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평소에 문제를 느끼던 점 중 하나입니다.
예로 드신 강릉행 열차가 대표적이구요. 동대구-부산(부전) 간의 경부선과 동해남부선도 운임 차이가 생기는 구간입니다. 부전-서울 무궁화나 부산-서울 무궁화나 서울까지 가는 것은 차이가 없지만, 부전-서울이 시간이 더 걸리고, 운임이 더 비쌉니다. 부산-서울과 부전-청량리 무궁화도 비교할 수 있겠죠. 나중에 군산-장항이 이어지면, 장항선 경유 익산행과 호남선 경유 익산행도 문제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 운임의 기준은 거리와 열차등급뿐이죠. 열차등급은 이론의 여지가 없지요. 운임을 거리로 계산하는 것은 '최단거리(직선) 노선에서 다른 조건이 모두 같을 경우' 운임은 거리에 비례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기 때문입니다.
'최단거리'라 함은 출발지와 도착지의 직선 거리를 기준으로 해야한다는 말입니다.(비현실적이지요) 일부러 굴곡노선을 만들어 돈을 더 받는다면 비합리적이라는 말입니다. '다른 조건이 같다'는 말은 선로 등급이나 단/복선 여부가 같아야 한다는 것이죠.(이 역시 비현실적) 경전선 50km를 가는 것과 경부선 50km를 가는 것을 같은 요금을 받는다면 비합리적이라는 말입니다. 사실 자세하게 따져들어가면 단선이냐, 복선이냐, 1급선이냐 2급선이냐, 제한속도가 얼마냐에 따라 운임을 다 다르게 받아야 할지도 모르죠;;
그런데 운영의 단순함 때문에 굴곡이 있든, 선형이 좋든, 무조건 거리비례로 운임을 받아서 문제가 되는 것입니다.
우선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거리 뿐만이 아니라 시간 개념이 반영된 운임체계가 필요하고, 이는 수리적으로 도출될 수 있으리라 봅니다. 가령 이상적인 조건에서의 거리비례 표준 운임을 정한 다음에 이 조건에서 시간이 더 걸리냐, 덜 걸리냐를 따져서 운임을 가감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혹은 완전히 경제학적인 '효용'개념을 도입해서 거리, 시간을 무시한 채(사실 효용 개념안에 거리, 시간이 반영될 것이니 무시하는 건 아닙니다만), 이용객이 느끼는 효용, 편익을 금전으로 환산해서 요금을 정하면 되겠죠.
극단적으로는 엿장수 마음대로 받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사실 우리 일상에서는 이게 가장 흔히 있는 일입니다. 철도공사가 계산하기 편하게 하자고 '서울-대전은 20000원, 서울-동대구는 40000원, 서울-부산은 60000원으로 받겠다'해서 정부에 신고만 하면 되는 일이기도 합니다. 사실 정차역이 몇 개 안되는 KTX의 경우에는 딱히 거리에 비례하는 운임이 아닙니다.(지난 4월말 요금인하전에는 더 들쑥날쑥이었죠)
그밖에 타 운송수단과의 경쟁 상황에 따라 운임이 달라질 수도 있겠습니다만 이건 경직된 철도공사와는 관련이 없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몇 가지 일반론적 대안을 들어보았습니다만, 사실 거리 비례를 버릴 수 없을 겁니다. 역사적으로 그래왔고, 일반인의 관념이라는 게 무시할 수 없지요. 다만 업무 편의를 위해 통일 임률을 결정한 다음에, 예외 사유를 적당히 두는 것이 바람직할 것 같습니다.
지하철식 요금제가 하나의 방법인데요. 지하철의 경우 운임을 목적지를 갈 때의 최단 거리로 계산해 줍니다. 인천에서 용산을 경유해서 청량리를 갈 때 종로로 가든 경원선으로 가든 요금이 같지요. 청량리-강릉 구간의 경우 이러한 요금제 도입이 꼭 필요할 것이고, 부전-서울도 적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서울-부산을 호남선, 경전선 경유해서 가는 것까지 같게 하자는 것은 아닙니다^^;;
이러한 특례는 일본에서도 군데군데 인정되는데, 가령 산요혼센 이와쿠니-쿠시가하마 구간은 간토쿠센이 더 짧기 때문에 산요혼센을 달리면서도 간토쿠센 기준으로 운임을 계산합니다.
그리고 고속선 개통의 경우, 운임 계산을 기존선 거리로 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옥천-신동간 기존선과 고속선의 경우 거리가 상당히 차이가 납니다. 기존선을 가면 더 멀고 더 오래걸리는 것이고, 고속선으로 가면 반대입니다. 이 경우에 신선 운임을 기존선 기준으로 받을 필요도 있습니다(다만 운임이 올라가겠죠;;) 이 역시 일본에서 신칸센과 병행하는 재래선의 경우에 인정되는 특례입니다. 도카이도신칸센의 운임 기준은 재래선인 도카이도혼센의 영업 킬로수를 따릅니다.
사실, 선형 개량이나 신노선 개통으로 요금이 하락하는 경우는 고속도로의 경우에 자주 있는데, 고속도로는 바로 요금 인하하죠... 그래서 고속선은 굳이 문제 삼고 싶지 않습니다 ^^;; 요금을 더 받기 위해서는 그 구간 이용시 정액 요금을 받는 방법도 있겠지만, 상당한 시간상의 이득이 있는 것이 아닌 이상, 불필요하리라 봅니다.
운임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어찌되었든 철도공사가 운임을 좀 탄력적으로 받았으면 하는 생각이 드네요. 다만 남용을 하지 않는다면 말입니다;;
첫댓글 지하철의 경우 일단 개찰구 안으로 들어가면, 다시 나오지 않는 한 어느 열차를 타도 자연스럽기 때문에 최단 거리로 계산해줘야만 하죠(승객이 최단거리로 갈 가능성도 있기 때문). 그렇지만 여객철도의 경우 승차권을 끊으면 '그' 열차만 탈 수 있기 때문에 철도공사에서 스칼라량 그대로 요금을 받는다는 생각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