신기하게 표현되고 있었습니다.
에코리움 구역은 열대, 사막, 지중해, 온대, 극지의 기후대로 만들어진 아시아 최대규모의 바이옴을 돌며 관람할 수가 있습니다. 커다란 아로아나, 입이 키스할 형태인 키싱구라미, 배지느러미가 빨판으로 변한 밀어 등을 볼 수 있는 수족관에는 갓 태어난 새끼들을 따로 관찰할 수 있도록 왼쪽에 넣어둔 디스플레이가 작동하는 등 세밀함도 있었습니다.
대부분 카멜레온은 알로 부화를 한다는데 잭슨카멜레온이란 놈은 새끼로 낳는다는데 잭슨카멜레온의 숫컷은 얼굴 위에 뿔이 세 개가 달린 것이 특징이랍니다. 꼬리가 시작되는 부분에 돛처럼 돌기가 있는 돛꼬리 도마뱀 등 사막에서 서식하는 동식물을 볼 수도 있습니다.
열대온실에는 온실에는 망그로브 열매가 주렁주렁 달려 있고, 공기중의 수분을 흡수하며 뿌리를 공중에 둔 핀란드시아, 곤충을 잡아먹는 끈끈이주걱, 파리지옥, 네펜데스(벌레잡이 통풀) 등 식충식물, 우리나라 토란처럼 생긴 열매를 맺는 알로카시아, 벽을 타고 마치 넓고 둥근 담쟁이 유사한 잎을 가지며 작은 주황호박 열매를 맺고 있는 모모드링가, 붉은 수액을 가진 용혈란, 코알라가 잘 먹는 유칼립투스 잎에서 나는 산초나무 냄새도 맡아 볼 수가 있습니다.
10년생과 100년생 바오밥나무의 차이를 아십니까? 여기에 가면 아실 수가 있어요. 프레리독(다람쥐과이며 사향고양이과인 미어캣과 약간 다름)이란 동물은 땅을 파고 드나들다가 채소를 손으로 들고 갉아먹다 말고 반듯이 서서 관람객들을 쳐다보는 모습에서는 웃음이 절로 나옵니다.
손에 잣 등 견과류를 들고 있다가 줄박아! 하고 부르면 손에 내려 앉아 잣을 물고 날아가 제집에 몰래 숨겨두고 다시 나오는 곤줄박이도 만날 수 있습니다. 참새처럼 약다더니...
육지거북이, 다양한 알로에와 유카, 핑크바나나도 볼 수 있고, 방울뱀과 비단뱀류 등 무섭고 징그러운 파충류도 있습니다.
극지체험관에서는 날짐승 먹는다는 뜻의 에스키모인 대신에 이누이트라 불러야 하는 이유를 이제야 알게 되었고, 순록 100장의 가죽으로 지어진 집 등 모두가 신기하고, 멋진 수영을 즐기는 젠카와 턱끈펭귄도 만날 수 있습니다.
밖은 겨울이라 추워 구스 점퍼를 입었는데 실내는 열대 동식물을 관리하니 얼마나 더울까요. 마치 인도네시아 발리에 온 기분입니다. 더워 죽는 줄 알았습니다. 벗은 옷 넣을 가방 챙겨가세요.
하구언 주변에서 해물칼국수로 중식을 해결하고, 군산시로 넘어가서 철새조망대에 올랐습니다. 이 곳을 그렇게 많이 지나갔지만 철새조망대에 오른 것은 처음입니다. 해설사가 있어 설명을 하는데, 현재 16만 마리 정도의 가창오리떼가 이 근처 강에서 쉬고 있는데 5시 25분 경 군무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하더군요.
3D 영상관에서 가창오리에 대한 영상을 보고나서 가차오리가 군무를 시작하는 시간까지 그냥 기다릴 수가 없던 참에 군산시에서 서기관으로 퇴직한 후 철새조망대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이종래씨가 2시간 정도를 군산근대역사박물관을 견학 안내하겠다고 하여 뜻하지 않은 수확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옛 철길, 왜구들이 많이 쳐들어와 목을 잘라가서 붙여진 마을 이름 모갱이 길, 지금은 근대건축박물관으로 쓰고 있는 조선은행 건물, 지금은 부산 해양대학으로 합병된 군산해양대 자리, 고판남 회장이 운영하던 합판공장, 쌀 창고, 군산세관 등을 돌아보고, 근대박물관 내부를 돌아보던 차에 마침 여기에서 터키 문화전이 열리고 있어 민속의상 및 다양한 용품들을 감상할 수 있었는데, 터키 국화인 튜울립을 장식 디자인으로 많이 넣은 화려한 그릇과 일일이 두드려 만든 철기 제품들도 눈에 띄었습니다.
4시에 버스에 다시 올라 가창오리 군무를 보기 위해 급히 달려간 십자뜰 앞 철새조망대에서 백박사님이 망원경을 설치하고 길게 검은 띠를 형성하며 차가운 물에 앉아 있는 가창오리떼를 관찰할 수 있도록 도와주셨습니다.
대나무 가림막으로 바람을 피하며 1시간 30분 동안 군무를 애타게 기다렸지만 속 시원한 군무를 볼 수 없어서인지 회원들의 실망이 큰 것 같았습니다. 대부분이 이런 현상을 직접 보지 못했기 때문이었겠지요.
군무를 찍으려면 서핸안고속국도 교량 가까이 가야했으나 버스로 온 탓에 이동수단이 따로 없어 멀리서 발만 동동 구르며 안타까워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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