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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옥누이 : cafe.daum.net/sinby0727
제 5 회. 믿음과 배신은 종이 한 장 차이
(1)
태원이가 돌아가고 난 새벽까지 잠을 이루지 못하고 뒤척였다.
우리 가족들이 좀 유별난 건 알고 있었지만 이정도 일 줄은 몰랐다.
아빠도 그렇지. 어떻게 딱 한번 본 녀석을 쉽게 허락해 줄 수 있냔 말이야.
붉은 머리나 은영이가 이 이야기를 들으면 아마 웃다 기절해 버릴지도 모른다.
다음 날, 먹는 둥 마는 둥 아침을 먹곤 꾸물거리며 학교 갈 준비를 했다.
오늘 수업이 뭐있더라..
실용영어회화.. 문학과 창작.. 문학개론.. ..
그런데 이상하게 문학개론 책이 보이지 않았다.
한참 책상을 뒤지던 난 곧 동방 캐비닛을 떠올렸다.
대학교 책이 다 그렇듯 내 책들도 백과사전을 방불케 할 만큼 크고 무거웠다.
보통 하루에 5~6개의 수업을 듣는데 그 중에 절반은 동아리방의 캐비닛에 넣고 다녔다.
이른 아침이라 동아리 건물은 조용하고 음산했다.
난 태원이와 마주치지 않기를 기도하며 손잡이를 돌렸다.
[ 제발 없어라.. 없어라.. ]
삐그덕 소리가 들리며 동방 특유의 시큼한 냄새가 났다.
휭-한 동아리 방.
너저분하게 널린 책과 과자봉지를 제외하곤 아무도 눈에 띄지 않았다.
난 어깨춤이라도 추고 싶은 심정으로 내 이름이 적힌 캐비닛으로 가 문을 열었다.
그리고 안에 있던 책을 모두 꺼냈다. 순간, 몸이 휘청거리며 앞으로 쏠렸다.
어깨가 떨어져 나갈 것처럼 무거웠지만 어쩔 수 없다.
당분간.. 아니 어쩌면 영원히 이 방에 들어설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면 태원이 녀석과 마주칠 일은 없겠지.
이젠 사람들이 들이닥치기 전에 빨리 자리를 떠야 한다.
낑낑거리며 문을 나가려는 순간 머릿속에 작은 의문점이 생겼다.
아무도 없는 방문이 왜 잠겨 있지 않았을까.
사람이 없을 땐 늘 문을 잠가두는데 말이다.
그때 누군가 까맣게 때가 탄 겨자색 소파에서 궁시렁거리며 일어나는 게 보였다.
“ 아씨. 시끄러워. ”
싸가지 없는 익숙한 말투..
까치집 같이 헝클어진 머리를 긁적이며 내가 서 있는 곳으로 천천히 고개를 돌리는 사람이 있었으니..
눈이 마주치자 화들짝 놀라며 서로 미친 듯이 고함을 질렀다.
“ 아-아-아-아-아-아-악!! ”
“ 으핫!! ”
참고로 전자의 목소리가 나였다.
아무도 없다고 생각했던 방안에 사람이.. 그것도 태원이가 멀뚱한 눈으로 쳐다보자 그만 손에서 책을
놓고 말았다. 무거운 책들은 빠른 속도로 내 발등 위로 추락했다.
족히 5-6번 정도의 충격이 차례대로 전해지며 난 나무토막처럼 바닥위에 쓰러졌다.
“ 노란하늘, 괜찮아? ”
갑자기 벌어진 일에 나만큼이나 놀란 태원이는 달려와 서둘러 책을 치웠다.
불로 지진 듯한 엄청난 통증 때문에 난 체면 따윈 잊고 태원의 머리를 움켜잡으며 비명을 질렀다.
“ 악!! 악!! 나 죽네!! ”
“ 소리 좀 그만 지르고 양말 좀 벗어봐. 상처 좀 보자 ”
“ 악! 악! 악! 악! ”
“ 시끄럽네 진짜. 내 어깨에 손 얹고 그대로 서 있어. ”
놈이 무릎 꿇고 앉아 내 신발과 양말을 벗겼다.
