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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가는 길] 10
1. 들판. 시골집. 낮. (과거)
들판을 왔다갔다 하는 애니.
애니 : (소리) 아빠. 오늘은 도우아빠에 대해서 얘기해줄게요. 아빠가 엄마 만나러 가라며 데려다준 그날.
2. 이야기(과거)
-(6회 10-1씬. 은희의 기억이 컷, 컷으로)
단추를 매듭으로 만들어주는 은희.
은희의 단추가 달린 옷을 입고 전시실로 향하는 애니. 슬쩍 골목 쪽을 본다.
어느 남자(친아빠)가 미소 지으며 괜찮다고 고개 끄덕.
-(6회 58씬) 은희 회상.
애니를 처음 보는 혜원. “니가.. 은우라구?”
-(5회 47씬. 컷) 전시실로 들어오던 도우.
(5회 47씬에 이어지는) 혜원과 마주하고 있는 애니를 보고 환하게 웃어준다.
애니 : (소리) 엄마를 처음 본 날, 도우아빠도 처음 봤어요.
도우가 애니에게 다가오자, 혜원이 애니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혜원의 다정함에 놀라서 올려다보는 애니.
-김밥집. 밤.
김밥을 먹는 애니. 그 모습을 빤히 보는 혜원.
혜원 : 넌 죽 내 딸이었고. 아빠는 모르고, 본 적도 없고. 당분간만 이렇게 해주면.. 니 아빠 설득해볼게.
애니 : ?
혜원 : 니 아빠, 너한테서 도망친 거야. 몰랐니?
애니 : (혜원을 빤히 본다)
애니 : (소리) 엄마라는 사람, 어떻게 말하든 믿지 마요. 물론 안 믿겠지만. 제 메일만 믿으세요.
저두 엄마가 아빠에 대해서 뭐라든 안 믿어요. 제가 본 아빠가 있는데. 함부로 말해도 안 믿어요.
난 아빠 말대로 착하게, 여기 사람들한테 사랑받으며 잘 살고 있어요.
-은희에게 인사하는 애니와 혜원. (은희의 회상)
-뒷마당. 대패질하는 애니. 도우, 석과 함께 즐겁게.
-1회 12씬. 킥보드 타고 한강변을 달리는 도우.
애니 : (그 위로, 소리) 아빠. 세상에서 아빠 다음으로 도우아빠가 좋아요. 섭섭해 하지 않을 거라는 것도 알아요.
그게 아빠와 도우아빠의 공통점이에요. 마음이 넓고 따뜻해요. 오늘도 도우아빠가 들판까지 데려다줬어요.
아빠가 나타나지 않았지만, 전 아빠 기다릴 거예요. 엄마가 뭐라고 말하든, 난 아빠가 날 버리지 않았다는 것을 알아요.
10년이든, 100년이든, 어느 토요일이든. 기다릴게요.
3. 주방. 도우집. 밤.
어둠속 노트북 불빛만이. 애니의 메일이 열려 있고.
#1회 30씬.
애니 : 아빠가 뭘 모르네. 그리운 게 얼마나 좋은 건데. 기다리기만 하면 되잖아.
기다리고 기다리고 또 기다리고. 만날 거니까. 얼마나 희망적이야.
심장이 멎을 것 같은 도우. 통증이.
그때 혜원의 기척이. (9회 엔딩)
혜원이 뭐라고 뭐라고 하는데(혜원 대사),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 시야가 흐리다.
도우 : (혜원을 향해) 당신... 누구야?
<공 항 가 는 길>
4. 안방. 도우집. 밤.
여행용 가방을 여는 혜원. 내용물을 꺼내다가 풀썩 주저앉는다.
5. 주방. 도우집. 밤.
석이와 술을 마시는 도우.
혜원이 들어오자, 석은 마저 잔 털어 넣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석 : 둘이 얘기 나눠.
혜원 : ...
석 : (나가려고 하는데)
혜원 : (바로 무릎을 꿇는다)
석 : !
도우 : (차갑게) 앉아서 얘기해.
혜원 : 미안해.
석 : 얘기부터 하라구! 사과 말구! 얘기! 궁금해 죽겠구만! (혜원 억지로 의자에 앉힌다)
혜원 : (앉아서) 미안해. 그 사람 죽었다고 애니한테 말할 수 없었던 건... 말하려구 했어. 말하려구... (말이 안 나온다)
도우 : 그 사람 기일이 언제야?
혜원 : 14년... 4월 말.
도우 : 날짜 몰라?
혜원 : ..25일.
도우 : !
#메일내용. 애니 아빠의 마지막 답장이 24일. 죽기 직전에 쓴 답장. (*만나기로 한 날은 다다음날인 26일 토요일인 셈)
도우 : (차오르는 분노, 슬픔)
혜원 : (도우 표정 보더니) 그 전에 도우씨 나 쳐다나 봤어?! 나라는 사람 있는지는 알았어? 아니잖아.
애니랑 있는 거 보구. 그때서야 관심 갖구. 그때서야 내 얘기 들어주구.
그래서 그랬어. 어차피 내가 키워야 될 딸, 내가 죽 키워 왔다구 하기루 한 거구.
도우 : 충분히 할 수 있는 거짓말이야.
석 : (미쳤나? 쟤가.. 혹시 이것두 이해해?)
도우 : 얼마든지. 뭐든. 무슨 일이 생겼든! 나한테 사과하지 마. 내가 사랑해서 한 결혼이야. 감당할 수 있어. 문젠...
(말하려고 보니 울컥) 애니.. 걔가 얼마나 아빠를 그리워하고 기다리는지 알면서 그 감정을 이용했다는 게...
(울컥. 버럭) 난 상관없다구! 뭘 겪어두! 뭐든 극복할 수 있다구! 근데 걘! (으아아악) 당신 딸이야!
혜원 : (차갑게. 정신 차리고) 당신이 착각하는 게 하나 있어. 모성은 본능이 아냐. 난, 처음부터 걔가 무서웠어.
낳았을 때두! 다시 날 찾아왔을 때두! 당신은 그 짧은 순간에 부성이 생기고 자랐는지 모르지만.
난 그런 거 애당초 없었구. 자라지도 않았다구!
도우 : 걔한테... 어떤 애정도 없었던 거야?
혜원 : 없었던 것 같은데... 그래. (다짐하듯) 없어. 이게 나야. 난 사람 못 믿어. 그나마 믿었던 게 어머님, 그리고 당신.
근데 이젠 당신두 믿을 수 없잖아. (의미심장하게 본다)
석 : (무슨 소리지?)
도우 : ...
혜원 : (뱉어놓고 보니 감정이) 지금 내가 당신한테 울고불고 매달린다구 당신이 나한테 돌아올까?
날 봐달라구 떼쓰면 눈길이라두 줄까? 서도우가? 아니. 절대 안 그래. (울컥) 내가 어떤 진심을 갖고 있어도..
당신 나 못 봐. 안 봐. 나 현실적이야. 알잖아. 되두 않는 거 안 바래. 당신 마음 돌려달라고 사정하는 거 아니라구!
당신.. 그나마 내 실력, 안목 인정하잖아. (운다) 그건 진짜잖아. 그니까..
시어머니로 사기치구, 딸가지구 장난친 사람으로 만들지 말구, 덮어줘. 일이라도 미치게, 내 뜻대로 해보게!
석 : (어이없다) 지금 혜원씨.. 일 얘기하는 거야? 지금 그 얘기가 왜 나와!
혜원 : 이게 나라구! 그게 뭐 어떻다구! (그저 운다)
도우 : (황당하고, 슬프고)
-사이.
