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에 산지 이제 석달 되는 사람으로서 조금 성급한 거 아닌가 하는 마음도 있긴 하지만 감히 말하자며요....
전주에 있는 식당들 정말 너무 합니다.
맛집이라고 해서 찾아가면 "뭥미?"가 절로 나옵니다.
지저분하고 불친절하고.... 그건 괜찮은데 맛이 너무 없습니다.
반찬 수십가지 나오고 골라먹는 재미가있는 한정식집에 너무 가고싶어서 남편을 졸라 전주에서 유명하다는 한정식 집에 갔습니다.
택시기사님의 추천으로 간 그곳은.... 헐...
식당이 자신의 가정집인지 입구에 있는 방에는 문도 안 닫은 채로 주인되시는 분의 가족으로 보이는 분이 이불을 덮고 누워있더군요. 식탁 위는 가정집 빨래와 아이들 숙제하는 책으로 덮혀있구요.
- 뭐 물론 따로 아이들을 봐줄 곳이 마땅치 않은 일반 서민들이야.... 일하는 곳의 한 귀퉁이를 가족들이 시간을 보내는 곳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지요. 그럴 수 밖에 없는 사정을 마음으로는 이해도 되구요. (좋아보이지는 않지만...) -
손님이 왔는데도 사장님은 그냥 닭보듯이 쳐다보시는 겁니다.
그 시간이 손님이 조금 뜸할 시간이라 손님은 저희밖에 없었습니다. (언뜻 보기엔..)
어쨌든 뭐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고 앉아서 한정식을 주문했습니다.
제가 식당에서 소싯적에 아르바이트를 많이 해봐서 척보면 아는데요.....
척봐도 재탕 삼탕 한것같은 부침개니 김치니.... 밑반찬들이 윗부분은 말라 비틀어져서 나오더군요.
반찬 수는 엄청 많았습니다만 저는 밥 반공기도 다 먹지 못했습니다.
남편도 식당가면 늘 두 공기씩 밥을 먹어치우는데 그날은 한 공기도 겨우 먹는 것이었습니다.
먹을 만한 반찬이 없더군요. 맛이 너무 없습니다.
조미료를 그렇게 넣고도 맛을 못내다니 말입니다.
화장실은 언제 청소를 했는지 임신해서 화장실을 10분에 한번 꼴로 가는 저는 신호가 올 때마다 옆에 있는 은행 화장실로 달려가곤 했습니다.
식당도 어수선하고 서빙보는 아주머니들은 손님이 밥을 먹고있는 방 바깥에 있는 마루에 앉아 드라마 본 얘기 며느리 얘기 별의 별 얘기를 다 하시더군요.
시끄러워서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 지도 몰랐습니다.
전주 번화가에 있는 유명한 갈비집에도 갔었는데 그나마 고기는 맛있었습니다만 무뚝뚝한 사장님, 고기를 추가하기 위해서 "사장님 고기 1인분만 더 주세요."를 2번 했더니 하신다는 말씀이 "처음부터 2인분 시키라니까 말 안듣더니 봐요. 결국에는 2인분 추가 할거면서.... 말 듣지..."
눈물이 핑. 2인분 시켰다가 다 못 먹으면 누가 보상해주나요?
저는 감자탕집, 고기집, 패스트푸드점, 일반 식당 등 웬만한 서빙보는 일은 다 해봤습니다.
그래서 5분에 한번씩 불러대는 손님이 있으면 얼마나 힘이 든지 다 압니다. 그래서 식당가도 빈 반찬그릇 들고 직접 주방에 가서 받아오고, 물도 제가 떠다 마십니다. 웬만하면 종업원들 안부르지요.
전주의 대표음식 <콩나물 해장국> 은 말할 것도 없구요. 가장 유명하고 맛있다고 소문이 난 2군데를 가봤는데 제가 집에서 끓였던 맛보다 별로더군요. 미원을 그렇게 넣고도 ...... 그정도 맛 밖에 안 나는지....
뭐 하여튼.... 친척들이나 친구들 오면 같이 데려갈 요량으로 시간나면 전주 맛집 검색해서 가보곤 하는데요 지금까지 맛있었던 집이 거의 없습니다.
불친절과 지저분함은 당상 빠따루로 동반하더군요.
그런데 지금까지 우연히 들어간 3곳의 식당에서 아주 바람직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1. 양평해장국집: 시외버스(고속버스)터미널에서 도보로 10분정도 거리에 있습니다.
식당 안에 들어서면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정돈 된 식당을 보실 수 있습니다.
메뉴도 간단합니다. 해장국 종류가 3~4개 (술안주 종류는 그보다 좀 더 많지만 저는 관심없으니...)밖에 되지 않습니다.
조리실이 통유리로 되어있어서 주문한 음식이 어떻게 조리되는지 다 보이고 주방에 CCTV가 달려있고 주방 안의 모습을 홀에서 볼 수 있도록 해놨습니다. 깔끔하고 친절하고 5천원짜리 콩나물국밥, 선지해장국등 한끼 식사로는 같은 가격에 만족할 수 있는 식사를 할 수 있습니다.