난 내 발을 보고 다시 한 번 꽥 비명을 질렀다.
책 모서리에 찍은 발등은 시퍼렇게 피멍이 든 채 무섭도록 부어있었다.
생각보다 심한 상처에 태원의 표정도 어두워졌다.
“ 심하게 부었네. 안되겠다. 병원가자. ”
“ 벼.. 병원? ”
난 아픈 것도 아픈 거지만 병원이란 말에 순간 겁이 덜컥 났다.
호.. 혹시 큰 수술 같은 거 하면 어떡해.
“ 병원 가기 싫어!! ”
“ 이렇게 다쳤는데 병원을 왜 안가? ”
“ 병원 싫단 말이야. 무서워!! ”
난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그러자 태원이는 내 손목을 잡으며 버럭 화를 냈다.
“ 야! 지금 똥고집 피울 때야? 그러다 너 못 걷게 되면 어떡할 거야? ”
녀석이 어찌나 화를 내던지 난 기세에 눌려 아무 말도 못했다.
태원이는 그제야 화를 조금 누그러뜨리며 몸을 앞으로 숙였다.
“ 업혀. ”
“ 미..미쳤어? 내가 너 등에 왜 업혀. ”
“ 아, 진짜. 그럼, 그 발로 주차장까지 날아갈래? ”
“ .. ”
난 놈의 널찍한 등판을 보며 잠시 망설였지만 점점 발목까지 전이되는 통증에 그만 등 위로 철푸덕
넘어지고 말았다.
아빠나 오빠, 남자친구가 아닌 딴 사람의 등에 업히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사람이 거의 다니지 않은 조용한 복도.
통증은 점점 커졌고 찔끔찔끔 쏟아지는 눈물을 참기 위해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태원이 입을 열었다.
“ 쳇. 저번보다 더 무거워졌네. 살 좀 빼라. ”
“ 저번 이라니? ”
난 통증을 참으며 간신히 입을 열었다.
“ 넌 무슨 여자애가 술 좀 마셨다고 누가 업어가도 기억을 못하냐? ”
“ 술? ”
난 그제야 MT 때 은영이가 해줬던 말이 어렴풋 기억났다.
드라이브하다 맥주 몇 캔 마시고 필름이 끊겼을 때 녀석이 날 업고 숙소까지 왔던 일.
그리고 술주정하며 녀석에게 투정부렸던 일 등.
그때 일이 떠오르자 아스피린을 먹은 것처럼 통증이 아득해지며 심장 한쪽이 작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다행히 검사 결과는 생각보다 나쁘진 않았다.
“ 뼈에 금이 가진 않았습니다만 근육이 많이 놀란 것 같습니다.
깁스 해 드릴 테니까 1주일 후에 다시 오세요. 돌아다니는 것만 자제하면 금방 나으실 것 같네요. “
금발머리의 여 의사가 X-Ray 사진을 보며 말했다.
온열치료와 물리치료를 받고 깁스를 하고 나서야 병원에서 나올 수 있었다.
절뚝거리면서 진료실에서 나오자 대기실에서 기다리고 있던 태원이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다가왔다.
“
뭐래? ”
“ 1주일 깁스하고 돌아다니는 거 자재하면 괜찮아 질 거래. ”
“ .. 다행이다. 하수한테 좀 전에 전화 왔었다.
병원에 온다고 난리치는 거 오지 말라고 했다. ”
난 태원이와 통화하면서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붉은 머리를 어렵지 않게 상상 할 수 있었다.
“ 큰일도 아닌데 뭐. 아무튼.. .. 고. 고마워. ”
“ 됐어. 고맙다는 말 들으려고 한 것도 아닌데. ”
놈이 무뚝뚝하게 딴 곳을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부끄러운 듯 볼이 빨개져 있었다.
킥. 짜식, 의외로 귀여운 구석이 있네. 흐흐.
