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명수 대법원장.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들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의 사법행정권 남용 및 재판거래 의혹을 검찰에 고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의견을 모았다.
관련 의혹을 두고 "고발도 검토하겠다"고 한 김명수 대법원장에 대한 일종의 집단항의로 해석된다. 친문(親文) 성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김명수 대법원장에게 경력 20여년 이상의 부장판사들이 반기를 든 셈이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5일 열린 서울고법 부장판사 회의에는 서면 참석을 포함해 40여명의 부장판사들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발표한 입장문을 통해 대법원장의 입김이 불러올 문제점과 파장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의혹을 조사한 대법원 특별조사단의 발표를) 무겁게 받아들인다. 대법원장, 법원행정처, 전국법관대표회의 등의 기구가 (이 사건을) 형사 고발, 수사 의뢰, 수사 촉구 할 경우 향후 관련 재판을 담당할 법관에게 압박을 주거나 영향을 미침으로써 법관과 재판의 독립이 침해될 수 있음을 깊이 우려한다."
판사들은 재판의 독립성을 침해할 수 있는 형사조치보다 실효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이들은 "사법행정권의 남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실효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하고, 사법부 구성원들 사이의 갈등을 치유하고 통합하기 위한 조치가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이날 부장판사들의 결의를 계기로 김명수 사법부의 내홍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최근 서울중앙지법, 인천지법 등 소장판사(단독·배석판사)들은 이 사안에 대한 검찰 수사를 요구하고 나선 반면, 서울고법 부장판사들은 수사에 반대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당시 법원행정처가 정권에 우호적인 판결을 내리고 청와대와 모종의 거래를 시도하려는 문건을 만들었다는 재판 거래 의혹이 핵심이다.
오랜 기간 문제를 파헤친 특별조사단은 해당 문건이 실행되지 않았으니 형사처벌할 사안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김명수 대법원장은 이러한 판단을 뒤로한 채 "고발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해 논란이 불거지게 됐다.
이를 두고 법원 안팎에서는 "내부 문제로 대법원장을 비롯한 판사들이 갑론을박을 벌이며 국민들의 사법 불신을 자초한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