혼자 남은 도우. 애니의 메일 주소로 글을 쓴다.
도우 : (소리) 친아빠도, 나도 너를 많이 사랑했다. 큰 사랑을 받았다는 걸 꼭 알아줬음(쓰다가 멈칫)
#컷> 들판. 웅크리고 앉아 기다리는 애니.
도우 : 이게 위로가 될진 모르겠지만... (울컥)
6. 영숙아파트 앞. 밤.
걸어가는 수아. 더 이상 걸을 힘이 없다. 멈춰 서 눈을 질끈 감는다.
7. 술집. 밤. (방금 전 상황)
미진 : 기내에서 봤어. 니가 만나는 남자, 서도우 와이프.
수아 : (쿵)
미진 : 서도우 와이프랑 박진석이랑 통성명하고 본론으로 막 들어가려고 할 때, 내가 박진석한테 전화해서 뭐라 그랬겠니.
급한 일이다. 잠깐만 호텔로 와달라. 기껏 사람들 눈 피해서 룸에서 말두 안 되는 농담 따먹기 하고 있었더만.
수아 : ..
미진 : 바람은 니가 피구. 그거 막아주려다가 내가 완전 미친년 되구!
수아 : ..
미진 : 내가 너 누구랑 바람 피는지 알면, 관둔다구 했지. 서도우. 빙고. 됐지? 이제 관둬.
수아 : (본다. 단호)
미진 : 뭐야.. 못 관두겠다?
수아 : 도우씨 와이프가... 나를 안다구?
미진 : 그 여자, 박진석두 안다니까!
수아 : (두려움) 미진아... 내가 너무 무서워서 그런데.. 너라두 내 편이 돼주면 안 되겠니...?
미진 : 니 편이 뭔데? 계속 니 남편 건드린 년 되라구?!
수아 : (할 말이 없다. 고개만 숙인 채) 내가 그렇게 큰 죄를 진 거니..?
미진 : ...
수아 : 얼마나 큰 죄를 졌길래 이렇게 무섭니..
미진 : 무서워서 두렵니? 서도우 잃을까봐 두려운 거지..
수아 : (본다)
미진 : 내 말이 맞지?
수아 : 그 사람이랑 나, 아주 약하게 연결돼 있어. 저절로 끊어질 만큼... 한번도 이게 영원할 거라 생각한 적 없어.
언젠가, 어떤 식으로든 끊어질 거야. 내가 굳이 애쓰지 않아두..
미진 : ‘알아서 끊어지겠지’ 기다리다, 다 망가진다. 좋은 말 할 때, 니 자리로 가. 니가 끊구. 니 스스로 가.
10년 넘게 하던 일도 버스 타고 가다가 내려서 관두는 판에, 뭘 못 관둬. 상황 이쯤 꼬이면 경고야.
수아 : (다른 쪽 본다)
미진 : 마지막 부탁이다.
수아 : (미진 본다. 그만 하자. 제발..하듯)
미진 : 난 할 만큼 했어. 너 때문에 친구남편 뺏은 년 됐지만. 다 좋아. 내가 지금까지 너한테 죽 미안함이 있었거든?
왜 그랬을까? 언젠가 알게 되겠지. 서도우 와이프가 처음 보는 날 노려보는 판에.
...니가 알든 말든. 지금부터 너에 대한 내 미안함, 소멸이야.
수아 : ?
미진 : (뱉어놓고 오히려 떨린다)
8. 일각. 영숙아파트 앞. 밤.
어둠 속, 어딘가 웅크리고 앉아 있는 수아.
9. 미진집 앞. 밤.
아파트 입구로 향하는 미진.
미진 : 관두자. 그만하자...
중얼거리며 현관으로 들어서는데, 센서등이 들어오고. 미진집 앞에 은주가!
은주 : (대뜸) 사과하셨어요?
미진 : 너 안 취했니? 연기한 거야?
은주 : 사과하셨냐구요.
미진 : 너. (무섭게 본다) 나 모르니? 당신네 팀 사무장. 몰라? 어디 함부루
은주 : 다시 들어가는 거 봤어요. 박기장님 방 나왔다가, 다시 들어가는 거 봤다구요.
미진 : !
10. 복도. 호텔. 밤. <시드니> (회상)
진석방에서 나오는 미진, 거칠게 숨을 몰아쉬다 정지. 망설이는 듯. 하지만 돌아가지 않는다. 직진.
그 모습을 누군가 숨어서 본다. 놀란 얼굴의 은주다. (여기까지가 9회 33씬. 이어지는)
미진, 패기 넘치게 걸어가다가 복도 끝에 다다라 벽을 노려본다.
#9회 32씬.
진석 : 넌 나랑 아쉬운 거 없어? 그냥 마음 가는 대로 하자.
미진 : (벽에 이마 콩콩) 마음 가는 대로. (획 돌아서서 진석방으로)
놀란 은주, 몸을 숨기고 미진이 진석방 벨을 누르는 것을 본다.
은주 : (그 위로, 소리) 선배님, 다음날 아침까지 거기 계셨어요.
11. 미진집 앞. 밤.
현관 앞. 센서등이 나갔다. 어둠.
미진 : !
은주 : 업무상 들어갔다고 말씀하셨을 때, 왜 이 말 꾹 참았는지 아세요? 그래. 차라리 수아선배님이 모르는 게 낫겠다.
그렇다고 송선배님 죄책감 덜어줄 생각 전혀 없어요. 죽을 때까지 침묵하세요.
본 사람이 있으니까, 꺼림칙하게 사시구요. (부르르)
미진 : 꺼림칙하게 살 테니까, 니 입이나 닫아. (참자. 참자) 함부로 놀렸다간 니가 존경하는 최수아. 훅 간다. 가.
(가라는 손짓하자, 센서등 불 들어온다)
은주 : (미진 경멸하는 표정)
12. 주방. 미진집. 어둠.
옷도 갈아입지 못한 미진, 우두커니 앉아서.
미진 : (문자 보내는. 문자소리) 퇴직한 최수아는 위로해줬구? (잠시 후 진석 답신이. ‘놀고먹기로 한 사람 무슨 위로.’)
(문자소리) 술 한잔 할래?
진석 : (문자소리) 오늘은 피곤해.
미진 : (냉장고문 열고 먹다 남은 소주 꺼낸다) 너 필요할 때만 부르냐! 이 그지같은...
박진석 너랑, 인간적으로 허물없이 친구 함 해볼까...한 내가 미친년이다. (눈물이)
13. 거실. 수아집. 밤.
기장복 그대로인 진석, 멍하니 유럽 축구 본다.
14. 거실. 영숙집. 밤.
소파에 앉아 있는 수아, 핸드폰으로 ‘서도우’란 이름을 검색해본다.
놀라는 수아. 서도우의 집-이 뜬다. 도우와 혜원이 있는 실내.
(시간이 멈춘 듯한 깊이 있는 집. 건축가 서도우씨의 어쩌구..하는 타이틀 기사 보이고.
도우는 덤덤한 표정. 혜원은 한껏 웃으며)
#9회 16,18,19씬과 잡지 속 사진이 비교되며
-같은 고택방. 누웠던 도우와 수아/ 잡지 속에 앉아 있는 혜원
-같은 식탁. 앉았던 수아/ 식탁에 마주앉아 있는 도우와 혜원
-같은 마당. 빨래 널던 수아/ 혜원 어깨 다정하게 안고 있는 도우
사진 보다가 눈 질끈 감는 수아.
15. 야외. 1층 가게. 밤.
난간에 기대어 맥주 마시는 도우. 만취한 상태. 그 뒤로.
