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살아가는 인생에서 아마도 즐거움보다 슬프거나 좌절감을 느끼는 날이 더욱 많을 것입니다. 정말 말도 안되는 일을 목격하거나 아무리 노력해도 안된다고 판단될 때 느끼는 자괴감은 상당할 것입니다.특히 추석같은 명절때 들려오는 이런 저런 소식이 더욱 피곤함을 더하게 합니다. 인간은 타인과의 비교에서 불행한 마음이 발생한다고 합니다. 듣고 보지 않으면 되지만 요즘처럼 정보가 홍수를 이루는 시대에 눈과 귀를 닫고 살 수는 없기에 힘듬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2024년 추석연휴는 더욱 그런 것 같습니다.
추석 연휴에 그동안 우려했던 응급실 뺑뺑이 사례가 잇따랐다고 합니다. 양수가 터진 임산부가 병원을 무려 75곳이나 연락했지만 모두 거절당했습니다. 충북 청주에서 25주 차 임신부가 양수가 터져 구급대원들은 서울에서 제주까지 75군데 병원에 전화를 했다고 합니다. 6시간을 길 위에서 헤맨 끝에 천우신조로 한 산부인과에서 응급처치를 받았습니다. 추석연휴에 고향을 찾은 딸은 쓰러져 있던 노모를 발견하고 급히 소방당국에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노모는 이미 이틀 전에 넘어져 갈비뼈가 부러진 상태였습니다. 구급대원들은 5곳에 전화를 했지만 입원치료가 어렵다는 대답뿐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에도 정부는 연휴기간동안 병원 운영이 모두 정상이라는 설명입니다. 위급상황에 긴급 구호를 요청한 사람들은 있지만 유령에게 연락한 셈입니다.
국내 주식을 10억원 이상 보유한 미성년자 주주 90명 가운데 17세 청소년이 2000억원어치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립니다. 2022년생인 2살짜리 아이가 20억원의 주식을 가지고 있다는 말도 있습니다. 그냥 소문이 아니고 금융정보업체의 조사결과입니다. 돈 많은 부모 만나 어릴 때부터 거액의 재산을 가진 것을 탓할 수만은 없습니다. 하지만 아직 미성년자들인데 너무 한 것 아니냐는 생각도 듭니다.
서울 아파트가운데 전세가가 105억원이고 매매가가 220억원인 곳이 있다고 합니다. 그야말로 입이 떡 벌어지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서울 아파트 시장에서 올해 50억원 아파트 매매는 지난해 한 해에 비해 60% 늘었고 100억원 이상 매매도 세배 이상 증가했다는 보도도 있습니다.그야말로 천문학적인 액수의 거래가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입니다. 돈 많은 사람들이 멋지고 쾌적한 주거지에서 사는 것을 샘내는 것도 아니고 그다지 부럽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오늘처럼 명절날 굳이 이런 기사를 자신있게 보도하는 그 언론사의 태도에 더 화가 납니다. 그냥 기자 혼자 듣고 말면 될 것을 서민들에게 크게 떠들 일일까하는 마음도 듭니다.
오늘은 2024년 추석입니다. 민족의 최대명절이자 가을 저녁이라는 이름의 추석입니다. 시원한 바람과 큰 보름달을 바라보며 근심 걱정을 잊는 그런 날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역대급 폭염이 여전히 계속되는 가운데 추석 당일인 오늘(9월 17일)도 강원도를 제외한 전국 대부분 지역에 이례적인 무더위가 계속되고 있습니다.35도를 넘는 곳도 수두룩합니다. 경남 밀양과 함안 창녕 진주 합천 등지에는 폭염 경보까지 내려졌습니다. 정말 유래가 없는 폭염입니다. 저도 살아온 햇수가 꽤 되는데 추석날 선풍기 켜고 에어컨까지 틀어본 기억은 없습니다.
온 가족이 오랫만에 만나 즐거워야 할 명절이 덥고 피곤하고 짜증나는 날이 되면 안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을 것 같습니다. 나라 전체에 편한 구석이 그다지 보이지 않습니다. 물가고에, 얇아진 지갑에, 의료분쟁, 정치권의 대립상태, 제구실 못하는 정치 사회적 리더들....그래도 고향을 찾았지만 들리는 소리는 대부분 피곤한 소리들입니다. 풍요로워야 할 명절 기분이 들지 않습니다. 날씨가 너무 더우니 더욱 그러하겠지요. 그래도 조심해서 귀경하시길 바랍니다. 자칫 사고라도 일어나면 치료받기가 하늘에 별따기 입니다. 이제 이 나라는 각자도생 즉 자신의 생명과 자신의 재산은 스스로 지키지 않으면 안되는 그런 구조가 되고 말았습니다. 주변에 도와줄 사람들 별로 없으니 조심 조심해서 귀가하시길 바랍니다.
2024년 9월 17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