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말 안 듣고 뭐하노?
올해 팔십대 중반을 넘기신 권 회장님은 우리 이웃에 살고계시는 멋있는 신사분이시다. 고려대학교를 졸업하시고 대구로 오셔서 큰 건축회사를 운영하시다 지금은 일선에서 물러나시고 노후를 보내고 계시는데 우리 가족은 물론 특별히 우리 아들인 노엘이를 무척 아껴주신다. 늘 외출 다녀오시면 아이 먹이라고 맛있는 것을 사다주실 만큼 사랑을 베풀어주신다.
그리고 아내 되시는 한 권사님은 서울의 명문학교인 경기여고를 졸업하신 분이신데 팔순을 훌쩍 넘긴 지금도 전도지를 들고 다니시며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고 계신다. 한번은 남편 분이 지으신 아파트 단지에서 전도하시다가 경비원에게 쫓겨나기도 하셨다며 웃으셨다.
물론 권 회장님도 신앙생활을 잘 하시는 분이시다. 권 회장님은 사업가로 지내시며 특별히 불우한 청소년을 돕는 BBS 사업을 오랫동안 해 오셨고 경찰청과 함께 행하는 그 일을 회장으로서 앞장서서 이끌어오셨다. 참 가슴이 따뜻하신 분이시다.
권 회장님은 가까운 사람들과 마주 앉아 차를 마시며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시는데 수필집을 출간하실 만큼 글 쓰시는 것도 좋아하신다. 그래서 시간이 나실 때마다 찻집으로 나를 불러내시고는 앉혀두고 이런저런 지난 얘기들과 세상 살아가는 얘기들을 해주신다.
어느 날은 다른 한 분을 더 부르셔서 권 회장님과 함께 셋이서 커피를 마시며 얘기를 나누던 중에 바로 옆자리에 초등학교 고학년생 정도로 보이는 남자아이 셋이서 달랑 커피 한 잔 시켜놓고서는 둘러앉아 휴대폰을 켜고는 게임을 하느라 난리법석이었다. 그 녀석들이 너무 소란을 피우는 바람에 말씀하시는 것을 제대로 들을 수가 없어서 조용히 하라는 말을 하려고 잠시 고개를 돌려 그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내 말 안 듣고 뭐하노?”
성미가 좀 급하신 권 회장님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말씀하시는 것을 귀 기울여 듣지 않는다고 서운해하셨고 주위가 산만해지는 것을 못마땅해하신 것이다. 떠드는 아이들에게 정신이 팔려 권 회장님을 잠시 소홀하게 여긴 듯한 것이다.
경청한다는 것은 듣는 사람은 물론이고 말하는 상대에게도 대단히 중요하다. 함께 대화를 나눌 때는 마음이 하나로 모아지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다.
그나저나 요즘 아이들이 정말 큰일이다. 난잡한 말과 행동들, 휴대폰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온통 그 요물의 노예가 되어 그것이 가르쳐주고 시키는 대로, 휴대폰이 말하는 대로 말하고 행동하는 아이들, 아이들뿐만 아니라 모든 연령의 사람들이 결국은 휴대폰을 움직이는 배후의 그 무엇에게 사로잡혀 그의 종이 되어버리고 마는 것은 아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