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샘의 문학산책-배선옥시집 ‘초록가시의 시간’
오늘의 운세
배 선 옥
내 삶의 구석진 자리에서 피어오르던 곰팡내 대신 자리
차지하는 차염산 냄새 이제 바람은 콧노래 흥얼거리고 시
간은 여기쯤에 또 한 개 마디 만들 태고 기다렸다는 듯 줄
기의 허리치수 늘리겠지 도마뱀처럼 여유롭게 새로운 꼬리
키우려면
가끔 단호하게
저장되지 않는 정보는
잘라낼 것
**<시작업>동아리 활동과 97년 <시문학>으로 등단하고 <회떠주는 여자><오래전의 전화번호를 기억해내다><오렌지 모델>등 세 권의 시집을 펼쳐 낸 배선옥의 4번째 시집이다.
마음이 모래밭인 날 나도 허름한 술꾼이 되고 싶다 기왕
이면 눈웃음도 살살 쳐주고 탁자 지날 때마다 안 그런 척 엉
덩이 한 번씩 스쳐주는 좀 헤퍼보이는 여자 있는 술집에 앉
아 그냥 저렴한 술에 저렴하게 취해보고 싶다.<중략>
마음이 모래밭인 날은 나도 허름한 술꾼이 된다, 우리 아
버지처럼 우리 오빠처럼 내 남편처럼 이 남자 저 남자 모르
는 그 남자들처럼.
시<생활의 발견>의 부문
흘금흘금 문틈 새로 눈치 살피다가 드디어 기회라는 듯 마당으로 성큼 들어선 찬바람 내쫒지도 못하고 허둥대던 참이고<봄,진즉에 와버렸어라>부문
고왔던 모습 이제 검버섯 몇 개 피워올린 노목이 되었고 사용기한 지난 자궁에 억새가 자란다<갈수기>부문
도심의 풍경은 언제나처럼 –전철 창밖으로 유유히 흘러가는 것흔 한가로웠던 그들의 오늘 바람은 항상 수직으로 불고 지독한 변비 앓는 도시는 언제나 푸석한 얼굴 웬만해선 눈을 뜨지 않는다
그렇게 시인은 세상을 관조하고 스스로를 살짝 숨겨가며 시와 한 판 패를 고르고 있다.
-패만 보지 말고 판 보는 연습 절대 필요합니다 마음대
로 되지 않는다고 조급해하지 마세요 차근차근했어도 안
될 땐 마음 접으세요 접은 다음 미련 가지지 말 것 한 판
이겼다고 들떴다간 바로 지게 됩니다 지난 판의 패인 잊
지 마세요
여기까지 써놓고 빙긋 웃는다
넘어지기 전
깨달았더라면-<베스트드라이버>부문
그렇게 배선옥 시인은 지금도 썩은 과일을 들여다 보며 새롭게 피어나는 꽃향기속에 자신의 몸을 던지고 있다.
소리는 제멋대로 갈라져 흩어졌다 모이곤 했으므로 물소리 날카로운 계곡 아래 내다버린 웃음들 저들끼리 굴러다니라고 이냥 바람처럼 스쳐간다,
그것이 배선옥의 시셰계다.
(환경경영신문www.ionestop.kr김동환 환경국제전략연구소 소장, 환경경영학박사, 시인, 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