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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스(IRIS)’ 플랫폼을 계승발전 시키기 위해, ‘아이리스(IRIS)’ 타이틀을 무단 사용합니다”
“이 드라마는 실제 있었던 사건에 허구를 가미해 재구성했습니다"
에피소드 1. [플랜 B: 미스터 화이트 - ③]
S# 17. 강북구 쌍문동 가정집.
어머니가 우편함에서 편지를 꺼낸다.
어머니 (거실에 들어와 아들을 부른다)
동휘야. 동휘야.
현대전자에서 편지가 왔어!
박동휘 (방에서 급하게 나온다)
어디? 어디?
서둘러 편지봉투를 열고, 편지를 꺼내서 읽는다.
박동휘의 얼굴이 점점 사색이 된다.
박동휘 (떨리는 목소리로)
어 엄마.
어머니 (아들과 편지를 번갈아 보며)
왜 그래? 동휘야.
박동휘 (울먹이는 목소리로)
회사에서 입사를 취소하겠데
어 어 엉.
어머니 (아들의 손에서 편지를 낚아채 읽으며)
뭐? 이게 무슨 날벼락이니.
어!
S# 18. 종로구 계동 현대전자 사옥.
수 십 명의 입사 취소 대상자들이 사옥 앞에서 시위를 한다.
우리는 현대전자 직원이다!
일방적인 입사취소가 웬 말이냐!
현대전자 직원들과 경비원들과 실랑이가 벌어진다.
박동휘 (성난 목소리로 현대전자 인사과 과장에게)
이럴 수가 있습니까!
우리는 서류전형. 면접. 신체검사를 거쳐 97년 11월 회사측이 교부한
최종합격자 통지까지 받았어요.
그런데 그런데
어떻게 이제 와서 입사 취소를 합니까!
에! 말씀 좀 해보세요!
소찬우 맞아요.
저희는 이미 현대전자에 채용된 사람들이에요.
따라서 최종 입사예정일인 98년 4월 6일부터는 당연히 우리는 현대전자의 직원이고요.
정동석 회사가 우리들을 그만두게 하려면 정리해고 절차를 밟아야 합니다.
일방적으로 채용을 취소한
것은 불법이고 무효라고요.
인사 과장 자 자 다들 진정들 좀 하시고요.
여러분들은 아직 발령을 받지 않아 정식사원이 아닙니다.
그리고, 여러분들을 임용하게 되면 기존에 있는 직원들을 더 줄일 수밖에 없어요.
회사로서도 불가피한 선택입니다.
소찬우 뭐가 불가피한 선택입니까!
그럼! 우리 인생은요!
더 큰 목소리로
우리는 현대전자 직원이다!
일방적인 입사취소가 웬 말이냐!
S# 19. 하얏트 호텔. 지하 JJ바.
홍중도와 김 차관보가 얘기 중이다.
김 차관보 부단장님. 립튼이 와서
무슨 이야기를 할까요?
홍중도 제가 듣기로는
루빈 장관이 클린턴에게 건의해서 특사가 오는 걸로 들었어요.
김 차관보 재무부 장관이요?
홍중도 예. 루빈은
한국 정부가 보다 더 포괄적이고 과감한 금융개혁이 필요하다고 믿고 있어요.
김 차관보 예를 들면요?
홍중도 취약한 한국 금융기관의 분리와 폐쇄, 외국인 소유 제한의 자유화,
금융기관 감독 강화, 시장 자율화 정책 등
지난 달에 루빈이 와서 김 대통령과 얘기한
금융부문 개혁, 긴축통화 정책, 한국 시장개방 조치 등에 합의 사항을
한국 정부가 더 신속히 이행하기를 원하는 거죠.
김 차관보 (난감한 표정으로)
하지만, 만기가 돌아온 외채는 만기가 연장되지 않고 계속 빠져 나가고,
당장, 미국도 약속한 50억 달러 송금을 주저하고 있지를 않습니까?
