킨잘 vs 패트리엇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가장 화끈한 이슈로 떠오른 '창과 방패'의 싸움이다. 킨잘은 러시아가 자랑하는 극초음속 공대지 미사일이고, 페트리엇은 미국의 첨단 지대공 방공체계다. 우크라이나는 패트리엇 미사일로 날아오는 킨잘(단검이라는 뜻)을 요격했다고 주장하고, 러시아는 킨잘이 패트리엇 방공망을 파괴했다고 반박했다. 패트리엇 시스템을 겨냥한 킨잘이 상공에서 격추됐느냐, 아니면 목표물에 도착했느냐의 진실 공방이다.
얼마 전만 해도 킨잘과 같은 주요 미사일을 격추할 방공 무기가 부족하다고 호소했던 우크라이나다. 미국과 독일 등지에서 패트리엇 미사일 체계가 우크라이나에 도착한 뒤, 지난 4일 밤 킨잘 격추를 주장했으니 이론적으로 잘못된 것은 없다.
논란의 핵심은 과연 패트리엇이 극초움속 미사일을 잡아낼 수 있느냐다. 러시아측은 "희망사항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러 미그-31k에 탑재된 킨잘 극초음속 미사일/사진출처:위키피디아
킨잘 vs 패트리엇의 대결은 15일 밤~16일 새벽에 다시 벌어졌다. 킨잘 6기를 포함해 순항및 탄도 미사일, 드론 등 총 18개의 러시아 미사일·드론이 키예프를 향해 날아왔다. 우크라이나 군 당국자는 "강도 측면에서 최단 시간에 최다 분량의 미사일을 퍼부은 유례 없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올렉시 레즈니코프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은 16일 트위터를 통해 “간밤에 우리 방공군이 킨잘 6발과 다른 미사일 12발을 요격했다”며 “우크라이나 공군의 또 다른 믿을 수 없는 승리”라고 자찬했다. 이어 "적들의 무기(미사일)는 서방 무기로 대응이 가능하고, 또 대응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반면, 러시아 국방부는 “킨잘을 동원한 고정밀 타격으로 키예프의 패트리엇 방공 시스템을 파괴했다”고 주장했다. 음속 5배 이상 속도로 날아갈 수 있는 킨잘은 이론적으로 현재의 방공시스템으로는 막아내기 힘들다고 한다. 러시아 국방부는 또 러시아 방공망이 우크라이나가 발사한 영국산 장거리 미사일 '스톰 섀도' 7기를 요격했다고 주장했다. 서로 '장군 멍군'하는 격이다.
서방 언론은 킨잘 vs 패트리엇 대결을 어떻게 볼까? 미 CNN 방송은 지난 4일 밤 상황에 대해 "러시아가 킨잘로 패트리엇을 타격하려 했으나, 우크라이나군이 쏜 패트리엇 미사일에 되치기를 당했다"고 미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결이 좀 다르다.
미국 패트리엇 방공미사일 시스템(위)와 CNN의 패트리엇 손상 관련 기사/출처:위키피디아, 스트라나.ua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에 따르면 미 CNN은 러시아가 공격 목표로 삼은 패트리엇 시스템은 손상되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파괴되지는 않았다고 했다. 한 소식통은 CNN에 "미국은 아직 피해 규모를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고 있다"며 "시스템을 완전히 폐쇄해야 할지, 아니면 우크라이나가 즉석에서 수리할 수 있을 지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리 이그나트 우크라이나 공군 대변인은 이 문제에 대한 논평을 거부했다. 그러면서 "길거리 촬영및 방송 금지를 원한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가수 인나 보로노바가 (패트리엇) 방공 장면을 촬영한 뒤 인스타그램에 올렸기 때문이다. 이후 비판이 쏟아지자 그녀는 영상을 삭제하고 사과했다. 관련 영상에는 방공망이 집중적으로 작동하는 가운데, 흰 섬광이 두어개 잇따라 보이는데, 러시아 군사전문 텔레그램은 이를 패트리엇 발사로 해석했다.
러시아 미사일 공격에 키예프 방공망이 작동하는 장면. 각기 다른 영상 캡처. 하늘로 속구치는 하얀 원형 불빛을 패트리엇 미사일로 러 군사 전문가들은 추정했다/캡처
스트라나.ua는 16일 "흥미로운 일은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 후 젤렌스키 대통령이 군참모 회의를 연 것"이라며 "지난 5월 8일 대규모 공습 이후에도 열렸지만, 모든 것을 종합해볼 때 미국의 주요 방공 시스템(페트리엇)에 대한 러시아의 '사냥 작업'이 실제로 일어났다"고 평했다. 사냥 작업은 △키예프를 향해 다수의 미사일을 발사하고 △미사일 요격에 나서는 패트리엇 시스템를 확인한 뒤 △극초음속 미사일로 패트리엇 시스템을 타격하는 것이라고 스트라나.ua는 설명했다. 그 결과, 우크라이나에 이전된 패트리엇 시스템 2기 중 하나가 타격을 받았다는 게 CNN 보도의 핵심이다.
러시아는 이달 들어 키예프를 겨냥한 미사일 공격이 8차례에 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 오늘(16일)의 주요 뉴스 요약
크냐제프 우크라이나 대법원장/사진출처:대법원 페북
- 브세볼로드 크냐제프 대법원장이 300만 달러(약 40억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우크라이나 반부패국(NABU)에 의해 구금됐다. 현지 언론들은 크냐제프 대법원장에게 건네진 뇌물은 지난해 12월 프랑스에서 체포된 우크라이나 억만장자 코스탄틴 제바고 측에서 나온 것으로 추정했다. 대법원은 지난해 4월 제바고 등이 소유한 스위스 광산기업 '페렉스포'의 우크라이나 자회사 '페렉스포 폴타바 광산회사' 지분 거래 과정의 분쟁과 관련한 소송에서 제바고 등에 유리한 판결을 내린 바 있다. 페렉스포 사건을 다뤘던 다른 18명의 대법원 판사들도 현재 조사를 받고 있다고 소개했다. NABU는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보도문을 통해 "특별반부패검사실(SAP)과 함께 대법원 지도부와 판사들이 부당한 이득을 취하려는 음모를 적발했으며, 현재 긴급 수사가 진행 중"이라며 달러 더미 사진을 공유했다. 크냐제프 대법원장은 지난 2021년 10월 취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