태원이는 병원에 나올 때도 옆에서 부축해주었다.
녀석의 어깨를 붙잡고 절뚝거리며 나오는데 문득 동방에서 부스스한 모습으로 일어나던 모습이
떠올랐다.
“ 그런데 오늘 아침에 왜 동방에 있었어? 어제 집에 안 들어갔어? ”
“ 그게, 집 앞까지 왔는데 집 열쇠를 동방에 두고 온 게 생각났어.
다시 학교로 왔는데 밤도 늦었고 집에 들어가기도 귀찮아서 소파에 누워 잔거지. “
“ 가족들은? ”
“ 삼촌 결혼식 때문에 토론토에 갔어. ”
너의 그 귀차니즘 덕분에 이렇게 깁스 신세가 된 거로군.
“ 집까지 태워줄게. ”
태원이는 안전벨트를 직접 매주며 말했다.
“ 앗, 안 돼. 아직 수업이 한개 남아 있단 말이야. ”
“ 그렇게 다쳐놓고 무슨 수업이야. 그냥 집에 가서 쉬어. ”
“ 싫어!! 학교까지 태워줘. ”
난 끝까지 바득바득 우겼다. 이유야 어쨌든 수업에 빠지면 성적에 지장이 있기 때문이다.
녀석은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며 어쩔 수 없다는 듯 학교 쪽으로 방향을 돌렸다.
강의실앞 주차장에 도착하자 초조하게 벤치에 앉아 기다리고 있는 붉은 머리가 보였다.
붉은 머리는 내 다리를 보곤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
“ 어.. 저기.. 그러니까 그게.. ”
난 어제 저녁에 일어난 해프닝에 대한 건 빼고 아침에 책을 가지러 동방에 간 일..
태원과 마주친 일 등을 말했다. 얘기를 다 들은 붉은 머리의 표정이 순간 딱딱하게 굳었다.
“ 너 태원이랑 같은 동아리였어? ”
합!! 그러고 보니 지금까지 붉은 머리에게 동아리에 가입 한 사실을 말 안했었구나.
의외로 이런 일에 소심한 붉은 머리는 미간을 찌푸리며 태원이를 찌릿 노려보았다.
“ 태원이 넌 왜 말 안했어? 하늘이랑 같은 동아리였다고.. ”
“ 그걸 왜 너한테 말해야 되는데? ”
태원이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 사소한 것까지 일일이 너에게 보고 할 필요 없다는 듯이.
그러나 그런 태원의 말투는 붉은 머리의 성질에 불붙인 꼴이 되고 말았다.
“ .. 뭐? ”
“ 너 하늘이 일이라면 뭐든 네가 알아야 한다는 거냐?
친구면 친구답게 적당히 간섭해라. 다른 사람 보기 별로 안 좋.. “
태원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붉은 머리의 주먹이 녀석의 턱을 날렸다.
녀석은 갑작스런 상황에 피하지도 못하고 주차된 검은 SAAB 옆을 살짝 스치며 나동그라졌다.
“ 태원아!! ”
나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다. 갑자기 왜 또 싸우는 거야?
“ 무슨 짓이야? ”
겨우 몸을 일으킨 태원은 이마를 찌푸리며 붉은 머리를 노려보았다.
“ 다시 한 번 말해봐. “
“ 킥. 하늘이가 너 애인이냐? 왜 그렇게 발끈하고 그래?
.. 너 혹시 내가 하늘이랑 가까워지는 게 두려운 거냐? 그래서 그렇게 안달인 거야? ”
태원이는 일부러 붉은 머리를 더 자극하려는 듯 큰소리로 웃었다.
이미 화가 머리끝까지 오른 붉은 머리는 두 주먹을 불끈 쥐며 태원을 무섭게 노려보았다.
발등의 통증이 발목 위를 타고 올라오며 서있기 조차 힘들 정도로 아팠지만 지금은 그게 문제가 아니다.
태원이 저 녀석 입을 틀어 막아야 한다.
