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킴, 베이징 아쉬움 딛고 스위스와 금메달 승부
사상 첫 컬링세계선수권 결승행
공동 2위로 드로샷 챌린지 거쳐
캐나다와 준결승 벌여 9-6 제압
예선 전승 스위스와 오늘 격돌
‘팀킴’의 김은정,김선영,김초희,김경애가 26일(현지시간)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주 프린스 조지에서 열린 2022 여자컬링 세계선수권대회 준결승 캐나다전 경기에서 승리를 거둔 후 기뻐하고 있다. ‘팀킴’은 캐나다의 팀 아이나슨에 9대6으로 승리해 결승에 진출했다. 2022.03.27. 프린스조지=AP/뉴시스
이미 ‘역사’가 됐다. 이제 메달 색으로 최종 성적표를 가릴 일만 남았다.
김선영(리드), 김초희(세컨드), 김경애(서드), 김은정(스킵), 김영미(후보·이상 강릉시청)로 구성된 한국 여자컬링 대표팀(‘팀 킴’)이 한국 컬링 역사상 처음으로 세계선수권대회 결승에 올라 최소 은메달을 확보했다. 이제 가장 높은 자리를 노린다.
팀 킴은 27일 캐나다 프린스조지에서 열린 2022 세계컬링연맹 세계 여자선수권 준결승에서 캐나다(팀 에이너슨)에 9-6으로 이겼다. 한국은 28일 스위스(팀 티린초니)와 우승을 다툰다.
지난달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에서 아쉽게 4강 진출이 좌절되며 아쉬움을 삼킨 팀 킴은 세계선수권에서 심기일전한 모습을 보였다. 12경기 중 첫 5경기를 모두 이기며 라운드로빈 방식으로 치러진 예선에서 줄곧 선두싸움을 했다. 9승 3패로 스웨덴(팀 하셀보리), 캐나다와 공동 2위가 됐다. 세 팀 모두 1승 1패를 주고받아 ‘드로 샷 챌린지(DSC)’로 최종 순위가 가려졌고 팀 킴은 2위로 준결승에 직행했다.
DSC는 매 경기 각 팀 선수 2명이 경기 전 한 번씩 돌을 굴려 하우스 정중앙인 ‘티’와의 거리를 측정하는 ‘라스트 스톤 드로(LSD)’의 평균값으로 숫자가 작을수록 유리하다. 팀 킴이 37.42cm였고 캐나다가 37.69cm, 스웨덴이 42.09cm였다. 3위로 6위 덴마크와 준결승 티켓을 놓고 경기를 치른 캐나다는 9-8로 승리해 팀 킴을 상대했다. 이틀 전 캐나다에 8-7로 이긴 팀 킴은 한 수 위의 기량으로 낙승했다.
남녀 팀 통틀어 한국 컬링 세계선수권 최고 성적은 2019년 대회에서 ‘리틀 팀 킴’으로 불린 춘천시청 여자팀이 기록한 3위다. 2018년 대회에서 5위를 기록했던 팀 킴이 다시 역대 최고 성적을 예약했고 메달 색 결정만 남겨두고 있다.
스위스는 예선에서 12경기 모두 승리했다. 준결승까지 세계선수권에서 13연승 중이다. 팀 킴도 25일 예선에서 스위스에 5-8로 패했다. 하지만 한 끗 차의 기량을 놓고 집중력 대결로 승패를 가리는 컬링에서 승리 팀이 또 이긴다는 보장은 없다. 한국으로서는 설욕만 한다면 바로 우승이다.
김배중 기자
'역경 딛고 세계최강과 어깨 나란히' 2022, 팀 킴 생애 최고의 시즌
사진출처 | 세계컬링연맹 SNS
김은정(스킵)-김선영(리드)-김초희(세컨드)-김경애(서드)-김영미(후보)로 구성된 강릉시청 소속 ‘팀 킴’에게 2021~2022시즌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생애 최고의 시즌이었다. 2018평창동계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따낸 뒤 그대로 잊혀질 뻔했던 위기에서 살아난 드라마 같은 스토리는 많은 이들의 감동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팀 킴’은 평창동계올림픽 직후 연맹 집행부와 갈등을 겪는 등 경기 외적인 요소로 상처를 받았다. 이후 춘천시청, 경기도청 소속 선수들에게 태극마크를 내주기도 했다. 그 사이 한국컬링의 세계선수권대회 최고 성적(2019년 덴마크 살케보리 대회)을 써낸 이들도 ‘팀 킴’이 아닌 김민지(스킵)-김수진(리드)-양태이(세컨드)-김혜린(서드)의 춘천시청 선수들이었다.
그러나 ‘팀 킴’은 그대로 주저앉지 않았다. 평창대회 멤버들이 다시 힘을 모았다. 다행히 올림픽 시즌을 앞두고 국가대표 자격을 회복해 지난해 12월 자격대회(네덜란드)를 통해 2022베이징동계올림픽 출전권을 따냈다. 베이징동계올림픽 출전만으로도 ‘팀 킴’의 존재감을 보여주기에는 충분했다. 세계 최강의 스킵으로 평가받는 안나 하셀보리(스웨덴)도 베이징에서 스포츠동아와 만나 “한국은 굉장히 좋은 팀이고, 경쟁력도 충분하다. 평창 때와 비교해 기량 차이도 크지 않다. 그들은 모두 나의 좋은 친구”라고 칭찬했다.
사진출처 | 세계컬링연맹 SNS
이 말은 틀리지 않았다. 베이징에서 숨을 고른 ‘팀 킴’은 28일(한국시간) 캐나다 프린스조지에서 막을 내린 2022 세계컬링연맹(WCF) 세계여자컬링선수권대회 예선을 2위(9승3패)로 통과한 뒤 준결승에선 개최국 캐나다를 9-6으로 꺾었다. 한국컬링의 새 역사를 쓴 순간이었다. 결승에선 스위스에 6-7로 아쉽게 져 은메달을 따냈다. 한국컬링의 세계선수권대회 최고 성적을 경신하며 최강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베이징동계올림픽 예선에서 탈락한 아쉬움과 힘겨웠던 과거를 모두 씻어낸 결과였다.
김은정은 “한국이 세계선수권대회 결승 무대에서 좋은 경기를 펼쳤다는 게 굉장히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우여곡절을 딛고 만들어낸 생애 최고의 시즌, 박수를 받기에 충분하다.
강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