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많은 책을 읽는다고 사람들이 말합니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그렇지 않음이 분명합니다. 우선 읽은 책이 많을까요? 아니면 읽지 않은 책이 많을까요? 당연히 이 세상의 책 중에서 읽지 않은 책이 훨씬 많습니다. 많은 사람이 읽었다는 고전 중에서도 읽지 않은 책이 많고, 소위 필독서라고 불리는 것도 읽지 않은 책이 너무 많습니다. 그래도 책을 많이 읽는다고 할 수 있을까요? 그저 책을 좋아할 뿐이지, 많이 읽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인간은 대단하지 않습니다. 대단해 보이는 사람도 별것 없습니다. 그런데도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 것처럼 살고 있습니까? 그리 부족함이 많으면서도 남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고, 자기 단점보다 남의 단점을 더 크게 보려고만 합니다. 그 결과 주님의 뜻에서 점점 멀어질 뿐입니다.
주님께서 모범으로 보여주셨던 겸손을 간직해야 합니다. 나의 부족함을 가지고 남을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부족함을 알고 남을 인정하고 지지하는 것이 진짜 겸손이었습니다. 그래야 자기 영광을 드러내려는 교만에서 벗어나, 주님의 영광을 드러낼 수 있게 됩니다. 그만큼 하느님 나라에 가까워지게 됩니다.
오늘은 주님의 거룩한 변모 축일입니다. 하느님의 현존이 드러나는 장소인 산에 오르십니다. 그리고 이곳에서 예수님께서 거룩하게 변모하십니다. 얼굴 모습이 달라지고 의복은 하얗게 번쩍입니다. 단지 외적 변화가 아닌, 하느님의 아드님으로서의 영광스러운 존재가 드러난 것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율법과 예언서를 대표하는 인물인 모세와 엘리야가 나타나 예수님과 대화를 나눕니다.
이때 베드로가 나서서 여기에 머무르게 초막 셋을 짓겠다고 이야기합니다. 영광의 순간에 계속 머무르고 싶은 마음이 드러난 것입니다. 하느님의 뜻을 생각한 것이 아니라, 인간적인 자기의 생각을 말한 것이었습니다. 이 생각이 잘못되었기에 구름 속에서 소리가 나지요.
“이는 내가 선택한 아들이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루카 9,35)
이 소리가 울린 뒤에 모세와 엘리야는 사라지고 예수님만 보입니다. 모세나 엘리야보다 예수님이 중심이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율법이나 예언서보다도 예수님 말씀을 중심에 두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주님의 말씀보다 세상일을 중심에 두려는 우리입니다. 그러다 보니 세상의 관점으로만 이해하고 행동합니다. 주님의 영광을 드러내기보다 자기 영광을 드러내려고 하면서 주님의 뜻에서 멀어지게 됩니다. 당연히 우리가 그렇게 가려는 하느님 나라에서도 멀어집니다.
첫댓글 빠다킹(조명연 마태오)신부님 강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