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n 26, 2024 연중 12주 수요일
by 김레오나르도 posted
-달고 단 포도나무는 못되어도
“너희는 거짓 예언자들을 조심하여라.” 이 말씀은 제자들에게 하신 말씀입니다. 그렇다면 거짓 예언자들에게 속지 말라고 제자들에게 말씀하신 걸까요? 아니면 ‘너희는 저들처럼 거짓 예언자가 되지 말라’고 말씀하신 걸까요? 이어지는 말씀을 보면 겉모양은 양 차림을 하고 너희에게 오지만 실은 이리들이라고 하시는 것으로 보아 속지 말라고 하시는 거지만 오늘 저는 거짓 예언자가 되지 말라고 저에게 말씀하시는 것으로 이해하고 저를 성찰하고자 합니다. 나는 참 예언자인가? 거짓 예언자는 아닌가? 열매를 보면 안다고 하시는데 나는 어떤 열매를 맺고 있는가? 아니 그전에 나쁜 열매와 좋은 열매를 가르는 기준은 뭣인가? 우선 행실을 뜻하는 것일 수 있겠습니다. 선한 행실과 악한 행실. 이웃 사랑의 행실과 욕심 채우기 행실. 이것을 기준으로 보면 제게는 두 가지가 다 있고 그러니 이 기준에서 저는 참과 거짓 둘 다입니다. 그러니 저는 거짓 예언자이거나 위선자이고 적어도 참 예언자라고 할 수는 없을 겁니다. 다음으로 열매란 주변 사람을 뜻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내 주변 사람을 보면 지금까지 내가 어떻게 살았는지 알 수 있다는 뜻이지요. 이것을 기준으로 보면 제 주변에는 참 좋은 분들이 대부분이고, 그러니 이 기준에서 저는 잘 산 것이요 참 예언자인 것 같습니다. 그렇지요. 제가 나쁜 짓, 제 욕심 채우는 짓만 했다면, 그래서 덕을 보게 하지는 않고 피해만 보게 했다면 제 주변에 좋은 분들이 없을 것이고 있다면 성인들 뿐일 것입니다. 그런데 제 주변엔 나쁜 분들이 하나도 없고 저를 속여먹거나 이용해 먹으려는 사람도 없고, 어떻게든지 저를 도우려는 분들만 계시며 그래서 오히려 제가 여러분을 이용해 먹습니다. 그러니 이렇게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 저는 참 예언자는 못 됩니다. 그리고 제가 참 예언자가 못 된다는 것은, 참 예언자가 되려고는 하나 못 되었다는 뜻이며, 의도와 의지는 참 되려고 하나 불순물이 있고 불완전하다는 뜻입니다. 그러므로 이렇게 얘기해도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가시나무는 아니고 포도나무입니다. 그러나 달고 단 열매를 내는 포도나무는 못되고 신 포도 열매를 내는 포도나무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니 여러분에게 저는 찔러서 아프게 하는 가시나무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영적 단맛을 오로지 느끼게는 못하는 신 포도나무이고, 반대로 저에게 여러분은 신 포도를 드시면서도 영적인 단맛을 가려서 취하시는 분들일 겁니다. 그래서 저는 죄송하고 고맙습니다.
[김찬선 레오나르도 신부님/프란치스코 작은 령제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