홍중도가 술잔을 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김 차관보 (호소하는 목소리로)
그리고, 그저께 부단장님께서 제게
세계은행이 은행간 대출금리, 리보금리에 높은 가산금리를 적용할 거라 말씀하시고요.
이런 상황에서 우리 정부도
과감한 개혁을 하기 위한 국민적 여론이 형성돼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IMF와 미국의 신속한 지원이 이루어 져야 하는데.
홍중도 김 차관보님이 뭘 얘기하시는 지 알겠습니다.
김 차관보 지원 속도보다 단기 외채가 연장이 안되고 회수당하는 속도가 더 빨라요.
우리 은행들이 도저히 어디 가서 돈을 구할 수도 없는 상황이고요.
김 차관보가 문득 말을 끊으며, 머쓱한 표정으로
김 차관보 (약간 빨개진 얼굴로)
제가 부단장님께. 무례를 범한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부단장님은 우리나라가 왜 이런 국가부도를 맞았다고 생각하세요?
굴지의 회계법인의 시니어로 계셨으니깐,
나름 짚이는 게 있을 거 아니에요?
홍중도 글쎄요. 제 분야는 IT쪽이어서.
제가 작년 9월 초쯤에
CIA에 있는 친구한테서 ‘CIA 보고서’를 받아 본 적이 있어요.
김 차관보 (홍중도의 시선을 마주하며)
한국 경제와 관련해서요?
뭐라고 써있던가요?
홍중도 보니깐.
1997년 초부터 동남아에서 불어 닥친 외환 위기에
한국도 외환보유고 대비 단기자본 비율이 어느 신흥국가 보다 높고
최근 한보와 기아그룹 사태는
이미 취약한 은행시스템의 긴장을 높이고 있다고 진단했어요.
외환보유고 대비 단기부채가 막대한 인도네시아와 한국은
만일,
해외은행이 신용공여를 중단하면 유동성 부족에 직면 할 수도 있고,
한국의 단기부채는 외환보유고의 250% 이상일 거라 추정했습니다.
아울러,
투자자들은 태국에서의 투자손실을 만화하기 위해
한국의 주식들을 팔아 치울 수 있다고도 써 있었고요.
김 차관보 홍 부단장님도 거기에 동의하세요?
홍중도 예. 어느 정도는요.
그리고, 제가 ‘IMF 실무 협상단’으로 파견되어 온 한 달 동안
재경원과 한국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들의
1997년 경제 상황을 파악한 바로는,
납득하기 힘든 점들이 있었습니다.
김 차관보 어떤 점들이요?
홍중도 예를 들어, 종금사들이.
아니, 모든 금융기관이라고 해야겠죠.
해외에서 단기외채를 빌어와서, 장기대출로 자금을 운용한 점이에요.
김 차관보 부단장님도 아시다시피,
단기로 외채를 조달하는 것이 장기로 빌리는 것보다 유리하지 않았습니까?
홍중도 물론, 작년 세계 금융시장이
단기로 외채를 조달하는 것이 금리라든지 여러 면에서 유리한 측면이 없진 않았지만,
이와 같이 해외에서 외채를 조달하고 운용하면,
반드시, 만기가 불일치하는
‘자산-부채 미스매치’라고 하는 ‘리스크’에 직면을 해요.
갑작스런 ‘유동성의 경직’에 대처하기가 쉽지 않죠.
그래서, 제가 보기에는
재경원과 한국은행이 이를 간과한 것 같아요,
물론, 당시 외환업무에 경험이 없었던 종금사들의
경험부족에 기인한 것이 가장 주된 이유고요.
김 차관보 부단장님.
립튼 재무부 차관의 방문에 어떻게 대응을 해야 할까요?
홍중도 김 차관보님.
제 의견을 말씀 드리면.
김 차관보 예.
홍중도 김 대통령님이 립튼 차관에게
IMF와 협의한 내용을 철저히 이행하겠다고 선언을 해야 해요.
김 차관보 노동시장 유연화와 자본시장 완전개방 요?
