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시장에서 경기에 가장 민감한 분야가 상가시장이다.
경기가 위축되면 지갑부터 꽁꽁 싸매고 소비를 줄이니 상가를 찾는 손님이 줄고 이는 곧 임대료, 매매가격 하락으로 이어진다.
2008년부터 부동산시장 전반에 걸쳐 찬바람이 불기 시작했으니 상가시장은 타격이 더 크다.
하지만 한겨울에 피어나는 겨울꽃처럼 활기를 띠는 상권이 있다. 이들 상권은 사람들이 북적이고 임대료(권리금)가 오른다. 자연스레 매매가격도 상승세다.
서울에서 '핫'상권으로 꼽히는 4곳을 둘러봤다.
경리단길,이방인 상권에서 젊은층 찾는 '핫'상권으로
이달 1일 오후 서울지하철 6호선 녹사평역 2번 출구로 나와 지하도로를 건너 3분 정도 걸으니 ‘츄러스’ 가게가 입구를 지키고 있는 골목이 나왔다. 한눈에 봐도 꽤 경사가 가파른 이 골목은 남산 그랜드 하얏트 서울로 이어지는 ‘경리단길’이다.
요즘 이태원 경리단길은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핫 상권으로 부상하고 있다. 멕시코 타코·토르타 전문점, 그리스 팔라펠 전문점, 자메이카·브라질식 치킨 전문점 등 세계 각국의 요리를 맛볼 수 있는 음식점과 각 나라의 특성을 담은 빈티지 패션 소품점이 사람들을 불러모은다.
이태원 일대는 전통적으로 ‘이방인 상권’이었다. 1945년 해방 이후 일본군 조선사령부가 있던 용산 일대에 미군이 들어서면서 미국식 클럽 등 유흥가가 조성됐고 상권이 형성됐다.
이후 60년대 들어 각국 대사관이 줄줄이 입주하면서 외국인 전용주택 등이 들어섰고 70년대 들어 외국인 대상의 쇼핑지구가 조성됐다.
본격적으로 내국인이 이 일대를 찾기 시작한 것은 6호선이 개통한 2000년 이후다. 지하철 개통으로 접근성이 좋아지면서 이색적인 분위기를 찾아 사람이 몰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태원 중심상권으로 꼽히는 이태원역 상권을 찾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최근엔 경리단길을 찾는 발길이 부쩍 늘었다. 소득 수준 높아지고 어학연수나 유학, 출장 등으로 해외 거주 경험이 있는 수요 늘어나면서 남들과 차별화된 생활 즐기려는 성향이 강해진 영향이다.
이들은 이미 대중화한 이태원역 상권보다 이른바 ‘아는 사람은 아는’ 경리단길을 찾는다.
이태원역 일대 상가 임대료가 치솟으면서 아직까지 시세가 싼 경리단길을 찾는 임차수요가 늘어난 영향도 있다. 2년 전 경리단길에 프랑스 가정식 요리 전문점을 차린 이모(44) 사장도 이런 경우다.
이 사장은 “프랑스에서 요리를 전공했다. 한국으로 돌아와 나만의 가게를 차리고 싶었는데 아무래도 이태원 상권이 가장 끌렸다.
하지만 이태원역 일대는 임대료가 턱 없이 비싸고 유흥가 같은 분위기 때문에 내가 원하는 가게 이미지와는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경리단길의 호젓한 분위기가 마음에 들기도 했다. 물론 임대료도 50% 정도 싸게 들어왔다”고 말했다.
최근 점포 임대료가 크게 올랐지만 아직까지 이태원 로데오거리 상권보다 30% 정도 저렴한 수준이다. 로데오거리 평균 임대료는 보증금 6900만원, 월 342만원 선이다. 권리금은 2억6800만원 정도다.
경리단길의 경우 골목 초입의 맥주전문점(전용면적 36㎡)의 임대료가 보증금 3000만원에 월 170만원이다. 3년새 40% 뛰었다. 인근 중동음식 전문점(전용 22㎡) 월세도 같은 기간 70만원에서 130만원으로 껑충 뛰었다.
찾는 사람 늘면서 임대료·몸값 상승세
권리금도 오르고 있다. 경리단길 초입의 카페(전용 40㎡) 권리금은 1억2000만원, 카레 전문점(전용 60㎡)의 권리금은 1억원 선으로 3년 새 각각 5000만원 정도 올랐다.
경리단길 상권이 활기를 띠면서 투자 수요도 관심을 갖는다. 몸값이 뛰고 있기 때문이다. 경리단길 중앙에 있는 미용실(대지면적 46㎡)은 현재 땅값이 3.3㎡당 5600만원을 호가한다.
