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항 가는 길] 08
1. 1층 가게. 밤.
-혼자 앉아서 핸드폰으로 경기 보는 진석의 뒷모습.
그 뒤로 조용히 걸어 들어오는 수아. 홀을 지나 2층으로.
2. 2층 작업실 앞 계단/ 작업실 안. 밤.
한 칸 한 칸 올라가는 수아. 가다가 서다가. 다시 가다가. 길게 느껴지는.
문 앞에 도착했다. 손을 올려서 노크하려다가 들숨. 날숨. 천천히 ‘똑’. 쉬고. ‘똑’. 두드린다.
-도우, 맥주 마시며 수아사진 보다가 고개 돌린다.
-문 앞의 수아.
도우 : (E) 현우? 문 열려 있는데.
수아 : (긴장. 가만히 서 있는다)
잠시 후 문이 열린다.
도우, 놀라서 수아를 본다. 안으로 확 잡아당기면서, 쿵 문이 닫히고, 철컥 잠기는 소리에서. (1회 엔딩)
카메라 주욱 빠지면서 보여지는 계단. 그리고 홀을 보면, 앉아있는 진석의 뒷모습.
3. 거실. 영숙집. 밤.
-효은이 방을 열어보는 미진. 효은이 자는 것 확인하고.
-혼자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미진 : 살다 살다 박진석 본가를 다 들어와 보네.
-부엌방 열어보는데, 옷더미에 쑤셔 박혀있는 인형.
미진, 어이없다는 듯.
미진 : 뭐야. 이거 내가 선물한 거잖아. 미친놈. 내가 준 것도 기억 못할 거다. (쓰레기통에 갖다 버린다)
하는데. 삐삐삐삐 문 열리는 소리.
화들짝 놀란다. 거실로 나가서.
미진 : 수아니..? (아니면...)
문이 열리자, 얼른 바닥에 엎드리는 미진. 나름 숨는다.
제아 : (소리) 누구..세요?
미진 : (고개 든다)
제아 : 누나, 여기 왜 있어?
4. 1층 가게. 밤.
진석, 현우가 있는 바 쪽으로.
진석 : 여기 계산했나?
현우 : 아뇨.
진석 : (계산한다. 하면서 위층을 보며 슬쩍) 위에... 서도우씨라고.. 있다고.
현우 : (누구?)
진석 : 아까 같이 온 여자분이 괜한 소리 했을까 봐서.
현우 : 집적거리시는 분이라던데.
진석 : (헉. 짐짓 태연) 누가 누굴... 나 참, 처음 보는 여잔데.
조용히 맥주 한잔 하러 왔다가 봉변을 당하네. (얼른 계산하고 나간다)
현우 : (위층이 신경 쓰일 뿐. 계단 쪽 보며)
5. 1층 가게 앞. 밤.
진석이 나오자 2층에 불이 꺼진다.
돌아보는 진석, 2층을 올려다본다. 컴컴.
진석 : 아무도 없나본데?
6. 2층 작업실. 밤.
어두운 실내.
달빛에 형체만 보이는 수아와 도우. 벽에 기대어 키스하고 포옹하는.
7. 거실. 영숙집. 밤.
효은이 상태를 살펴보는 제아.
미진 : 수아가 응급처치는 했더라. 약 먹이고. 속 진정시키고.
제아 : 우리 누난 어디 간 거야?
미진 : 모르겠는데.
제아 : 미진누나 있음 있다고 얘길 하지. 아, 진짜. 결정적인 순간에 달려왔잖아.
미진 : 어떻게 결정적인 순간에 달려오냐... (쯧쯧쯧)
제아 : 뭘 생각하는 거야?
미진 : 좋을 때다.
제아 : 게임하다 왔는데.
미진 : (앗!) 그니까 게임.
제아 : (쯧쯧) 누난 결혼부터 하세요.
미진 : 거기서 결혼얘기가 왜 나오니? (주섬주섬 챙기며) 너 왔으니까, 나 가!
제아 : 누나가 있어! 나 다시 가게.
8. 병실. 정형외과. 밤.
잠이 오지 않는 영숙. 끙끙 거리며 부은 다리 때문에 괴로워한다.
문 앞에서 소리가.
진석 : (소리) 수술은 잘 됐나요?
간호 : (소리) 네. 잘 됐습니다. 10분 정도 면회 가능한데.
진석 : (소리) 아닙니다. 주무실 텐데.
간호 : (소리) 주무시나?
진석 : (소리) 저 왔다갔다고 얘기 꼭 전해주시구요.
영숙 : (소리 듣고) 썩을.. (아구구구구구 다리야)
9. 주방. 영숙집. 밤.
라면 먹는 제아.
제아 : 으아아악. 뭔 라면이 이렇게 맛있어? 누나 뭐야?
미진 : (그 정도 가지고) 됐지? 삼촌이 조칼 지켜야지. 누나 곧 올 테니까 난 일어난다.
제아 : 울 누나는 이 시간에 어딜 간 거야? 시어머니 아프시다는데, 거기 갔나?
미진 : ...
#헐레벌떡 나가던 수아.
미진 : 니 누나야. 최수아. 정의로운 일로 나갔을 거야.
제아 : 걱정되니까 그렇지.
미진 : ...
제아 : 어지간해선 효은이 두고 집 비울 사람 아닌 거 아니까.
미진 : (일어서서 나가려고)
하는데, 문 열리는 소리.
미진 : 왔다 왔어!
제아 : 누나, 왜 그렇게 난릴 치구 나가서..
하는데, 둘 앞에 서 있는 진석.
진석 : (뜨악하게 보며) 둘이 여길 왜 있어?
제아 : 어 매형... (이걸 어쩌나) 어떻게 여길..
진석 : 병원 가서 어머니 뵙고. 근처잖아. 미진씬 여기 왜 있어요?
미진 : 나야 수아 만나러.. (아차)
진석 : (제아와 미진을 찬찬히 번갈아 본다)
미진 : 말두 안 되는 상상하지 마시구요. 수아가(하는데)
제아 : (얼른) 누나 가양동에 있어요. 오늘 내가 효은이 보는 날이라서, 시간 생겼다구 갔더라구요.
미진 : (그럼 난!)
제아 : 미진이 누난 수아누나 여깄는 줄 알구 왔다가 어긋난 거구. 간다는 걸 내가 그 유명한 쏭라면 얻어 먹겠다구..잡았잖아.
미진 : (천연덕) 라면 끓여주면 지 친구 소개시켜준다잖아.
제아 : (내가 언제?)
미진 : 어찌나 고맙든지. 제아야. 열 살 아래까지는 커버돼.
제아 : 누나 미모면 완전 가능하지. 하하하하.
진석 : (이것들이..)
제아 : (주섬주섬) 매형...왔으니까 전 가보겠습니다!
진석 : 있어있어. 내가 가야지. 미진씨도 나가고. (같이 가자)
미진 : (같이 갈 생각 없다)
제아 : 매형! (진지) 효은이 지금 아파. 아픈데 아빠가 같이 있어야지.
진석 : 그럼 애 아픈데 니 누난 가양동 간 거야?
제아 : 아니지. (잽싸게) 나아서 갔는데 다시 아프다가 나아..졌지(미진 본다)?
진석 : 오라구 해.
미진 : 박기장님. 지금 시간이 몇 신데. 효은이 안 그래도 아빠 본 지 오래됐다구 섭섭해하더만.
제아 : (이렇게 고마울 수가. 거든다) 학교서 축구부도 못 들어가고 쌓인 거 많은데, 좀 들어줘요. (이미 신발 신었다) 전 갑니다!
미진 : 제아야 하던 얘기 마저 해야지? (헐레벌떡 나간다)
진석 : (그런 미진을 본다)
미진 : (나가면서 살짝 보고)
10. 동현관. 영숙아파트. 밤.
나오는 제아와 미진.
제아 : (기도하듯) 누나 가양동에 있을 거야.
미진 : (그럼 그래야지) 그럴 거야. 그래야지.
제아 : (미진 보지도 않고 핸드폰) 누나 들어가요.
미진 : (마찬가지로 핸드폰만 보며) 어 그래.
