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4장,
성일은 정말 모처럼만에 아침에 음식냄새를 맡으니 기분이 좋아진다.
"냉이 국인데 좋아할지 모르겠네!"
"아, 냉이국이면 향도 좋고 아주 맛있지요.
어머니, 제 밥도 있습니까?"
"아무렴!
혹시나 해서 가족들 아침을 준비해 봤는데 괜찮을지 모르겠네!"
"고맙습니다.
아침 밥을 먹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니 기분이 매우 좋아집니다.
준비를 하고 나오겠습니다."
성일은 기분좋은 표정으로 욕실로 간다.
민희는 그런 큰아들의 모습을 보며 웃음을 짓는다.
가족들의 밥을 하기 잘 했다는 생각을 한다.
형우 역시 이층에서 내려오면서 향긋한 냉이 냄새를 맡는다.
"와!
이렇게 아침에 집안에서 음식냄새를 맡을 수 있다는 것이 역시 행복이거든!
당신이 있으니 정말 좋은 것이 너무 많소."
"어서 앉으세요.
이제 아이들이 다 나올 것입니다."
"애미는 안 나왔소?"
"나오겠지요.
그런 것에 당신이 신경을 쓰지 않았으면 합니다."
"알겠소."
그러나 형우의 마음에 그런 며느리가 곱지 않다.
시어머니가 부엌에서 아침을 준비하는 것을 알면서도 내다 보지도 않는 며느리의 마음이 참으로 괘씸하지만 아내를 위해서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으려고 마음을 먹는다.
식탁이 거의 차려지고 나서 성일은 아들들을 데리고 나온다.
"어머니!
정말 고맙습니다."
"와!
우리도 아침에 밥을 먹어요?"
아이들은 눈이 휘둥그레진다.
"빵을 주련?"
"아니요!
밥 주세요."
두 아이가 똑 같은 대답을 한다.
"너희들 언제 아침에 밥을 먹었다고 그래?
어서 앉아서 엄마가 주는 빵과 우유를 먹어!"
언제 나왔는지 유혜영이 아이들을 나무라고 있다.
"싫어!
나도 밥 먹을 거야!"
"엄마 말 안 들을래?"
"빵을 먹고 가면 배고파서 공부도 안 된단 말이야!"
"엄마!
나도 밥 줘!
점심때까지 기다리려면 배가 고파!"
"어서 앉아라!
그래, 아침에 밥을 든든하게 먹어야 공부도 잘 되는 것이다."
형우는 두 손자를 곁에 한 명씩 앉힌다.
민희는 잠시 유혜영을 보다 수저를 놓아준다.
유혜영은 그런 아들들과 남편을 매서운 눈으로 바라보기만 한다.
아이들과 성일은 맛있게 밥을 먹기 시작한다.
"당신도 어서 앉아요.
우리 오늘 바쁜 날이니 어서 먹고 나갑시다."
형우는 며느리가 어떤 표정인지 아랑곳 하지 않는다.
"에미야!
그리 앉아서 함께 먹자!"
민희는 서 있는 유혜영을 보며 말을 한다.
그러나 유혜영은 그런 민희의 말을 듣지 못한 척 남편과 아이들만 불만이 가득한 눈으로 바라볼 뿐이다.
"애미는 생각이 없을 것이오.
워낙에 아침에 밥을 먹지 않는 사람이니 어서 당신이나 앉아서 먹읍시다."
형우는 민희가 앉도록 다시 권한다.
민희는 그런 남편의 말에 더 이상 며느리에게 권하지 않고 밥을 먹는다.
성일은 국에 밥을 말아서 김치하고 먹는다.
"어머니!
김치맛이 아주 뛰어나게 좋습니다.
정말 이렇게 맛이 있는 김치를 먹으니 행복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범아!
그것이 모두 네 어머니 솜씨다.
겨울 김장을 네 어머니 혼자서 모두 다 하신 거란다."
"아, 정말 솜씨가 대단하십니다."
"아빠!
정말 맛있어!"
성일의 두 아들들 또한 아빠를 따라서 국에 밥을 말아서 김치하고만 먹는다.
"할머니!
우리 이제 매일 아침에 이렇게 밥을 먹어요?"
큰 아이가 묻는다.
