귄터 그라스 읽기 마지막 권은 <암실 이야기>
네 권을 읽고 나니, 귄터 그라스의 작품을 모두 이해했다고 말하기는 어렵네요.
분명한 건, 이 작가가 끊임없이 파고 들며 공부하며 상상하며 이야기를 풀어내는 진기한 능력을 가졌다는 것과
영혼이 자유롭고 행동이 자유분방하기 때문에 이러한 작품들을 써낸 것 아닐까 하는 정도?
<암실 이야기>에 등장하는 인물은 귄터 그라스와 그의 자녀 8명과 그들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까지를 라이카 카메라에 담아주는 인물 마리헨입니다. 각 장에서 서술자인 귄터 그라스는 자녀 중 누가 어디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지 설명하고 그들의 대화가 끝난 다음 마무리를 하지요.
소설을 읽으며 귄터 그라스의 가족 관계를 파악하는 것이 가장 어렵고 혼란스런 부분입니다. 귄터 그라스에게는 8명의 자녀가 있는데 첫 번째 결혼한 아내와의 사이에 쌍둥이 형제 팟(파트릭) 요르쉬(게오르크), 딸인 라라, 아들 타델(타데우스)가 있고 두 번째 부인과의 사이에 쌍둥이 형제 야스퍼와 파울이 있는데 그 두 사람은 귄터 그라스의 아들들은 아닌 듯합니다. 두 번째 부인이 데리고 온 아이들인 것 같아요. 그 외에 두 명의 딸이 더 있는데 레나(헬레나)와 나나는 법적 혼인 관계에서 태어난 자녀는 아닙니다.
이 여덟 명의 자녀가 따로 또 같이 모여 아버지와 사진사 마리헨에 대해 그리고 그들이 살았던 시대와 가정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눕니다.
이야기 곳곳에서 마리헨의 사진은 과거를 복기하거나 미래를 조망하는 타임머신 같은 역할을 하는데 이 부분이 동화적입니다.
소설 형식을 담은 가족 다큐멘더리이긴 하지만 그 안에 담은 내용들이 사실인지 허구인지 여전히 헷갈립니다. '가족이 무엇인가?'를 탐구하기 위해 귄터 그라스가 이러한 실험적인 형식으로 줄거리를 진행시켰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동화적 문체를 쓰는 귄터 그라스- 역시 상상력 갑인 작가임이 틀림 없습니다.
저는 발표 연도순으로 네 권의 책(고양이와 생쥐, 텔크테에서의 모임, 게걸음으로, 암실 이야기)을 골라서 읽었는데요. 이렇게 읽다보니 앞에서 나온 책의 내용이 뒤에 나온 책에서도 자주 거론되기 때문에 그나마 이해가 좀 쉬웠던 듯 싶습니다.
만약 귄터 그라스 책 읽기에 도전하고 싶다면 발표 연도순으로 골라 읽으시길 권장합니다!
주요 작품 목록 (발표 연도순)
• 1956년 《풍계의 장점》 (시집)
• 1959년 《양철북》
• 1961년 《고양이와 생쥐》
• 1963년 《개들의 시절》
• 1966년 《민중들, 반란을 연습하다》 (희곡)
• 1969년 《국부 마취》
• 1972년 《달팽이의 일기에서》
• 1977년 《넙치》
• 1979년 《텔크테에서의 모임》
• 1986년 《암쥐》
• 1992년 《무당개구리 울음》
• 1995년 《광야》
• 1999년 《나의 세기》
• 2002년 《게걸음으로》
• 2006년 《양파 껍질을 벗기며》 (자서전)
• 2008년 《암실 이야기》
• 2010년 《그림의 단어들》
• 2015년 《유한함에 대하여》 (유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