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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전하는 한국의 옛 세계지도는 내용과 성격에 따라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고 한다. 첫째는 동양에서 제작된 전통적인 방식의 세계지도이다. 이 유형의 세계지도는 중국을 중앙에 둔 중국과 동양 중심의 세계관을 보여주는 지도로서, 당시인들에게 알려진 세계를 비교적 사실적으로 묘사한 지도이다. 둘째는 한국에서 독특하게 발달한 상상적 세계지도인 원형(圓形) 천하도(天下圖)로서, 현실세계와는 동떨어진 세계에 대한 인식을 보여 주는 지도이다. 셋째는 서구에서 도입된 서구식 세계지도를 바탕으로 한 서양식 세계지도로서, 투영법과 경위선을 바탕으로 하여 만든 근대적 세계지도이다. 현존하는 지도를 보면, 조선 전기에는 전통적 동양식 세계지도만이 있었으며, 조선 후기에는 세 가지 양식의 세계지도가 병존하였다. 1402년에 제작된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는 당시까지 알려진 구대륙을 모두 포괄하는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한국의 세계지도로서, 조선 초기의 뛰어난 지도제작 능력을 보여준다. 그 후 유교적 원리가 반영된 김수홍의 지도가 1666년에 간행되기도 했으며, 유교뿐만 아니라 도교 및 민간신앙 등이 반영된 원형의 천하도가 널리 유포되었다. 중국을 통해 유입된 서양식 세계지도는 실학자들을 중심으로 한 지식인들의 세계관에 충격을 주기도 했다. <여지전도(輿地全圖)>나 최한기의 <지구전후도> 등은 서구지도의 영향을 받아 제작된 대표적인 지도들이다. ◈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混一疆理歷代國都之圖)
권근 외, 1402(태종2), 채색필사본(모사본), 158.0×168.0cm, 서울대학교 규장각 소장, 원본 : 일본 경도 용곡대학교 소장 1402년(태종2)에 대사성 권근, 좌정승 김사형, 우정승 이무, 검상 이회가 만든 세께지도를 15세기 후반에서 16세기 초반 사이에 모사한 지도로 현존하는 한국의 가장 오래된 지도이다. 중국을 중앙에 배치하고 동쪽은 조선과 일본, 서쪽으로는 아라비아, 유럽, 아프리카에 이르는 구대륙 전역을 포괄한 세계지도이다. 15세기 초의 세계지도로는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지도 중의 하나로 꼽힌다. 조선 초기의 지도제작수준과 더불어 지도에 대한 국가의 관심, 그리고 당시 사람들의 세계인식을 알 수 있는 귀중한 자료이다. ◈ 천하지도(天下地圖) 채색필사본. 18세기 중엽. 36.5×30.0cm. 영남대학교 박물관 소장. 중국 중심의 전통적인 동아시아 세계지도이다. 원형 천하도, 일본, 유구, 그리고 우리나라의 전도와 도별도로 구성된 지도첩에 수록되어 있다. 조선 후기에 민간에 유행했던 일반적인 지도책에는 원형의 세계지도를 <천하도>라는 이름으로 지도책의 첫부분에 수록하고 이어서 <중국도>를 그리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 이 지도는 원형의 세계지도를 <태극도(太極圖)>로 칭하고 별도의 사실적인 세계지도를 그려 <천하지도>라 칭한 것이 독특하다. 역사적인 사실들과 관련이 있는 지명등이 있어 역사부도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 ◈ 천하도(天下圖<地圖>) 목판본. 18세기 중엽. 28.8×35.5cm. 영남대학교 박물관 소장. 조선 후기에 활발하게 제작되었던 목판본 지도책에 실려 있는 원형의 천하도이다. 표현 양식과 수록 내용은 다른 지도책의 천하도와 비슷하나 해양과 하천을 청색으로 채색한 점이 다르다. 당시 사람들의 세계에 대한 인식을 반영하고 있는 지도로서, 원시 수목신앙, 도교, 불교, 유교적 세계관이 혼합되어 있다. ◈ 천하도(天下圖) 채색필사본. 18세기 후반. 51.2×53.4cm. 