"너희들이 좋다고 한다면 그렇게 해 주지."
"우와!
신난다."
아이들은 매우 좋아한다.
유혜영을 빼고 그렇게 즐거운 마음으로 아침을 먹는다.
형우는 수저를 놓고 아내가 다 먹기를 기다린다.
성일 또한 아침부터 배부르게 아침을 먹고 기분좋게 밥을 먹고 있는 자신의 아들들의 모습을 흐뭇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자, 어서 일어나시오."
형우가 재촉을 한다.
"설거지를 하고 나가야지요."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소?
며느리를 두고 시어머니가 설거지를 하는 집이 있다는 말이요?
아침을 시어머니가 준비를 한 것도 미안한 일인데 설거지까지 맡아서 한다면 며느리의 입장이 뭐가 되겠소?
어서 일어나서 나갈 준비를 합시다."
형우는 민희의 손을 잡고 이층으로 올라간다.
유혜영은 시아버님의 그런 모습을 보면서 인상을 찌푸리지만 말을 할 수가 없다.
혜영은 식탁을 그대로 두고 안방으로 간다.
남편 성일은 출근준비를 하느라 옷을 고르고 있다.
"당신 정말 왜 그래요?"
"뭐가?
뭐가 어쨌다고 시비를 걸어?"
"언제 굶고 살았어요?
꼭 굶고 산 사람처럼 허겁지겁 그 여자가 해주는 밥이 목에 넘어가요?"
"그 여자?
지금 새어머니를 두고 그 여자라고 하는 거요?"
"흥!
새어머니?
참으로 잘도 나온다.
언제부터 그렇게 어머니소리를 입에 달고 살았어?"
"당신 정말 아주 못된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
아버지가 재혼을 하셨으면 응당 어머니라고 부르고 대접해 드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야.
당신처럼 계산적으로 자신이 필요할 때만 부르라고 있는 어머니라는 호칭이 아냐!"
"난 죽어도 그 여자에게 어머니라고 못해!"
"그래?
그렇다면 아버지 앞에서도 그 여자라고 해!
아버지 앞에서는 하지 못하면서 뒤에서 그따위로 하지 말고."
성일은 더 이상 아내와 실랑이를 하고 싶지 않아서 서둘러 집을 나선다.
아내의 속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성일이다.
끔찍하도록 계산적이고 돈에 눈이 먼 아내의 성품이다.
수중으로 들어간 돈은 한 푼도 나오는 법이 없다.
혜영은 남편이 나가고 나서도 분을 참지 못하고 있다.
자신의 성질을 풀어야 할 남편이 출근을 이유로 나가고 나니 아무곳에 대고 화풀이를 할 상대가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학교를 가야 하는 아들들에게 화를 낼 수는 없는 일이다.
혜영은 혼자 방안에서 화를 삭이다 주방으로 나가려고 방에서 나간다.
마침 이층에서 내려오는 시부모님을 보는 혜영이다.
"우리 나갔다 오마!
아마 저녁을 먹고 늦어야 들어올 것 같다."
"네!"
마지못해서 대답을 하지만 민희의 차림새를 보며 다시 화가 부글부글 끓어 오른다.
참으로 고귀한 사모님의 모습이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 화가 치밀어 오른다.
"다녀오마!"
민희는 그런 혜영의 속마음도 알지 못하고 생긋 웃으며 인사를 하며 집을 나선다.
"저.........불여우 같은년!"
현관 문이 닫히고 나서야 혜영의 입에서 욕이 튀어 나온다.
"두고 보라지.
내가 이대로 당하고 있지만은 않을 것이야!
어떻게 하든 네년이 스스로 기어나가도록 만들고 말것이니까!"
유혜영은 독설을 퍼 붓는다.
주방을 들여다 보던 혜영은 그대로 안방으로 들어가 외출준비를 한다.
주방이고 집안이야 도우미 아주머니가 오면 모두 할 것이기에 신경을 쓸 것이 없다.
아들들을 데려다 주고 어디에서라도 마음을 풀어야 할 곳을 찾아야 한다.
유혜영이 그렇게 마음을 쓰고 있는 시간에 김형우와 민희는 설계사 사무실에서 새로 신축할 집의 청사진과 설계도면을 보고 있다.