각자 다른 방향으로 가면서 부리나케 전화.
제아 : (수아번호 누르며) 최수아. 전화 받아. 받아!
미진 : (수아가 전화 받지 않자 문자 보낸다. 수신인 최수아) (문자소리) 얼른 가양동으로 가. 니 남편 시댁으로 들이닥쳤어.
연락 좀 해. 무슨 일인 거야? (전송하자마자 바로 전화가 온다! 박기장이다. 떨떠름) 왜?
진석 : (E) 너, 제아랑 무슨 사이야? (열 받았다) 맥주집 끌구 간 게 누군데 바람 쐰다구 나가서... 지금 남의 집에서 뭐하는 거야?
미진 : 내가 바람 쐬다 친구 보러 가든 말든! 넌 남자랑 여자랑만 있음 다 그렇고 그런 사이니?! 니 집구석이나 걱정해!
(확 끊어버린다)
11. 거실. 영숙집. 밤.
미진이 전화 끊어버리자 열 받은 진석. 다시 전화하지만 받지 않는다.
그때 안에서 “물... 물...” 하는 효은이 소리.
12. 효은방. 영숙집. 밤.
물컵을 들고 옆에 앉는 진석.
진석 : 박효은. 물.
효은 : (곤히 잔다)
진석 : (컵 책상 위에 올려놓는데)
효은 : (자면서 잠꼬대) 엄마...
진석 : (본다) 니 엄마 가양동 갔댄다. 이 밤에 집엘 왜 가. (설마) 나 보러? ..끔찍하다.
효은 : (잠꼬대) 엄마...외할머니...
진석 : (본다) 1순위.
효은 : (잠꼬대) 할머니...삼촌...애니언니...
진석 : 2순위. (기다린다. 끝내 아빠는 안 나온다)
효은 : (잔다)
진석 : (자는 애한테 버럭) 너 장난하냐?
13. 1층 가게. 새벽.
의자들 모두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고. 마지막 정리까지 끝낸 현우. 2층 쪽을 올려다본다.
체념한 듯, 소등하고 가게를 나간다. (퇴근)
14. 수아집 앞. 새벽.
미진, 수아네 집에 올라가서 벨을 눌러본다. 역시나 아무도 없다.
15. 2층 작업실. 새벽.
어두운 실내. 앉아있는 둘.
도우가 스탠드를 톡 건드리면, 환해짐과 동시에 수아 고개를 푹 숙인다. 툭 건드려 끄면 고개 들고. 자동이다.
재밌는 도우. 스탠드 끄고. 수아의 머리 쓰다듬는다.
-같이 소파를 창 앞으로 민다.
-우유가 담긴 머그잔에서 모락모락 김이 나고.
도우, 머그잔을 커피머신에 아래에 놓고. 캡슐 넣고 버튼 눌러 커피 내린다. (카푸치노)
-나란히 앉아 커피 마시며 전망을 바라보는 둘.
도우 : 바라는 거 없어요?
수아 : 아무것도 안 바뀌었음 좋겠어요.
도우 : (본다)
수아 : 어제처럼, 내일도 모레도 다 똑같았으면 좋겠어요. 도우씨도 그대루고. 모든 게 다.
도우 : ...그렇게 될 거예요. (머그잔 내려놓는다)
수아 : (본다)
도우 : 내가 믿는 것 중에. 큰 사랑을 받아본 사람은, 어떤 시련이 닥쳐도 담담해질 수 있다는 거거든요.
지금, 이 순간 잊지 말아요. ...두고두고 힘이 될 거예요.
수아 : ...
도우 : (수아 어깨에 손 올리고 안는다)
수아 : (복잡한 심정으로 보다가 속으로. 소리) 조종실에서 본 밤하늘. 알래스카의 연어맛. 시드니의 맥주 한잔.
두바이사막의 해질녘. (살짝 도우의 옆모습)
도우 : ...
수아 : (혼잣말 소리) 그리고... 지금. 여기. 2층에서의 여명.
둘이 아침을 맞는다. 평생 잊을 수 없는 아침이.
-사이.
혼자 남은 수아, 옷매무새 만지고 창밖을 본다. 핸드폰을 켠다. 미진의 문자 확인. 그런데 표정이 차분.
16. 1층 가게 앞. 새벽.
뿌연 새벽. 먼저 나가 서 있는 수아. 도우를 본다.
문을 잠그고, close푯말로 돌려놓는 도우.
도우, 세워져 있는 차 쪽으로. 일부러 조금 거리 두고 걸어가는 수아.
17. 차 안. 새벽.
안개로 시야가 뿌옇다.
달리는 차 안에서 아무 말이 없는 둘.
18. 거실. 미진집. 새벽.
소파에서 잠이 든 미진. 부스스 눈을 뜬다.
미진 : 몇 시야? 수아 얜..(하고 핸드폰 확인해보니)
수아 : (문자소리) 가양동으로 갈게. 고마워.
미진 : (벌떡 일어나 전화한다. 받자마자) 너 어디야.
수아 : (E) 다 왔어. (끊는다)
미진 : 야! 야!
19. 차 안. 수아아파트 앞. 새벽.
아파트 단지입구. 큰 길가에 차를 세운다.
수아 : 이젠 어떻게 되는 거죠?
도우 : ...2무사이죠.
수아 : (이 와중에 실소가)
도우 : 달라진 거 없어요. 맘 편하게 먹고. 정 불편하면..
수아 : ...
도우 : 거짓말해요. 스스로에게도 다른 사람에게도. ...아무것도 아닌 거라구.
수아 : (본다)
20. 길가. 수아아파트 앞. 새벽.
단지 밖으로 뛰어나오는 미진. 수아가 못 보던 차에서 내린다.
놀란 미진. 차 있는 쪽으로 달려간다.
차는 떠나고. 질주하는 미진. 수아 옆을 지나쳐 차 따라서 달린다!
놀란 수아.
미진 : (차를 향해 달려간다) 너 누구야! 누구냐구! (당연히 못 따라가지 멈춰서 돌아본다. 수아 보며) 남자야! 저거 남자니?
수아 : (어이가 없는지) 너 차 따라잡니? 무모하다 무모해.
미진 : 웃음이 나와? 지금 너! (수아 쪽으로 달려와서는 마구 때리며) 무모? 니가 무모하지. 최수아!
21. 현관. 수아집. 새벽.
신발도 벗지 않고 웅크리고 앉아있는 수아.
딩동딩동 벨이 울린다. 응답하지 않자.
미진 : (소리. 차분) 문 열어.
수아 : (일어나서 문 열자)
미진 : (들어온다)
22. 주방. 수아집. 새벽.
식탁에 앉은 미진과 수아.
미진 : 그 남자랑 있었던 거야?
수아 : (끄덕)
미진 : 내가 아는 사람이야? 알 만한 사람?
수아 : (거짓말. 절레절레) 너 모르는 사람.
미진 : 너는 아는데. 내가 모르는 사람이 어딨니?
수아 : ...있어.
미진 : 어떤 사이야.
수아 : (또 거짓말) 아무 사이 아냐. 아무것도 아니고. 그 사람은 나한테 관심도 없고...
미진 : ?
수아 : 그냥...그냥.. (울컥) 내가... 너무 좋아해. 미진아... 내가 너무.. (말을 잇지 못한다)
미진 : (헉. 그저 놀람. 아무 말도 못한다) 누구야.
수아 : 아~무것도 아냐. 아무것도. 정말 아~무것도. 아까 내가 한 말은 실수! 그럴 수 있잖아! 실수! 그냥 나 혼자 이래.
미진 : 그래. 실수라 치고. 백년 만에 본 사람이라 치고. 누군데?
수아 : 알던 사람이야. 예전부터.
미진 : 결혼 전에?
수아 : 그때 알았음... 지금 내가 이렇게 쭈그리구 니 앞에 앉아있을까?
미진 : 몰랐다는 거네.
수아 : 그만하자.
미진 : (자리 잡고 앉더니) 우리 오랜만에 남자 얘기 좀 해볼까?
수아 : 미진아, 그만.
미진 : 요즘 나한테 들러붙는 남자가 있어..
수아 : ?
