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 공립고교 성범죄 은폐 파문은 신규 여교사와 여학생을 상습적
으로 성추행 하고 또 교장마저 교내 성범죄를 축소. 은폐하고, 여교사를 성추행했다는 것은 스스로 사도(師道-스승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를 망가 뜨렸다.
先生이란 글을 읽어보면 조선시대의 선생은 교수-훈장-접장-훈도 등으로 불렸으며 품계(品階)는 큰 고을에서 육품(六品)으로 군수보다 이품(二品)이나 낮고 작은 고을에서는 가장 말단직 참봉과 같은 구품(九品)에 불과했다. 품계도 낮은데다가 글을 가르치는 고귀한 일에 금전적 타산이 개입돼서는 불순하다는 생각이 지배하여 급료도 형편 없었다. 상신 김육(金堉)의 상소문에 보면 <모든 훈도가 녹을 받지 못하고 있기에 성심껏 가르칠 수 없다>고 한 것으로 미루어 전통사회의 스승은 돈벌이와는 담을 쌓고 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한말에 수집된 서당 훈장의 수입에 관한 관계는 이렇다. 아이를 서당에 맡긴 집에서는 여름에 보리 한 말과 겨울에 쌀 한 말을 보낸다. 그리고 자식이 책을 떼면 책씻이(洗冊禮)를 하는데, 이때 시루떡을 쪄 서당에 보낼제 닭 한 마리와 술 한 병으로 스승상을 따로 차려 보낸다. 봄-가을 산에 싸리나무 한 짐 쪄다 훈장집에 갖다 드리는데, 명분은 그 싸리 회초리로 자식놈 종아리 자주 때려 사람 만들어 달라는 체벌용 맷감이었다. 한데, 그 많은 싸리나무를 맷감으로 쓸 수는 없는 일이다.
그래서 남은 싸리로 빗자루를 엮어 장에 냄으로써 다소의 부수입을 얻었다. 싸리비는 서당에서 나오는 것이 상식이 돼 있었고 싸리비 값은 깎지 않는 것이 관례로 되어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인 것이다.
그밖에 훈장의 부수입으로 눈물 값이라는 뜻인 <누대(淚代)>라는 게 있었다. 온 마을이 문맹인지라 객지에 나간 아들딸네로부터 편지가 오면 이를 읽어줄 사람은 훈장밖에 없기에 편지를 들고 서당을 찾아간다. <아버님 어버님 기체후 일향망강하옵나이까-> 고 감정을 넣어 읽기 시작하면 <옹야 옹야 일향망강하제-> 하며 울먹울먹하다가 울어버리고 만다. 이같이 편지를 읽어주고 또 써주고 하는 대가를 누대로 속칭했으며 이 누대는 주로 노력(勞力)으로 보상되었기로 훈장이 짓는 밭농사는 직접 손에 흙을 묻히지 않아도 짓게돼 있었다.
이렇게 벼슬로 보아 권력에서 멀고 벌이로 보아 돈에서 멀리 떨어져 있기에 금력이나 권력이 맥을 못추는 좋은 세상에서는 선생이 활개를 치지만 금력과 권력이 판치는 못된 세상에서 선생이 형편없는 존재가 되고 만다. 요즘 얕보거나 치러들거나 경멸할 때 아래위로 훑어 보며 <선생-> 하고 접근하는 걸 보면 선생은 무력자의 대명사처럼 쓰이고 있음을 본다.
맹자는 덕(德)을 먼저 깨치고 쌓았다 하여 선생이라 했다. 덕력(德力)은 권력보다 무겁고 금력보다 값지다 했다. 금력과 권력에 맥락된 부정입학이며 촌지 안주고 안받기 등 스산한 개혁바람 속에 부각시켜 보는 선생상이다. 그런데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시킨다" 고 했던가. 요놈의 교장과 몇몇 선생들을 어찌해야 좋을까?
? 민주주의 사회는 삼권이 분립된 사회라고 한다.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가 그것이다. 여기에 언론의 중요성을 감안하여 통상 언론을 '제4부' 라고 말한다. 이런 문제 의식을 확대해 시민단체를 '제5부' 라고 불러도 좋지 않을까. 그만큼 시민 단체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럴 때 제5부의 참신한 역할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