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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마무리 문화공연과 함께” | ||||||||||||||||||||||||||||||||||||
경기도문화의전당, 12월 풍성한 공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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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처럼 달콤하고 사랑스러운 기상현상이 또 있을까? 흔히 겨울이란 계절을 빗대어 ‘낭만적’이라고는 하지만 차가운 마음을 지닌 동장군의 심술보가 내 볼을 할퀴고 갈 때면 왠지 약한 마음이 들면서 서글퍼지기도 한다. 조금 아이러니한 면이 많은 계절이라는 생각이 들 만큼 미운 계절일지도 모르는 겨울. 그러나 이런 서러운 감정과 의심을 한꺼번에 날릴, 그리고 겨울이 왜 낭만의 계절인지를 깨닫게 해주는 좋은 기회가 생겼다. 바로 ‘경기도 문화중심지’ 도문화의전당에서 열리는 공연들이 정답이다. 이 공연들을 하나하나 며칠 간격으로 즐기다 보면 어느새 부쩍 커버린 정신의 세계도 열리지 않을는지. 12월은 연말 송년회 등 행사도 많고 크리스마스 등 새해를 맞고 한해를 정리해야 하므로 마음도 바빠진다. 그렇지만, 잠시 마음의 여유를 갖고 공연을 관람하는 것도 즐거운 삶을 사는 또 하나의 옳은 선택일 것이다. 이 공연들은 문화 마니아들의 가슴을 적셔낼 만큼 알찬 공연들임은 물론 공연 무대마다 색깔 있는 다양함까지 갖춰 봄을 기다리듯 시처럼 아름다운 추억을 쌓기에는 제격인 듯하다.
경기도립무용단 기획공연인태권무무 ‘달하’(The Moon)는 12월 1일, 나흘간의 공연 일정중 피날레 무대지만 12월의 첫 마당이기도 하다. 조흥동 예술감독의 연출로 제작된 이 공연은 무술에 치우친 태권도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본 무용 예술과 결합 된 양식으로 재창출한 수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남녀 무용수들이 펼쳐내는 세계는 태초 이전의 무의 세계, 두 남녀의 탄생과 하늘, 땅, 물, 불의 신들의 탄생, 그리고 남녀 간의 사랑 등을 잘 그려내고 있다. 또 새로이 창조된 세상에서 약육강식의 세계로의 변모, 선과 악의 대결을 통해 새로운 기운과 생명이 탄생한다는 스토리 전개는 때로는 부드럽고 때로는 격정적으로 관람객에게 다가선다. 신들의 탄생 이전인 무의 세계를 표현하기 위해 연출된 2분30초의 영상장면과 고구려 고분벽화 사신도에서 살아나온 듯한 신화 속 상징물을 잘 표현해낸 작품 초반부는 ‘실험 정신’이 살아있는 예술로 어떻게 변모하는지를 느끼게 하는 큰 즐거움을 줄 것이다.
넌버벌 퍼포먼스(Non-verbal Performance)의 효시로 불리는 난타는 5~6일 대공연장에서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무대를 선사한다. 한국의 전통적인 가락인 사물놀이의 리듬을 바탕으로 주방에서 벌어지는 다양하고 코믹한 얘기를 그려낸다. 난타는 그동안 사물놀이의 틀 안에서 수없는 변화를 겪어왔다. ‘쿵탁쿵탁’ 가슴을 울리는 우리네 사물놀이의 가락은 난타 출연진들의 수많은 연습 속에서 세계인의 가슴을 울리는 명 공연으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지난 1999년 에딘버러 페스티벌에서 전일, 전 좌석 매진 기록을 세우기도 하는 등 이미 세계에서 검증된 공연이다. 칼과 도마 등 주방기구가 멋진 악기로 승화된다. 연주자들이 펼쳐내는 화려한 리듬은 동장군이 펼쳐낼 겨울 음악과 묘한 조화를 느끼게 할듯 하다. 난타의 세계에 푹 빠졌다가 나오는 그 공연장의 문은 새로운 기운들이 넘치는 화려한 색의 향연으로 보일지도.
● 청춘 예찬 한국 최고 뮤지컬 명성 ‘그리스’ 뮤지컬 그리스는 9~10일 수원의 팬들을 다시 찾는다. 올해 두 번째 수원을 찾는 그리스는 앙코르 공연 성격이 강하다. 국내에서만 35만 관객이 이 공연을 관람했다. 대한민국 최고의 히트 뮤지컬로 불리기도 한다. 지난 2003년 초연 당시 객석 점유율 90% 이상을 달성, 각종 예매 차트 1위를 거머쥐며 브로드웨이 명성을 재확인했었다. 뮤지컬 영화로도 잘 알려진 이 작품은 미국 고교생들의 진한 사랑과 우정을 잘 그려냈다. 그리스는 1970년대 존 트라볼타, 올리비아 뉴튼 존이 출연한 영화로 더 잘 알려져 있다. 그만큼 한 세대를 풍미했다 해도 과언이 아닌 작품이다. 남자 주인공 대니 역에는 드라마 ‘내사랑 금지옥엽’의 김산호, 뮤지컬 전문배우 장지우, SS501의 박정민이 등장하고 여자 주인공 샌디는 유하나와 신보영이 출연한다. 이들은 신세대 스타들. 가족 모임에 이만한 작품이 또 있을 까란 생각이 든다. 오랜만에 가족 나들이라면 이 작품 ‘그리스’를 권한다. ● 러시안들 삶의 이야기 연극 '숲' 11일부터 14일까지 경기도문화의전당 소극장에서 공연되는 '경기도립극단 제56회 정기공연-오스트로프스키의 숲'. 삶의 터전과 같은 거대한 숲. 이곳에서 벌어지는 사랑, 결혼, 사기 등 인간군상들이 펼쳐낼 수 있는 무수한 얘기가 이 속에서 벌어진다. 구르뮈쉬스까야(김미옥 분)는 선행을 베풀 줄 아는 거대한 숲을 경영하는 지주 미망인이다. 그녀는 자신이 사랑하는 청년 불라노프(심완준 분)를 가난한 친척인 아끄슈샤(우정원 분)와 맺어주려 두둑한 지참금을 내놓는다. 이들의 결혼과 아끄슈샤가 진정으로 사랑하는 뾰뜨르(윤재웅 분)의 등장, 그리고 실제 상속인인 조카 니쉬슬립쩨프(김요한 분) 등이 갑작스레 나타나며 얘기는 속고 속이며 흥미를 더해낸다. 다층화된 심리묘사와 함께 연극 소품들이 극의 중심인 배우들과 함께 어떤 파괴력을 지니게 되는지 알 수 있게 하는 좋은 무대가 될 듯하다.
