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를 행하려고 할 땐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해야 할 때가 많습니다. 하다못해 취미생활을 하나 하려고 해도 그에 따른 시간, 장비 등을 구입하기 위한 지출, 일부 다른 것들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 등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기꺼이 어떤 한 취미생활을 하려고 하는 것은 대부분의 경우 그 취미가 좋아서일 것입니다. 주님을 따르는 것도 이와 비슷한 부분이 있습니다. 물론 취미생활과는 비교할 수 없는 것이지만 말입니다.
예수님을 따르는 무리가 무척이나 많았습니다(25절). 그러나 이 사람들은 예수님께서 행하시는 이적(異蹟)들, 놀랍고도 새로운 가르침 등에 매료되어 예수님을 따르면 뭔가 유익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을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자신을 따르는 무리를 향하여 찬물을 끼얹는 것과 같은 말씀을 하십니다. 만약 예수님의 제자가 되려면 자기 부모와 가족들, 심지어 자기 목숨까지도 미워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말씀입니다(26절). 그리고 자신을 따르려면 자기 십자가를 지고 따라야 한다고도 말씀하십니다(27절). 자기 부모와 가족들까지 미워해야 한다는 표현이 매우 과격하게 들릴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말씀은 부모나 가족을 저버리라는 말씀이 아닙니다. 우선순위에 있어서 예수 그리스도가 우선이어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그 당시 유대인들은 유대교의 교리에 깊이 젖어있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누군가 예수님을 믿고 따른다고 한다면 부모나 가족들을 그 사람을 적극적으로 만류(挽留)할 것입니다. 그러니 예수님을 따르지 못하도록 하는 부모나 가족들을 뿌리치지 못한다면 결코 예수님을 따를 수 없을 것입니다. 성경은 부모를 공경하라고 일관성 있게 가르치고 있고(출 20:12; 엡 6:1~3), 가족을 돌아보아야 할 의무를 강조하고 있습니다(딤전 5:8). 그러나 그러한 부모나 가족이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지 못하게 하고, 하나님을 믿지 못하게 한다면 부모나 가족들의 그러한 요청에 대해서는 과감히 거절할 줄 아는 결단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신 것입니다.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는 것은 자기 십자가를 지는 결단이어야 합니다(27절). 십자가를 진다는 것은 그 십자가에 달려 죽을 각오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자기 목숨까지도 예수 그리스도를 위해 내어놓을 결단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따른다는 것은 간단하지만은 않습니다.
그러면서 예수님은 망대를 세우고자 하면 그 비용을 먼저 계산한 후에 공사를 시작하고, 어떤 임금이 다른 임금과 싸우려고 한다면 그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에 대해 먼저 깊이 숙고(熟考)한 후에 싸우거나 화친(和親)을 청하거나 하는 것처럼 예수님을 따르려면 예수 그리스도를 구세주와 주님으로 믿고 따를 때 어떤 대가를 지불해야 할지를 깊이 살피고 따르라고 말씀하십니다(28절~32절). 예수님은 주님을 따르려면 자기의 모든 소유를 버리지 않으면 주님의 제자가 되지 못할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33절). 매우 냉철하고도 가혹한 말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말 그대로 예수 그리스도가 나의 구세주이시며, 나의 주님이시라면 나의 소유가 있을 수 없습니다. 내 뜻과 내 생각보다는 주인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온전히 따르는 것이 마땅합니다. 하나님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온전히 따르려면 당연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로 인해 구원받아 영원한 생명을 얻었으니 내 목숨을 내어놓는 것도 아깝지 않을 수 있습니다. 우리에겐 주님께서 주신 영원한 생명이 이미 주어졌기 때문입니다.
이 말씀을 하신 후에 소금을 빗대어 말씀하십니다(34절, 35절). 그 당시에는 소금이 더욱 귀하였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귀한 소금이라도 그 짠맛을 잃으면 아무 데도 쓸데없어 버려지게 됩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는 자기에게 그토록 소중한 부모와 가족보다도 주님을 더욱 사랑하며, 자기 목숨까지라도 다 바쳐 주님을 온전히 따르는 자여야 합니다. 그것이 마치 소금이 그 고유한 맛을 유지하여 그 역할을 하듯이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도 그런 결단과 헌신이 있을 때 그리스도의 제자다운 삶이 될 것입니다. 그렇기에 예수님은 그저 자기에게 유익이 될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예수님을 따르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일침(一針)을 가한 것입니다.
우리는 예수님을 믿으면 구원받아 천국에 갈 수 있다는 생각에 예수님을 믿고 따르면서, 그리스도의 제자로서의 희생과 헌신은 소홀히 여기고 살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을 믿고 따르는 그리스도인이라면, 천국의 소망으로 기뻐하는 것을 지나서 나의 모든 것을 주님께 드리고 주님만을 온전히 따르겠다는 결단과 헌신의 태도를 가져야 합니다. 그것이 예수 그리스도를 구세주와 주님으로 따르겠다는 자들이 반드시 먼저 깊이 생각해야 할 부분입니다. 요즘 그리스도인들은 예수님을 믿고 영원한 생명을 얻었다는 것으로만 만족하며 살아가는 자들이 많습니다. 예수님을 믿으면 주님께서 내 기도를 들어주시고, 내 삶을 형통하게, 만족하게 해주실 것이라는 기대만을 가지고 예수님을 믿는 자들이 많습니다. 그런 축복도 당연히 그리스도인들이 누릴 수 있는 것이지만, 더 나아가 예수 그리스도께 내 모든 것을 드리며, 희생과 헌신을 기꺼이 드리는 것이 진정한 그리스도인의 모습입니다. 나는 그러한 결단과 헌신으로 주님을 따르고 있는지요? (안창국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