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엔 마곡사가 가을엔 갑사가 좋다는 뜻으로 쓰이는 `춘마곡, 추갑사`란 말이 있다. 마곡사의 봄이 유명한 이유는 눈이 부실 정도로 빛을 발하는 신록 때문이다. 새로운 이파리들이 만들어내는 풍경이 아름다워 `춘마곡`이란 명성을 얻은 마곡사에 쉬엄쉬엄 걷기 좋은 숲길이 있다. 이름하여 마곡사 솔바람길! 충청남도에서 개발하는 걷기길인 `솔바람길`의 마곡사 구간으로, 백범명상길이라고도 불린다.
백범명상길이란 별칭이 붙은 이유는 백범 김구 선생이 마곡사에 은거하던 시절 산책하던 길이기 때문이다. 백범은 일본군에 의해 시해 당한 명성황후의 원수를 갚기 위해 1896년 일본군 장교 `쓰치다`를 살해한 후 체포되어 사형을 언도 받고 복역하다가 1898년 탈옥하여 공주 마곡사로 숨어 들었다. 은신처인 마곡사에서 머리를 깎고 출가해 `원종`이란 법명을 받은 백범이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을 달래며 걸었던 숲길이 이름도 멋스런 `마곡사 솔바람길`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백범이 명상하며 걷던 명품 숲길에 서다!

마곡사 솔바람길은 마곡사에서 출발해 마곡사가 터를 잡은 태화산(416m)의 야트막한 능선을 돌아오는 3개의 코스로 구성되어 있다. 가장 짧은 1코스는 마곡사 대광보전에서 출발해 백범선생 삭발터를 지나 군왕대를 거쳐 명부전으로 내려오는 3km 구간으로 1시간 정도 소요된다.
백범선생 삭발터는 말 그대로 백범이 출가하면서 머리를 깎은 곳이다. 백범은 이 출가의 순간을 “사제 호덕삼이 삭도를 가지고 왔다. 냇가로 나가 삭발진언을 쏭알쏭알 하더니 내 상투가 모래 위로 뚝 떨어졌다. 이미 결심은 하였지만 머리털과 같이 눈물이 뚝 떨어졌다.”라고 백범일지에 기록했다. 기교 없이 단조로운 짧은 문장에서 스물셋 청년 백범의 감성을 오롯이 느껴진다.
<솔바람길 초입(좌), 백범선생 삭발터(우)>
삭발터를 지나 나무다리를 건너면 임도가 나온다. 임도를 따라 전통불교문화원이 있는 방향으로 길을 잡으면 3코스 송림숲길(11km), 산으로 올라가는 오솔길로 방향을 잡으면 1코스 백범길(3km)다.

