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모처럼 아들과의 만남이 좋긴 했는데...
2022년 5월 9일 월요일
음력 壬寅年 사월 초아흐렛날
5월 초순이 다 지나도록 아침 공기는 아직까지도
꽤 차갑다. 영상 4도의 기온인데 한기가 느껴진다.
간밤에는 예보에도 없었던 제법 굵은 비가 내렸다.
요즘 시기에 비가 내리는 것은 반가운 비라서 좋다.
아직 아침으로 서리가 내려 밭에 모종을 심을 수는
없지만 이따금씩 비가 내려 땅을 적셔놓으면 나중
본격적인 농사가 시작되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어제는 부처님 오신 날이면서 어버이날이었다.
아들 녀석이 밥이나 함께 먹자며 먼길을 달려왔다.
오랜만에 집에 온 아들과 함께해야 하는데 어떻게
할까 많이 망설였다. 고기를 사주겠다고 하여서...
절에 다녀올 것인가?
아들하고 밥을 먹을 것인가?
아니면 밥도 먹고 절에도 가고 둘 다 할 것인가?
무늬만 불자라고 해도 고기를 먹은 날 절에 간다는
것은 불자로서 부처님의 가르침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와 예의에 벗어나는 행동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나마 사흘전에 둘째네가 왔을때 다녀왔으니까
우리를 위해 먼길을 새벽같이 달려온 아들과 함께
하기로 했다. 절에는 언제든지 다녀오면 되니까.
오전에는 새벽같이 달려오느라 피곤했을 아들을
조금 쉬게 했다. 그래도 오랜만에 만나서 그런지
지엄마와 둘이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나이 40이 넘은 아들이지만 둘의 대화는 재밌어
보였다. 말주변이 없는 아비는 그저 바라보면서
간간이 끼워들곤 한다. 만나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야지 생각해놓곤 하면서도 그게 그리 잘 안된다.
아내가 일찌감치 예약을 해놓은 고깃집으로 갔다.
이 집은 조금 멀긴 하지만 근동의 어느 집보다도
깔끔하고 친절하고 맛도 좋아 집에 손님이 오거나
고기가 먹고 싶을 때 아주 이따금씩 가는 집이다.
특히 아내가 마음에 들어하는 집이라서 가곤한다.
모처럼 셋이서 하는 식사라서 기분좋게 먹을 수가
있었다. 어버이날이라고 모처럼 술까지 따라주는
아들의 마음이 고마워서 그랬는지 고기도, 술도
맛있게 먹었다. 아내도 너무나 흐뭇한 표정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조금 돌고 멀긴 하지만 드라이브를
하기에 안성맞춤인 금당계곡길을 택했다. 이 길은
절경이 펼쳐지고 한적하여 이따금씩 아내와 함께
드라이브를 하는 길이다. 지엄마가 좋아하는 곡을
준비하여 틀어주는 아들의 배려가 고맙기도 했다.
아주 모처럼 운전을 하지않고 외부에서 거나하게
낮술까지 걸쳐서 그런지 흥이 났고 기분도 좋았다.
집에 오자마자 지엄마가 좋아한다고 사온 케익과
커피로 어버이날의 행사의 피날레를 장식하는가
했는데 갑작스레 아들 녀석이 봉투를 내놓으면서
이다음 원주나 강릉에 나가면 하고 싶거나, 사고
싶은 것이 있으면 쓰라고 용돈을 주는 것 아닌가?
선물에, 케익에, 고기를 사줬고, 용돈까지 챙겨주는
아들의 배려와 성의와 사랑에 감동을 먹은 아내의
눈가에는 이슬이 맺히는 것 같았다. 촌부도 그랬다.
자식 기른 보람이 이런 것이구나 싶었고 고마웠다.
오늘은 수업이 없어 쉬는 날이라서 자고 갔으면
했었지만 일정이 있어 가야한다기에 고속도로에
자동차가 밀릴 것 같아 국도로 가라고 당부를 하며
배웅을 했다. 2시간이면 족한 것을 국도까지 밀려
4시간 반이나 걸려 도착했다고 하여 안스러웠다.
그 와중에 엄마가 계신 요양원의 원장 수녀님께서
아내에게 전화를 주셔서 엄마가 좀 편찮으시다고
했단다. 그렇잖아도 어버이날인데 면회를 할 수가
없어 마음 아파했었는데 이런 소식을 들었으니 또
설상가상이라 아내의 마음이 얼마나 아팠겠는가?
결국 처제들과 통화를 하면서 참지못하고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단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 엄마를
요양원에 모실 수밖에 없었는데 아내는 그날 이후
늘 자기탓인냥 마음의 짐으로 여기며 힘들어 한다.
코로나 시절이라 요양원으로 달려갈 수도 없으니
이래저래 답답하기만 하다. 엄마도, 아내도 둘 다
걱정스럽다. 이런 것을 두고 호사다마(好事多魔)
라고 했던가? 제발 별일 아니라는 연락이 왔으면
좋겠구나 싶다.
첫댓글 밤새 안녕히 주무셨어요???
부러운 두분 행복이 넘쳐서
주우러 가야겠네요 ㅎㅎㅎㅎㅎ
어버이날의 일정을 보니
정말로 정이 넘치고 자식을 키운 보람을 느끼셨을 듯합니다.
살면서 이렇게 아름다운 모습을 보는 것도 행복입니다.
병원의 장모님은 무탈하시리라 생각합니다. 늘 건승하세요
어버이날이라
찾아온 아드님과의
귀한 시간이 정이 넘치네요.
오늘도 멋진 하루 만드시며 행복 하세요
보기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