그러지 않았다간 붉은 머리 성격에 큰일을 저지를 것만 같았다.
“ 태원아. 제발 그만해. ”
“ .. 너 한번만 더 지껄이면 두 번 다시 말을 못하게 만든다. ”
“ 키킥.. 내가 정곡을 찔렀나 보군.
너 하늘이한텐 얘기했어? 네가 혼혈이라는 거 말이야. “
.. 붉은 머리가 혼혈.. ?
순간 뒤통수를 망치로 얻어맞은 것처럼 멍해졌다.
“ 하늘이도 네가 혼혈이라는 걸 알면 다른 애들처럼 태도가 변할까봐.
그래서 늘 그렇게 전전긍긍 했던 거 아니냐구. “
그러자 붉은 머리의 얼굴은 머리카락만큼이나 빨개지며 내가 문득 정신을 차렸을 땐 태원이에게
달려들고 있었다.
“ 시끄-러-워---!!!! ”
붉은 머리는 태원의 멱살을 잡으며 또 한 번 세게 주먹을 날렸다.. 퍽!!
태원이의 입술이 터지며 붉은 피가 뚝뚝 떨어진다. 하지만 태원이는 말을 멈추지 않았다.
“ 내가 틀린 말 했어? 넌 혼혈이라는 자격지심 때문에 친구도 제대로 사귀질 못했잖아.
그런 너의 콤플렉스 때문에 하늘이를 옭아매려는 하는 거라구!! “
“ 입 닥쳐!! ”
놈의 말에 이성을 잃은 붉은 머리는 다시 태원이를 일으키며 몇 번이나 얼굴을 과격했다.
“ 아악! 그만해. 제발 그만하란 말이야!!! ”
난 붉은 머리에게 달려가 팔을 붙잡고 늘어졌다. 이대로 뒀다가 태원이가 죽을 것만 같았다.
" 시끄러워. 네 놈이 나에대해 뭘 안다고 그래.. .. 네 놈같은 놈들 때문에 내가.. .. "
멈칫.
태원이가 기절할때까지 멈추지 않을 것 같던 주먹질이 붉은 머리의 말끝이 흐려지며 그의 코 앞에서
멈췄다. 붉은 머리는 고개를 푹 숙인 채 분을 삭이려는 듯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아아.. 다행이다.
난 그제야 붉은 머리의 팔을 놓으며 조심스럽게 태원이에게 다가갔다.
얼굴을 많이 맞았기 때문에 상처가 있을까 걱정되었다.
“ 태원아.. 괜찮아? ”
“ .. ”
태원이는 대답 대신 입을 반쯤 벌린 채 멍한 눈으로 붉은 머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태원이의 얼굴 위로 이슬 같은 게 번져 있었다.
이게 뭐지.. ?
하며 얼굴을 닦아 주려는 순간 내 손등위로도 방울이 톡 떨어졌다.
.. 이건..
난 천천히 고개를 돌려 붉은 머리의 얼굴을 살폈다.
붉은 머리는 태원의 몸 위로 얼굴을 떨군 채 큼직한 눈물을 후두둑 떨어트리고 있었다.
.. 처음으로 나와 태원이는 붉은 머리의 눈물을 보고 있었다.
한동안 무거운 정적이 감돈다.
우린 아무 말 없이 잔디 위에 앉아 있었다. 누구도 지금의 침묵을 깨트리길 꺼려했다.
다친 발등이 시큰거리며 아팠지만 더욱 아팠던 건 붉은 머리에 대한 것들이었다.
늘 강하고 당당하기만 했던 붉은 머리에게 내가 모른 콤플렉스가 있었다는 사실..
그리고 그걸 숨기고 싶을 만큼 힘든 기억이 있다는 것이 너무 가슴 아팠다.
태원도 홧김에 그런 얘길 한 것에 대해 후회하고 있는 듯 보였다.
그는 붉은 머리가 절대로 밝히고 싶지 않았던 가장 큰 상처를 건드리고 만 것이다.
