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 스푼 (Silver Spoon) 7
리즈는 의도적으로 에드워드를 피했다.
아침마다 에스프레소를 배달할 때 외에는
그와 마주치는 일이 없도록 노력했다.
사실 리즈는 그날 에드워드의 말을 듣고
뭐라 할 말이 없었다.
바보가 아닌 이상, 에드워드의 의도가 자신의
동의를 구하기 위해서 라는 것은 알았지만,
자신에게는 그러한 에드워드의 제안을
허용할 혹은 거절할 이유도 자격도 없었다.
리즈는 아버지를 모른다.
어릴 적 자신의 부모라 믿고 자라온 사람들은
사실 자신의 외삼촌 부부 였다.
고모라 믿었던 사람이 자신의 친모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였다.
리즈는 그리 충격 받지 않았다.
다만 떨어져 살았을 뿐, 매 순간 함께 하였다.
처음 유치원에 가던 날도,
학예회에서 노래를 부르던 날도,
우등 학생으로 뽑혀 메달을 받던 날도,
그 누가 부모 이던 상관 없었다.
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아버지에 대해선 의문이 들었다.
리즈의 엄마는 리즈에게
아빠는 너무나도 자신과 다른 사람이었기 때문에
영원히 함께 하는 게 불 가능 했다고 말했다.
그녀는 리즈에게 아빠의 이름을 알려주지도
사진을 보여 주지도 않았다.
리즈의 엄마가 늘 강조하던 영원히 함께 할 사람이란
절대 에드워드 같은 사람은 아닐 것이다.
싱글 맘에 장학금과 파트타임 잡이 없으면 생활하기 힘든
그녀는 그와는 다른 세계에 살고 있었다.
아니, 에드워드는 그녀와 다른 세계에 살고 있었다.
뭐라 딱 잘라서 말할 수는 없지만,
에드워드는 말 그대로 실버 스푼을 양손에 쥐고 태어난
축복 받은 몇 안 되는 사람 중에서도
최상위에 위치한 남자였다.
은 숟가락과 나무 숟가락은 같은 테이블에 놓일 수 없는 것이다.
“요즘 이상하다.”
“응?”
“뭔가 이상해… 뭔가 있어. 그렇지?”
“뭐가. 아무것도 없어.”
케시는 리즈가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끼고
그 원인을 찾기 위해 이것 저것 시도해 보지만 알 길이 없었다.
“진짜? 리즈가 이런 모습이라는 건 매장 매출에도 영향간다구.”
“아무일 없어.”
“흐음… 이상한데 말야… 그나저나 가을 학기에 뭐 들을 꺼야?”
“아. 벌써 등록할 때네.”
“어머, 잊고 있었어?”
솔직히 리즈는 요즘 정신이 없었다.
에드워드 때문에 혼란스럽기도 했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자신이 그에게 끌리는 사실 이었다.
“정치 관계학을 들어야 겠지?”
“어려운걸 골라 듣는 건 무슨 이유야?”
“골라 듣는 거 아냐, 정치 관계의 서론을 들었으니 순서지.”
“그래그래, 엘리자베스 초이에게 불가능이란 없지~”
“무슨…”
“리즈?”
케시와 이야기를 하느라 누군가 스타벅스에 들어온 사실을 몰랐던 리즈는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깜짝 놀라 돌아섰다.
“건우?”
“하핫, 놀랬지?”
“뉴 헤븐(New Heaven)에 있어야 할 사람이 여긴 무슨일이야?”
“학회가 있었어.
교수님 따라 왔는데 리즈가 보고 싶어서 말이지.
금지된 외출을 허락 받았지.”
건우가 카운터 밖으로 나온 리즈의 볼에 가볍게 입을 맞추며 말했다.
“누구야? 이 뉴페이스는?”
케시는 갑자기 나타난 이 동양남자가 몹시도 궁금했다.