이제 모든 것은 완벽하게 준비가 된 것이다.
"더 이상 손 볼것도 없이 내일이라도 착수를 해 주시오."
김형우는 신축공사를 서둘고 있다.
"네!
안 그래도 빨리 시작을 하셔야만 장마가 오기 전에 마무리가 될 수 있습니다."
설계사무소는 김형우가 잘 알고 있는 곳이다.
안심하고 맡겨도 부실공사를 하지 않는 곳이기에 선정을 한 업체다.
"사장님!
그럼 우선 현장으로 가 보시지요.
모든 자제를 이미 준비해 놓았습니다.
눈으로 확인을 하시고 오케이만 하시면 당장이라도 공사를 시작하겠습니다."
설계소의 소장은 그들을 모시고 현장으로 간다.
참으로 경치도 좋고 공기가 맑은 곳이라 민희는 기분이 좋아진다.
"정말 이곳에 우리 집이 들어서는 것이 맞죠?"
"그럼!
당신 이름으로 된 당신과 나의 집이오.
이 집이 완성이 된다면 그때는 아이들이 말려도 따로 나올 것이오."
"저도 그러고 싶어요.
당신과 둘만의 행복한 집으로 꾸미며 살아가고 싶어요."
"그럽시다.
그때까지만이라도 며느리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참아 줄 수 있지?"
"그럼요!
서로 조금씩 양보하고 이해를 한다면 아마 좋은 사이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좋은 사이가 되기엔 힘들 것이오.
워낙에 성깔이 못되고 남을 우습게 보는 성미가 있으니 당신을 곱게 따르지는 않을 거요.
허지만 내가 곁에 있으니 함부로 하지는 못할 것이오."
"네!
그런 것에 신경을 쓰지 마세요."
"우리 시간이 나는대로 나와서 집이 올라가는 것을 봅시다.
그리고 이제 우리 건물을 당신도 봐야 하니 그곳으로 가 봅시다."
형우는 민희에게 빌딩을 보여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빌딩에 대해서 모든 것을 알려주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서 차를 몰고 간다.
민희는 그런 남편의 세심하고 다정한 마음씀에 고맙다는 생각을 하며 빌딩을 둘러본다.
생각보다 큰 건물이라는 생각을 하며 주변의 건물들에 비교해서 전혀 손색이 없다는 것은 그만큼 남편이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건물이 참 좋아요.
관리를 철저하게 하는 모양이지요?"
"그렇소!
틈이 나는대로 손을 봐주고 보수공사를 꾸준히 하고 있소.
관리를 하는 김씨와 박씨 또한 이런 계통에서는 일가견이 있는 사람들이라 빈틈이 없는 사람들이라오."
관리를 맡고 있는 사람들 또한 민희를 깍뜻하고 공손하게 대한다.
김형우는 이제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알려준다.
그리고 자신의 연금통장과 보험증서와 모든 것을 민희의 손에 내어준다.
"이것은 이제 당신이 마음 놓고 쓰도록 하시오.
남편의 수익은 전부 아내의 몫이니 아낄생각을 하지 말고 쓰도록 해요."
"정말 고마워요."
민희는 상당한 액수가 들어 있는 통장을 보며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놀랄것은 없소.
그동안 그 수익을 아무도 건드리는 사람도 없고 따로 돈을 쓸 일도 없으니 들어오는 대로 그대로 저축이 된 것이오.
이제 그 통장의 주인은 당신이니까 알아서 쓰도록 하오."
"여보!
이 큰 액수를 보기만 해도 가슴이 울렁거려요.
지금까지 이렇게 큰 돈이 들어 있는 통장을 만져보는 것도 처음이니까요."
"걱정하지 말고 써요.
그리고 당신 앞으로 승용차도 한 대 주문해 놓았소."
"그러지 않아도 상관없어요.
어디를 가든 당신과 둘이서 다니는데 차가 두 대씩 뭐가 필요해요?"
"그래도 가끔은 당신 혼자서 가야 할 곳이 있을 것이오.
나 또한 모임같은 곳은 혼자 나가야 할 때가 있지 않소?"
글: 일향 이봉우
첫댓글
신고산이 우르르....
호박이 넝쿨째 굴러들어 오누나
ㅎㅎㅎ 웃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