미진 : 유부남이야. 어떻게 생각해?
수아 : 관둬.
미진 : (미소 지으며) 그치? 애당초 유부남은 상대하는 게 아니죠? 아주머니?
수아 : ...응. 만나지 마.
미진 : 세상에, 제일 믿을 게 못 되는 게 집적거리는 유부남이야!
유부남에겐 마음이 없어! 유부남은 그저 ‘다른 여자’가 필요한 거야. 아직까지 내가 쓸 만하다는 자신감 하나 얻으려구!
결정적인 순간이 오면 겁먹구 내빼구.
수아 : 모두가 그렇지만은 않아. (고개 숙이자)
미진 : (헐) 게다가 유부야? 잠깐만, 니 주변에 유부면 빤하잖아.
수아 : !
미진 : 현주언니 남편! 창훈선배!?
수아 : 미쳤어! 언니 남편을!
미진 : 야! 알고 보면 다 건너건너야!
수아 : (쿵! 후덜덜) 아무것도 아냐. 그냥 나 혼자 이래... 아무것도 아냐. 아무것도 아니게 될 거야, 제발.
미진 : (정말 일 생긴 거 맞네)
23. 현관. 동아파트. 새벽.
엘리베이터 열리고 미진이 나온다.
차안에서 이 모습을 본 진석. 차문 열고 나가려는데 미진 뒤로 수아가 나온다.
그대로 있는 진석.
미진이 수아에게 짜증내고. 수아는 말을 들으려고 하지 않는 듯 돌아서고
둘이 갈라서서, 미진은 자기 집으로 수아는 차 타러 가는 거 본다.
진석, 둘 보다가.
진석 : (송미진에게 전화 건다) 둘이 뭐야?
미진 : (E) 제아랑 나? 또 뭐?!
진석 : 아니. 최수아랑 너. 왜 새벽까지 싸우구 난리야.
미진 : (현관문 열고 나온다. 현관 나와서 수아 없는 거 확인하고. 두리번. 진석의 차 찾아내더니) 어. 내가 인생 상담을 했거든.
유부남이 자꾸 술 먹자 그래서 짜증난다구.
진석 : ...
미진 : 그랬더니 수아가 저렇게 난리네. (손 흔들고 집으로 들어간다)
진석 : (미진 들어가는 거 보더니) 송미진. 내가 그럼 놀랄 줄 알았냐? 넌 니 입으루 나와의 관계 최수아한테 절대 얘기 안 해.
...넌.. 우정이 먼저야. (차에서 내린다)
24. 소월로 전경. 아침.
25. 1층 가게. 아침.
주방에서 야채 다듬는 현우.
현우 : 새벽에 시장 가서 장 봤어... 아직두 둘이 있음..
도우 : (농담) 왜 아침이라도 해주게?
현우 : 어.
도우 : (놀람)
현우 : 애니 일두 그렇구. 어머니 돌아가시기 전에 팥죽 대접한 것두 그렇구.
그 정도 우연이면 누구라도 그 사람을 다시 보게 되지 않을까?
도우 : ...
현우 : 애니에 어머니에, 우주가 온몸 바쳐서 엮으려고 난린데... 누군들 배겨날까.
새벽시장에서 그런 생각이 들더만.
도우 : 이해는 기대도 안 했는데...
현우 : 우리 엄마아빠 쌍으루 바람나서 인생 망한 건 나밖에 없어. 자식이 무슨 죄야.
그래서 아줌마 아저씨 연앤 지구 끝까지 반대였는데... 우리 엄마아빠도 그때 그럴 수밖에 없는 상대였겠지?
아, 우리 엄만 아니다. 바루 헤어졌으니까.
도우 : (본다)
현우 : 죽어두 이해 못할 걸 이해하고, 용서하구 사는 게 좋은 건지 뭔지는 모르겠는데 편하긴 해. 맘 편한 게 최고지 뭐.
도우 : ...
하는데, 운동복 차림으로 헐레벌떡 들어오는 지은. “도우야! 도우야!”
지은 : 운동가는 길에 열 받는 전활 받아서. 같이 일하기로 한 큐레가 갑자기 관둔다는 거야.
너 걔 알지. 미연이. 걔 미친 거 아니니? 누가 지 실력 좋아서 같이 한대? 이혼하구 집안에서 빈둥거리는 거 못 보겠다구.
그 집 오빠가, 너도 알잖아 재연이형. 부탁해서 꽂아준 건데. 어디 튕겨.
둘 : (시큰둥)
지은 : 도우님, 같이 가주세요. 오늘 가야 된단 말야!
현우 : 의리도 없고 쫀심도 없고..
지은 : 제발 부탁이야. 니가 해줌 우리 엄마 완전 좋아할 거야. 초장부터 큐레한테 까였단 얘길 어떻게 해!
도우 : 안목, 실력, 인맥 최고인 사람. 있어.
지은 : 누구?
26. 전시실. 도우집. 아침.
깨끗한 면으로 전시유리를 닦는 혜원. 전문적이고 정성을 다하는 손길.
핸드폰이 울린다. 보는 혜원. 지은이다.
27. 도우집 앞. 아침.
차 트렁크에서 짐을 꺼내는 도우. 그 옆으로 오는 혜원. 짐 내리는 것을 도와준다.
도우 : 괜찮아. 석이 형 올 거야..
혜원 : 지은씨한테 전화 왔었어. 날 강력 추천했다구.
도우 : 일정은 돼?
혜원 : 응. 근데... 왜 난 이상한 생각이 들지. 멀리 날 보내고 싶어한다는.
도우 : (짐 내리면서, 단호) 그럼 가지마. 땜방처럼 가는 걸루 보일 수도 있구. 난 추천해달래서 추천해줬을 뿐이야.
잘 선택해서 해. 그쪽이 필요한 건 당신이야.
혜원 : 해야지. 관심있는 쪽인데. 일할 때가 맘이 젤 편해. (짐 내리고 손 탁탁 털며) 일은... 배신하지 않거든.
도우 : ...
혜원 : 추천 고마워. 이건 진심이야.
28. 도우서재. 도우집. 아침.
가져온 짐들을 대충 쌓아놓았다.
석 : (은희의 소원리스트를 죽 본다) 여기. 여긴 내가 갈게. 간만에 인사도 할 겸. 어르신 소식도 전할 겸.
도우 : 그래주면 고맙구.
석 : 작품들이야 모으면 되는데, 도대체 여기가 어디라는 거야?
도우 : 동백꽃이라고 하는 거 보면 남쪽지역인 건 확실한데..
석 : 바다도 보이구. 해남인가?
도우 : 거길 어머니랑 가봤나? 어머니랑 같이 다녔던 곳 위주로 가봐야지.
석 : 언제부터 가려구?
도우 : 글쎄.. (창밖 보더니) 날씨 조오타~
29. 거실. 영숙집. 아침.
효은이 방문 앞에 서 있는 수아.
효은 : (E) 아프다고 하면 되잖아!
수아 : 안 아픈데 어떻게 아프다구 해! 너 갑자기 왜 이래?
효은 : (방에서 나온다. 고개 숙이고. 음울) 학교 잘 ‘안’ 다녀오겠습니다.!
투덜거리고 현관문 쾅 닫고 나가는 효은.
수아, 신발 신고 따라 나가려는데 전화가 온다. 받을까 말까 하다가 받는다.
미진 : (E) 그 남자 누구야?
수아 : 나 바빠 미진아.
30. 공항버스정류장. 아침.
승무원복에 트렁크 앞에 놓고 공항버스 기다리며 전화중인 미진.
미진 : 누군지 내가 기어코 맞춘다. 맞추면, 관둬. 내가 가만 안 둬.
수아 : (E) 조심히 잘 다녀와. 박기장님 잘 챙겨 주구. (끊는다)
미진 : 나 보구 지 남편을 챙기라구..?
31. 효은방. 영숙집. 오전.
효은과 한바탕 전쟁을 끝낸 뒤. 수아, 어질러진 방 정리하는데. 문자.
도우 : (문자소리) 날씨도 좋은데, 차로 한 바퀴 휘 어때요?