여자 : 서도우씨?
도우 : (돌아본다)
여자 : (호감 가득) 예전에 인터뷰 때문에 찾아뵌 적 있었는데. 인테리어잡지요.
도우 : (모른다. 그저 보자)
여자 : 합석할래요? 저쪽에 제 친구들이랑.
도우 : (자리 뜬다)
여자 : (뻘쭘)
도우 : (계단을 올라간다. 비틀)
16. 2층 구작업실 앞. 밤.
취한 도우, 문 굳게 닫힌 2층 구작업실문을 노려본다. 걷어찬다. 차고 차고 또 차고.
열리자, 휘청거리며 들어간다.
17. 2층 구작업실. 밤.
비어있는 실내. 군데군데 바닥재가 쌓여있고.
창가 쪽으로 가는 도우.
#수아와 함께 바라보던. (8회 15씬)
도우 : 바라는 거 없어요?
수아 : 아무것도 안 바뀌었음 좋겠어요.
도우 : (본다)
수아 : 어제처럼, 내일도 모레도 다 똑같았으면 좋겠어요. 도우씨도 그대로고. 모든 게 다.
도우 : ...그렇게 될 거예요.
수아 : (본다)
도우 : 내가 믿는 것 중에. 큰 사랑을 받아본 사람은, 어떤 시련이 닥쳐도 담담해질 수 있다는 거거든요.
지금, 이 순간 잊지 말아요. ...두고두고 힘이 될 거예요.
-현재, 창밖을 보는 도우.
도우 : 수아씨 때문에 되려 내가 힘을 얻네.. (주섬주섬 핸드폰 꺼내서 문자 보낸다)
18. 거실. 영숙집. 밤.
어둠 속, 소파에 웅크리고 누워 있는 수아. 핸드폰에 문자가.
도우 : (문자소리) 우리 절대 헤어지면 안 됩니다.
밑도 끝도 없는 내용. 하지만 수아, 답신 보낸다.
수아 : (문자소리) 절대로 헤어지면 안 돼요. 절대요.
-수아, 주방으로 간다.
밥통을 열어본다. 얼마 남지 않은 밥, 밥공기에 덜고 쌀 씻기 시작. 힘내서 할 일 한다.
19. 2층 구작업실. 새벽-아침.
도우 : (창문에 이마를 기대며) 이건 우리 부부의 일이고. 우리의 문제고.
(창문에 이마 콕콕) 무슨 결정을 하든. 수아씨 때문이란 소리 듣지 않게 할 테니까...
-사이. 웅크리고 잠이 든 도우. 누군가 도우를 툭툭 친다.
공사인부 “이봐요~ 여기서 뭐하슈!”
20. 1층 가게 앞. 아침.
흐린 아침. 가게를 나오는 도우.
출근하려는 정장차림의 사람들 속으로 천천히 걸어가는 초췌한 도우. F.O
21. 효은방. 영숙집. 낮.
효은 : (전화 받는다) 삼촌.
제아 : (E) 가양동으루 언제 와?
효은 : (몸 배배 꼬며) 몰라. 지금 우리 아빠 와 있어. 둘이 할 말 있다구 나 나오지 말래. 화장실두 못 가구.. 아..
일 관뒀다구 왜 저렇게 화를 내?
제아 : (E) 화낼 만두 하지. 잘 다니던 회살 왜 관둬. 요즘 직장 잡기가 하늘의 별따긴데.
너같이 큰 애 본다구 관둔다는 게 말이 돼?
효은 : 삼촌까지 왜 그래? 일할 때는 일한다구 뭐라구 하구. 일 관두니까 관둔다고 뭐라구 하구.
울 엄마가 축구공이야? 이리저리 때리기만 하구..
22. 주방. 영숙집. 낮.
식탁에 마주앉은 진석과 수아.
진석 : 퇴직금은 내가 알아봤고. 걸루 뉴질랜드 가. 동생한테 있을 만한 곳 알아보라고 했으니까.
수아 : (됐습니다) 가양동으루 갈 거예요.
진석 : 지금 상황에서 가양동으로 와서 어쩔려구?
수아 : 효은이 봐줄 사람 없어서 일루 온 거잖아요. 내가 봐주면 되는데, 뭐가 문제예요.
앞으로, 열심히 가정 돌볼 생각이거든요. 최선을 다해서.
진석 : 누가 그래 달래?
수아 : 당신, 내가 다시 집에 들어가는 게.. 싫은 거죠?
진석 : !
수아 : 내가 같이 사는 게 싫은 거 아니냐구요.
진석 : (빤히 보더니) 응. 아주 싫어. 당신이 생각하는 방식, 음식, 움직이는 소리도 싫어. 효은이 데려왔다. 일 관뒀다.
남편 따윈 개무시하고 혼자서 ‘욱’해서 판단해버리는 모든 게 싫어. 됐어?
수아 : (담담히 듣더니) 아무렇지가 않아. 예전엔 당신이 뭐라구 한마디만 해도 심장이 벌렁거렸는데 아무렇지두 않아..
싫다는 소릴 면전에 대고 듣는데, 진상손님 같아. 아무 느낌이 없어..
진석 : (어안이 벙벙. 이건 뭐지..? 막힌 입 겨우 연다) 자네, 지금 이 태도가 뭐야? 뭐가 이렇게 당당해?
수아 : (차분) 같이 살기 싫음 당신이 시댁으로 들어가요. 어머님 안 그래두 적적하실 텐데.. 것두 싫음...... 방법이 있겠죠. (본다)
진석 : !
효은 : (조용조용 걸어가다가)
진석 : 박효은! 얘기 끝날 때까지 나오지 말랬지?
효은 : (멈칫) 나 움직이는 소리도 싫어?
진석 : 어!
수아 : (진석에게 버럭) 애한테! (그딴 소리 하지마!)
효은 : 난 아빠 모자 내리는 소리도 싫어. 아빠 손가락질 하는 소리도 싫구! 어쩌다 와서 ‘매뉴얼’만 ‘통보’하는 소리도 싫구!
수아 : (놀람. 차분하게) 효은아..
진석 : (아 뒷골 땡겨) 쟤 왜 저래? 돈 거야? 너 뭐야!
효은 : 화장실 간다! 왜! (화장실 간다)
진석 : (소리 지르지도 못하고 수아만 노려본다)
수아 : (시선 피한다. 참는다. 더 싸우면 효은이만 더 혼난다. 참자..참자..)
23. 술집. 저녁.
사람들과 어울려서 퍼마시는 미진. 이미 만취한 상태.
-화장실 앞.
오바이트 쏠리는지 들어가지 못하고 주저앉는 미진.
그때, “미진 누나?!”
미진, 돌아보면 제아다.
미진 : 제아야.. 나 좀.. 살려줘.. 나 좀...
24. 거실. 미진집. 저녁.
소파에 거들먹거리고 앉아 통화중인 제아.
제아 : 야. 잠깐만 기다리라니까. 장소만 찍어. 바로 합류할게.. 울 누나 절친. 나이 많지. 완전 맛탱이가 갔어.
(옆을 보면 미진이 널브러져 누워 있다) 금방 가. 어.
(전화 끊고 미진 보며) 누나. 나 간다... 정신 똑바로 차리구. 요즘엔 나이 안 가리는 무지막지한 새끼들 많아. 클날려구..
미진 : (의식불명. 잠자고 있다)
제아 : (두리번거리더니) 내가 데려다줬다는 증거를 남겨야 할 텐데.. 그래야 용돈을 뜯어내든가 하지.
셀카를 찍을까? 아니지. 미친놈 같잖아. 여자 기절시켜놓구... 어떡하나.