2.청룡반점: 남편이 우연히 인터넷 검색해보던 중 발견한 곳인데요 중국집입니다.
특이한 거는 오전 11:30 부터 오후 3시까지 밖에는 장사를 하지 않습니다. 그나마 일요일은 쉬시구요 배달도 없습니다.
메뉴도 요란하지 않습니다. 중국집 기본 면요리 4~5가지와 볶음밥 등 일반 서민들이 점심식사로 먹는 대표적인 싸고 맛있는 요리 몇가지가 다입니다.
나이 지긋하신 부모님 두분이서 주방에서 요리를 하시구요 따님으로 보이는 여자분이 혼자서 주문받고 써빙하고 테이블 치우는 것까지 다 하시더군요.
지난 주 남편 휴일에 큰맘먹고 일찍일어나서 11시 30분에 도착했더니 이미 식당은 만원이었습니다.
대부분의 중국집들을 직접가서 보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퀴퀴한 냄새, 어두컴컴함, 어수선하고 어지러운 실내, 한 벽면을 가득 채우는 듣도보도 못한 메뉴들, 시커먼 기름때를 뒤집어 쓴 화덕, 배달하는 사람들이 어수선하게 쌓아놓은 옷가지들, 각종 MSG를 담아논 커다란 양념통, 매케한 연기.....>뭐 이정도 아닙니까?
그런데 이곳은 들어서자마자 향긋한 자장볶은 냄새와 깔끔하고 환한 실내, 깨끗하게 정돈된 테이블, 먼지한톨 없는 방바닥이 사람을 기분좋게 합니다.
면도 직접 기계에 뽑아서 그때 그때 삶아주시구요. 뭐 서빙하시는 언니께서 혼자 3역을 하시는 분이라 간드러지게 친절하진 못하시지만 큰소리로 인사해주시고 주문한 음식은 5분안에 나옵니다.




3. 국수집: 외지에서 온 관광객은 절대 갈 일이 없는 곳에 있습니다.
어제 산부인과 검진 받고 집에 오는 길에 정말 우연히 발견한 식당인데요 메뉴는 국수(3천원)밖에 없습니다.
배가 너무 고파서 쓰러지기 일보 직전인데 집까지는 멀었고 해서 아무데서나 먹어야겠다 생각하고 두리번 거리던 중 한적한 골목길에 내다 논 입간판에 큼지막한 글시로 <국수 3,0000원>이라고 적혀있었습니다.
바깥에서 언뜻 보더라도 유리창에 그 흔한 거미줄하나 붙어있지 않고 깨끗한 걸 보고 들어갔습니다.
식당 안도 역시 깨끗했고 주방도 볼 수 있었습니다. 잔치국수로 먹을거냐 비빔국수로 먹을거냐 물어보지도 않고 그냥 손님 하나 오니까 들어가서 면을 삶을시더군요.
어젠 카메라를 가져가지 않아서 가게가 얼마나 깨끗한지 3천원짜리 국수하나 시켰을 뿐인데 얼마나 정성스럽게 차려 내오시는 지 찍지 못했습니다. 한스럽네요. 담달에 병원갈 때 꼭 다시 가야겠습니다.
이집은 잔치국수냐 비빔국수냐 고민할 필요가 없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샐러드와 열무김치, 단무지, 풋고추와 된장, 고추장 양념장과 간장양념장, 국수와 고명이 담긴 그릇과 탁배기 받아먹는 듯한 노란 양은 주전자를 갖다 줍니다.
양은 주전자 안에는 조미료냄새 하나도 안나는 맑은 멸치육수가 따듯하게 들어있습니다.
그래서 물국수를 먹고싶으면 그릇에 육수를 부어 밑반찬과 먹으면 되고, 비빔국수를 먹고싶으면 열무김치와 샐러드를 넣고 입맛에 맞는 양념장을 넣어 비벼먹으면 됩니다.
저는 태어나서 3천원짜리 국수를 먹으면서 이렇게 감동받아보긴 처음입니다. 맛도 좋았고 조미료 맛도 하나도 안났습니다.
테이블이 4~5개 밖에 없는 간판도 없는 동네 식당이었는데 화장실도 아주 깨끗하고 주인부부께서도 너무 친절하셨습니다.
감동....
저희 집에서 좀 멀리 있어서 일부러 찾아가기에는 버스비가 더 들 거라는 사실이 한스럽습니다.
어쨌든 전주 오시면 터미널 근처의 식당엔 절대 가지 마세요.
저같은 왕초보 주부가 발로 만들어도 그것보다는 맛있겠다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쒸뢰기'입니다.
인터넷에서 찾아본 전주 맛집은 절대 가지 마세요. 사람은 바글거리는데 (제생각엔 관광객이 아닐까...) 정신하나도 없고 비싸고 맛도 없습니다.