영남대학교 박물관 소장 17세기 이후 민간의 사대부 계층을 중심으로 유행했던 원형의 천하도로서 비교적 정교하게 그린 지도이다. 원형 천하도는 동아시아 중에서도 유독 우리나라에서 발견되는 세계지도로서 당시인들의 세계관을 보여주나 그 기원이 아직 명확하게 밝혀져 있지는 않다. ◈ 천하산천맥락도(天下山川脈絡圖<古地圖帖>) 채색필사본. 18세기 후반. 30.5×54.8cm. 영남대학교 박물관 소장 1첩 8절로 구성된 채색필사본 지도첩에 실려 있는 중국 중심의 세계지도로서 다른 중국도에 비해 우리나라의 모습이 매우 자세하며, 조선의 윤곽은 조선 초기의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류의 지도에서 볼 수 있는 것과 비슷하다. 산천의 맥락을 위주로 그렸기 때문에 산계를 다룬 지도와 달리 녹색의 연맥으로 그렸다. 이 같은 산계와 수계의 어울림은 중국보다는 우리나라 지도제작의 전통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중국 지역의 산천맥락을 북조대간(北條大幹), 중조대간(中條大幹), 중조소간(中條小幹), 남조대간(南條大幹), 남조소간(南條小幹) 등으로 구분하였다. 곤륜산에서 출발하여 백두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는 북조대간으로 표현되고 있다. 대간(大幹)이란 용어가 쓰이고 있어 백두대간과의 연관성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이는 지도이다. ◈ 여지전도(輿地全圖) 18세기 말, 목판본, 85.5×59.0cm, 개인 소장 18세기 말 ~ 19세기 초에 제작된 세계지도로 남북로 남북 아메리카를 제외한 구대륙의 지도이다. 지도의 우측 상단에 한성(漢城)과 팔도관찰사영(八道觀察使營)의 북극고도, 즉 위도와 동서경도를 서울을 기준으로 하여 표시하였다. 이 지도의 중국 부분은 건륭연간(1736~1795)의 중국지도를 바탕으로 하였으며, 동남아시아, 오스트레일리아, 아프리카, 유럽 등은 최한기가 1834년에 제작한 <지구전후도(地球前後圖)>의 내용과 흡사하다. <지구전후도>는 평사도법을 이용한 반구도(半球圖)이나 이 지도는 중국, 한국, 일본을 상대적으로 크게 하고 경선과 위선이 직각으로 교차되는 원주도법으로 그린 지도에 가깝다. 서구식 세계지도를 조선에서 변형하여 그린 대표적인 지도이다. ◈ 천하도지도(天下都地圖<여지도(輿地圖)>라고도 함.) 18세기 말, 채색필사본, 60.5×103.1cm, 서울대학교 규장각 소장
18세기 말 정조 대에 편찬된 서구식 한역세계지도이다. 중국에 왔던 알레니가 쓴 『직방외기(職方外紀)』(1632년)에 수록된 <만국전도(萬國全圖)>를 바탕으로 제작되었다. 『직방외기』에 실린 지도와는 세부적인 차이는 있으나 지도의 윤곽, 도법, 지명 등에서 대부분이 일치한다. 마테오리치의 <곤여만국전도(坤輿萬國全圖)>와 같이 지도의 중앙경선을 태평양 중앙에 둠으로써 중국을 중심으로 하는 동아시아를 중앙 부분에 배치하였다. 남방 대륙은 미지의 땅으로 표현되어 있으며, 조선 후기에 국가적 차원에서도 서양 지도 및 서양 세계에 관심이 있었음을 보여주는 지도이다. ◈ 지구전후도(地球前後圖)
최한기, 1834년, 목판본, 37.0×37.5cm, 서울대학교 규장각 소장 1834년에 최한기가 중국 장정부(莊廷敷)의 <지구도>를 목판으로 중간한 동서양반구도. <지구후도(地球後圖)>의 좌측 하단에 간기(刊記)와 제작자가가 표시되어 있는데 태연재(泰然齋)는 최한기의 당호(堂號)로 추정하고 있다. 이 지도는 양반구도로 되어 있는 남회인(南懷仁, Verbiest, 1623 ~ 1688)의 <곤여전도(昆輿全圖)>와 다소의 차이가 있는데, 주변으로 가면서 경선 간격이 넓어지는 <곤여전도>와 달리 등간격의 경선으로 그려져 있다. 현재의 반구도에서는 볼 수 없는 24절기가 표시되어 있고, 적도와 황도, 남북회귀선을 특별히 강조하고 있다. <곤여전도>와 달리 오세아니아 대륙이 남극대륙과 분리되어 있어 이 지역이 탐험된 이후의 지도임을 알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