(두리번거리는데 미진의 핸드폰에 문자가 도착. 슬쩍 보더니 일순 표정이 굳는다)
25. 미진집 앞. 밤.
벨을 누르는 진석. 대답이 없자 현관문 비밀번호 누르고 들어간다.
진석이 들어간 뒤, 계단 위의 제아가 몸을 일으킨다. 센서등이 켜진다.
아파트를 빠져나가는 제아. 다시 센서등이 꺼진다.
26. 동현관. 영숙아파트. 밤.
현관을 나오는 수아. 두리번. 구석에 제아가 앉아 있다.
수아 : 뭐해? 들어와! 매형 없어.
제아 : (본다)
수아 : (유심히 보니 제아가 울고 있다) 너 뭐야. 또 사기 당했어?
제아 : (눈물 씩씩하게 닦으며) 니가 불쌍해서 운다.
수아 : ?
제아 : 홀어머니에. 문제만 일으켰던...‘켰던’이다. 과거다. 남동생에... ...에..씨....다 됐고.
수아 : ...
제아 : 미진누나랑 박진석 그 새끼랑 그렇구 그런 사이거든. 내가 둘이 문자 주고받은 거랑,
박진석 그 새끼가 지 손으로 비밀번호 누르구 그 집에 들어가는 거 다 찍어놨으니까... 아 씨...
수아 : (말도 안 돼) 제아야. 그냥 둘이... 친해... 왜들 이래. 아니라니까.
제아 : 내 너 그렇게 말할 줄 알구! 억울한 일 생기면... (핸드폰 들이밀며) 이거 써먹으라구. 어!
불리하게 차이지 말구. 당당하게 뜯어내라구! 이 멍청아!
수아 : (벙)
27. 거실. 영숙집. 밤.
둘이 나눈 문자를 보는 수아.
#진석의 문자 <술이나 한잔 하자.> <우리집 오늘 내놨다. 최수아가 효은이랑 가양동 온다는데 그렇게 할 순 없지.
본가로 들어갈 거다. 가끔 너희 집에서 묵고.> <전화 안 받구 뭐해.>
#미진이 했던 말. 우리 간만에 남자 얘기 좀 해볼까. 요즘 유부남이 나한테 집적거리는데.
베란다로 달려가는 수아. 창문을 열고 찬바람을. 헉헉.. 거칠게 숨을 몰아쉰다.
28. 방. 고택. 밤.
몸 웅크리고 누워 있는 도우. 그때 문 여는 석.
석 : 지금 여기서 쳐누워 있을 때야?! 결정을 내려! 뭐가 남아서 이러구 자상해?
너 (설...마) 이것두 이해해? 그러구 또 같이 살아져? 너 진짜 미친놈이구나.
도우 : 찬데서 잤더니 몸이 으슬으슬하네.
석 : 아프면 약을 처먹든가! (문 닫는다)
도우 : (모로 눕는다. 9회 수아와 마주 누웠던 것처럼. 미소)
29. 학과장실. 대학교. 오전.
학과장과 얘기중인 도우. 학과장도 고개를 끄덕끄덕.
30. 거실. 영숙집. 오전.
식탁에 앉아 있는 수아. 제아가 보내준 진석과 미진의 문자 보다가 삭제해버린다.
식탁 위에 핸드폰 놓는데 드르륵. 문자 확인해보니.
도우 : (문자소리) 근처예요. 잠깐만 봐요.
31. 차안. 영숙아파트 앞. 오전.
운전석의 도우. 차창 너머로 아파트 현관을 본다. 수아가 나오자, 핸드폰을 꺼내서 수아를 찍는다.
두리번거리는 수아의 모습에 웃음이. 프레임 안의 수아, 도우를 발견하고. 도우 쪽으로.
-수아쪽> 도우의 시선을 느끼며 차로 가는 수아. 심호흡을 하고 차문을 연다.
수아 : (올라타자)
도우 : (차 출발시킨다)
수아 : 어디 가요?
도우 : 어디 갈까요?
수아 : (횡설수설) 가까운데 어디 뭐..
도우 : (장난) ‘가까운데 어디 뭐.’ 그래요 거기.
수아 : (피식)
32. 길/ 주차장. 한강둔치. 오전.
달리는 차안. 도우와 수아는 말없이. 달리고 유턴하고.
결국 도착한 곳이 한강둔치 주차장. (2회 도우가 유해를 뿌리던)
-차안의 둘.
도우 : 어머니 물건들 거의 다 받아가요.
수아 : 그거 다 모아놓으면 박물관 하나 차려두 되겠던데..
도우 : 차릴까요?
수아 : 집에 모아놓았으면 하셨다면서요.
도우 : 그 집이 사는 집인지, 남의 집인지, 박물관인지. 퀴즈처럼 내주구 가셔서..
수아 : ...시골에 가면, 작고 낡은 서점 있잖아요. 어떻게 이런데 이런 서점이 있지? 싶은 작지만, 있을 거 다 있는 서점요.
왠지 그런 곳일 것 같은데..
도우 : (끄덕끄덕) 그럴 수도 있겠네..
수아 : ...
도우 : (불쑥) 소식만으로도 반가운 사람...
수아 : 네?
도우 : 어머니 물건 건네주신 한 분이 어머니 두고 그렇게 얘기하시더라구요. ..어떤 사이(ㄹ)까요?
수아 : 뭔지 생각나긴 했는데. 말해두 되나..
도우 : (끄덕)
수아 : 오랜 시간 죽... 설렌 사이 같아요. 아닐 수도 있구요. 원래 사람이 자기 입장에서 해석하잖아요.
건너건너 들은 소식만으로도 흐뭇하고 설레는 사람... 그게 가능할진 모르겠지만요.
도우 : 나두 비슷한 생각 했어요. 그분은 모르고, 어머니만 아는 감정이 있는 게 아닐까...
수아 : ...
도우 : 우리 어머니 너무 하시죠? 그래두 자식인데, 별 걸 다 알려주시구. (웃음)
수아 : 누굴 품고 사는 걸 부끄러워 말아라.. 그런 가르침일 수도 있구요.
(말해놓고 보니 또 자기 얘기) 아까 말했잖아요. 원래 자기 입장에서 해석한다구.
도우 : (망설이다가) 일이 좀 있었어요.
수아 : (속으로만 !)
#미진의 얘기. 서도우 와이프!
도우 : (수아 표정 보며) 걱정 안 해도 돼요. 다 좋게 해결될 테니까. 건 문제가 아닌데. 수아씨가 해줘야 될 게 있어요.
수아 : (본다)
도우 : 한 육개월. 나랑 문자만으로도 반가운 사람이 되어줄 수 있어요?
수아 : (이게 무슨 얘기지?)
도우 : (끄덕) 명분은 어머니 부탁 때문에 떠도는 거구. 사실은... 내게 꼭 필요한 시간이에요.
수아 : ...
도우 : 해줄 수 있어요?
수아 : ...
도우 : 이거 헤어지는 거 아니에요. ‘관두자’ 우리 사이엔 없는 겁니다.
수아 : (미소) 그것만 해주면 돼요?
도우 : (끄덕)
수아 : 해줄 수 있어요.
33. 길. 오전.
차에서 내리는 수아. 걸어가는데, 이미 마음이 무너질 듯. 티내지 않고 걸으려고 애쓴다.
전화가 온다. ‘공항’
수아 : (도우쪽 보지 않고 일부러 밝게) 네!
도우 : (E) 헤어지는 거 아니라니까..
수아 : 제 뒷모습이 너무 쓸쓸합니까? (허리 세우며) 하하. 나 괜찮은데..