차라리 김밥천국가서 김밥 한줄 사드세요.
제가 소개한 세군데는 유명하지도 않고 주택가에 있는 작은 식당들 이지만 음식장사의 기본이 잘 되어있는 곳 같습니다.
<맛> <친절> <청결>
저는 식당 들어섰을 때 메뉴판에 메뉴가 수십가지가 적혀있으면 우선 믿음이 가지 않습니다.
저 많은 메뉴를 다 시키는 건 아닐텐데 그 많은 식재료는 다 준비해놓고 쓰나? 안팔리면 냉동실에서 팔리는 그날까지 쳐박혀 있겠지?
제가 소개한 이 세곳의 식당은 메뉴가 간단합니다. 가장 자신있는 메뉴 몇가지만 파는거죠.
홀이 깨끗한건 말할 것도 없고, 주방이 훤히 보이게 해놓았습니다. 자신있다는 얘기겠죠.
하여튼 어제 새로운 보석같은 집을 알게되어 남편한테도 한시간은 칭찬섞인 자랑을 했습니다.
여러분도 볼일 있어 전주 오시면 괜히 돈 버리지 마시고 이 식당에 가보세요.
첫댓글 이과두주가 뭔지 아시는 분 있나요? 갑자기 궁금해지네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와... 그걸 검색까지... 저는 귀찮아서 검색 안하고 '누군가는 알겠지..' 하는 마음에 질문한건데...
역시 전 ....
감사합니다.
저두 전주에 가면 청룡반점은 한번 들리고 싶네요..짬뽕이 맛나 보여서..^^
후꾸님의 추천을 강력히 믿어보며..^^
오늘도 갔다왔는데요 물짜장도 맛있더군요. 짬뽕처럼생긴 짜장면입니다.
저두요..청룡반점 기억해 두겠습니다.
짜장면 먹구 싶네요..
10명중 5명은 짜장면 시키구요 물짜장도 맛있습니다.
저는 올 휴가를 전주 한옥마을에서 보냈는데요...
너무 놀라웠습니다. 우리의 전통이 고스란히 남아있는곳이
있다는거....글고 퓨전을 첨가한 상가들의 멋스러움...
부채만들기 체험도 해보고 고풍스러운 한정식집에서
얻은 만족감과 행복감....이래서 가장 한국적인것이
가장 세계적인거라고 하나봐요 ^ ^
근데요 이름난 비빔밥 집에서 기대감이 완전 뭉개져버렸어요
아수라장을 방불케하는 곳에서 음식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콧구멍으로 들어가는지 원...ㅉ ㅉ
겨울이 더디게 올때쯤 한번 더 가볼 요량입니다.
그때 청룡반점에서 짬뽕과 이과두주 쪼~옥~
좋은 정보 감사드립니다.^ ^a~
요즘 한옥마을은 한옥마을이 아니라 '자동차마을' 이더군요. 예쁜 한옥들 보면서 천천히 걸으며 산책하면 너무 좋을 곳인데.... 비좁은 골목 곳곳에 자동차들이 주차되어 있구요 사람들은 자동차 눈치보며 걸어다녀야 합니다. 차없는 거리로 만들기만하면 너무 좋을텐데.....
다음에 한옥마을 갈 땐 <외할머니 솜씨>라는 팥빙수 집에 꼭 가보세요.
옛날식 팥빙수 (집에서 만든 팥 사용하더군요)를 만들어주는데 너무 맛있습니다.
요즘같이 시럽이니 각종 울긋불긋 젤리니 아이스크림 그런거 없습니다.
팥과 인절미떡 몇조각, 그리고 위에 뿌려주는 고소한 미숫가루만 있습니다.
너무 맛있어요. (단 주말이나 휴가철엔 사람이 미어터집니다.
맞아요.. 전에 전주 갔을때 터미널근처에서 육회비빔밥 시켜먹었는데, 값만 무지하게 비쌌지 일반 비빔밥 만도 못했어요... 근데 사진 보니까 짜장면 먹고 싶다...ㅋㅋㅋ
터미널 근처는 비싸고 맛은 하나같이 없고 지저분하더군요.
집이 터미널 근천데 아무리 배고파도 집에서 밥을 해먹는 이유죠.
가끔 전주를 가기는 허는디 이런 내용들을 암서도 누가 이리 갤차주는 디를 대그빡에다가 제대로 여 놓치를 못 헝깨 또 헤매다가 기껏 꿀꿀이죽 묵고 오고 헌당깨요...
나도 짜장이랑 국시 좋아허는디... ^^
터미널 하고 병원 근처에 있는 음식점 맛있는데는 여태 눈 씻고 봐도 없드만 ...
전주에 간판 없고 칼국수하고 메기탕 잘하는 비닐 하우스 데꼬 가드만 위치도 몰라서 못적겠는데요^^
전주 음식 20년전 이야기 예요.요즘은 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