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분이 진보인가, 보수인가, 고개를 꺄우뚱거리게 한 조희연샘
58년 개띠인 저는, 마흔아홉이 되던 지난 2007년 성공회대학교 사회학과 신입생으로 입학한 후 조희연교수를 만났습니다. 열아홉 살 새내기들 틈에 섞인 만학도 아줌마가 조희연교수의 수업을 처음 들은 것은 사회학 전공필수과목이었던 ‘사회과학입문’이었습니다.
수업에서 첫 번째로 부여받은 과제는 -자유로운 시민을 위한 비판적 사고의 기술-이라는 부제가 붙은 <청소년을 위한 이야기정치학>을 읽고 감상문을 적어내는 것이었습니다.
‘자유로운 시민’ ‘비판적 사고’ 시민이 어떻게 시민이어야 하는지 배운 시간이었지요.
입학하기 전에 진보적이고 실천적인 사회학자로서의 조희연에 대한 명성은 들어 알고 있었고 어쩐지 근엄하고 어려운 분 아닐까 라는 선입견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직적 뵌 조희연교수님은 등에 작은 가방하나를 메고 자전거를 타고 등교하다 운동장에서 마주치는 학생들과 자전거 페달을 밟고 서서 인사를 나누거나, 아예 자전거를 세우고 학생들과 곧잘 이야기를 나누는 분, 잘 웃는 분, 수업시간에 질문을 많이 하게 하는 분, 토론을 즐기는 분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무엇보다 참 편안했습니다.
더구나 우리 만학도들을 수용하는 토대를 만든 분이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사실 성공회대학교에는 제법 많은 수의 만학도들이 있었는데 저도 그렇지만 대개 검정고시로 중고등학교 자격증을 획득한 후 엔지오활동전형이나 민주화운동인정자전형을 통한 입학생들이었습니다. 이 전형을 도입하여 제 나이에 공부하지 못한 70년대 노동자들이 그동안 축적된 사회활동과 경험을 바탕으로 이론을 공부할 기회를 제공한 중심에 조희연교수가 있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엔지오활동전형의 필요요소가, “옛날에 나 뭐했다” 가 아니라, 현재까지도 사회활동을 지속적으로 해 온 사람들이어야 했고요.
공부하면서 점점 알게 된 조희연교수의 면면은 우리 만학도들을 감동하게 하였고 어느새 만학도들에게는 암묵적으로 ‘담임교수’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따지고 보면 취업률이 학교의 위상처럼 여겨지는 세태에서 만학도 들은 그리 달가울 이유가 없습니다. 더구나 교수들도 나이 오십 줄의 아줌마들을 앞에 놓고 강의하는 것이 썩 편치 않을 수도 있지요. 하지만 조희연교수님은 어려운 내용이 있으면 언제든 찾아오라고 하셨고 어떻게든 도우려하셨습니다. 그런 환경이 제공된 대학에서 참 즐겁게 4년을 보내며 어렵게 살았던 지난 세월에 대해 많은 격려와 치유를 받은 느낌이었고, 제대로 살아야겠다고 마음을 다잡게 해주었습니다.
저는 70년대 손꼽던 ‘민주노조’ 출신이고 18년 독재치하의 ‘쓴맛’을 뼈저리게 체감한 터이라 민주주의는 절대적으로 귀중한 가치로 여기고 살아왔습니다. 그러나 머릿속에 있는 민주주의와 몸으로 살아가는 민주주의가 겉도는 경우가 수없이 많이 있고, 주변에 그런 사람도 많습니다. 그런데 진정 민주주의가 어떤 것인지를 조희연교수님을 통해 참 많이 배웠습니다.
수업을 듣다보면 저분이 보수인가, 진보인가, 고개를 꺄우뚱거리게 할 정도로 문제를 해석하는 데에 편견이 없었고, 두 갈래로 갈라지는 지점에서 토론을 통해 갈등을 조율하는 태도를 중시하셨습니다. 때로는 속 시원히 ‘그놈은 나쁜 놈’ 이라고 말해주시면 좋겠는데 그러지 않는 조희연교수님이 답답할 때도 있었지만 하교 길에 가만히 생각해보면 우리가 너무 목소리만 앞세운다는 자성을 갖게 했습니다.
무엇보다 조희연교수님은 당신의 삶에 배인 태도로 민주주의를 깨닫게 하는 분입니다.
교수라고 하여 학생을 아랫사람으로 대하지 않았고 나이가 많다고 하여 어린 사람을 귄위로 대하지 않으셨습니다. 평등의 가치가 몸에 배인 것이지요. 나이 오십쯤 되면 느낌으로도 웬만큼 사람이 보이니까요.
그렇게 평온한 감성을 지닌 조희연교수가 교육감선거에 나서는 결단을 보며 참 놀라웠지만 그만큼 우리사회의 교육이 절박해져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라 여겨집니다.
조희연교수는 성실함이야 둘째가라면 서러운 분이고, 공부에 게으르지 않은 분이며, 편견과 사욕을 극복할 성찰적 기본이 튼튼하고, 어떻게 하면 사회를 더 좋게 만들지를 아는 사람입니다.
사람의 근본을 보려면 그가 강자와 약자에게 어떤 태도를 보이는가에서 일수 있지 않습니까. 강자(특히 부당한)에게는 저항하고 약자에게 따뜻한 사람, 사람을 사람으로 존중할 줄 아는 사람입니다.
어떤 사람이든 빈 구석이야 있을 테고 사람을 너무 절대화하는 것은 체질적으로 잘 못하지만 조희연교수는 이런 분이라 감히 말할 수 있습니다.
투표일을 며칠 앞두고 진정성이 묻어나는 조희연교수님 둘째아들의 글이 잔잔한 감동을 일으키는 것을 보며 마음만 동동거리는 제가 부끄러워 이 글을 씁니다.
이런 자질을 갖춘 교육감후보를 두고도 서울시가 다른 선택을 하게 된다면 우리는 또 뒤늦은 후회를 할 수도 있습니다.
조희연 교수 같은 분이 교육을 책임지는 곳에서 우리의 미래세대가 공부하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잘 자라는 아이들을 보고 싶습니다.
성공회대 만학졸업생 장남수 올림
첫댓글 조희연 서울교육감후보 지지글 감동입니다.
우리나라 정치에 기댈 희망이 없는 유권자들에게
이사람만은 정의롭게 정치할 후보라고 눈치살피며 이야기했었는데....,
잘 써준 글 덕분에 편하게 지지를 이야기 할 수 있게되었네.^^
4년간 조희연교수를 지켜보았잖아요.
가볍지 않고. 진지한 토론 좋아하는 분이고, 검소하고. 무엇보다 실천하는 학자니까요^^
서울시민이 아니라서 서울시 교육감 뽐을 자격은 없지만
우리 어머니를 비롯하여 잘 아는 지인들에게 조희연 후보가 좋은 분이라고
열심히 알리고 있습니다.
경기도의 이재정 후보와 서울 조희연 후보 모두 좋은 교육감이 당선되기를 희망해봅니다.^^
네, 함께 화이팅입니다.
축하의 잔을 나눌 수 있기를 기대하고요^^
직접 한표를 보낼수는없었지만 마음으로 꼭당선되셔야 할분인데하며 기도하는맘이었는데 부산에서도 지지했던븐이 당선되시고 참기분좋은아침이네요 ^^
네, 화이팅!!
앞으로 일 잘하시도록 기를 모아야겠어요. 잘못할때는 매섭게 비판도 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