-사이. 효은책상 위에 거울. 로션 몇 개 죽 보다가
수아, 트렁크 열어서 승무원 파우치 꺼낸다. 파우치 안에서 나오는 화장품들. 립스틱, 아이라이너 등등.
립스틱 바르는 수아.
32. 길. 오전.
버스에서 내리는 수아.
앞으로 도우의 차가 서 있다. 차 안에서 수아를 보고 있는 도우.
어색하게 도우 쪽으로 걸어가는 수아. 오른손을 살짝 들어 인사하려다 무안한 듯 올린 팔 얼른 내리는데,
오른손 팔목에 비취색 끈목이 보인다. (도우가 애니에게 주려고 만든. 1회 기내에서 머리 묶으라고 줬던)
도우, 수아의 팔에 있는 비취색 끈을 봤다. 기분 좋게 미소 짓는다.
수아가 차문을 열고 탈 때까지 시선을 떼지 못하는 도우.
-둘을 태운 차가 달린다.
33. 마당. 옻칠장인 작업실. 경기도 어딘가. 오전. (7회에 나왔던 정택노인)
-마당에 옻칠한 작품들. (나전칠기) 듬성듬성 보이고.
-나무 옮겨주는 도우. (힘들고 어려운 일)
정택 : 아고.. 아침 댓바람부터 달려와서 귀찮은 거 다 해주네.
도우 : 더 없으세요?
정택 : 많지. 그것들 사포질 좀 해봐.
도우 : (사포질한다)
그때, 낑낑거리며 리어카에 목재 싣고 나타나는 수아.
정택 : 여자가 힘이 장사네.
수아 : (승무원 미소, 톤) 더 시킬 일 없으십니까?
도우 : (웃음)
34. 툇마루. 옻칠장인 작업실. 낮.
막걸리 내는 정택.
정택 : (수아에게도 한잔 따른다)
수아 : (마시더니 놀람. 조용히 도우에게) 맛있어요.
도우 : (기분 좋다) 간만에 일다운 일 했더니 좋은데요. 뭐 좀 한 거 같구.
정택 : 니가 어려서부터 눈앞에 바로바로 결과물을 보고 커서 그래.
억지루 살 거 없어. 니 어머니가 너 그렇게 키우지도 않았는데.
수아 : (본다)
도우 : 저 정도면 하고 싶은대루 다 하고 살았죠.
수아 : (슬쩍 핸드폰으로 시간 본다)
도우 : (수아가 시간 확인하는 거 봤다. 슬슬 일어나며) 어머니께서 줬다 뺏어서 죄송하다구..
정택 : 줬다 나누는 거지. 은희가 너 낳구... 골무, 단추, 백여개 만들어서 사람들한테 죽 돌렸어. 덕분에 좋은 아들 만난 거라구.
도우 : (미소)
정택 : 사람들한테 잘하구, 세상에 잘하면 도우 너두 잘될 거라구 믿구 산 사람이야.
수아 : (새겨듣게 되는)
도우 : 열심히 살아야죠.. 어머니가 선생님께 작품을 많이 드렸더라구요.
정택 : 처지가 비슷했거든. 난 법공부 하고 잘 나가다가 이거 하겠다고 늦게 덤볐구. 니 어머니는 부모 몰래 조각보에 맛 들어서,
손으루 하는 건 죄다 섭렵하더니 매듭으루 정착했구. 당시 사람치곤 참 용감했어.
도우 : (웃음)
정택 : 그 뒤로... 너두 알잖냐. 다시 엄격하게 살아온 거. 누구 며느리루, 인간문화재루.
원래 그런 애가 아니었는데... 들로 산으루.
도우 : ...
#항상 호미질을 하시던 어머니. 햇살 속, 밝고 환하고 기분 좋아 보이는.
도우 : 두 분이 참 오래 친하셨어요.
정택 : 그럼. 우리 우정이야 담백하지.
수아 : ...
정택 : 이게 은희 소원 같지가 않다.
도우 : ?
정택 : (웃음) 너 이런저런 사람도 만나보고. 여기저기 돌아도 다녀보고. 좀 다르게 살아봐라... 그런 거 아니겠냐?
도우 : (끄덕끄덕 하다가 슬쩍 수아 본다)
수아 : (시선 의식. 한입 더 마시고 내려놓고 도우 본다)
정택 : (두리번) 얘가 가지고 오라니까. 여 잠깐만 있어봐. (뒤쪽으로 간다)
수아와 도우만이 툇마루에 걸터앉아.
수아 : (갑자기 어색)
도우 : (수아가 어색해하는 게 보인다. 웃음이)
수아 : ..
도우 : 여기 좋죠.
수아 : 어려서 이런데서 살았어요. 들로 산으루 뛰어다니면서.
도우 : ? 어디 출신인데요?
수아 : 제주도요.
도우 : (놀람)
수아 : 요즘엔 제주도 많이 가잖아요. 울 엄마 때는 제주도 가서 산다면 다들 이상하게 봤대요.
사랑에 눈멀어서 둘이 갔다가, 제아 태어나구 얼마 안 돼 다 들쳐업구 서울로 왔어요. 그 뒤론 저두 가본 적이 없어요.
도우 : 제주도 잘 알겠네.
수아 : 전혀요. 연고도 없이 두 분이 가셨던 거니까. ...우리 집엔 우리 식구밖에 없었어요. 드나드는 사람도 없고. 오직 가족.
그나마 가족이 사이가 좋았으니까 다행이었지.. 아 그거 기억난다. 엄마아빠 기다리던 거.
두 분이 일 마치고 올 때쯤 되면 제가 꼭 나갔거든요. 해는 지고. 허허벌판에. 바람 많이 불고. 조용하고.
아. 전깃줄. 고개 들면 전깃줄이 많았어요. 거기에 새들이 다닥다닥.
도우 : (듣더니 불쑥) 그런데서 살래요?
수아 : (! 보는데)
다시 장정과 나타나는 정택. 커다란 상자를 들고 나타난다.
35. 시골길. 낮.
갓길에 세워놓은 도우의 차.
받은 것을 미리 준비한 나무상자에 조심조심 담는 도우. 그 모습을 바라보는 수아.
트렁크를 닫는 도우.
36. 여기저기. 낮.
36-1. 남태칠장의 작업실.
수아는 죽 서 있는 키(곡식에서 티끌을 골라내는 기구)를 구경.
도우는 그 집 어른에게 잘 포장된 고은희 작품을 받는다.
36-2. 시골길. 차 안.
보조석에서 기다리던 수아. 사이드미러로 도우가 상자 들고 오는 것이 보인다.
36-3. 창호문이 죽 서 있는 마당. (파티션만 만드는 장인)
같이 보던 도우와 수아.
누군가 “도우야” 부르자, 도우 그쪽으로 간다.
36-4. 차 안.
보조석의 수아. 사이드미러로 도우 나오는 것이 보이자 얼른 차에서 내려, 트렁크 연다.
짐칸에 물건 놓는 도우. 수아와 하이파이브.
36-5. 다른 장인집 앞.
커다란 상자 들고 나오는 도우. 걸어 나오다가 웃음.
수아가 차 트렁크 열어놓고 기다리는 중.
36-6. 시골집 앞.
어르신이 “우리집 가보다. 절대 못 내놓는다!” 소리 지르며 도우를 내친다.
바로 장남이 나오며.
장남 : 도우야! 우리 아버지 치매야. 기억나시면 아마 마음 바뀌실 거다. 그때 내가 챙겨둘게.
도우 : 괜찮아요. 저렇게 아끼시는 게 더 보기 좋은데요.
장남 : 둘 데는 생각해뒀구?
도우 : 이젠 찾아봐야죠.
장남 : 욕 봐라.
36-7. 시골길.
혼자서 천천히 걷는 수아.
그런 수아를 발견한 도우. 수아 뒤로 천천히 따라 걷는다.
그 위로 지나가는 비행기.
하늘을 보던 수아, 멈칫 서더니 두 손을 올린다.
도우, 의아하게 본다.
수아, 툭툭툭 선반 닫는 손짓. 복도 끝에서 유턴하듯 획 도는데 도우가 구경중.
수아 : (깜짝) 언제 왔어요?
