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대우해양조선이 올해 임단협을 타결했다. 앞서 삼성 중공업은 지난 9월에 일찌감치 마무리 지었다. 이제 국내 조선 3사 가운데 현대중공업만 남았다. 하지만 여러 여건을 살펴보건대 연내 타결이 그리 쉬워 보이지 않는다. 이러다가 또 지난 2018년처럼 2년 치를 한꺼번에 처리해야 할지 모른다. 올해 임단협을 이미 끝낸 조선사들보다 현대중공업 회사 사정이 더 좋다는데 이렇게 타협점을 찾지 못하는 걸 보면 노사 양측 모두에 뭔가 문제점이 있는 것 아닌가.
지난 10월에 접어들면서 현대중공업 노사 양측은 임단협 연내 타결을 공언했다. 하지만 그 이후 4차례나 더 협상을 진행했지만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사측은 "수주 실적이 목표치에 크게 못 미쳐 경영이 어려운데 지나치게 요구한다"며 노조 측을 책망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노조는 "교섭 자세에 성실성이 없다. 지난 5월 올해 임단협 상견례 이후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일괄 제시안을 내 놓지 않았다"며 회사 측을 비난하는 중이다. 한마디로 말해 양측 모두 배수진을 치고 있다. 갈 데까지 가보자는 자세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수주 목표의 약 40% 정도를 달성했다고 한다. 따라서 액화천연가스(LNG) 선박 수주물량이 차츰 늘고 있다고 해도 이대로라면 연말까지 올해 목표량을 채우기 어렵다. 게다가 법인 합병 대상인 대우조선해양 노조가 해외에까지 나가 현대중공업을 비난했다. 그렇잖아도 빌미를 찾고 있던 경쟁국들에겐 이 보다 더 좋은 호재가 없을 것이다.
국제노동기구(ILO)가 당장 국내 노동조건에 이의를 제기하고 나선 것만 봐도 이를 알 수 있다. ILO가 시비를 걸면 조선 수주에 여러 가지 제동이 걸릴 수 있다. 현대중공업이 국제 造船 시장에서 고립무원인 상태다. 당장 노사 양측은 협상 자세부터 새로이 해야 한다. 회사 측은 지난 5월 법인분할을 통해 몸집을 줄였기 때문인지 이전처럼 노조와 타협하려는 자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임단협이 결렬되면 그 때마다 대처하겠다는 듯 느긋하다. 노조도 마찬가지다. 무슨 배짱에선지 겉으론 연내 타결을 내세우면서 상대방이 먼저 머리를 숙이지 않으면 `2년 치 타결`도 불사하겠다는 자세다. 이런 모습을 보고 어느 외국 선사들이 이곳에다 선박건조를 맡기겠나.
당장 2~3년 내 배를 넘겨받아야 하는데 자칫했다간 4~5년이 지나도 배를 건네받을까 말까한 이런 회사에 누가 선뜻 수주 신청서를 내겠는가. 외국 선주사들 눈에는 현대중공업 못지않은 조선사들이 세계 도처에 널려 있다. 집안싸움이 집안을 망조 들게 한다는 옛말이 달리 있지 않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