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군과 월출산국립공원이 새 등산로 ‘하늘 아래 첫 부처길’을 개통했다.
‘월출산기찬랜드~대동제~용암사지’에 이르는 5㎞(편도 2시간 남짓)의 완만한 오름길이지만 우리나라 국보 중 가장 높은 곳에 있어 ‘하늘 아래 첫 부처길’이란 이름을 얻었다.
통일신라 후기 것으로 알려진 마애여래좌상은 구정봉 아래 해발 600m에 위치해 이전에는 구정봉을 넘어 답사를 했다가 되돌아서야만 했으니 그만큼 힘이 들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럴 필요없이 ‘부처길’을 따라 그대로 내려갈 수 있으니 수월하고 편리하다.
여태 출입금지로 접근이 불편했던 ‘용암사지(龍嵒寺址)’에는 마애불을 비롯해 삼층석탑 2기와 부도 등이 있고, 주춧돌과 기와 조각들이 흩어져 있다.
특히 ‘용암사(龍嵒寺)’라 새겨진 기와가 발견되었기에, 이곳이 ‘동국여지승람’에 기록된 용암사임을 짐작할 수 있다.
‘용암사지’ 북서쪽에 마애불상, 언덕 위에 삼층석탑, 50m 아래에 ‘죽암당(竹岩堂)부도’, 북쪽 능선자락에도 자연석 기반 위에 또다른 삼층석탑이 있다.
‘영암 월출산 마애여래좌상(靈巖月出山磨崖如來坐像, 국보 제144호)’은 나말여초(羅末麗初)의 불상으로 전체 높이 8.6m이다.
치켜 올라간 듯 내리뜬 눈과 오뚝한 콧날, 꽉 다문 입, 어깨까지 늘어진 귀에다 짧은 목에는 삼도(三道)가 뚜렷하다.
거기다 떡 벌어진 당당한 어깨와 풍만한 가슴은 이 불상의 위용을 한층 돋보이게 한다.
‘영암 월출산 용암사지 삼층석탑(靈巖月出山龍巖寺址三層石塔, 보물 제1283호)’은 높이 4.7m로서 용암사지 언덕에 우뚝 서있다.
2023년 9월 23일 개통된 탐방로는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되기 전까지 많은 현인들이 오르내리던 유서 깊은 산길이었다.
왕인박사, 도선국사, 최지몽, 김시습, 정약용 등이 이 길을 이용했다하여 ‘명사탐방로’로도 불려 왔다.
코스: 금릉경포대-바람재-베틀굴-구정봉-용암사지-마애여래좌상-삼층석탑-부도-대곡제-대동제-기찬랜드 주차장(약 9km,)
산행하기전에 먼저 ☞ 강진 무위사 부터 찾았다.
궤적.
약 9km를 천천히 4시간 40분 걸렸다.
고도표.
<국제신문> 이 코스를 그대로 따랐다.
<월간 산>
<월간 산>
구정봉에서 급조한 표지기를 서두에 올린다.
무위사를 답사하고 우리 버스는 10여분 만에 금릉 경포대 주차장에 도착했다.
금릉 경포대에서 올려다 보는 월출산.
조금 오르다 우측 탐방길.
게이트를 통과하며 본격 산행이 시작된다.
안내판.
경포대 계곡 물줄기의 모습이 무명베를 길게 늘어 놓은 것 같다하여 '경포대(鏡布臺)'라고 부른다는 안내판.
등로 우측 바위에 새겨진 '原州李氏阡(원주이씨천)'. "뭐꼬? 저거 땅이라는 말이가?"
자기네 산소가는 길이라는 뜻일까? * 阡(천): 두렁, 밭두둑길, 길, 도로를 말한다.
경포대 계곡을 끼고...
3단폭포를 오른다.
등로 우측으로 너덜을 지나고...
숨을 고르며 천천히 오르다보니 좌측으로 범상치 않은 바위들이 올려다 보인다.
그렇게 올라선 바람재. 앞서간 일행들이 밥자리를 펴놓고 있다.
우측으로 월출산 천황봉이 불끈 솟았고...
우리가 진행할 좌측으로는 구정봉을 가린 바위군들이 제마다의 위용을 뽐내고 있다.
바람재의 이정표.
바람재 삼거리의 안내판.
기암을 데크로 올랐더니...
우측으로 투구를 쓴 듯한 덮수룩한 얼굴의 큰바위얼굴이 보인다. 장군바위 머리 위가 구정봉이다.
구정봉 아래의 '장군바위'.
이 지점에서 간단요기를 하며...
바람재 위로 다시 천황봉을 올려다 본다.