입술 아래로 붉은 피가 툭.. 툭.. 떨어지고 있는데도 닦지 않고 내버려뒀다.
고등학교 때 어느 책에서 봤던 내용이 문득 생각났다.
용이란 생물은 잘 친해지기만 하면 사람이 등에 탈수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목을 따라 내려오는 비늘 중에 거꾸로 박힌 비늘, 즉 역린(逆鱗)을 건드리게 되면 용은 이성을
잃고 날뛰며 그 사람을 죽이고 만다는 것이다.
.. 그랬다.
붉은 머리에게 있어서 ‘혼혈’이라는 사실은 그렇게 역린(逆鱗)처럼 절대 건드려선 안 되는 부분이었던
것이다.
얼마나 지났을까.
무슨 생각을 하는지 붉은 머리가 벌떡 일어나며 차갑게 말했다.
“ 이태원, 너 하늘이 데리고 가. ”
“ 싫어. 안 가. ”
내가 대답했다.
지금 너에게 할 말이 산더미 같은데 그냥 가 버리라구?
금방이라도 끊어 질 것 같은 구름다리 위에 위태롭게 서 있는 널 두고 어떻게 가라는 거야.
하지만 붉은 머리는 내 의사와는 상관없이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걸어갔다.
난 간신히 몸을 일으켜 절뚝거리는 다리로 붉은 머리를 따라갔다.
그리고 그녀의 팔을 붙잡으며 애처롭게 말했다.
“ 가지마.. 하수야.. ”
그러자 붉은 머리가 멈칫했다. 하지만 날 보지 않으려는 듯 그대로 등을 돌리고 서 있었다.
“ 너 지금 가면 나 두 번 다시 너 안 볼 거야. ”
“ .. 상관없어.. 이젠 아무래도 좋아. ”
붉은 머리가 차갑게 대답한다.
하지만 난 알고 있다. 그건 절대 붉은 머리의 진심이 아니라는 걸.
“ 거짓말 ”
난 붉은 머리의 등에 대고 외쳤다.
“ ... ”
“ 하수 너 진짜 바보다. ”
“ .. 뭐가? ”
“ 혼혈이라는 게 어때서? 너 피의 절반에 다른 인종이 섞여 있다는 거?
피부색이 다르다는 거? 그래서 너 한국사람 아니야?
네가 혼혈이라는 걸 알게 됐다고 우리 사이가 왜 어색해져야 하는데? “
“ ... ”
“ 바보야.. 그런 것 때문에 스스로 자책할 필요 없어.
지금 너의 부모님이 아니었다면 넌 태어날 수 없었어.
부모님이 서로 다른 인종이라고.. 외모가 다르고 국적이 다르더라도..
네가 태어났다는 거.. 그로 인해 너를 만날 수 있었다는 것에 대해 난 감사해. “
묵묵히 얘기를 듣던 붉은 머리는 내 손을 놓으며 천천히 사라져버렸다.
집으로 향하는 차안에서도 태원과 나는 침묵을 지켰다.
붉은 머리에게 맞은 녀석의 아랫입술이 심하게 부어올랐지만 그 일에 대해선 불평하지 않기로 한 것
같다.
마을 입구에 들어설 때 쯤 주머니에서 뽀롱하고 문자메시지 도착을 알렸다.
핸드폰을 열어보니 붉은 머리에게서 문자가 왔다.
문자를 보면서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나왔다. 얘가 새삼스럽게..
짧지만 그 한 마디로 모든 의미를 포용할 수 있는 문자였다.
[ 고마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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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 옥이입니다.
오늘은 붉은 머리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합니다.
하인스워드나 다니엘 헤니가 이슈가 되기 전.. 인간극장에서 어느 혼혈 부부에 대한 이야기
를 본적이 있습니다. 한국에서 혼혈로 태어나 살아간다는 게 얼마나 힘든지 .. 그걸 보며
너무나 안타까웠습니다.
우리 한국 사람들의 큰 단점이라고나 해야 할까요.
