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사를 다시 쓰게 한 히딩크의 리더십이 다각도로 응용되고 있다. 히딩크식 경영법, 히딩크식 정치 노하우, 히딩크식 지도력…, 그렇다면 이제 우리 아이도 히딩크식으로 키워보면 어떨까. 놀랄 만큼의 변화를 기대하며.
소신껏 주관 있게
한때 히딩크 감독이 사령탑을 맡고서도 한국 축구가 별로 달라진 게 없자, 그에게는 엄청난 비난이 쏟아졌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애창곡 'My Way'처럼 꿈적도 하지 않고 자기 길을 갔다. '너희는 마음껏 떠들어라. 나는 내 갈 길을 갈 뿐이다.' 자녀 교육 역시 히딩크식으로 주관 있게 소신껏 밀어붙일 필요가 있다. 좋다는 온갖 교육정보들이 난무하고, 남이 하니 나도 한다는 식의 육아법은 아이에게 결코 도움이 안 된다. 내 아이에게 맞는 교육법을 판단한 후, 그 판단에 확신이 생겼다면 히딩크처럼 소신 있게 밀어붙이자.
상상력을 길러주고 생각하게 하라
무조건 열심히 뛴다고 경기에 이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배운 대로만 열심히 하는 아이는 독창성이 없어서 예상외의 문제가 생기면 해결하지 못하고 주저앉고 만다. 생각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눈으로 보이는 것 이상의 세계, 손으로 잡히는 것 이상의 그 무엇인가를 꿈꿀 수 있어야 한다. 거스 히딩크 감독의 축구는 흔히 그의 이름을 영어식으로 해석해 '싱크사커(think soccer 생각하는 축구)'라 불린다. 히딩크 감독은 한국 축구가 생각하는 축구, 상상력을 발휘하는 축구로 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때문에 그는 연습 때면 선수들에게 항상 “경기 중 생각하며 뛰라”고 강조한다. 아울러 그는 유소년기의 아이들에게 축구를 가르치면서 때릴 경우 지나치게 위축되거나 한 가지에 집착하게 되어 균형감을 잃기 쉽다고 말한다. 그래서 유소년 지도자들에게 제발 때리지 말라고 신신당부하는 이야기도 나온다.
책을 많이 읽히자
히딩크 감독은 뛰어난 지략가다. 그가 지략에 능한 까닭은 독서습관과 무관하지 않다. 그는 평소 책을 놓지 않는 책벌레다. 소설을 비롯, 역사와 관련된 서적을 즐겨 읽는데, 4∼5권의 책을 한꺼번에 구입해 두루 훑어보는 스타일이다. 대표팀의 한 관계자는 “3월 유럽 전지훈련 때 그의 큰 가방에는 책만 잔뜩 들어 있었다”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고 한다. 우리 아이들 손에도 책을 쥐어주자.
칭찬과 꾸중은 확실하게
대표팀의 마지막 전술 훈련당시 갑자기 'Fucking head(돌대가리)'라는 서양식 쌍욕이 들려왔다. 한 선수가 미리 약속된 동선으로 움직이지 않자 히딩크 입에서 터져 나온 말이다. 살벌한 분위기다. 그런 다음, 다시 짜여진 각본대로 선수가 움직여 플레이가 제대로 풀리자 히딩크는 웃으며 'Good boy'(잘했어)라고 했다고 한다. 혼낼 때는 확실히, 칭찬할 때는 마음껏, 구분을 확실히 하자. 칭찬도 꾸중도 아닌 어정쩡한 태도는 아이들에게 혼란만 가중시키고 이로 인해 부모를 얕보게 될지도 모른다. 확실히 하자.
자주 놀러 다니자
한때 히딩크 감독의 잦은 휴가를 두고 '틈만 나면 놀러간다.' '연습은 언제하고 대표팀 최종 베스트 11은 언제 선발하느냐'며 말이 많았다. 그러나 그렇게 한바탕 보통사람이 되어서 즐기고 온 휴가 뒤에 그는 신들린 듯 자기 일에 열중했다. 그것도 최고의 컨디션으로. 무슨 일이든 효율적으로 하려면 충분한 충전이 필요하다. 더구나 사람은 기계가 아닌 만큼 충전 시간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이들에게 무조건 책상 앞에 앉으라고 호통치기보다는 하루 동안도 좋고 며칠 동안도 좋고, 하고 싶은 일, 쉬고 싶은 만큼 휴식의 시간을 주자. 그런 다음 다시 일상에 복귀시켜 보자.
