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쨍쨍하고 땅은 가물어 쩍쩍 갈라터지는데
몸과 마음은 여름 한 가운데 들이닥칠 장마철을 염려한다.
원래 산골의 삶이란 뭐든 미리미리 준비하여햐 하는 법인지라
세월의 흐름에 관계 없이 때 되면 준비해야 할 것들로 가득이다.
그리하여 주말 내내 바쁘게 돌아치며 두 식구 사는데 뭘 그리 많이 먹을까 싶도록
늘 하던대로 밑반찬 반들기에 여념미 없었다....와중에 찾아든 발길들과 간간이
노닥거리며 일상의 무료함을 쫒아내던 결과물을 들여다 보면서
괜시리 뿌듯하다....그래도 요즘엔 지천의 먹을거리가 풍성한 때이니
시절이 수상하거나 말거나 산골에 사는 즐거움은 때로 소소한 일상으로 행복하다.
어쨋거나 유월의 첫날, 마실도 다녀오고 장도 보러 갈 겸 해서 길을 나섰다...그러나 역시
물가는 턱없이 고공행진중이고 와중에 어쩐 일로 부추가 세일 중이다.

그리하여 신선이 좋아하는 부추김치를 잽싸게 만들기로 하고 두 단을 사왔다.
여름 내내 먹을라치면 더 많이 필요할 일이나 요즘은 게을러서 일이 하기 싫은 까닭에 대충...
헌데 웬일이란 말인가.
요즘에 흔하디 흔할 마늘쫑이 보이질 않는다.
첫 물에 마늘쫑이 나왔길래 덥썩 들고 보니 몇 가닥 되지도 않는 것이 3600원이나 하길래
겨우 한 단을 사와 겉절이 마늘쫑을 다 먹고 나서 다시 저장 식품을 만들려고 나선 길이건만
애석하게도 어느 곳에도 보이질 않는다.
조금 더 있으면 싸지겠지 했더니 아예 눈 씻고 볼래야 보이질 않는 것이다...이유인즉은
가물어서 마늘쫑이 상품으로 등장 할 수가 없다 는 비극적인 소식.
게다가 감자,
기가 막히고도 기가 막히다.
여름 내내 그래도 먹을거리로 최고이던 감자가 도매가격 한 박스에 75000원이다.
기절하고도 기절 할 일이다.
본래 무설재 텃밭에 심겨져 수확을 기다려야 했으나 이젠 감자 고 고구마 고
고라니와 산짐승 등쌀에 포기하고 그냥 한 박스 사 먹지 했더니 이건 또 뭐니...다.
하필이면 장날이라 고 구근 식품 농사짓기를 포기하고 나니 날벼락도 유분수지 싶어
이유를 알아보니 일본의 쓰나미와 핵 원자로 영향 탓에 물량을 거의 다 일본으로 수출하기로 했다 는 후문.
뭐 살다 보면 이것 저것 나눠 먹어야 마땅 할 일이나 일본 국민의 먹을거리를 위해
우리 국민의 먹을거리를 엉망으로 만든다 면 그것 또한 용납하기 어려울 일....안그래도
경제 곤란 지경에 극심한 소비 물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널 뛰는 시절에
가볍게 먹을거리로 존재하던 감자 마저 비상이라니 환장할 일이다.
뭐, 그래서 포기하고 돌아왔다 는 말씀인데
어디론가에 수소문 하여 여름 먹을거리 감자를 저렴하게 사야 할 일이 숙제로 남았다 는 말씀.

그와중에도 매실을 땄다.
작년에는 작황이 좋지않아 수확을 포기하고 방치하였으나 다행히 올해는 4길로그램을 생산했다.
조각나고 벌레먹고 부실하고 지지한 것은 버려두고라도 4킬로그램이면 간단히 먹을 만큼은 되나
그래도 부족하다 싶어 조금 더 필요한 것은 생산지에 주문을 해야 할 터.

나름, 전문 병들도 소독하여 준비해놓고 설탕도 사들였다...지금쯤은 매실 담그기 열풍이 불어닥칠 시기라
시중에 가면 매실주병도 귀하고 설탕 역시 가격이 마구마구 오른다.

더불어 이때 쯤이면 빼어 먹지 말고 치뤄야 할 행사는 마늘지 담그기라
별 수 없이 티비를 시청하며 손톱이 물러지도록 마늘을 까서 저장식품을 만들자니 짜증이 날만도 하건만
내 가족 먹자는 일인데 싶어 마음을 누르고- 하긴 뭐, 누가 시켜서 하는 일도 아닌데-

건조 과정을 기다려 각각 20 리터 병에 마늘과 매실을 넣어두고 바라보자니 절로 기분은 흡족하다.
몸 고생이야 어떻던지 간에...

우영과 연근 역시

염장 식품으로 준비되어지고 이제 양파만 남았다.
여름 내내 갖가지 염장 식품으로 도배를 하게 될 반찬들이 있어
지루하지 않을 여름나기가 되겠다 싶은지라 나름 장마도 두럽지 않을 것 같다.

냉장고에 가득 들어찬 염장 식품을 보면서 흐뭇하다...냄새 날까 싶어 죄다 비닐로 감싸긴 했지만
그냥 배부르다.
이제 미처 마련하지 못한 질경이 뜯으러 일죽으로 날아갈 참인데
햇살이 너무 강해 염려되긴 하지만 넘치는 식탐이 자청해서 화를 부르는 중이다.
첫댓글 연근은 오이피클 만들듯이 연근피클 만들어 보세요.
장아찌와 달리 밥 반찬이라기 보다는 육류 섭취시 곁들이면
상상을 초월한 맛을 느끼실수 있을거예요. ^^
자세한 레시피를 알려 주시면 더욱 좋을 듯 합니다 ㅎㅎㅎ
오호~! 저 냉장고로 가득찬 염장 식품들이라니...
엄청난 살림꾼 그 자체로세~! 와우 박수~!
ㅎㅎㅎ 자발적 즐거움을 누리기 위해서 라고나 할까요?
뭐 그렇다는 말씀...
저두 계절을 피해갈 수 없어
오이지 한접
마늘장아찌 한접 담갔슴다.
초선님 말쌈대로
피클담그듯 연근도 함 담가보겠음
근데 난 고기를 즐기지 않아
아이들이 바베큐파티하러 올때를 생각하며 담가놔야 겠네요....
작년 가을에 담근 무짠지
남들 신나게 퍼주다보니
우리먹을 것도 없네요.
올해는 두 항아리 담아야겠어요.
ㅎㅎㅎ 다즐 주부 9단이십니다.
저 역시 온갖 저장 식품을 만들어 놓고 장마에 대비 중인데
제가 담근 연근, 우엉도 거의 피클에 가까운데 식초 대신 매실을 넣었을 뿐이랍니다.
아삭아삭한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