도우 : (양손 올리고 따라한다) 뭐예요?
수아 : 아.. (하늘 가리킨다)
도우 : (하늘 본다)
수아 : 기내에서 제 마지막 점검요. 선반 꾹꾹 눌러서 확인하고, 복도 끝에서 돌면 점검 끝. 출발.
도우 : (세 번 꾹꾹꾹 누르는 시늉하더니) 출발할까요?
37. 시골 숲속. 오후.
차 트렁크 열려있고.
걸터앉아있는 수아. 도우도 걸터앉아 받은 것들을 하나하나 쌓는다. 수아도 옆에서 돕는다. 평화롭고 행복한.
수아 : (도우를 본다)
#도우 “그런데서 살래요?” 했던.
수아 : ...
38. 차 안. 길. 오후.
영숙병원 근처에 차 대면서.
도우 : 고마웠어요. (악수하자는 듯 손 내민다)
수아 : (악수하려 하자)
도우 : (감싸서 잡는다. 꼬옥)
수아 : 내일... 비행 있어요. 진짜, 오클랜드.
도우 : (아쉬운 듯) 조심해서 잘 다녀와요.
39. 호텔정문 앞. 오후.
-왔다갔다 하는 메리.
-기다리는 데 도우의 차가 메리 앞에 와서 선다. 얼른 내리는 도우.
도우 : 늦었죠. 많이 기다리셨어요?
메리 : 아녜요.
-도우, 트렁크 여는데 이미 짐이 가득.
도우 : (메리의 가방을 받아서 빈 공간에 잘 둔다) 오늘 어머니 심부름 좀 했더니...
메리 : 꽉 찼네. 괜찮겠어요?
도우 : 그럼요. 애니가 많이 기다렸을 텐데.
40. 애니 납골당. 오후.
애니사진 앞에서 손 모아 기도하는 메리.
41. 길. 오후.
운전중인 도우.
도우 : 몇 시 비행기죠?
메리 : 여유 있어요.
도우 : ...
메리 : 내가 찍어준 애니사진두 있던데.
도우 : (일부러) 효은이엄마가 주셨어요.
메리 : (이런 얘기 안 꺼내려고 했는데)
도우 : 효은엄마, 애니사건 이후에 도움 많이 주셨던 분이에요.
메리 : (생각해보니)
#2회 49씬. (애니 물건 가지고 망설이던 메리에게)
메리 : 버려야 하나 잘 싸둬야 하나.
수아 : (갑자기) 버리셨어요. 그걸 제가 싹 담아다 아빠한테 전해준 걸루.
메리 : (오호~) 그럼 나야 고맙죠!
수아 : 그 아빠한테 신세진 것도 있고. (자신의 트렁크를 열더니 책상 위에 물건들 쓸어 담는다. 노트들. 각종 손때 탄 문구류)
메리 : 난 버린 거예요!
메리 : (생각해보니 둘이 그렇게 만날 수밖에 없었겠네...)
도우 : 어머니 돌아가시기 전에 마지막 식사 대접한 게 효은엄마였더라구요. 희한하죠. 제 어머닌 줄도 모르구...
메리 : ...
도우 : 변명하는 거 아닙니다. 마음 편히 가지시라구 말씀드리는 겁니다.
이모님, 저한텐 특별한 분이세요. 맘 불편한 거 저도 원치 않구요.
메리 : (창밖을 본다)
42. 차 안. 게이트 앞. 인천공항. 오후.
보조석의 메리. 차창 너머를 본다. 도우가 카트를 끌고 온다.
메리, 뒷좌석을 본다. 고은희 상자들이 빼곡.
결심한 듯, 발치에 뒀던 큰 쇼핑백을 뒤에 고은희 작품들 사이에 놓는다.
메리 : 애니야... 내가 잘하는 건지 모르겠다.
43. 카페. 인천공항.
비행 전에 모여서 얘기중인 승무원들. 주현, 상협, 은주, 그리고 선영, 혜진이까지.
다들 각자 핸드폰 보고. 주현, 혜진은 수다떨고 있다가 창훈 들어오자.
창훈 : (들어오며) 비행 전인가?
모두 : (자세 잡고 앉는다)
주현 : 선배님, 저 바루 휴가 내도 돼요?
창훈 : 여름에 휴가 안 썼어?
주현 : 네. 이번 스케줄 너무 싫어.
상협 : 시드니가 왜요?
주현 : (싫다)
선영 : 전 곧 휴간데.
창훈 : 어디 갈 건데.
주현 : 랑카위 가. 직원할인으루 첨 가보면 애사심이 발동해. 랑카위(엄지척)
창훈 : ‘코타키나발루’지. 무슨 소리야. 우리 노선의 꽃. 무조건 코타키나발루 일번.
주현 : 선배님은 후배들만 보면 코타키나발루 가라구.
선영 : 첨이라 몰디브부터 가보려구 하는데.
상협 : 건 신혼여행으루 남겨둬야죠!
창훈 : (답답) 신혼여행은 랑카위지.
주현 : 신혼여행은 몰디브!
은주 : (일어나며) 시드니. 일어나시죠!
주현 : (힘겹게 일어난다)
44. 기내.
브리핑 시작하는 진석. 그 옆으로 새로운 부기장 서 있고.
진석 : 현재 출발지인 인천과 목적지인 시드니공항 모두 security level3이며,
항공기 도착 후 보안장구 점검 및 보안절차 준수 부탁드립니다. 현재 시드니 기온은...
그 앞에 죽 서서 인사하는 승무원들. 미진을 비롯해 상협, 은주, 주현, 모두 있다.
45. 출입구. 기내.
인사하는 미진, 탑승하는 지은을 본다.
미진 : 어서 오십쇼.
지은 : (방긋) 오늘은 일행이 있지요.
미진 : (끄덕. 곧 들어오는 여자에게 인사) 어서 오십쇼.
보면, 혜원이다.
46. 병실. 정형외과. 오후.
급하게 들어오는 수아.
영숙 : 넌 어디 가서 뭘 하고 오길래.. 아구 땀 좀 봐..
수아 : ..다리는 괜찮으시구요? 운동은요?
간병인 : (조선족말투) 손도 못대게 합니다. 안 그럼 나중에 걸어다닐 때 이래이래 로봇처럼 걸어야 하는데.
굳기 전에 굽혀놔야 하는데 만지기만 해두 난리난리 아~주 난리에요.
(*무릎 수술 뒤에는 무릎 접는 재활 과정이 필요. 안 해놓으면 회복 뒤에 무릎이 접히지가 않는다. 영숙이 거부하는 상황)
영숙 : (못 들은 척) 노인걸음보다 로봇걸음이 낫지. 절대 안 해 절대. 이거 무릎 접는다구 여기저기 고성에 욕 하구. 싫다.
수아 : 맞아요. 로봇이면 씩씩하기라도 하지. (간병인의 수건을 슬쩍 뺏는다)
간병인 : ?
수아 : (살살 영숙 다리를 만지며) 수술 잘 끝났으니까. 무리하지 마시구 천천히 운동하세요. (다리 주무른다)
영숙 : 내가 살다살다 이렇게 아픈 건..
수아 : (하는데 갑자기 무릎을 접어서 수건으로 동여맨다)
영숙 : (비명)
간병인도 힘을 합쳐, 무릎을 꼭 끌어안는다.
수아 : 좀만요. 좀만요. 할 수 있어요! 어머니! 접을 수 있어요!
영숙 : 야 이 년아....으으으으으으으악...
사이. 진정이 된 영숙.
영숙 : (다시 고상) 내일은 효은이 누가 보구?
수아 : 현주언니요.
영숙 : 니 동생은?
수아 : 그 다음날부터 와요.
영숙 : 효은이 붕 뜨면 여기라도 와 있으라구 해. 내 침대 옆에서 자면 돼.
수아 : (본다)
영숙 : 고맙겠지. 시어머니가 병석에서도 애 봐주겠다니 얼마나 고마워. 그래선데...
이 상황서 칠십프로 다 받는 건 좀 그렇고, 오십프로만 받자.
수아 : 병원비 내면 오십프로도 힘든데.