기본에 충실하자
히딩크 감독은 전술훈련을 할 때마다 유난히 기본을 강조한다. 기본이 있어야 기술도 스피드도 빛을 발한다고 늘 강조한다. 이는 축구뿐 아니라 사회, 국가, 그리고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모두 적용되는 원칙이다. 더하기 빼기를 하려면 숫자를 알아야 하듯, 아이들 교육에 있어서도 기본에 충실하자. 기본 예절을 가르치고, 기본 질서를 가르치고…, 그렇게 다져진 기본 위에 제대로 된 결과가 나타나는 법이다.
놀이하듯 가르치자
히딩크 감독의 선수들 훈련 방식을 보면 의아스러울 때가 많다. 훈련을 하는 것인지 놀이를 하는 것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만큼 화기애애한 훈련 분위기, 실제로 그는 본격적인 훈련에 돌입하기 전 족구게임, 핸드볼 등 재미있는 놀이를 통해 짧은 시간이지만 선수들의 집중력과 조직력을 키운다고 한다. 우선은 분위기를 풀어주고 본 게임에 돌입하는 히딩크식 훈련 법이다. 교육도 마찬가지다. 무조건 딱딱하게 압박하듯 가르치기보다는 놀이하듯 즐겁게, 아이들의 놀이상대가 되어 같이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아이들은 몰라보게 달라질 것이다. 그리고 평소 하기 싫어하던 공부하기, 예절 지키기, 마구잡이 생활습관들이 서서히 변화될 것이다.
과학적인 분석, 효과적인 방법으로 접근하자
히딩크 감독은 바쁘다. 데이터 분석, 다른 팀의 경기 분석, 선수들 각자의 개성, 성향, 능력 분석…, 그는 모든 상황을 마구잡이로 풀어가지 않는다. 과학적으로 접근하고 체계적으로 풀어간다. 아이들 교육 역시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접근하자. 우리 아이의 성격, 성향, 기본 체력 등을 객관적으로 살펴본 후, 우리 아이에게 딱 들어맞는 방법을 찾아내자. 각각의 질병에는 그 질병을 치료하는 다양한 치료법이 있듯이 아이들을 교육할 때도 각자에 맞는 방법이 있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과학적인 교육법이다.
장점과 단점을 파악하자
히딩크 감독의 노트북에는 선수들의 장단점이 동영상으로 기록되어 있다고 한다. 그는 이 러한 '장단점 파악'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세상은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다. 일단 장단점을 파악했다면 단점을 오히려 장점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 두 번째로 장단점을 각각의 상황에 맞게 활용한다. 셋째로 장점을 극대화하고 단점을 극소화한다. 놀기는 좋아하지만 공부에는 영 취미가 없는 아이가 있고, 친구들과 어울리기보다는 늘 혼자서 책만 보는 아이, 이 두 경우 다 바람직하지 않다. 각각의 장단점을 적절하게 활용하는 것, 그것이 중요하다.
골 찬스를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
히딩크 감독은 늘 선수들에게 골을 넣기보다는 골을 넣을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것을 강조한다. 아이들 교육법에서 이는 상당히 중요하다. 어떤 수단과 방법을 쓰더라도 무조건 1등이 되라는 것은 잘못된 교육법이다. 1등을 하기 위해 나아가는 과정, 그런 과정을 만들어내는 능력을 길러주어야 한다. 기회는 늘 기회로만 그치지는 않는다. 기회가 반복되다보면 골이 터지고, 곧바로 승리로 이어진다. 축구는 90분에 끝나지만 아이들 교육은 백년대계다. 바로 이것이 기회를 만드는 과정에 충실해야 하는 이유다.