태권무무 달하가 전통무술 태권도의 아름다운 선율과 부드러운 선의 곡선에 녹여냈다면 점프는 무술의 절도있는 동작과 화려함을 그대로 담아낸 작품이다. 이 작품은 16일 경기도문화의전당 대공연장을 찾으면 볼 수 있다. 가슴이 설레기도 하고 왠지 조금 우습기도 한 무대. ‘마셜 아트 퍼포먼스’를 바탕으로 하는 이 작품은 작품 전체에 대사가 없는 반면 강한 액션을 통해 무술 가족에게 벌어지는 일련의 에피소드에 웃음을 담아냈다. 삶이 곧 무술이며 무술이 삶인 별난 가족. 이들에게 찾아든 두 어리석은 도둑의 이야기는 관객들에게 묘한 감동을 전해준다. 대사 없이 오직 행동과 표정으로만 표현해낸 우스꽝스러운 가족의 삶은 신명난 리듬을 통해 새로운 문화 콘텐츠 상품의 진가가 어디서 나왔는지 잘 확인시켜 줄 것이다. 뉴욕, 런던 등 거대 공연 시장에서 이미 검증을 마쳤으며 지난 2007년 10월에는 미국 오프브로드웨이 전용관에서 공연돼 객석점유율 85%를 기록한 바 있다. ● 러시아 천상의 목소리 ‘모스크바 소년소녀합창단’ 18일에는 러시아의 맑은 목소리의 진수를 전해줄 모스크바 소년소녀합창단의 공연이 준비돼 있다. 1961년 ‘젊은 레닌’을 칭송하며 창단, 미국, 이탈리아, 네덜란드, 바티칸 등의 국제 콩쿠르를 휩쓸었다. 이들이 첫 번째로 한국을 찾는 것. 그만큼 수원 시민들의 관심도 높아져 있는 상태다. 최근 들어 모스크바 소년소녀합창단은 클래식과 러시아 전통음악, 러시아 작곡가들의 음악 세계는 물론 현대합창음악에 이르기까지 폭넓고 다양한 레퍼토리를 선보이고 있다. 흰 눈처럼 살포시 내려앉을 그들의 무대가 보고 싶어진다. 이번 내한 공연의 프로그램은 러시아 정교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성가곡 ‘우리와 함께 하시는 주님’(스테파노), ‘주님을 위한 찬양’(라흐마니노프), ‘하늘 높은 곳에 영광을’(비발디) 등을 선사한다. 또 러시아 민요 ‘어두운 숲에서’, ‘모스크바의 밤’, ‘거센 바람에 평온하라’, 우리 민요 ‘아리랑’, ‘고향의 봄’을 들려준 뒤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노래 메들리로 어린이가 가진 음색의 아름다움과 발랄함을 자랑할 예정이다.
‘2008 이루마 전국투어 콘서트’. 21일 저녁, 바람에 살랑거리는 커튼 사이로 슬며시 스며들며 귓가에 맴도는 피아노의 선율. 그런 연주를 펼쳐내는 이루마는 소녀팬들이 아니더라도 이미 최고의 경지에 도달한 아티스트로 인정한다. 이번 공연은 독특하고 감성적인 느낌이 묻어나는 공연이 될 전망이다. 이루마는 대중들에게 익숙하면서도 추억이 담긴 곡들을 새롭게 편곡해서 내놨으며 소편성 어쿠스틱 편성의 현악앙상블은 풍성한 사운드를 더해 감성과 활발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무대가 될 듯하다. 과장된 기교가 절제된 그의 연주는 음악으로 삶의 여유와 영혼의 휴식을 주는 모습으로 비칠듯하다. 고급스럽고 동양의 정감 어린 정서가 함께 살아 숨쉬는 그의 음악 세계가 가득 담긴 그만의 음악 상자가 궁금하다.
크리스마스 무대를 기다리는 관람객이라면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가 열리는 25~26일은 약속을 비워두는 것도 괜찮다. 지난 1970년 영국 팀라이스와 앤드류 웨버가 작사, 작곡한 작품으로 우리나라의 현대 무용가 육완순 선생이 세계 최초로 현대무용으로 1973년 안무해 올린 작품이다. 1973년 초연 이래 모두 268회의 공연일정을 소화했으며 65만 명이 넘는 관람객이 이 작품을 보기 위해 객석을 채웠다. 전체적으로 예수가 고난을 당하던 마지막 며칠 동안의 사건들을 배경으로 고전적인 주제에 현대적인 강한 움직임과 음악으로 승화시키면서도 종교적인 감흥을 탈색시키지 않은 특징을 지니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