외국 사람들에겐 굉장히 친절하고 관대하면서도 혼혈에게는 그러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혼혈도 같은 한국 사람인데.. 왜 그들은 그런 차별을 받아야 하는 건지.. 정말 안타까웠습니
다. 그래서 그냥 재미로 웃고 보는 이야기보다는 읽고 나서 뭔가 하나라도 깨달을 수 있는
그런 글을 쓰고 싶었습니다. 하늘이편이 끝나고 하수편이 되면 혼혈,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 올 거예요. 혹시나 제 글을 읽고 그들에 대한 인식이 조금이나마
바뀐다면 저의 가장 큰 보람이 아닐까 싶습니다. ^^ 끝까지 재밌게 봐주시기 바랍니다.
첫댓글 전 왜 이렇게 철이 덜든건지.;; 달콤한 초콜릿님의 꼬릿말을 보니....
소심한얍삽녀님 감사합니다^^ 후후.. 첨에 뭐라고 쓰셨길래.. ^^;; . .
차마 ....무지 창피합니다.ㅠ_ㅜ
하수가 혼혈이었군요..전 그냥 머리 염색한줄로만..하하. 정말 혼혈인도 우리나라사람과 같은사람인데..좀 꺼려한다는거 티비에서 많이봤어요.. 전에 티비에서 혼혈인들이 차별때문에 그것도 꼬마애들이 많이 힘들어하던데 하인스워드를보고 당당하게 나설수있다며 고맙다고 아이들이 말하는 프로를봤거든요.. 정말 안타까운현실이죠...
달콤한초콜릿님 감사합니다. 저도 그게 참 안타깝다고 생각합니다.. 하수의 머리색깔이 왜 붉은 색깔인지.. 그 이유는 나중에 하수편이 되면 밝혀질겁니다. ^^;
오늘은 옥이님의 강의를 들은 기분이 드는걸 왜일까요;; 혼혈인에 대한 그런 깊은 생각을 가지고 계신줄 몰랐어요~ 물론 붉은머리 하수가 혼혈이었다는 점도 놀랐지만요^-^ 항상 능청스러웠던 태원이의 저런모습 낯설어요>_<~ㅎㅎ 하수편도 많이 기대가 됩니다~ 건필하세요>_<
아로님 감사합니다^^ 강의하거나 할 생각은 없었는데 그래도 여러분들이 이렇게 공감 해주시는 기쁠 따름입니다 ^^
왠지 마음이 아프군요. 잘 생각하지 않았던 부분이라.. .. 하수가 혼혈이었군요. 얼른 하수편도 보고 싶은 생각이 드네요 ^^
bc코드님 감사합니다^^ 우리나라에선 혼혈이 신비적.. 아니면 이국적인 느낌이 강한데요.. 하수를 통해 그런 분위기를 없애고 싶었습니다^^ 계속 재밌게 봐주세요.
빙누님의 오늘 소설은 그냥 소설인것만이 아닌 커다란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감명깊은 글이군요..맞아요..지금은 많이 나아졌다고 하지만..여전히 우리가 알지못하는 단편에서는 여전히 다른인종의 피가 섞였다는 이유만으로 갖은멸시와,불리함을 받고 살아가는 혼혈아들이 많이 있죠..그부분도 그렇지만..자신의 인종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고 미워하고 질타하고 몰아내려하는 애국심을 빙자한 이기심과 삐뚤어짐또한 그냥 쉽게 쉽게 치부해서는 안될점이라고 생각합니다.예를 들자면 외국인 이주 노동자들이라고 할수있죠^^너무 무거운 얘기만 했나요?ㅋ하수 마냥 밝고,솔직한 그녀로만 알았는데..^^빙누님 담편도 원츄
이치고 이치에님 감사합니다. 외유내강.. 사실 하수는 그 반대예요. 사실 너무나 약한데 많은 힘든 일을 통해 일부러 강한척 하는 거랍니다. 오랜 힘든 생활을 통해 자신을 방어하는 방법을 그렇게 배운거죠. 암튼 끝까지 재밌게 봐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