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2번 버스를 타고 동작대교를 건너는데 아침 해 때문에 오른쪽 뺨이 뜨끈뜨끈합니다.
반포대교 쪽을 보니 약간은 눈을 찡그리게 되지만 쫌 멋집니다.
맑은 하늘 아래 햇빛이 한강물에 부딪쳐 금싸라기가 되어 흩어집니다.
금싸라기들이 제 눈속으로 스며듭니다.
한 주를 마무리하는 금요일 출근길에 버스 타기를 참 잘한 것 같습니다.
요즘은 퇴근길에도 오른쪽 얼굴이 따뜻합니다.
한여름에는 퇴근시간에도 해가 중천에 떠 있어서 머리 위가 뜨끈뜨끈했는데, 지금은 서울역 뒷편 만리동 고개 옆에 새로 지은 높은 아파트에 걸리거든요.
한 번씩 고개를 들고 눈을 돌리면 눈부시게 파란 하늘이 거기에 있습니다.
근데 이렇게 멋있는 걸 잊고 사는 사람들이 부지기수겠죠?
일상에서 하루 중 자기 만의 가장 멋있는 풍경과 마주하는 시간을 가져 보는 건 어떨까요?
해가 뜨고 지는 것도 좋겠고, 불야성 같은 밤 풍경도 좋겠고, 가로등 밝은 골목길도 좋겠고요.
누가 가져다 주는 건 아니잖아요.
내 마음이 만드는 거 아닐까요?
멋진 금요일입니다. ~^.^~
♥목숨 걸고 재판한 판사♥
''뭐어? 그 사람이 판사였다고?''
''그런데 어쩜 그렇게 티도 안 내고...''
''세상에, 나도 전혀 몰랐네!''
그의 부음은 너무나 갑작스런 소식이었다.
한달음에 달려온 이웃들은 또 한 번 놀랐다.
장례식장을 가득 채운 수많은 조문객들 때문이었다.
''판사님 덕분에 저희가 살 수 있었는데...''
그의 판결로 도움을 받았던 사람들이 달려와 장례식장 곳곳에서 눈물짓고 있었다.
그에 대한 일화들도 쏟아졌다.
이웃이 사 온 쥬스를 펄쩍 뛰며 돌려보낸 이야기, 개인적인 법률 상담은 공직자 윤리에 어긋난다며 늘 선을 지켰다는 이야기.
''대쪽 같은 사람이었지.''
''관용차도 꼭 출퇴근 때만 썼다잖아. 딸도 한 번을 안 태워줬대.''
그는 그런 사람이었다.
공과 사는 매서우리만치 엄격히 구분했고, 일에 관한 한 모두가 혀를 내두를 정도로 철저히 몰입했다.
법원에서도 '목숨 걸고 재판하는 판사'로 통했다.
그가 그렇게 한 이유는 단 하나, 자신의 판결 때문에 고통 받는 사람이 없기를 바랐기 때문이었다.
특히 그는 사회적 약자의 인권 보호에 남다른 관심을 보였다.
'환경미화원이 황사 많은 날 근무하다 사망했다면 업무상 재해다.'
'시각장애인의 생존권이 비장애인의 직업 선택의 자유보다 우선한다.'
그의 판결은 그동안 법에서 소외되었던 수많은 '일반 국민'들의 삶을 위로하고 지지하는 것이었다.
그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절대 물러서는 법이 없었다.
'재벌가의 결혼 축의금에 대한 증여세 부과는 정당하다.'
'공직자가 재산 공개를 거부하면 그 사유를 국민에게 공개해야 한다.'
상대가 누구든 법 앞에서는 평등함을 강조하며, 사람을 위해 법이 존재함을 세상에 보여준 그 사람.
매일 밤 사건 기록과 분투하며 세상을 떠나는 그 순간까지 '사람을 위한 법조인'으로 살고자 했던 그 사람, 판사 한기택.
'좋은 판사'에 대한 답을 인생으로 보여준 그의 생전 인터뷰가 가슴을 울린다.
''내가 무엇인가 되겠다는 생각을 버리는 순간, 진정한 판사로서의 삶이 시작될 것이라 믿습니다. 내가 목숨을 걸고 악착같이 붙들어야 하는 것은 그 '무엇'이 아니라 법정에 있고 기록에 있는 '다른 무엇'이라 생각합니다.''
-뭉클_마음을 움직이는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