수아, 전화 끊고 일부러 손 크게 올려서 바이바이. 뒷모습 의식하며 천천히 집으로 향하는 수아.
수아 : (소리) 미진이가 남편을 만나나 봐요. 원래 도우씨를 만나면 그 앞에서 펑펑 울며 하소연하고 싶었는데, 못했어요.
보자마자 알겠던데요. 도우씨에게 더 큰일이 생겼다는 걸.
눈을 질끈 감는 수아. 힘들지 않은 척 걸어간다.
-아파트 입구로 들어가는 수아. 잠시 뒤 다시 나온다.
34. 택시 안. 오전.
달리는 택시 안의 수아.
#제아 : 미진누나랑 박진석 그 새끼랑 그렇구 그런 사이거든.
#도우 : (망설이다가) 일이 좀 있었어요.
운전사 : 어디 갈지 정하셨어요? 가끔 무작정 타는 분들이 있어요. (웃음)
수아 : ...공항버스정류장 보이면 세워주세요.
운전사 : 네.
수아 : (창밖 본다)
35. 병실. 정형외과. 오전.
가방 싸놓고 다소곳하게 앉아 있는 영숙.
영숙 : (통화중) 니가 차 몰고 온다구 했는데.
진석 : (E) 제가요?
영숙 : 어. 효은엄마가 그러던데. 니가 오기루 했다구? 나 죽어두 택시 안 탄다. 그때 택시 기다리다가 다시 기어 들어와서
여기 얼마나 있었던 거야? 아고. 아찔해.. 빨리 와. 집에 가고 싶어. (전화 끊고)
간병인 아줌마가 냉장고에 있는 과일을 보며.
간 : 이것들 놓구 가시는 거죠? (웃음)
영숙 : (웃음) 그럼요. 놓고 간 과일 다시 와서 안 먹습니다. (걸으면서) 며느리가 악착같이 접어줘서 이거 봐... 자연스러운 거.
간 : 로봇 될 뻔한 거 살려주셨지. 하하.
영숙 : 걔가 했나? 내가 했지. (신나서 걷는다)
36. 거실. 영숙집. 낮.
거실에 들어오자마자 환하게 웃는 영숙.
영숙 : 그래. 내 집이 최고지. 말끔하게 치워놨네.. 아 참. 진숙이한테 전화 왔더라. 효은이랑 니 와이프 뉴질랜드 가니?
니가 알아보라고 했다며. 걔 아직 덜 나았어. 휠체어 반년 더 타야 돼!
진석 : ..
영숙 : 그냥 가양동 들어가지. 왜 그렇게 식구를 밖으루 돌리니.. 자존심싸움 같은 거야? 니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진석 : 싸울 상대나 되나. (신발 신는다)
영숙 : 가니?
진석 : (퉁명) 쉬세요. (하고는 바로 나간다)
37. 간이운동장. 아파트 안. 낮.
초등학교 1학년 정도의 남자아이에게 축구 개인 레슨하는 제아.
제아 : (공 차주면서) 받고!
오른쪽 왼쪽으로 방향 바꿔가며 차주면 아이가 받아쳐낸다.
38. 거실. 미진집. 낮.
팔짱 끼고 내려다보는 미진. 소파에 앉아 물 벌컥벌컥 마시는 제아가 보인다.
제아, 다 마신 컵 미진에게 거만하게 넘기고 그냥 누워버린다.
미진 : 경찰 부른다.
제아 : 불러. 경찰서 가면 보호자로 매형 부르지 뭐. 난 오늘 하루 여기 죽 때리구 있을 거니까 알아서 해.
미진 : 니가 여기 왜 있어!
제아 : 박진석 비밀번호 누르고 들어오는 거 급습하게.
미진 : ...너 솔직히 말해. 갈 곳 없지?
제아 : 없긴 왜 없어. 세 명이 같이 살던 원룸, 두 명이 나눠 내. 나 능력 돼.
미진 : 누나가 도와줄까?
제아 : 돈으루 딜하시겠다. 안 받아.
39. 수아아파트 앞. 오후.
집으로 가던 진석, 미진집 창을 본다.
40. 주방/ 현관 앞. 미진집. 오후.
김밥 말고 있는 미진.
미진 : 박기장님이랑 원래 친해. 허물 없구.
제아 : 누나. 가식 쩐다. 발뺌 대박이야. 이래선 최수아 미진누나한테 따지러 왔다가 일장 훈계 듣지.
내가 누나 같은 여자 딱 질색이야.
미진 : (꾹꾹 참는다. 김밥 만다) 이인분에 이틀 치 만들어줄 테니까 룸메랑 같이 먹어.
제아 : 안 가. 박진석 들어오는 거 보고 갈 거야.
미진 : 박기장 문제야 문제. 우리집 냉장고도 가끔 탈탈 털어가. 반찬통 들구 들어오는 거 못 봤나?
니 매형 들어오면 니가 뭐라구 좀 해줘라. 니 누나네 식탁에 5할이 내 반찬이야.
제아 : (진짜...친한 건가? 내가 실수했나? 그럴 리 없는데) 반찬 대질한다!
미진 : 해!
하는데 딩동~ 벨소리가.
미진, 사색이 된다.
제아, 미진 표정 보고. 바로 인터폰 앞으로 달려간다. 박진석이다.
제아 : 죽 때리던 보람이 있네.. 손에 반찬통 없고.
미진 : (꿈쩍 않고 서서. 얼음. 제발 들어오지마.. 제발...)
제아 : 비밀번호 누르고 들어오시겠구만.
하는데 진짜로 비밀번호 누르는 소리.
미진 : (침착함 잃고 버럭) 들어오지 마! (얼른 비닐장갑 벗고 식탁 위 핸드폰 집어든다)
-문 앞의 진석. 움찔. 비밀번호 누르다 만다. 전화가 온다. 미진이다.
미진 : (E) 나 남자랑 있어. 들어오지 마.
진석 : (열 받지만 들어갈 수도 없고. 엘리베이터 앞으로 가 버튼 누른다. 도착. 엘리베이터 타고 올라간다)
-거실.
제아 : (미진이 핸드폰 내려놓는 거 본다. 부들부들)
미진 : (제아 향해) 뛰어나가지? 나가서 패.
제아 : (분노 삭힌다)
미진 : 니 누나랑 결혼하기 전에 사귀었어.
제아 : !
미진 : 깨지구, 니 누나랑 사귀다가 결혼한 거야.
제아 : 그리구 다시 만나구. 니들 인간두 아냐. 하긴 문자를 들이밀어도 최수아는 니들 친구래.
미진 : !! 니 누나한테 말했어?!
제아 : 말했고. 문자 전했고.
미진 : 야 미친놈아! 걸 말하면 어떡해!
제아 : 그럼 내가 마음속에 고이 간직하구 살줄 알았어?! 어디서 개수작이야!
미진 : (부르르) 누명 쓰고도 꾹꾹 참고 있는데.
제아 : (어쭈)
미진 : (김밥 싼 거 음식물 쓰레기에 버리며) 무식한 놈. 결국 사고를 치네... 너, 나 잘못 건드렸어.
41. 베란다. 수아집. 저녁.
베란다에서 주차장을 내려다보는 진석. 미진이 뛰어나오는 것이 보인다. 그 뒤로 제아가.
미진이 가는 쪽으로 제아가 따라가면, 미진이 뿌리치고. 열 받은 제아, 다른 방향으로.
각각 다른 방향으로 가는 둘을 내려다보며.
진석 : (제아라고는 상상을 못하고는) 어쭈... (열 받았다)
42. 거실. 영숙집. 밤.