기암괴석의 산세가 천하 절경을 이루어 예로부터 호남의 소금강이라 불렀으며, 조선후기 실학자 이중환(李重煥)은 택리지에서 '월출산은 화승조천(火昇朝天)의 지세'라고 했으니 '아침 하늘에 불꽃처럼 기를 내뿜는 기상'인 것이다.
그런 산에서 "나, 화승조천의 기운을 흠뻑 받으리라."
향로봉 방향으로 향하다...
이정표가 있는 우측 갈림길이 우리가 진행할 루트다.
베틀굴은...
음굴(陰窟).
10m 깊이의 굴 끝엔 석간수가 고여 있다.
굴 안에서 밖을 내다 본 모습.
베틀굴 안내판. 천황봉 오름길에 있는 남근석과 스토리텔링이 엮어져 있어 흥미를 더한다.
베틀굴을 나와 바라보는 천황봉.
향로봉 방향에 특이한 형상의 바위가 있어...
당겨 보았더니 하늘을 향하여 고개를 들고있는 병아리를 닮았다.
능선에 올라서자 향로봉을 다녀왔다는 일행들. 향로봉은 너무 위험해 포기했단다.
구정봉을 내려와 이 갈림길에서 마애불로 내려가게 된다.
구정봉은 바로 직등하지 못해...
좌측으로 우회하여 좁은 굴속을 통과해야만 한다.
편도 1차선.
둥그스름한 화강암 바위에...
우물처럼 홈이 9개 파여져 있어 '구정봉(九井峰)'이라 부른다.
구정봉은 장군바위의 머리 꼭대기.
구정봉에서 내려다 보는 모습. 향로봉이 우뚝 솟았다.
깊숙한 큰골 골짜기 너머에 톱니처럼 울퉁불퉁한 능선이 뻗어내린다. 노적봉·시리봉 능선이다.
급조한 구정봉 표지기를 달고...
구정봉 화강암에 올라섰다. 이쯤되면 월출산의 氣를 받아 만사형통(萬事亨通)은 따논 당상.
내려다 보는 진행방향 능선.
살짝 당겨 보았더니 바위 하나하나가 모두 특이한 모습을 하고 있다.
바위에 새겨진 글귀엔 '祭酒 宋아무개'라 씌어져 있으니 이곳에서 제(祭)를 올린 흔적인 듯.
다시 올려다 보는 천황봉.
기암들 사이로 잘 정비된 산길을 따라...
기기묘묘한 월출산의 비경을 행여 놓칠새라 살펴가며 걷는데...
맞은 편 우뚝 솟은 바위에 의자를 닮은 바위가 얹혀 있어 임금님의 의자가 놓여있다고 하였더니, 6천봉 등정이 코앞인 권형님이 즉석에서 '용상봉(龍床峰)'이라 작명을 한다.
그렇게 1봉을 추가하게 되었으니, 권형님은 구정봉과 향로봉에다 용상봉을 더해 오늘도 3봉을 추가하게 되었으니 이제 '6천-30봉'쯤 된다.
신이 빚어놓은 월출산과...
그 아래 큰 골 건너 시리봉 능선과 영암벌판.
좌측 어깨 위로 눈을 드니 시리봉·노적봉에서 뻗어오른 능선과 미왕재. 저쯤 어디에 바리때를 닮은 발봉(?鉢峰 760m)도 있을 것.
이정표는 이제 본격 '하늘아래 첫 부처길'을 가리키고 있다.
마애여래좌상과 삼층석탑(자연석 기반), 그리고 용암사지.
자연석 기반의 삼층석탑은 처음 볼 것.
이 삼층석탑은 보물로 지정된 '용암사지 삼층석탑'이 아니다.
자연석 기반 위에 세워진 이 삼층석탑은 상륜부는 없고, 옥개석은 깨어져 있다.
1층 탑신은 그대로인 듯하나 2·3층 탑신은 없이 옥개석만 올려져 있다.
아마도 훼손된 것을 복원하는 과정에서 탑신석(몸돌) 없이 옥개석만 올려놓은 듯.
이 삼층석탑에서 건너보는 마애불(▽).
당겨 보았다.
마애불 앞엔 제법 널찍한 기도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암벽을 깊게 판 후에 높은 부조로 새긴 8.6m의 거대한 마애불이다.
머리 위에는 육계(肉髻)가 높고, 신체에 비해 얼굴은 비교적 크고 귀는 어깨에 닿았다.
옆으로 긴 눈과 꽉 다문 입, 근엄한 표정에다 목은 짧고 어깨는 각이 지며, 팔과 허리는 가늘다.
법의는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었고, 넓은 가슴과 허리가 드러나도록 얇고 팽팽하다.
수인은 왼손이 선정인(禪定印), 오른손이 항마촉지인(降魔觸地印)을 취하고 있다.
옷주름은 선각(線刻)으로 대좌(臺座) 아래까지 흘러 내리고 있다.