“숨겨놓은 피앙세라도 되는거야?”
“아, 케시 소개 할게. 이쪽은 건우 초이. 우리 오빠야.”
“에엑, 오빠?”
“외삼촌의 아들. 전에 말했지? 그리고 이쪽은 케서린 브라운.
내 오너! 전에 말했던 그 케시야.”
“반갑습니다. 건우 최 입니다. 고모님을 대신해서 인사 드립니다.”
”어머머, 리즈 이분이 바로 그 로스쿨(법대)다는 그 분이야?”
예일의 로스쿨에 다니는 사촌 야기에 귀를 쫑긋 세우던 케시는
건우를 직접 보고는 매우 반가워 했다.
리즈를 잠깐 빌려가겠다는 건우의 말에 케시는 리즈의 에이프런을
뺏어 들며 밖으로 내 몰았다.
미안해 하는 리즈에게 괜찮다며 손까지 흔들어 주는 케시였다.
“그나 저나 얼굴이 많이 좋지 않아.”
“여름에 좀 힘들었어. 잘 알면서.”
“여름만 되면 맥을 못 추리는 건 여전 한가 보구나.”
“타고난 거지.”
리즈는 건우와 함께 자신의 아파트에 돌아와서 그 동안 못 나눈 이야기를 했다.
“어머닌 어때?”
“어떻긴, 뭐 늘 그대로 시지… 요즘은 고모한테 그림 배우느라
아버지 밥도 안 챙겨 주신 다더라.”
“엄마한테 그림을?”
친모가 아니라는 사실을 안 이후에도 여전히 리즈는
외숙모를 어머니라고 불렀다.
십년을 넘게 불러온 호칭은 하루 아침에 바뀌는 것이 아니었다.
“아버진 여전하시지?”
“뭐, 이번에 로펌 오피스를 이전하실 예정이신 거 같아.”
“응? 왜?”
건우의 아버지인 최현호는 L.A. 지역의 유명한 변호사 이다.
O.C.(오렌지 카운티- 부유층이 몰려 있는 지역) 에 고객들이
많은, 흔히 말하는 잘 나가는 변호사 이다.
“더 이상 부유층의 골치 아픈 유산 싸움 같은 것은 사양 이시래.”
“아버지 답네.”
“고모님 이야긴 안 물어봐?”
“잘 지내시겠지. 강한 분인걸.”
“그렇지. 리즈 너나 고모님이나 똑같다니까.”
“참, 오빠 배고프지 않아? 뭐 좀 먹어야지.”
“뭐… 아까 학회에서 샌드위치 먹은 이후론 아무것도 못 먹었어.”
“그래? 뭐 먹을까?”
“아까 오다 보니까 일본 식당이 있던데, 가봤어?”
“아니, 그럼 거기 가보자. 금방 준비 할게.”
오랜만에 만난 건우와의 저녁 식사라 리즈는 블루 슬리브리스 드레스를
입고 흰색 마 소재의 자켓을 걸쳤다.
“오. 이러니까 내가 알던 엘리자베스 잖아.”
“장난 치치마.”
리즈의 핸드백을 건내 받은 건우가 장난스럽게 말했다.
엘리베이터 앞에서 건우는 리즈의 머리를 정리해 주었다.
“띵.”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고 건우가 리즈를 감싸 안으며
들어서는 순간 리즈는 엘리베이터 안에 있던 에드워드와
눈이 마주쳤다.
“오랜만이군.”
그의 목소리가 조금 떨리고 있다고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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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부터는 남겨 둔것도 없다는...
외국이름들 사이에 드디어 한국 이름이 등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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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 소설 1.
[ 장편 ]
실버 스푼 (Silver Spoon) 7
ju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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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09.29 02:47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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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언니 미안해 ㅠ_ㅠ 진작 읽어줬어야 되는데. 까먹고 있었지 뭐야. ^^ 어쨌건 담편 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