요란한 벨소리에 인터폰을 보는 수아. 미진이다.
43. 일각. 영숙아파트 앞. 밤.
벤치에 나란히 앉아 있는 수아와 미진. 말없다.
미진 : 제아 말 맞아.
수아 : 하지마. 듣기 싫어.
미진 : 어디서 건너건너 전해 듣지 말구. 정확히 알려주려고 달려왔으니까.
수아 : 하지 말랬다.
미진 : 대학교 때부터 박진석 알았어. 나 승무원으로 들어오고부터 동거했구. 3년 정도. 근데 나 몰래 너 만나서...
수아 : (놀라서 본다)
미진 : 그래서 너한테 늘 미안했구... 어떤 인간이다-얘기 못했던 거, 미안했어! 미칠 만큼.
맹세컨대, 서도우 와이프 일 있기 전까지 말도 안 섞었어. 너에 대한 내 신의, 난 지켰어.
그날, 어쨌든 룸에서 친구 남편이랑 같이 있었던 건 사과하는데.. 서도우 와이프 때문에 그 자리서 끌어내야 했고.
(하다가 버럭) 왜 나만 변명이야! 니가 나한테 뭐라고 할 자격 있어?
수아 : (부들)
미진 : 니가 내 뺨 때릴 수 있냐구.
수아 : ...
미진 : ...
수아 : 룸에서 별일 없었니?
미진 : (대답을 못하다가) 밤새 대화만 했다면.. (믿을래?)
수아 : (벌떡 일어나서 간다)
미진 : (눈 질끈)
저만치 갔다가 다시 오는 수아.
수아 : (울먹이며. 버럭) 송미진. 니가 이 말을 믿을지 모르겠지만.. 난.. 박진석도 박진석이지만... 너라는 게... 너무 슬프다...
알아? 박진석보다 더 많이 안 너라구. 너랑 함께 한... (운다) 너무 슬프다구! (소리 지른다) 어떻게 너.. 어떻게 니가...!!
미진 : 미안한데. 너한테 하나두 미안하지가 않아. (눈 부릅뜨고 본다) 왜 다 니 편이야! 니가 바람을 폈는데두
승무원들 죄다 너 옹호하구. 제아? 아주 위대한 남동생 뒀더만. 너, 친구 하나쯤 잃어두 인생, 별일 없어! 다 가졌어!
수아 : 너나 가져.
미진 : 갖다 버려.
수아 : (돌아서 간다. 눈물을 닦으며)
미진 : (눈물이 와락)
44. 거실. 영숙집. 밤-아침.
어둠속, 소파에 가만히 앉아 있는 수아.
시간경과. 아침.
세수하러 나오는 효은을 뚫어지게 본다.
효은 : 왜 안 깨웠어? 지각이야!
수아 : 효은아. 오늘 엄마 기분이 좀 그런데... 같이 놀아줄래?
효은 : 학교 안 가구?
수아 : 엄마와 체험학습.
효은 : (아싸)
45. 버스정류장. 아침.
효은 : 어디루 갈까?
수아 : ..글쎄. 어디루 가나?
효은 : 멀리 가자.
수아 : 그럴까? 멀리. 아주 멀리.. 그래. 거기 가자.
효은 : ?
46. 주방. 도우집. 아침.
식탁에 마주앉은 혜원과 도우. 커피에 토스트. 말없이 먹고 있다.
그때 요란하게 들어오는 석, 정수기 찬물 콸콸 받아서 벌컥 마시고는 소리 나게 컵 싱크대에 올려놓는다.
석, 쌩하니 나가면.
도우 : 지은이랑 하는 일은 괜찮구?
혜원 : ...어. 아주 잘 맞아. 딱 원하던 일이야.
도우 : 알았어. (자리에서 일어난다)
47. 현관 앞. 도우집. 아침.
짐 싼 가방 끌고 나가는 석.
도우 : (그냥 본다)
석 : 넌 혜원씨랑 그.래.두 살 수 있을지 몰라두 난 못 살아. 너두 무서워!
도우 : ...
석 : 어떻게 살아! 죄다 거짓말인데! 어디 지가 키웠다구 소설을 써!
도우 : (차분) 잠깐 바람 쐬구 와요.
석 : 안 와. 드러워서가 아니구 무서워서 피한다. (진저리친다)
도우 : 형이 이 집 지켜줘요.
석 : ?
도우 : 난 어머니 소원 때문에 오랫동안 집 비워야 하는데.. 이 집, 누가 지켜?
석 : ...너.
도우 : 저 사람한테 이 집 보라구 해? 공방, 전시실, 고택, 숱한 문화재들, 어머니방, 다 지켜달라구 그럴까?
석 : 절대 안 돼. 여기 하나두 못 건드려.
도우 : (석이 짐 들어서 안으로)
48. 주방. 도우집. 오전.
석, 혜원 그리고 도우.
도우 : 최소한 반년에서 일년은 걸려. 나 없는 동안 이 집에 관한 모든 건 석이 형이 관리할 거야.
당신은 전시기획에 관련된 것만 석이형이랑 같이 해줘.
여기는 석이형 같은 사람이 성질도 부리고, 고집도 부려야 지켜지는 곳인 거 알잖아.
혜원 : (굉장히 공적인 말투에 오히려 경직)
도우 : 앞으로 일에 관련된 건 당신과 계속 상의할 거야. 부부로서 문제가 있는 거지, 일로는 난 당신과 문제없다고 생각해.
그리고 지은이랑 하는 거. 지은이 쪽에서 오히려 당신 원해. 그쪽은 걱정할 거 없어.
혜원 : 혹시 말인데, 이 결정에 혹시(하는데)
도우 : (단호) 그 혹시, 말하지 말지.
혜원 : (경직)
도우 : 우리 부부의 일이고. 누가 있어서, 누구 때문에 이런 일 생긴 거 아니라고 보는데, 난.
이건 철저히 우리 문제야. 와이프였고, 사랑했고, 의지했고, 애니엄마였던 당신이야. 쉽게 결정한 거 아냐.
떨어져 사는 동안, 당신 마음이 정리되는 대로... 갈라서자.
석 : (놀라서 본다)
혜원 : (헉)
도우 : 우리 일은, 이렇게 정리하자.
49. 어딘가. 낮.
길 한복판에 서 있는 수아. 기분 좋다는 듯 팔을 벌린다.
그 옆에서 똑같이 해보는 효은.
수아 : 들숨... 날숨... (호흡한다)
효은 : (따라한다)
수아 : 아, 좋다! 여긴 어디?
효은 : 제.주.도! 꺄아아악!
카메라 뒤로 확 빠지면, 푸른 하늘 아래 제주도다.
둘이 신나서 달린다.
50. 한울랜드. 제주도. 낮.
50-1. 연박물관을 구경하는 효은과 수아.
50-2. 푸른 하늘 아래, 연날리기 하는 효은. 그 옆에서 지켜보는 수아.
50-3. 산책로를 걷는 효은과 수아.
51. 학교 앞. 제주도. 오후.
학교 앞을 지나가던 수아와 효은.
효은, 방과후 아이들이 가방 던져놓고 운동장으로 달려가는 것을 물끄러미 본다.
효은 : 어! 엄마! 쟤네 축구해!
수아 : (본다. 운동장에서 축구하는 여학생들) 너두 가서 해.
효은 : 껴줄까?
수아 : 함 가봐. 안 껴줌 할 수 없구.
효은, 쭈뼛쭈뼛 축구하는 쪽으로 가자, 어느 여학생이 효은에게 공을 차준다.