영숙 : (발끈) 금방 나아!
수아 : (피식) 칠십프로 드릴게요. 어머님 보면 가끔 귀여우셔.
영숙 : 너 나 놀리니?
수아 : (핸드폰이 울린다)
47. 운동장. 효은학교. 오후.
허겁지겁 달려가는 수아.
여담임 : (E) 효은어머니. 오늘 효은이가 결석했습니다. 무단결석으로 처리됩니다. 연락 주십쇼.
핸드폰으로 전화중인 수아.
수아 : 받아라 받아! (받는 소리) 어디야?
-어딘가.
수아, 학교 뒤쪽으로 가본다. 외진 곳. 계단에 앉아있는 효은.
효은 : 안 가.
수아 : 엄마랑 같이 가.
효은 : 아무리 애들이 괴롭혀두 축구에 꽂혀서 견딜만했거든.
근데... 축구부 들어간다는 희망이 사라지니까... 괴롭히는 애들 무서워. 맞을 때마다 아파.
수아 : 때려?
효은 : 응. 지능적으루.
수아 : (안 되겠다) 일단 집에 가자. 담임선생님한테 말씀만 드리고 와. 엄마 기다릴게.
효은 : (고개 든다)
48. 복도. 효은학교. 오후.
터벅터벅 걸어가는 효은. 수아, 숨어서 복도를 본다.
효은이 교실을 향해 가는데. 교실서 튀어나오는 세 명의 남학생, 차례로 효은이 뒤통수를 갈기고 교실로 뛰어 들어간다.
수아 : 니들 뭐야!
담임선생님이 나오자,
수아 : 선생님 보셨어요? 쟤들 튀어나와서 효은이 때린 거?!
담임 : 아.. (미소) 장난이겠죠.
수아 : 장난요? 군대서도 장난치다 사람이 죽어나간다죠?
49. 운동장. 효은학교. 오후.
아무 말 없이 효은이 손 꼭 잡고 걷는 수아.
50. 고깃집. 오후.
삼겹살 구워주는 수아.
먹다가 멍하니 딴 데 보다, 먹다가 말다, 심드렁한 효은.
효은 : (한숨) 사는 게 사는 게 아냐.. 엄마..
수아 : ..다 지나가. 너 금방 어른 돼.
51. 홍갤러리. 오후.
갤러리로 들어서는 도우. 표정이 좋지 않다.
관장실문 열어주는 현정.
52. 관장실. 홍갤러리. 오후.
홍여사와 도우.
홍 : (은희의 친필 소원 찬찬히 읽더니 눈물이 나는지)
도우 : 이걸루 어머니 뜻을 알려드리는 것이.
홍 : (다시 돌려준다) 그래. 확실하네. 이젠 나도 알았으니까 너두 언니도, 모두 이 사업에선 제외하자. 다른 장인들 끼구.
(도우 보더니) 아니, 모시구 하는 걸루. 괜히 번잡하게 해서 미안하다. 그리고, 혜원이 말이다...
도우 : (본다)
53. 관장실 앞. 홍갤러리. 오후.
초조하게 엿듣는 현정. 입술이 바짝바짝 탄다.
54. 관장실. 홍갤러리. 오후.
도우 : (매듭으로 묶인 인감도장 케이스를 열어본다)
홍 : 혜원이가 가져왔어. 형식이 애가 돌이거든. 너도 알겠지만 우리 어머니 때부터 아이들 돌 되면,
은희언니네서 인감도장 케이스를 이렇게 만들어서 보내줬어. 전통처럼 돼버렸구. 이번에도 부탁하려고 했는데.
일 나면서 얘기도 못 꺼냈는데 혜원이가 며칠 전에 가져왔더라. 은희언니 유작이라고.
도우 : (말문이 막힘. 이건 최근 작품이 아닌데)
홍 : 니가 봐도 오래된 거지?
도우 : ...
홍 : 이걸 내밀면서 콜라보도 쐐기를 박더라. 은희언니가 긍정적으로 생각했다고. 이걸루 믿어달라고. (어이없다)
지은이 사업에 혜원이 니가 추천했다고? 신용에 문제도 있고. 혜원이까지 이 사업에서 다 정리하자.
도우 : 혜원이... 이 일에 최고 적임자예요. 안목 있고, 실력 있는 분들 많이 알아요. 애정도 깊구요. 공과 사 구분해서 생각한다면,
혜원이 뿐이에요. 제대로 해보고 싶다고 욕심 부린 게, 이런 일을 저지른 거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홍 : (빤히 본다) 그래도 혜원이가 일은 잘.한.다.
도우 : 네.
홍 : 명색이 니 와이픈데, 같이 일 못하겠다는 말 꺼내기 쉽지 않아서 이렇게까지 한 건데. 하고 싶어서 무리수 둔 거라니
혜원이 문젠 다시 생각해볼게. 그리구 도우야. 이거. (서류봉투를 내준다) 니네 고택을 뺏을 수 있는 근거들이야.
방법이 아주 없진 않나보더라. 또 이렇게 알아다주는 인간들이 있는 거 보면. 잘 해.
니네집 웬만한 박물관 수준이야. 지킬 거 투성이라구. 지키고 싶으면 니가 뺏으려는 자들보다 더 악착같아야 해.
부탁인데 온힘을 다해 지켜내줘. 언니의 마지막 소원도 지켜내고. .....못 지키면 내가 뺏는다.
도우 : ...
55. 관장실 앞. 홍갤러리. 오후.
몰래 듣고 있던 현정. 도우가 나오자, 얼른 옆으로 비켜선다.
걸어 나가는 도우.
56. 카페. 오후.
현주와 마주앉은 수아.
현주 : 고비다 고비. 최수아 인생에 고비가 왔네. 애들 고 때가 젤 힘들거든. 애들 문제는 부모가 마음만 비우면 반은 해결이 돼.
근데 반에서 괴롭힘 당하면... 엄마들 피가 바짝바짝 마른다. 우울증 걸린 엄마두 봤어.
수아 : 담임선생님 찾아가봐야겠지?
현주 : 가서 똑 부러지게 말할 수 있어?
수아 : 해야지. 근데.. 언니. 나 학교 가는 게 왜 이렇게 무서워?
현주 : 나두 무서워. 세상서 젤 무서운 곳이야. 애학교 교무실. 그래두 어떻게. 애 떠는 거 생각하면. 가봐. 맘 단단히 먹구.
수아 : ...
현주 : (장본 것들 한보따리 내놓는다) 아침에 장보면서 니껏두 봤어. 김밥 속 재료. 이걸루 김밥 속 만들어놔.
효은이가 간단하게 김밥 싸먹게. 것두 해봐야 돼.
수아 : (끄덕끄덕)
현주 : 우리 첫째가 집에 아무도 없으면 꼭 오자마자 냉장고부터 열어봤거든.
것두 미리미리 시켜버릇해야지. 안 그럼 맨날 사먹어.
수아 : 고마워. 얼마야?
현주 : 됐구. 면세점에서 화장품이나 사와. 다 떨어졌어. 화장품이 더 비싼 거 알지?
수아 : (미소) 사줄게.
현주 : 난 내일만 효은이 봐줌 되는 거지?
수아 : 응. 그 다음엔... 누구더라. 다이어리에 있는데.
현주 : 너두 정신 바짝 차려. 지금 너, 두 손으로 다섯 여섯 개 공 돌리기 묘기중이야. 자칫하면 와르르르르.
수아 : 비유. 정말 딱이다.
57. 거실. 영숙집. 저녁.
효은방 열어보는 수아, 문이 잠겨있다.
수아 : 책상 달력에 너 봐줄 사람들 이름 적어놨어. 연락처랑. 아침에 학교 갈 때마다 확인하구.
효은 : (소리) 학교 안 가. 배 아파.
수아 : 담임선생님한테 엄마가 제대루 얘기해놓을게.
효은 : (소리) 안 가. 영원히.
수아 : 효은아, 일단 문 좀 열고.
효은 : (소리) 배 아프다고.
수아 : (문 앞에 앉는다) 효은아. 지금 우리가 힘든 상황인 건 아는데 조금만 자기 자리에서 노력하고 살면, 어려울 거 하나두 없어.
