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역삼동 듀폰코리아 본사 건물에서 쓰레기통 중에서 플라스틱재질을 찾을 수가 없다. 모두 쇠로 된 제품이다. 불이 날 경우에 대비한 조치다. 듀폰은 심지어 안전 사고를 막기 위해 사무실에서 쓰는 필기구들은 반드시 날카로은 쪽이 연필꽂이 밑으로 가도록 하고있다.
이 회사는 또 해마다 부장급 간부를 포함한 10여명의 직원들로 '안전위원회'를 조직해 운영하고 있다. 회사 시설물이나 업무와 관련된 각종 안전 문제를 찾아내거나 개선토록 하는 일이 위원회에 주어진 책무다.
안전환경담당 이재곤 부장은 "울산공장에서도 안전상의 문제가 생길 기미가 보이면 지체없이 모든 일을 멈춘 뒤 해결책을 찾는 '스톱(stop)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면서 "현장 근로자들에겐 심폐 소생법도 교육하고 있따"고 말했다.
이같은 꼼꼼한 안전 관리 노하우를 배경 삼아 듀폰은 1995년부터 한화·삼성·포스코 등 국내 대기업들을 상대로 안전 관련 컨설팅 사업까지 펼치고 있다.
국내에 들어와 있는 대다수 외국 기업들은 이처럼 위기와 안전 관리 시스템을 갖추고 각종 재해나 인명사고를 방지하는데 정성을 쏟고 있다.
전력용 반도체 생산회사인 페어차일드코리아 천병철 차장은 "외국 기업들은 안전사고가 생긴뒤 이를 수습하는 비용보다 사고를 방지하는 데 드는 비용이 훨씬 적게 든다는 인식이 철저하다"고 말했다.
◇ 미리 연습한다 = 독일계 화학메이커인 바스프는 작업장별로 일과 시간직전이나 교대 투입 때마다 현장 직원들을 모아놓고 약 5~10분간 안전 교육시간을 갖는다. 작업장내에서 생길 수 있는 각종 위험 상황과 비상사태 등을 가정해 필요한 재해 방지 요령을 가르치고 안전 대책을 숙지시키고 있다.
99년 이 회사가 도입한 '작업 전 위험 예지제도(Safety Short Talk System)'에 따른 것이다.
바스프 여수공장 안전환경품질경영팀장 류종천 이사는 "작업장에서 생길 수 있는 갖가지 위험 상황을 미리 가정해 민방위 훈련처럼 예행연습을 하고 있다"며 "지난해까지 모두 6백50여차례 훈련을 했으며 이런 훈련이 크고 작은 사고를 막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바스프는 또 안전상 개선이 필요한 사안이나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지적사항들을 사진으로 찍어 직원들이 자주 출입하는 장소나 게시판에 걸어놓는다.
이같은 노력으로 바스프 여수공장은 독일 본사에서 나온 안전보건 전문가들의 현장 점검을 거쳐 2000년 그룹 내 최우수 공장으로 뽑히기도 했다.
모토로라코리아도 분기별로 임직원들이 미팅을 갖고 위기 발생 때의 대응방안과 비상 상황이 발생할 경우 연락망을 가동하는 시스템을 점검하고 있다. 이 회사는 최근 여러가지 가상의 위기 시나리오를 만들어 이와 관련한 대응상황 능력을 점검하는 '도상연습'도 했다.
◇ 철저한 현장 점검 = 볼보건설기계코리아의 창원공장은 환경안전팀 소속직원들이 매일 두명씩 짝을 이뤄 공장 내 주요 지역을 돌면서 안전 사항들을 점검한다. 이 띰은 또 매일 오후 4시 사내정보망(SPEED)에 그날의 안전점검결과를 띄워 전사원들이 알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김성호 환경안전팀장은 "안전점검 사항을 매일 차트에 기록하는 것은 물론 안전상 문제가 발생한 현장을 사진으로 남겨 직원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우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계 할인점인 월마트코리아도 전국 14개 매장별로 4~5명으로 구성된 안전보안담당팀을 가동 중이다.
이들은 24시간 매장에 상주하며 에스컬레이터 안전점검에서부터 화재·누전 등 매장안에서 생길 수 있는 각종 안전 상황을 체크한다. 특히 이들은 문제나 상황이 발생할 경우 본사에 직접 보고하는 '핫라인 채널'도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