얼떨결에 공을 받은 효은, 공을 드리블하며 자연스럽게 축구에 합류.
수아, 물끄러미 바라본다. 그 옆으로 다가오는 아줌마(35세, 지향).
지향 : 서울서 오셨죠?
수아 : 네.
지향 : 저두 온지 두 달밖에 안 돼요.
수아 : ?
지향 : 여기 사는 분 아니세요?
수아 : ...아직.
지향 : (피식) 보통 다들 그래요. 놀러왔다가 사는 사람들 많아요. 오늘 묵을 곳은 있으시구요?
수아 : (피식) 아직.
지향 : 무작정 왔네. 그쵸?
수아 : (끄덕)
지향 : 다 그래요. 무작정. 머얼리. 그러다보니.. 여기.
52. 다가구주택. 제주도. 오후.
막 지어진 듯한 2층집들이 오밀조밀 모여 있는 동네.
지향 : 제주에서 한달 살아보는 게 유행하면서 이런 집들이 우후죽순 생겼어요. 성수기 때는 구하기 힘든데,
마침 어제 갑자기 서울로 돌아간 집이 있어서... (문을 열어준다) 며칠 여기 묵어두 돼요.
수아 : 감사합니다.
효은 : (뛰어 들어간다) 엄마, 너무 좋아.
수아 : 그러게. 좋네.
효은 : (바닥에 등 대고 헤엄치듯 기어다니면서) 여기서 살면 얼마나 좋을까..
수아 : (효은이 본다)
53. 길. 제주도. 해질 무렵.
뉘엿뉘엿 해가 지는 풍경에.
수아와 효은, 와~ 하고 하늘을 본다.
전선줄에는 제비까지 우루루 모여들고.
효은에겐 그저 낯설고 신기한 풍경. 그 풍경을 바라보는 수아.
#8회 34씬. “그런데서 살래요?” 했던 도우.
저 멀리 달려가는 효은이를 향해.
수아 : 효은아!
효은 : (돌아본다)
수아 : (신나서) 우리 여기서 살자!
효은 : ?! 진짜?
54. 주방. 수아집. 저녁.
진석 : (계속해서 미진에게 전화. 하지만 받지 않는다. 열 받는다) 이제 전화두 안 받네.. (어이없다)
송미진. 남자 생겼다고 날 막 대해? (하는데 문자가. ‘최수아’-다)
수아 : (문자소리) 제주도에 효은이 국제학교 어플라이 해놓은 것이 수락돼서 당장 학교 다닐 수 있게 됐어요.
진석 : 이게 무슨 소리야. (얼른 전화 건다. 받자) 국제학교라니?
수아 : (E) 뉴질랜드 사태 터지구 말레이시아, 제주도에 같이 원서 넣었잖아요.
진석 : (이런 경사가!)
55. 주방. 수아집/ 길. 제주도. 저녁.
아무데나 편하게 걸터앉은 수아. 그 옆으로 비행기처럼 양팔 벌린 효은이 뛰어다니고.
수아 : 갑자기 연락이 와서... 제주도 와서 다 해결했어요.
진석 : 이틀 만에? 그거 쉽지 않은데.
수아 : 당신두 이틀 만에 말레이시아 해결했잖아.
진석 : 그랬지.
수아 : 보내요 마요?
진석 : 당연히 보내야지.
수아 : 저두 여기서 효은이랑 같이 지내려구.. (말 흐린다)
진석 : 거기 기숙사 있잖아?
수아 : (둘러댄다) 기숙사는... 거긴 아직 자리가 안 나서...
진석 : 하긴 쉽지 않지.
수아 : 어머님 집에 있는 짐만 보내줘요.
진석 : (E) 당신이 와서 해. 내가 뭔 줄 알고 싸구. 어딘 줄 알구 애 학교 전학처리(ㄹ)해.
하루면 다 끝날 일이잖아. 이삿짐은 연락해둘게. ...간만에 최수아 일처리 제대루 하네.
수아 : (감정 삼키며) 당신.. 좋죠?
진석 : ...
수아 : 같이 살기 싫어했잖아.
진석 : (이미 얼굴은 웃고 있다) 진상손님이랑 떨어져 당신이 더 좋겠네.
수아 : ...
56. 다가구주택. 제주도. 밤.
잠든 효은이 옆.
수아, 핸드폰으로 다시 한번 서도우 기사사진을 본다. 다정한 도우와 혜원의 사진.
57. 길. 제주도. 밤.
멀리 바다가 보인다.
어두컴컴한 낯선 풍경 속으로 천천히 걸어가는 수아. 결심한 듯 핸드폰을 꺼내 ‘공항’을 찾는다.
58. 은희방. 고택/ 해안가. 제주도. 밤.
앨범을 보는 도우. 은희와 다니던 장소 위주로 보는데. 전화가.
도우 : (핸드폰을 본다. ‘한강둔치’. 얼른 받는다)
수아 : ...
도우 : (이 침묵에서 뭔가 느껴진다) 말해요. 편하게.
수아 : 뭐 좋아해요?
도우 : ?
수아 : ...좋아하는 가수나..뭐.
도우 : 가수? 글쎄... 작업할 때마다 음악 듣기는 하는데 김광석. 루시드 폴?
수아 : 들어야지. 매일.
도우 : ?
수아 : 전 김동률. 김동률 노래 들으면, 이 가사가 진짜일까. 이런 사랑 받는 여자 기분은 어떨까. 상상하면서 부러워하곤 했는데...
도우 : (미소가) 그 가사 분석해봐야겠네.. 뭘 어떻게 해줬길래..
수아 : 할 말이 있었는데.. 딴소리나 하구.
도우 : ...
수아 : (망설이다) 해달라는 거 못해줄 거 같아서요.
도우 : ...
수아 : (떨리지만) 효은이랑 좀 멀리 가서 살 것 같아요.
도우 : 멀리 어디요?
수아 : 좀 멀리.
도우 : ...
수아 : 아무래도 3무 중에서 하나만 남기고... 다 안 될 거 같아서..
도우 : (힘들다. 구석에 등 기대고 앉아) 그 하나가..
수아 : 바라지 말기...
도우 : (아찔. 하지만 침묵)
수아 : 컵 하나만 깨져두 다 내 탓 같아요... 나 때문에.. 다 나 때문인 것 같아서... 이렇게... 못 살겠어요. ...미안해요.
도우 : 지금 잠깐 볼래요?
수아 : 아뇨. 지금... 멀리 있어요. 아주 머얼리. 항상 아무것도 아니다, 아무것도 아니어야 한다... 수백 번 되뇌었는데
아무것도 아니지 않아요. 내 인생에 가장... 가장... 대단한 일이었어요. 과분할 정도로... (울컥)
지금 관두면 아무것도 아닌 일이 될 거예요... 무슨 말인지 알죠?
도우 : (감정 추스르고는) 반박을 못하겠어요. 왜 이렇게 말하는지 알 것 같아요. 다.. 이해가 돼요.
수아 : (입술 깨문다) 다 고맙구... 다 미안해요.
도우 : ...
수아 : (전화 끊는다)
-전화 끊은 수아. 내가 뭘 한 거지. 아무 느낌이 없다. 눈 질끈 감는다.
-도우, 구석에 가만히 앉아 있다. 그저 싸한 공기만이. F.O
59. 운동장. 제주초등학교. 오전.
운동장 한쪽에서 초조하게 기다리는 효은.
수아가 건물에서 뛰어나온다.
수아 : 효은아 됐어! 주소 있음 된대! 오늘부터 수업 들으래!
효은 : (뛸 듯이 기뻐하며) 진짜? 대박!
