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 봉하마을 노당선자 생가]노풍 살랑대는 정겨운 시골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고향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대통령 당선자가 나온 뒤 평일 하루 400∼500명,주말이면 4,000여명이 찾는 관광 명소로 탈바꿈했다. 사전 취재차 통화한 임지택 전 진영읍장은 “동네 민심이 예전 같지 않다”고 말해 세상 사람들이 조용한 마을을 할퀴지나 않았을까 우려됐지만 아직은 아니었다. 봉하마을은 어색한 화장을 한 시골 아낙네의 모양새를 한 채 손님을 반갑게 맞고 있었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 고향방문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라는 플래카드가 진영읍에 들어왔음을 누구보다 먼저 알려줬다. 본산 중공업단지를 벗어나 봉하마을로 향하는 길로 접어들면 당선자의 저서 ‘여보,나좀 도와줘(94년)’ 3장에 등장하는 ‘둑길’이 나온다. ‘몇 킬로미터나 이어지는 둑길을 걸으면서 밤이 이슥하도록 함께 돌아다녔다. 늦여름 밤하늘의 은하수는 유난히도 아름다웠고(중략) 동화 속의 세계 같은 그 속을 거닐며 아내는 곧잘 도스토예프스키의 이야기를 하곤 했다’고 했던 그 길이다. 지금은 포장돼 있지만 예전에는 별빛이 쏟아지던 흙길이었으리라. 그 길이 생가 앞을 지나서도 한참 더 이어지고 있었다.
지금의 생가는 “과거 모습과는 딴판”이라고 생가의 현주인 하효성씨의 부인 김영자씨(58)가 전했다. 하씨가 노당선자집을 인수한 때는 35년 전인 1968년. 노당선자가 여섯 살 때인 52년 집을 떠난 뒤 다른 주인을 거쳐 하씨에게까지 왔다. 한 칸(방 두 개)짜리 초가집으로 지금처럼 담도 없는 전형적인 시골집이었다. 새마을 운동 때인 70년대 초 지금의 파란색 슬레이트 지붕으로 바꿨고 본채를 개조해 방크기를 늘였다. “밤 11시 넘어서도 사람들이 찾아오지만 대통령 난 집에 사는 것도 영광”이라며 미소짓는다. 사람들에 많이 치였을 법한데도 표정은 밝고 이 사람 저 사람이 던져대는 질문에도 친절하게 답했다. 집값이 많이 올랐겠다는 질문에 “평생 안 팔고 살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하기도 했다.
생가 정면에 보이는 ‘앞산’ 기슭에 고시공부를 했다던 ‘마옥당’ 자리가 보이고 집 오른 편에는 용(혹자는 사자라고 함)의 형세를 한 봉화산 자락이 우뚝 서 있다. 140m밖에 되지 않는 낮은 산이지만 신기하게도 올라서면 사방이 모두 발아래다. 마산 창원 밀양 인근이 훤히 내려다 보이는 산세가 시원하기 그지 없고 일출 포인트로도 안성맞춤이다. 김해시 관광안내 자원봉사자로 이날 생가에 들른 정영도씨(47)는 “봉화산은 조선시대 지리지 등 문헌에도 등장하듯이 풍수적으로도 명산”이라며 “그 기운이 이 지역 사람들한테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나름대로 분석하기도 했다.
봉화산 정상까지는 생가에서 불과 20여분. 가벼운 등산코스로 딱 좋다. 10여분 오르다 보면 고려시대 여래상으로 추정되는 높이 2.48m의 봉화산 마애불이 바위에 새겨져 있다. 지금은 ‘봉화산 정토원’으로 이름이 바뀐 옛 봉화사가 있고 자유당 정권 때 세워진 ‘호미든 관음상(관음개발성상)’이 산 정상에 서 있다. 봉화사는 독실한 불교신자였던 노당선자 모친이 자식들을 위해 치성을 드린 곳으로도 알려져 있다. 40여년간 정토원을 지켜오고 있는 석진규(69) 원장은 “노당선자가 어린 시절 친구들과 함께 봉화산에 올라 관음상을 보고 ‘부처님이 호미를 들었는데 난 다음 세상에 봉화를 들면 될 거 아이가’했다”고 전했다.
[여행메모] 마산행 무궁화호 진영역 하차
봉하마을 가는 길은 아직 수월치는 않다. 기차건 버스건 진영읍까지 일단 간 뒤 버스 또는 택시를 타고 봉하마을로 들어가야 한다. 기차는 서울에서 마산 또는 진주행 무궁화호를 타고 가다 경유역 중 하나인 진영역에서 내려야 한다. 5시간 거리다. 고속버스는 서울에서 부산,또는 마산으로 간 뒤 진영읍행을 갈아타면 된다. 진영읍에서 봉하마을로 들어가려면 진영주차장에서 57번 버스를 타거나 택시를 타야 한다. 택시비는 5,000원. 버스는 오전 7시20분,오후 1시·4시15분·7시50분 단 네 차례밖에 없어 시간 맞추기가 어렵다. 승용차편으로 갈 때는 서부산 IC를 통과해 남해지선 고속국도를 30여㎞ 달린 뒤 진례·진영 출구로 나가야 된다. 나오자마자 오른쪽 진영읍 방면으로 15분 정도 가다 봉화산 방면으로 빠지면 된다. 본산 중공업단지부터 표지판이 제대로 없으니 주의해야 한다.
진영의 특산물로는 단감이 제일이다. 갈비도 유명해 어디서나 맛볼 수 있다. 단감은 진영농협(055-343-2020)에 전화로 주문해 사는 것이 낫다. 저온저장돼 있어 제 맛을 느낄 수 있다. 봉하마을에는 식당이 전혀 없으니 4㎞ 떨어진 진영읍 내에서 먹거리를 해결해야 한다. 마을입구에는 어묵,순대 등 간단한 요깃거리를 파는 포장마차가 4∼5군데 있다. 숙박은 김해시내로 나가서 해결하는 것이 좋을 듯. 봉하마을에는 묵을 곳이 없고 진영읍 역근처에 여관이 3∼4군데 있으나 시설은 열악하다. 김해시에는 김해관광호텔(055-335-0101∼10)을 비롯해 모텔이 즐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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