광배(光背)는 연꽃·당초·불꽃무늬를 머리와 몸에 따로 새겼다.<자료요약>
불상의 오른쪽 무릎 옆에는 90cm 크기의 동자 혹은 보살 형상의 상이 조각되어 있다.
그 오른손엔 지물(持物)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 지물(持物): 불교의 부처나 보살, 천왕 등이 권능이나 자비를 상징하여 손에 지니고 있는 물건.
안내판.
조금 내려오자 제법 널따라 절터가 나온다. 용암사지(龍巖寺址)다.
절터에는 이끼낀 우물터가 있고...
언덕에는 우뚝 삼층석탑이 세워져 있다.
마애불과 비슷한 시기인 고려 초기에 건립된 것으로 추정되며, 지대석은 자연암반에 단층기단이다.
1996년 붕괴된 석탑을 조립하였을 때 하대석 중앙 부분에서 백자 사리호 1점, 금동보살좌상 1점, 청자 대접 1점, 사리 32과, 철편 11점 등이 발견되었다.
이때 일부 훼손된 부재는 복원공사를 하며 보충 설치하였다.
1, 2층 옥개석은 2매이고 3층은 1매, 지붕낙수면에는 각각 두툼한 귀마루를 조각하여 일반적인 석탑에서 흔치 않은 수법이 사용되었다.
3층 옥개석 위에는 찰주공이 있는 노반이 있고 그 이상은 멸실되었다.
한편, 서쪽 150m 거리의 자연석 기반 위에 세워져 있는 또다른 삼층석탑은 1층 탑신과 3층까지의 옥개석만 남아 있어 복원이 어렵다.
안내판.
내려서며 돌아보는 용암사지 삼층석탑.
용암사(龍岩寺) 터 석조(石槽)는 용암사지에 있는 돌로 만들어진 둥근 모양의 통이다.
속이 우묵하며 절구통 또는 돌확과 같은 형태로서 바깥 면이 다소 거칠게 깎여 있다.
보통 사찰의 수조가 기다란 배 모양을 한 것과 달리 절구통 혹은 돌확과 같은 형태로 높이는 60㎝ 정도.
조금 내려오자 파랗게 이끼 낀 135㎝, 156㎝ 크기의 석종형(石鐘形) 부도 2기가 있다.
그 중 좌측의 부도에 ‘竹菴堂(죽암당)’이라는 글자가 음각되어 있으나 주인이 누구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건립에 대한 기록은 전해지지 않으나, 그 형태로 미루어 조선 후기에 건립된 것으로 보인다.<자료인용>
따라서 마애불과 삼층석탑과는 무관한 것으로 보인다.
등로에 무너진 돌무더기가 보여 유심히 살폈더니 마치 석성의 모습이다.
이 나즈막한 지대에 군사적 용도의 시설물이 있을 리 없어...
두루 살펴 보았더니 폐사지의 축대인 듯하나 정확히 알길은 없다. 벤치에 앉아 목을 축인 뒤...
상수원 보호구역인 골짜기를 내려간다.
상류에서 만난 저수지에는...
상수원 보호구역. 저수지는 '대곡제(大谷堤)'.
대곡제에서 용암사지는 2.6km.
제2대곡교를 지나 상수원보호구역을 벗어나며...
개방된 통제구역 휀스와...
월출산 국립공원 게이트를 빠져나온다.
곧 '대동저수지'.
대동저수지 앞에 '하늘아래...'와 '왕인문화 체험길' 이정표가 세워져 있다.
소형 주차장 입구의 안내판과 에어청소기.
'하늘아래 첫 부처길' 안내판.
아스팔트를 버리고 우측길로...
'기찬랜드'를 따른다.
기찬랜드는 '氣찬 묏길'
'기찬 묏길' 1,2구간이다.
이 길은 '정약용의 남도 유배길'이기도 하다.
이곳에 '조훈현 바둑기념관'도 있다.
텅빈 주차장의 우리 버스. 화장실은 동절기에 동파염려로 폐문을 하였다.
여기서 녹동서원을 지나면 월출산 북릉인 '산성길'이 2km남짓이니 천황봉과 연계해 원점회귀할 수도 있겠다.
- 견딘다는 것 -
견디고 있는 것들 많다
산은 산대로
바다는 바다대로
사람은 사람대로
견디고 있는 것들 많다
가슴 서늘한 미루나무,
그렁그렁 눈물 머금은 초승달,
엄마 잃은 괭이갈매기, 또 있다
정림사지 오층석탑, 눈 맞고 서 있다
견디고 있는 것들 많다
물은 물대로
땅은 땅대로
하늘은 하늘대로
강은 강대로
내일 기다리는 희망이 문 열고 있다
<함 진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