수아 : 전학서류 필요하다니까 엄마가 오전에 바로 서울 가서 아빠 만나구. 다 처리하구 저녁 전에 돌아올게. 괜찮지?
효은 : 당근!
수아 : 안 무섭지?
효은 : 해 떨어지기 전에만 와. (등 떠민다) 빨리 가!
60. 안방. 도우집. 오전.
짐을 챙기는 도우.
석 : 여긴 걱정하지 말구 잘 다녀와. 경숙이가 문화재 관련해서 공부를 많이 했더라. 우리 고택문제도 그렇구.
여기 가지고 있는 문화재들도 걱정 안 해두 돼. 내가 뜨겁기만 하지, 지식이 없잖아.
도우 : 취약하지.
석 : 걱정 마. 여긴 내가 악착같이 지킬 테니까.
도우 : (끄덕) 고마워 형.
61. 사무실. 홍갤러리. 낮.
운치 있는 전경 속의 혜원사무실. <김혜원이사>라는 명패 보이고.
혜원 : (흡족한 표정으로 자신의 방을 둘러본다)
지은 : (문 열고. 똑똑)
혜원 : (본다)
지은 : 맘에 들어?
혜원 : 응.
지은 : (미소 짓고 문 닫고)
62. 사무실 앞. 홍갤러리. 낮.
지은 : ...도우가 저 방에 있었어야 하는데... (섭섭) (자기 방으로 가면서) 이 일 하기... 너무 싫다... 현정씨도 싫지?
현정 : (그저 미소)
63. 여기저기.
-교무실> 수아, 전학신청서 내고.
-버스 안> 수아. 전화가 온다. ‘쏭미진’이다. 받지 않는다.
64. 1층 가게 앞. 낮.
수아, 2층을 향해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는다.
곧장 자리 뜨려는데, 가게 안의 현우가 수아를 보고 나온다.
수아 : (당혹. 어쩌지?)
현우 : 어쩐 일이에요?
수아 : 지나가다가... (현우를 보는 것만으로도 울컥)
현우 : !
수아 : 저 가봐야 해서..
현우 : (알겠다) 그쪽 봤다고 얘기 안 할게요.
수아 : (끄덕)
65. 주방. 미진집. 낮.
식탁에 앉아서 핸드폰 문자를 보는 미진.
진석 : (문자소리) 최수아 효은이랑 떠났다. 이제 쉬는 게 쉬는 거 같다.
미진, 얼른 진석의 문자 삭제한다.
66. 버스 안-정류장/ 주방. 미진집. 낮.
버스 안의 수아. 핸드폰이 울린다. 미진이다.
마침 버스가 선다. 후다닥 뛰어내리는 수아. 전화 받으며.
수아 : 전화하지 마.
미진 : (식탁에 앉아서) 어디 가니..?
수아 : (입술 질끈) 박진석이 그러대?
미진 : (아차) 어떻게 된 거냐구.
수아 : 가 멀리. 다시 말하면! (울컥) 이제 내가 니 뺨을 때릴 수 있다는 거지.
미진 : (놀람) 헤어진 거야?
수아 : 내 앞에 나타나지 마. (전화 끊고 울분 참는다. 핸드폰 배터리 빼고 분리. 버려버린다)
67. 핸드폰매장. 오후.
수아 : 핸드폰 좀 보여주시겠어요?
점원 : (보여주며) 이 제품은 어떠세요? 요새 오디오 때문에 음악 많이 들으시는 분들이 찾으시는 제품인데..
수아 : 그걸루 주세요. 번호는 바꾸려구요.
점원 : 네.
68. 여기저기. 수아집. 오후.
-방을 휘 둘러보는 수아.
-주방. 냉장고문 열어서 안 살펴보고.
-안방. 화장대 열어본다. 옥구슬이.
#또르르 수아 발치로 굴러들어온 옥구슬.
수아, 옥구슬을 주머니에 넣는다.
69. 거실. 영숙집. 오후.
수아, 보낼 짐들에 분홍색 포스트잇을 붙인다.
영숙 : (따라다니며 본다) 표시한 것만 가져가라고 하면 되는 거지?
수아 : 네.
영숙 : (왠지 섭섭) 뉴질랜드보다 가까워서 좋긴 하다만... 효은에미야, 그거...
수아 : ?
영숙 : 통장으로 월급 보낸다는 거. 그건 안 되겠지? 퇴직금이라.
수아 : (아..맞다)
영숙 : (섭섭) 오만원이라두 월급으루 받아봤음 했던 건데.. 어쩌겠냐. 내 팔자가 월급은 꿈도 꾸지 말라는 팔잔데.
됐다. 괘념치 마.
수아 : 가서 정착하는 대로 다시 연락드릴게요.
영숙 : 그래. 진석이는?
수아 : 밖에서 보기로 했어요.
70. 카페 전경. 오후.
통유리의 카페.
창가에 앉은 진석. 들어오는 수아를 보고 손든다.
71. 카페 안. 오후.
진석 : (이삿짐 계약서 서류 내밀며) 가구는 반입이 안 된다구?
수아 : 저도 오늘 알았어요. 책이랑 옷들만 보내줘요.
진석 : (끄덕) 내일이면 도착할테니까 글루 연락해서 주소랑 확실하게 얘기해줘.
수아 : 네. (진석 얼굴을 못 보겠다. 미진이가 겹쳐서. 얼른 일어나려 하자)
진석 : 앉자마자 가?
수아 : 해지기 전에 가봐야 돼요.
진석 : 생활비는 얼마씩 보내주면 돼?
수아 : 일단은 제 퇴직금으로 쓸게요.
진석 : 거기 입학금 장난 아닐 텐데.
수아 : 그게... 체류비가 저렴해서 괜찮아요. 아주 싼 집 얻었어. 월세루.
진석 : 당분간 그렇게 해.
72. 길가. 카페 앞. 오후.
차를 대는 도우. (커피 한잔 사러) 비상등 켜고 내린다.
73. 카페 안. 오후.
수아 : 적응하는 거 봐서... 더 있을지, 돌아올지 결정할게요.
진석 : 거긴 어지간하면 적응해. 그래서 비싼 거구.
수아 : 효은이두 그런다니까... (하는데)
수아 정면으로, 통유리 너머 길가에 도우가 보인다. (수아가 입구를 바라보고 앉아 있다)
카페 입구 쪽으로 걸어오던 도우도 수아를 봤다.
진석 : 비행기 시간 됐지? 일어나자구. (일어난다)
수아 : (앞서 나가는 진석과 입구 쪽으로 걸어오는 도우가 보인다)
도우 : (입구 쪽으로 나오는 진석을 본다)
도우, 카페로 들어간다. 진석이 나오면서 도우와 스친다.
그리고 뒤이어 오던 수아, 도우 옆을 지나간다.
도우, 일부러 어깨를 스친다. 툭. 몸이 닿는 수아와 도우.
수아, 정신이 혼미.
카페를 먼저 나가는 진석. 그 뒤를 따라 나가는 수아.
진석과 수아가 가는 방향으로 카페 안을 천천히 걷는 도우.
진석 뒤로 가던 수아가 뒤돌아서 도우를 본다.
도우 : (살짝 미소. 손을 올린다. 안녕..하듯)
수아 : (눈물이 와락. 도우를 보며 운다)
도우 : (괜찮다는 듯 고개를 끄덕여준다)
수아 : (진석을 따라간다. 진석 뒤에서 몰래 눈물을 흘리며)
실내의 도우, 유리창 너머 수아를 보고 서 있다.
진석을 따라가는 수아. 그 모습을 보는 도우. 모두 한 프레임 안에.
-10회. 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