엄마는 엄마 일 열심히 하고, 아빠는 아빠 일 열심히 하고, 효은이 넌 니 생활 열심히 하고, 그럼 문제 될 거 없어.
너 치고 내뺐던 애들. 그래봤자 애들이야. 무서워하지 마.. 세상에..
효은 : (문을 연다. 화난 얼굴) 그래봤자? 그럼 엄마 일은? 엄마 일보고 내가 ‘그래봤자 일’ 이럼 좋아?
왜 맨날 내가 희생해야 돼? 이 집은 왜 맨날 엄마아빠 스케줄 중심으루 돌아가야만 하냐구.
수아 : !
효은 : 둘 때문에 난 여기서 공부하면 큰일 나는 애 됐구! 둘 때문에 난 이 동네서 친한 애들 하나 없이 학교 다녀야 했구..
그 스케줄이 뭔데! 날 위해서는 조금도 양보가 안 되냐구! 그래서, 그 스케줄 안 건드리구 조용히 집에만 있겠다는데.
이것두 다 그래봤자냐구! 혼자! 조용히! 집에 틀어박혀 있는다구!
수아 : (벙...)
효은 : 엄만 엄마꺼 하나두 포기 안 하잖아. 한밤중에라도 나가고 싶으면 나가구! 나 딴사람한테 맡기구 나가구!
수아 : ! (다 아는구나. 자는 줄 알았는데. 못 보고 못 듣는 줄 알았는데)
58. 주방. 영숙집. 저녁.
김밥 속 재료(고기 볶고, 당근 채썬 것 볶고) 만드는 수아.
사이. 음식하다 말고 식탁의자에 앉아 문자 보내는 수아.
수아 : (문자소리) 효은이 학교에서 문제가 생겼어요. 당분간은 학교 가기 힘들 것 같아요. 연락되면 바로 전화 줘요.
문자 보내놓고. 가슴이 꽉 막힌 듯 답답한 수아, 가슴팍을 탁탁 친다.
59. 터널. 동네. 밤.
수아, 답답한 마음에 걸어간다. 한강으로 가는 터널을 걷는데.
갑자기 터널에 불이 나간다. 칠흑 같은 어둠. 무서워서 고개를 숙인다. 뒷걸음질. 순간 치미는.
#컷> 차 안. (오늘 오전) 도우가 운전하고 옆에서 평화롭게 풍경을 보던.
멈춰서는 수아. 두려움이 가신 듯. 동시에 불이 켜진다.
그때서야 “효은이 혼자 있는데!” 외치며 허둥지둥 집으로 달려가는 수아. (불안할 땐 도우를 떠올리고. 걱정되는 건 효은이고)
60. 비즈니스석. 기내.
미진, 왔다갔다 하다가 지은과 눈 마주치고.
반대쪽 복도로는 주현이 지나가면서 손님들 상태 보고.
지은 : (담요 안고서 플랫베드 젖히지 못하고 낑낑거리며) 힐 365일 신다가 허리에 무릎에 작살나겠다.
미진 : (다가가서) 손님. 이건 (젖혀주고) 이렇게. (담요 덮어주고) 이렇게 하시는 겁니다.
지은 : 아구구.. 조오타~
미진 : (따라서 노인마냥) 어구구. 어구구.
혜원 : (미진 본다)
지은 : (담요 포근히 덮으며) 허리를 펴줘야 삭신이 풀리지.
미진 : 다른 거 더 필요한건 없구?
혜원 : (미진을 본다) 지금 반말하셨어요?
지은 : 나 아는 애야.
혜원 : 아무리 알아두.
미진 : 죄송합니다. 손님.
지은 : (혜원 보고) 알아두 아주 많이 알아. 도우랑두 잘 알구.
미진 : ?
혜원 : !
미진 : 서도우씨?
주현 : (지나가다 들었다. ‘서도우?’)
지은 : 도우 와이프.
미진 : (헉) 안녕하세요. 전 서도우씨랑 건너건너 아는.. (생각해보더니) 애니어머니시네. (하더니 맞다. 걔 죽었지) 아고. 그게...
애니 홈스테이 때 (하는데)
지은 : 야야야. (일어난다. 구토 나는 것처럼 가슴팍 손으로 문지르며) 멀미. 멀미.. (우웩)
미진 : ? (저 어설픈 연기는 뭐야)
61. 갤리. 기내.
조용히 얘기 나누는 미진과 지은.
미진 : (뭐? 본다)
지은 : 니가 애니룸메 소개해줬다. 그런 얘기하지 말라구.
미진 : 왜?
지은 : 하지 마.
미진 : (별꼴) 오늘 기장님이 거기 룸메아빠야.
지은 : 어? 거기 룸메. 그니까 효은이라는 애의 아빠?...면 (헉) 효은엄마 남편!
이 비행기를 운전하는 사람이 효은엄마 남편이라구?
미진 : (끄덕) 그래. 수아 남편.
지은 : 절대 얘기하지 마. 절대.
미진 : 너 왜 그래?
지은 : (부르르) 그런 게 있어. 확실한 건 아닌데 암튼.
미진 : ?
62. 갤리 앞. 기내.
갤리로 향하는 주현. 누군가 갤리 앞에 서 있다. 혜원이다. 엿듣는 중.
다가가는 주현. ‘손님’하고 방긋 웃자. 혜원, 얼른 자리 뜬다.
미소 지으며 길 비켜주는 주현. 그 뒤로 갤리에서 나오는 지은.
주현, 갸웃 하더니 갤리로 들어간다.
63. 갤리. 기내.
주현 : (미진 옆으로 스윽 오더니) 그 서도우씬가?
미진 : ?
주현 : 예전에 제가 말 잘못 했던 서도우씨요.
미진 : 어(하다가 멈칫) 그때 너 뭐라 그랬지? 서도우랑 수아를 기내에서 봤다구?
주현 : 네. 화장실 앞에 커튼까지 쳐놓구, 둘이 진지하게 인사했다니까요.
미진 : (설..마)
주현 : 뭐 있는 거 맞네. 밖에서 서도우씨 와이프가 몰래 듣고 있던데. (앞치마 한다)
미진 : (!!! 당혹. 하지만 침착) 음료 카트 준비해요.
주현 : 네. (얼른 서빙할 음료 카트 끌고 나간다)
#수아가 내린 자동차를 향해 달려가던 미진. 힐끗 보일 듯 말 듯한 운전자.
미진 : 설마... 서도우?
64. 칵핏. 기내.
조종중인 진석.
65. 도우집 앞. 새벽.
내비에 주소를 찍는 도우.
도우 : 오늘까지만 경기도 쪽 돌고. 슬슬 경주 쪽으로 내려가 봐야지.
석 : 오늘 경기도 어느 선생님?
도우 : 첨 보는 이름인데...
석 : (봐봐. 명단 보더니) 누구지? 우리가 모르는 선생님이 다 있네.
도우 : 어머니 작품도 딱 한 점 갖고 계시구.
석 : 뭐지? 궁금하네.
66. 효은학교 전경.
등교시간 전. (등교시간 훨씬 전이라 학생 보이지 않는)
67. 교무실. 효은학교. 아침.
이른 시간. 텅빈 교무실.
수아 : 이른 시간에 죄송합니다.
담임 : 아니에요. 저도 조용히 얘기하는 게 좋습니다.
수아 : 며칠만 효은이가 집에서 쉬어야 할 것 같아서요.
담임 : 진단서 끊어오세요. 그거 없으면 무단결석으로 처리됩니다. 아시죠?
수아 : 선생님, 그때 그 아이들요.. 제가 직접 봤어요. 효은이 돌아가면서 때리고 가는 거요.
그땐 흥분해서.. 제가 소리를 지르긴 했는데.
담임 : 효은어머니. 그렇게 대놓고 애들을 혼내면 애들이 무서워서 효은이 안 때릴까요?
수아 : ?
담임 : 저도 그렇게는 안 해요. 역효과만 나거든요.
니가 니 엄마한테 일렀냐. 또 몰래 때리고 니가 선생님한테 일렀냐. 또 몰래 때리고.
수아 : !
