勞心焦思, 초조한 심정으로 이날을 기다렸다.
10월 상달에 무슨 행사를 한다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나는 우리 동창회에서 하는 행사에는 참가해 보았지만 진행자의 고충은 생각지도 않았는데, 이번에 이 조그만 행사를 진행하면서 큰 행사를 맡은 회장단의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알게 된 것은 작은 소득이다. 40주년 행사를 준비해온 회장단과 총무에게 다시 한 번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가을에는 결혼식도 많고 예기하지 못한 哀事도 더러 있으며,체육대회,문화행사가 많고 門中의 時祭도 있으며 골프를 하는 친구도 꽤 많더라.
바둑대회를 알리는 엽서를 보내고 몇몇 친구에게 참석여부를 묻는 전화를 하면 도저히 참석 못한다는 답변을 들을 때마다 허탈감마저 든다.과연 몇명이나 나올까 걱정을 하며 현장에 좀 일찍 가니까 조규동 회장이 일찌감치 앉아서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곧 진행방식을 정하고 미리 준비한 대진표를 붙이니, 동문들이 하나 둘 나타나기 시작하니 즐거움이 샘 솟는듯 하다. 위에서 걱정한 것은 한낱 기우였구만. 뜻밖에 많은 친구들이 참가하여 풍성한 대회가 되었으니 어찌 아니 즐거울소냐.
특히 바쁜 중에도 큰마음 먹고 행사에 참가한 예닮교회 목사 임용준 동문, 바둑행사에 처음 참가한 장로 장광덕 동문, 강재호 동문을 크게 환영합니다. 앞으로도 꾸준히 참가하기를 바랍니다.
1조에서는 구충부 조규동 최태봉 동문이 3승2패로 성적이 같았으나 승자승 원칙에 따라 구충부 동문이 조우승이다. 이에 앞서서 진행도중에 구충부 동문은 혹시 탈락할 지도 모르니까, 꼭 조우승을 하여 상품으로 놓여있는 저 바둑판을 가지고 싶다며, 송봉림에게 패한 것을 2만원을 줄테니 자기가 이긴 것으로 해 달라고 조르는데,이 나이에 그 애교가 참으로 볼만하더라. 아무리 애교를 부려도 그리할 수는 없다고 하여도 계속 조르는데 눈물겹기까지 하더라니까.
2조에서는 박찬웅 동문이 파죽지세로 일찌감치 전승을 하고 느긋하게 다른 판을 구경하는 모습이 한결 여유가 있더라. 오병삼 동문은 진영이가 나와야 자기가 1승은 따놓은 당상인데 진영이가 없어서 1승을 놓쳤다고 한탄이다. 너희들 둘이 따로 만나서 막상막하인 실력을 겨루어 보려무나.그때도 내가 심판은 보아줄께.
3조에서는 김화일 임용준 동문이 3승1패이나 역시 승자승 원칙대로 김화일 동문이 조우승이다. 화일이는 한 번 이길 때마다 즐거워하는 표정이 역력하여 입가에 띄우는 미소가 귀엽다. 임용준 동문이 바둑판을 응시하고 깊이 생각하는 모습은 귀공자를 보는듯하여 위엄이 서린다.이렇게 바둑을 좋아하는 친구를 이제야 맞았으니 만시지탄이라. 시간이 허락하는대로 자주 만나기를 바란다.
4조에서는 이영호가 거의 점심때가 되어서 나타났는데,알려진대로 실력이 출중하여 일찌감치 2승을 하였다. 한이석과 둘 차례인데 이석이가 소리도 없이 사라져서 나타나질 않으니 부전승으로 3승1패이다. 영호는 제원이에게 1격을 당했는지라, 이제원과 강재호의 대국결과에 따라서 운명이 결정되는데, 아뿔싸 제원이가 재호에게 지는바람에 이 두 친구가 동시에 탈락하여 역시 3승1패인 재호와 영호가 성적이 같았으나 이 또한 승자승이라 영호가 조우승이다.
이리하여 조우승자 4명이 준결승에서 맞붙게 되었다. 추첨을 하니 [박찬웅 vs 이영호, 구충부 vs 김화일]이 짝을 이루었다.
그런데 조에서는 완승한 찬웅이가 영호에게는 맥을 못쓰고 항복하니 찬웅이가 씁쓸히 물러난다. 충부는 대국중에 한시라도 입을 다물지 않는데 아마 코메디학원에라도 다닌듯 쉼없이 상대에게 말을 붙이며 구경꾼들을 웃긴다. 그러나 바둑실력이 어찌 말로 표현이 될까. 깔보고 덤볐다가 화일이에게 아야소리도 못하고 주저앉았다. 역시 화일이는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충부를 지긋이 쳐다본다.
드디어 영호와 화일이의 결승전이다. 나는 진행상 왔다갔다 하다가 미쳐 대국장면을 보지 못하였는데, 결승시작 20분도 아니되어서 화일이가 돌을 던졌단다. 오랫만에 나와서 棋龍이 된 영호에게 축하의 박수를 쳤고,마지막까지 힘을 쏟은 화일에게 위로차 악수를 하였다.
바둑대회 때마다 고급원목으로 바둑판과 알통을 제작하여 기증한 차희철 회장에게는 무어라 감사의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다. 올들어 벌써 세번째다. 그저 고맙다는 말로 대신할 수밖에.이 바둑판과 알통을 소유하게 된 동문들을 알겠지만 상당한 고가품인 것이다.
또한 때마다 협찬금을 보내주는 신우철 동문에게도 감사의 말을 전한다.이번에도 20만원을 보내왔다. 기룡회장이 되어 이 기룡회를 활성화하려고 항상 고심하며 협찬금을 내는 조규동 회장에게도 크게 박수를 보낸다.이번에도 10만원을 선뜻 내어놓는다.
결승전을 마치니 오후 6시반이라, 서둘러서 회식장소인 은행나무집에 모두 모였다. 여기서 시상식을 하였다. 기룡 이영호에게는 기룡상패와 바둑판과 알통이 부상으로 돌아갔고, 준기룡 김화일에게는 준기룡상패를 수여하였다. 곧이어 소주잔으로 모두 축배를 들었고, 푸짐한 저녁식사를 하였다.
우리 13회는 바둑대회를 1년에 한차례 혹은 두차례 하는데 이래서는 동문들의 친목에 조금 소홀한 것 같아서, 조규동 기룡회장이 결단을 내렸다.
대회는 일년에 두 번 치르며, 두 달에 한 번씩 모여서 친선바둑모임을 가진다. 동문들의 반응이 좋으면 매달 바둑모임을 가진다.바둑대회는 매년 3월1일, 10월3일 오전 9시30분에 치르며,친선모임은 홀수달 첫째 토요일 오후 2시에 모인다. 동문들은 이 날짜를 꼭 기억하시요.
따라서 다음 바둑모임은 11월2일(토) 오후 2시이며 장소는 전과 같이 종로3가 "우리바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