홍중도 네.
미국은 아직도 한국 정부의 실행 의지에 의구심을 가지고 있어요.
립튼을 서울에 보내는 이유도
김 대통령이 미국 특사 앞에서 확약을 할 때까지,
‘IMF플러스(추가합의) 구상’을 받아들이지 않을 작정이에요.
김 차관보 그렇게 까지요?
혈맹인 한국한테?
홍중도 작년 11월 당시를 회상하시면 이해하시기 쉬울 겁니다.
두 명의 대통령 후보에게까지
당시 정부가 협상중인 IMF프로그램을 지지할 의사가 있는지 확답을 들었으니깐요.
당시, IMF 대주주인 미국은
공식적으로 IMF를 통해서만 지원하기를 원했어요.
미국 은행을 동원하지 않을 생각으로.
제가 듣기로,
루빈 장관은 한국 경제 부총리에게
서울의 상황에 대한 모든 정보를 제공할 것을 요구했고,
노골적으로, 우리가 공개적 언급을 통해 한국 정부의 노력을 뒷받침할 수 있느냐는
한국의 구조조정 노력의 질에 달려 있다라고 까지 애기했으니깐요.
김 차관보 예. 그 얘기는 저도
부총리님한테 직접 들었습니다.
홍중도 한국은 어쨌든 간에,
합의가 성공하지 못하면,
채무불이행이 확실해 지는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어요.
한국 정부가 망하기로 작정하지 않았다면,
결국 미국 정부의 여러 가지 요구를 다 받아들일 수 밖에 없습니다.
김 차관보님.
한국의 지금 처지를 인정해야 합니다.
김 차관보 ‘노동법 개정안’도요?
대기업 구조조정에 들어가면, 그 밑에 협력 중소기업의 줄부도 사태와
대량 실업 사태로 이어질 텐데.
홍중도 부채만기 연장을 얻으려면,
미국 재무부가 미국 은행들을 설득해야 해요.
아까, 김 차관보님이 국내 여론을 언급하셨잖아요?
김 차관보 네.
홍중도 미국 정가 여론도 지금 사나워요.
다만, 그런 어려운 조건들을 한국이 수용하면,
콜금리 부문에서는 협상의 여지가 있을 겁니다.
김 차관보 무슨 말씀이신지?
홍중도 우리 측에서
콜금리의 두 배 인상을 주장하고 있잖아요?
김 차관보 그것도 문제죠!
홍중도 지금은 일단,
12%에서 25%로 두 배 인상하되, 조만간 18~20%로
다시 인하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내부적으로 방침이 세워져 있습니다.
한국 측에서는 다른 조건을 수용하는 대신에
‘콜금리 인하’를 요구 조건으로 강력히 내세우세요.
김 차관보 정말요?
감사합니다. 부단장님.
홍중도가 얼굴에 급화색이 도는 김민종 차관보를 보며 건배 제의를 한다.
S# 20. KBS 뉴스.
뉴스 앵커 오늘, 현대전자가
작년 입사시험에 합격한 채용내정자에 대해서
IMF 사태에 따른 경영 악화 등을 이유로 입사를 취소한 것은
정당한 정리해고에 해당한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습니다.
박강호 기자입니다.
박 기자 대법원 제1부(주심 박재윤. 朴在允 대법관)는
지난 97년 현대전자 신입사원공채시험에 합격한 뒤 입사취소 통보를 받은
김 모씨 등 11명이 회사측을 상대로 낸 ‘종업원 지위확인 청구 소송’에서 이같이 판시,
원고들의
상고를 기각했습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사측이 입사통보를 취소한 때는 국가적으로 IMF구제금융이 시작돼
대규모 구조조정이 진행되는 등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었던 것으로 인정되는 만큼
정리해고의 정당성을 갖춘 것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대법원에서 박강호 입니다.
뉴스 앵커 다음 뉴스입니다.
무디스가 오늘 한국의 장기신용등급 전망을 상향조정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