백범길로 접어 들어 산 위로 오르기 시작하자 색감이 조금씩 다른 수 많은 연둣빛 이파리들이 햇빛에 반짝이며 나그네를 반긴다. 순하고 연한 이파리들이 산비탈을 따라 내려오는 거대한 연두색 파도 같기도 하고, 새털처럼 가벼운 커튼이 장막을 드리운 것 같기도 하다. 화사한 벚꽃에서 느낀 것과는 또 다른 봄 기운이 몸의 세포 하나하나를 가볍게 흔들며 긴 겨울잠을 깨워주는 듯하다. 연둣빛 신록 아래로는 울긋불긋 야생화들이 저마다 군락을 이루며 지천으로 피어 있다.
장중하면서도 온화한 느낌이 드는 소나무숲
크게 가파르지 않은 오솔길을 따라 조금 더 오르면 구불구불 제멋대로 자란 것 같으면서도 나름의 질서를 가진 소나무 숲이 펼쳐진다. 화사한 신록의 구간을 뒤로 하고, 장중하지만 온화한 느낌이 드는 소나무 숲에서 잠시 숨을 고른다. 그림 같은 숲길이다. 일직선으로 뻗은 울진의 금강송숲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동양화의 소재로 자주 등장하는 굽고 비틀어진 소나무들이 더 정겹게 느껴진다.
소나무 숲으로 들어선 오솔길은 소나무에 둘러싸여 롤러코스터처럼 아래로 내려간다. 앉아서 쉴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벤치를 지나면 `군왕대`다.
<군왕대>
군왕대는 마곡사에서 땅의 기운이 가장 센 곳으로 알려져 있다. 군왕대에 오른 세조가 `내가 비록 한 나라의 왕이지만, 만세불망지지(萬世不亡之地)인 이곳과는 비교할 수 없구나`라고 한탄했을 정도다. 땅의 기운이 세다 보니 사람이 죽으면 군왕대에다 시신을 암매장하는 일이 많았다고 한다. 결국 조선 말기에 유골들을 모두 파낸 뒤 돌로 채워 암매장을 막았다.
군왕대에서 마곡사까지는 내리막길이다. 산 비탈을 좌우로 가로 지으며 낸 길을 따라 쉬엄쉬엄 내려오면 산신각, 산신각을 지나면 대광보전과 계곡을 사이에 두고 있는 명부전이다. 출발지점으로 돌아온 것이다. 1코스 백범길의 거리는 3km, 천천히 걸어도 1시간이면 충분하지만 숲이 주는 즐거움을 만끽하려면 2시간 이상 걸리도록 천천히 천천히 걷는 것이 좋다.
2코스 명상산책길은 마곡사에서 천연송림욕장, 은적암, 백련암을 거쳐 활인봉에 올랐다가 생골마을을 지나 마곡사로 돌아온다. 거리는 5km, 1시간30분 정도 소요된다. 백련암은 백범이 은거할 때 머물던 작은 암자로 한 가지 소원만은 반드시 이뤄준다는 영험한 마애불이 있다.
3코스 송림숲길은 활인봉까지는 2코스와 같고, 활인봉에서 솔잎융단길(1.8km)을 지나 나발봉에 올랐다가 황토숲길(1.5km)을 통과한 후 전통불교문화원을 거쳐 백범선생 삭발터를 통해 마곡사로 오는 방법과 1코스처럼 전통불교문화원에서 군왕대로 올랐다가 마곡사로 돌아오는 길이 있다. 풀코스인 송림숲길의 거리는 11km, 3시간30분 정도 소요된다.
충남에서 가장 큰 절, 마곡사

마곡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6교구 본사로 충남에서 가장 큰 절이다. 백제 의자왕 3년(643년) 자장율사가 창건하고, 고령 명종 2년(1172년) 보조국사 중건했다. 절의 이름은 신라보철화상이 법문을 열 때 모인 대중이 삼밭의 삼대(麻) 같이 많다 하여 마곡사(麻谷寺)라 이름 지었다고 한다.
대전충남 지역의 70여 사찰을 관장하는 본산으로 마곡사 오층석탑(보물 제799호), 영산전(보물 제800호), 대웅보전(보물 제801호), 대광보전(보물 제802호) 등이 있다.
◎ 충남 공주시 사곡면 운암리 567, 041-841-6221
찾아 가는 길
◎ 천안논산간고속도로 공주분기점 → 대전당진간고속도로 마곡사IC → 629번 지방도 → 마곡사
◎ 내비게이션 : 마곡사(충남 공주시 사곡면 운암리 567)
공주 볼거리
◎ 공산성 : 충남 공주시 금성동 65-3, 041-856-7700 [보기]
◎ 국립공주박물관 : 충남 공주시 웅진동 360, 041-856-6300 [보기]
◎ 무령왕릉(송산리고분군) : 충남 공주시 웅진동 57, 041-840-2548
◎ 석장리박물관 : 충남 공주시 장기면 장암리 98, 041-840-2491
◎ 동학사 : 충남 공주시 반포면 학봉리 789, 041-825-2570
◎ 갑사 : 충남 공주시 계룡면 중장리 52, 041-857-8981
◎ 신원사 : 충남 공주시 계룡면 양화리 8, 041-852-4230
공주 맛집
◎ 태화식당 : 산채비빔밥∙버섯전골, 충남 공주시 사곡면 운암리 568(마곡사 주차장), 041-841-8020
◎ 새이학가든 : 국밥, 충남 공주시 금성동 173-5, 041-854-2030
◎ 초당손칼국수보쌈 : 칼국수∙수육, 충남 공주시 장기면 금암리 473, 041-856-4331
◎ 고가네칼국수 : 칼국수∙수육, 충남 공주시 중동 187-5, 041-856-6476
◎ 동해원 : 짬뽕(전국5대짬뽕), 충남 공주시 신관동 478, 041-852-3624
◎ 금강관 : 한정식, 충남 공주시 웅진동 340(한옥마을 내), 041-857-6700
◎ 농가식당 : 밤음식, 충남 공주시 금성동 192-3, 041-854-83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