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길을 떠난다는 것이 조금씩 두렵고 조심스러워집니다
이전에는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는데 이젠 길을 떠난다는 것이 조금씩 두려워집니다. 마음이 무거워진다는 말입니다. 몸에서 힘도 아주 약간이지만 빠져나가는 듯하고요.
그리고 여행 가방도 점점 무거워집니다.
잠도 제대로 자지 않고 일주일 동안 걷고 걸어서 런던을 구석구석 다니기도 했고, 맨발로 슬리퍼만 신은 채 영하 19도의 스위스의 융프라우 산자락 눈밭을 다니기도 했습니다.
필리핀 민도로섬의 가난한 이웃들에게 가져다줄 옷과 학용품을 가득 채운 박스 수십 개를 차에 싣고, 또 비행기에 싣고, 배에 옮겨싣고, 다시 지프니에 실어 날라도 전혀 지치지 않았는데 지금은 고작 23kg 무게의 여행 가방이 무겁습니다.
그래도 그런 가방 예닐곱 개를 지고 유럽을 오갈 힘이 남아는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지만 아마 이마저도 조금씩 조금씩, 때론 서둘러 무거워질 수도 있겠습니다. 다만 조금이라도 더디게 그러하길 바랄 뿐입니다.
유럽에서 공부하고 일하며 또 오고 간 세월이 지금까지 36년이나 되었고(1989~2024), 그리고 수 많은 나라들을 다녔고 유럽을 70바퀴나 돌아보았습니다. 나의 나그네길이 그리 짧지만은 않습니다만 이제는 육신의 연약함이 조금씩 드러나는지 그 길이 조금씩 조심스럽고 무겁습니다.
그래도 주님께서 복음을 전하는 나의 발걸음을 복되게 하시고 아름답게 하시기를 간구 드립니다.
“누구든지 주의 이름을 부르는 자는 구원을 받으리라
그런즉 그들이 믿지 아니하는 이를 어찌 부르리요 듣지도 못한 이를 어찌 믿으리요 전파하는 자가 없이 어찌 들으리요
보내심을 받지 아니하였으면 어찌 전파하리요 기록된 바 아름답도다 좋은 소식을 전하는 자들의 발이여 함과 같으니라”
(로마서 10:1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