협동심을 길러주자
히딩크 감독은 한 사람의 스타보다는 여럿이서 만들어내는 조직력을 더 중요시한다. 그의 이런 뚜렷한 주관 때문에 우리가 스타로 여겼던 선수들이 대표팀 명단에서 제외됐다. 아이들 역시 스타로 키우기보다는 한 사람 한사람 사회가 꼭 필요로 하는 구성원으로 키우자. 서로 돕고 협력할 줄 아는, 단체에서 자연스럽게 융화되는, 그리고 그 속에서 인정받는 그런 아이로 키워야 한다. '우리 아이는 특별해'라는 생각은 아이를 왕따로 만드는 시작점이 될 수도 있다.
그래도 중요한 것은 건강
'건강한 정신에 건강한 사고', 공부도 잘하려면 체력이 튼튼해야 한다. 히딩크 감독은 부임 초기부터 지금까지 녹초가 된 선수들에게 더 매서운 채찍을 가하면서 혹독한 체력훈련을 주문했다. 기술, 스피드, 체격, 팀 전술 등에서 뒤지는 강팀과 겨루기 위해서는 '강철 체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체력은 단기간에 향상시킬 수는 없는 법. 히딩크 감독이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오랫동안 강한 체력훈련을 실시해온 것도 이 때문이다. 허약한 아이를 상대로 뭔가 해보겠다고 덤비는 것은 모래성을 쌓는 것과 같다. 우선은 건강, 몸과 마음이 건강하면 이 세상에 못할 일이 없다.
선의의 경쟁심을 부추겨라
베스트 멤버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한번도 시원하게 답을 한 적이 없는 히딩크 감독. 매번 대표선발 때마다 지명도가 없는 어린 선수들을 불러들이는 '깜짝 발탁'으로 해당 포지션 선수들에게 위기 의식을 불어넣었고, 경기 때는 물론 훈련과 생활면에서도 자신에게 무언가 보여줄 것을 끊임없이 요구해 왔다. 이 같은 히딩크식 용병술은 팀 내에서 선의의 경쟁을 유발, 대표팀의 전력을 끌어올렸다. 그 결과 '일관성 없는 선수 기용'은 경기결과 '히딩크식 용병술'로 바뀌었다. 우리 아이들에게도 경쟁심을 부추겨보자. 물론 선의의 경쟁이다. 그 기막힌 각본을 짜는 것은 바로 훌륭한 부모 몫이다.
자신감을 키워주자
히딩크 감독은 체력 못지않게 자신감을 강조했다. 그리고 이를 위해 약팀과 싸우지 않고 만만치 않은 팀을 골라 경기를 치렀다. 대표팀은 처음에는 무기력했다. 그러나 깨질 것을 각오하고 강팀과 계속해서 맞붙었다. 그 결과 선수들의 기량은 한층 상승됐고, 자신감은 날로 커져만 갔다. 우리 아이들에게도 자신감을 키워주자. 작은 것에 만족하기보다는 큰 것을 상대하게 하고 그로 인해 무너졌을 때, 좌절보다는 희망을 심어주자.
일희일비하지 말고 끝까지애정으로 지켜보자
이탈리아와의 경기에서 안정환의 페널티킥 실축, 미국전에서 이을용이 실축했을 때 이를 지켜보는 많은 사람들이 빨리 교체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히딩크는 끝까지 교체하지 않았다. 결국 안정환은 골든 골로, 이을용은 골 어시스트로 제 역할을 해냈다. 나를 믿고 지켜보는 시선을 의식한다면 절대로 목표를 놓치지 않는다. 아이의 행동 한두 가지만 보고 판단하지 말자. 지켜볼 수 있는 한 끝까지 지켜보고 기회를 주자. 사람은 누구나 한두 번의 결정적인 실수를 하기 마련, 이를 애정으로 지켜보는 것이 필요하다.
먼 미래를 내다보는 계획성 있는 교육을 하자
히딩크 감독은 16강을 다툴 때 8강을 준비했고, 8강에 올랐을 때 그 보다 더 먼 미래를 준비했다. 그의 바로 이런 미래를 대비하는 계획성 때문에 예상치 못했던 팀과의 경기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적절히 대처할 수 있었고, 이를 승리로 연결지을 수 있었다. 당장 닥친 오늘, 그리고 내일만 바라보지 말자. 10년 뒤, 20년 뒤도 함께 바라보자. 아이들에겐 아직 많은 가능성이 있고 그 가능성을 키울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있다. 히딩크처럼 우리 부모들도 꼭 해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