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9시경 집을 나설때 하늘이 흐려있는 걸 보았다. 매일 일기예보를 확인하면서도
오늘은 그걸 잊었다. 길을 걷다 보니 하늘은 더 흐려지고, '오늘은 비를 피할 수 없겠다' 생각했다.
집으로 들어갈 때까지 어느 길목에선가 한 번은 비를 맞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어느 실내에서 두시간 넘게 머물다 밖으로 나오니, 그 사이 소나기가 내린듯 거리 바닥엔 물기가 보이고
하늘은은 조금 가벼워져 있었다. 다행이다, 생각하며 다음 행선지로 걸음을 옮겼다. 기온도 떨어져 한참을 걸었는데, 덥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찾아간 곳에서 점심 겸 과자를 먹고 커피를 마셨다.
들고 다니는 가방을 열어 읽을 책을 찾는데, 가방에 그 책이 없다. 결국 오늘은 두가지 실수를 한 것이다.
그러더니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우산도 없는데. 결국 비를 맞게 되나? 생각하다, 그 실내에 비밀 우산이 있다는 것이 기억났다.
그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간혹 두고 가는 우산을 모아놓은 곳이다. 커튼을 젖혀야 그 공간이 보이는 걸 며칠 전 강여사가 알려줬다. 몇 시간을 머물다 집으로 가려는데, 비는 계속 내리고 난 커튼을 젖혔다. 우산이 하나 남아있다. 그 우산을 쓰고 나는 집으로 왔다.
아침 나절에, 오늘은 어느 길목에선가 비를 맞겠구나, 했던 생각은 틀린 생각이 되었지만 요즘 내 정신을 팔게만드는
일을 생각하면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