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무게
노르웨이 오슬로의 시청 앞에는 백조상이 있으며 그 아래로 물이 분수를 일으키며 흘러내리고 있다. 이는 노르웨이(오슬로)를 상징하며 표현하는 예술이다. 백조의 알은 오슬로 시민이며 물의 흐름은 생명을 형상화하여 상징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북유럽은 해양 국가로 물의 도시이다. 수도가 바다를 끼고 있거나 섬을 다리로 연결하여 도시를 이루고 있다.
이는 성서에서 물이 생명이라고 하는 데서 비롯하지 않았을까 싶다. 창세기의 예루살렘에서 물이 흘러나와 티그리스나 유프라테스강으로 흐른다고 했다. 또 예수님께서 카이사리아 필리피에서 베드로에게 하늘의 열쇠와 교도권을 주었다. 그곳은 이스라엘의 최북단 ‘단’으로 헬몬산의 빙하가 녹아 물이 흐르고 있다. 그 물은 흘러 갈릴래아와 요르단강을 거쳐 남쪽 사해의 ‘브에르세바’까지 흐른다. 그 물처럼 생명의 복음을 세상 끝까지 전하라는 말씀을 담고 있다.
생명의 무게는 상대적이라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다르다.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비행기로 노르웨이의 베르겐으로 안착했다. 산악열차를 타고 전망대에 올랐다.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시가지가 바다와 산을 끼고 아름답게 보였으며 한 편의 산수화를 보는 듯했다. 그곳 날씨 또한 변화무상했다. 흐렸다가 개이고 개였다가 비를 뿌리면서 우리네 인생역정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열차로 내려와 구시가지와 어시장을 둘러보았다. 그곳은 옛 노르웨이의 수도였으며, 200년 전의 전통 목조 가옥이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었다.
버스로 풀름으로 이동하였다. 그곳에서 산악열차를 타고 피오르 깊숙이 들어갔다. 다시 열차를 바꾸어 타고 계곡으로 들어갔다. 높은 산에서 빙하가 녹아 하얗게 흘러내리며 폭포를 이루었다. 그 장면을 보니 몇 년 전 남미의 이과수강 ‘악마의 목구멍’이라는 폭포가 연상되어 어지러움을 느꼈다.
피오르는 옛 빙하시대에 큰 빙하 덩어리가 이동하면서 침식작용으로 흙을 아래로 쏟아내면서 U자의 협곡을 이루었다. 바위는 그대로 있어 절벽을 이루는 곳도 있었다. 그 사이에 바닷물이 200여 킬로미터까지 들어왔다. 긴 협곡을 따라 그림 같은 집들이 나타났다. 그곳은 주민이 8,000여 명인데 여름에는 30만 명이 모여든다고 하니 가히 짐작이 갔다. 푸른 초원의 골짜기에 소와 양, 염소들이 풀을 뜯고 있는 목가적인 장면이 옛 시절 시골에서 소를 몰고 들로 산으로 다녔던 추억이 반추되면서 격세지감을 느꼈다.
피오르에서 펼쳐지는 광경은 산허리에 운무가 오르락내리락하면서 아름다움을 자아냈다. 그것을 지켜보면서 이스라엘 순례에서 타볼산에 올랐던 추억이 뇌리에 스쳤다. 그곳에서 베드로는 그곳의 광경에 도취하여 초막 셋을 지어 예수님, 모세, 엘리야에게 주겠다고 한 성서 말씀이 떠올랐다.
다음날 브릭스달 빙하를 보기 위해 떠났다. 피오르를 따라 계곡 깊숙이 들어가면서 펼쳐진 경관은 이루 형언할 수 없었다. 산악 전동차를 타고 2.5km까지 올라갔다. 1400 고지에 빙하가 형성되어 있으며 아래쪽에는 빙하호수를 이루고 있었다. 일행들은 사진을 담으며 기쁨의 환한 얼굴이었다. 나는 하느님께 세상 창조의 신비함에 화살기도를 바쳤다.
그곳을 벗어나 헬레쉴트로 이동하여 게이랑에르에서 피오르 유람선을 탔다. 가는 중에 ‘칠 자매 폭포’가 나타났다. 산 위에서 밑으로 쏟아지는 일곱의 물줄기이다. 이는 한 청년이 일곱 자매에게 구혼을 청했지만 거절당했다. 그 청년은 비관하여 죽음을 택하고 그 소식을 들은 일곱 자매는 그 청년을 기리며 죽어서 폭포가 되었다고 한다.
그 사연을 들으면서 모세가 떠올랐다. 모세는 이집트 파라오 왕가에서 쫓겨나 미디안의 이드로의 집에서 양을 돌보며 더부살이했다. 그의 딸들은 모세에게 다가가며 구애를 청했다. 그러나 거절당하고 일곱 째 딸과 결혼했다. 모세는 그 후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아 이집트에서 종살이하는 히브리인들을 가나안 땅으로 이끌었다.
유람선에서 내려 하미르에 이르는 400여 km를 줄곧 버스로 가서 우드 호텔에서 마지막 밤을 보냈다. 8박 9일, 낯섦의 여정을 무탈하게 마무리할 수 있게 도와주신 나의 하느님께 감사하며 고국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