담임 : 만약에 정말로 그 아이들 잡고 싶으시면, 증거를 가져오세요. 카톡을 캡처해오든. 핸드폰으로 찍든.
수아 : (생각지도 못한 조언이다)
담임 : 엄마가 용의주도하다는 것을 알면, 애들도 섣불리 못해요.
참고로 그 복도에 cctv 있습니다. 어떡하면 애들이 공포를 느낄까요?
68. 복도. 효은학교. 아침.
텅빈 복도. 생각지도 못한 담임의 충고에 정신없이 걸어 나오는 수아.
69. 거실. 영숙집. 오전. (학교에서 오는 길)
과일을 잔뜩 사온 수아. 모두 씻어서 냉장고에 차곡차곡 넣는다.
수아 : 효은아! 효은아! 병원 혼자 갈 수 있겠어? 현주언니 오라고 할 테니까 같이 가서 진단서 꼭 끊어.
갑자기 이상한 생각이 든 수아. 미친 듯이 달려가서, 열쇠꾸러미 들고 부들부들 떨며 문을 여는데.
효은이 콜콜 잘 잔다.
70. 영숙집 앞. 오전.
현관문을 닫고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는 수아. 엘리베이터가 왔지만, 다시 보낸다. 오늘 따라 출근길이 무겁다.
71. 갓길. 낮.
차 안에서 하늘을 보는 도우. 비행기 한 대가 날아가고 있다.
72. 공항버스 안. 낮.
이제야 도우의 문자를 확인하는 수아.
도우 : (문자소리) 무사히. 조심해서 잘 다녀와요.
수아 : (문자소리) 지금 공항 가는 길이에요. 늘 가던 길인데...
내가 지금 비행기를 타고 그 멀리까지 간다는 게 믿어지지가 않아요.
오늘 따라 너무 두려워요. 무슨 일이 생길 것 같은 공포(라고 쓰다가 멈추는 수아. 다 지우고는 다시 쓴다)
(문자소리) 지금 공항 가는 길이에요. 잘 다녀올게요.
73. 전시실. 도우집. 낮.
차 한잔 하는 영지(‘범생이’라 불렸던 아이. 모범생 스타일)와 석.
영지 : 메일 주셔서 얼마나 고마웠다구요. 얼마 전에 한국 와서 바로 연락했음 고은희선생님도 뵀을 텐데... 어제서야 소식 듣구..
석 : 사람 일을 어떻게 알구 미리미리 인살 다녀... 잠깐 나온 거야?
영지 : (끄덕) 제가 전화 받구 얼마나 심란했는데요. 혜원씨 제가 꽂아놓고 간 친구잖아요.
결혼한 것두 몰랐고. 도우랑 결혼할지도 몰랐고. 혜원씨 소개해줬던 선생님께 연락드려봤더니
선생님 제자분 건너건너가 혜원씨랑 살았던 남자였더라구요.
석 : 혜원씨 남편?
영지 : 네. 근데 결혼은 아니구. 동거했었대요. 도예가였던 거 같던데.
석 : 맞어 맞어!
영지 : 그 남자랑은 일찌감치 헤어졌대요. 그래서 호적에 안 올렸었나 봐요.
석 : 은우는?
영지 : 네?
석 : 딸.
영지 : 아. 걔... 걘 그 아빠가 죽 키웠죠. 혜원씬 애 낳자마자 헤어져서 그 아일 아예 모르는 거 같던데.
석 : ...누가 키워?
영지 : 그 아빠요.
석 : 혜원씨가 은우를... 모른다구?
74. 길. 낮.
운전중인 도우. 이상하다. 이 길은. 눈앞의 풍경에 눈이 휘둥그레진다.
내비 : (E) 목적지 부근에 도착했습니다.
도착한 곳은 애니가 아빠를 기다리던 그 집이다.
문 앞에서 도우를 기다리던 남수(그때 그 남자다)도 어이없다는 듯이 도우를 본다.
75. 승강기 앞. 호텔. <시드니>
승강기 앞의 미진. 문 열리고 타려고 하는데, 그 안의 지은과 혜원.
미진, 승무원 미소 짓는데 혜원이 자신을 뚫어지게 본다. 타려는데, 지은이 순간 인상을 쓴다.
혜원, open 버튼 누르고 서서.
혜원 : 타시죠.
미진 : 다음에(하는데. 잠깐 혜원이 자신을 보고 있는 게 아니다. 혜원의 시선 따라가니 뒤에 서 있는 진석!)
혜원 : (진석을 보고 있다)
진석 : (일각에서 핸드폰 문자들 죽 확인중. 비행중 꺼뒀던. 수아의
<효은이 학교에서 문제가 생겼어요. 당분간은 학교 가기 힘들 것 같아요.~> 확인)
미진 : (순간 지은과 눈이 마주친. 미소) 먼저 가십쇼.
혜원, 아직도 안에서 open 버튼 누르고 있지만.
진석, 바로 답신 쓰는 중. 승강기 쪽은 안중에도 없다.
긴장하는 미진. 하지만 승무원 미소로 ‘먼저 가시죠’ 손짓.
혜원, open 버튼에서 손 뗀다. 천천히 닫히는 승강기문. 그 위로
미진 : (혼잣말. 소리) 최수아...이 등신. 어디 7박 8일 틀어박혀 있는 걸 천만다행인 줄 알아.
-문 닫히며.
미진 : (소리) 너 빼구 다 알게 생겼어.
76. 공항버스 안. 낮.
달리는 버스 안. 문자가 온다.
확인하는 수아. 박진석이다.
진석 : (문자소리) 힘들지 않은 박효은은 없었어. 또 애 힘들다고 학교서 들쳐업고 올 생각 말고 학교 보내.
수아 : (답답하다. 가슴팍을 탁탁 치는데. 전화가 온다. 받는다) 효은아! 깼어?
효은 : (E) 왜 아무도 없어?
수아 : 어?
효은 : (E) (울먹) 왜 아무도 없냐구... 무섭게..
수아 : 엄마 오늘 비행 간댔잖아.
효은 : (E) 그럼 나 오늘 혼자야?
수아 : 너, 엄마가 몇 번을 말했는데. 효은아. 할머니병원에 가 있을래? 거기 침대 있는데..
아 맞다. (미치겠다는 듯) 효은아! 현주이모가 갈 거야.
수아, 전화 끊고. 멍하니 있는다. 창밖을 본다.
벌떡 일어나는 수아. “아저씨!” 하더니, 입구로.
77. 정거장. 낮.
무작정 가다가 내린 수아. 핸드폰으로 현주의 전화번호를 찾는다.
수아 : (소리) 현주언니한테 효은이 데리구 병원 가서 진단서 끊어와야 한다고 말하는 걸 깜박했다.
김밥. 속은 만들었는데 효은이한테 말두 못했구. 아! (전화 걸다 만다) 밥을 안 했다. 김도 없지?
내가 뭘 해놓고 나온 거지?
미치겠는 수아. 황망히 건너편 보는데,
눈에 띄는 아파트 베란다. 어느 여자가 평화롭게 빨래를 널고 있다.
#4회 24씬. 현주의 이야기에 나왔던 장면.
평화로운 오후. 어느 아파트 베란다에서 여자가 빤 이불을 툭툭 털어 넌다.
한가롭고, 정겨운 느낌의 그 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날씬한 실루엣의 여승무원 뒷모습.
현주 : (소리) 너무 평온해 보이는 거야. ‘오늘 날씨가 이렇게 좋았구나.’ 그때서야 하늘두 보이구.
내가 왜 이러구 사나. 왜 이렇게 하루하루 미친년처럼 사나.
‘그 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날씬한 실루엣의 여승무원 뒷모습’이 현재 수아의 뒷모습과 일치한다.
휘청거리는 수아, 겨우 중심 잡고 서서.
수아 : (더듬더듬 전화 건다) 오늘 비행을 못 갈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듣더니 눈 감으며) 네, 잘 압니다. 사표는 (울컥) 정식으로 제출하겠습니다.
떨리는 손으로 전화를 끊고, 겨우 서 있는 수아의 뒷모습에서.
-8회. 淵-
첫댓글 퇴사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