1년전 3.3㎡당 3000만원에서 50% 이상 뛴 것이다. 인근 한정식집(대지면적 910㎡)도 1년전 땅값이 3.3㎡ 3700만원이였지만 현재 5000만원까지 올랐다.
투자자 관심이 커지자 KB 국민은행은 지난달 27일 경리단길에서 상가 매입에 관심이 많은 VIP 고객을 위한 ‘도심상권투어’를 열었다. 부동산전문위원과 함께 직접 상권을 둘러 보고 매물을 살펴본 것이다.
KB국민은행 임채우 부동산전문위원은 “서울 주요 상권 중에 이 정도 수익을 낼 수 있는 지역이 흔치 않아 고객을 위한 상권 투어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경리단길의 인기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색 상권을 찾는 수요가 꾸준하기 때문이다.
KB국민은행 박원갑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종로 삼청동 등 고즈넉한 분위기의 상권이 인기를 끄는 분위기다. 이색 상권에서 ‘우리끼리 커뮤니티’를 누리려는 욕구가 커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외국에서 다양한 문화와 상권을 접한 이들이 비슷한 분위기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것도 이유”라고 말했다.
경리단길에 건물을 사고 싶다면 1종 일반주거지역이라 용적률이 150%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아둬야 한다. 이 일대에 있는 건물은 현재 건축물 가치는 없다고 봐야 한다.
즉, 땅 가치만 생각하고 매입하면 된다. 임대수익보다는 시세차익에 우선을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재 나와 있는 매물은 5층 이하 낡은 건물이 대부분이다. 리모델링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리모델리하지 않고 그대로 임대해도 되지만 건물이 낡아 임대수익률은 연 2~3%에 불과하다.
리모델링을 한다면 임대수익률을 5%까지 높일 수 있다. 리모델링 비용은 3.3㎡당 200만~250만원 정도 예상하면 된다.
상권특성 뚜렷해 입점 업종 제한 한계
리모델링할 계획으로 건물을 매입한다면 주차대수나 정화조 용량 등 리모델링할 수 있는 조건에 맞는지 확인하자. 드물게 리모델링이 힘든 경우도 있다.
콜드웰뱅커 케이리얼티 박대범 본부장은 “대개 주거용 주택을 리모델링해 세를 놓는데 리모델링 비용을 감안해서 투자에 나서야 한다. 용적률 제한이 있어 리모델링 후 면적 제한이 있다는 것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리모델링을 할 때 주차공간을 조성하면 좋다. 경리단길은 마땅한 주차공간이 없어서 희소가치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상권 특성이 뚜렷해 입점 업종에 한계가 있다는 것은 염두에 두자. 임차 수요가 한정적이라는 의미다.
박 본부장은 "최근 1~2년새 가격이 부쩍 올라 수익률을 잘 따져봐야 한다. 이태원역 상권보다는 가격이 싸지만 지형적인 특징과 임차업종의 한계 때문에 상권 확대에 제한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경리단길에 입점하고 싶다면 장기 계약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이태원역 상권에 비해 접근성이 좋지 않기 때문에 알음알음 찾아오는 손님이 많다. 단기간에 장사가 잘 되기는 쉽지 않다는 의미다.
입점하고 싶어하는 임차수요가 몰리면서 장기계약을 조건으로 임차인이 리모델링 비용을 내기도 한다. 어차피 내 가게의 콘셉트에 맞게 가게를 꾸며야 하니 주인 대신 리모델링 비용을 내고 10년씩 장기 임차계약을 맺는 것이다.
이국적인 분위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몰리는 상권인 만큼 이들의 구미에 맞는 업종이 좋다. 음식점의 경우 이미 자메이카, 이란 등 다른 지역에서 찾아보기 힘든 메뉴를 내놓는 곳이 많다.
또 대부분 현지인 요리사가 직접 요리하기 때문에 평범한 메뉴나 맛으로는 입소문을 타기 힘들다. 틈새 메뉴나 업종을 노리는 것이 유리하다.
주차공간이 협소하기 때문에 발렛파킹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별도의 주차공간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
경기가 위축되면 지갑부터 꽁꽁 싸매고 소비를 줄이니 상가를 찾는 손님이 줄고 이는 곧 임대료, 매매가격 하락으로 이어진다.
2008년부터 부동산시장 전반에 걸쳐 찬바람이 불기 시작했으니 상가시장은 타격이 더 크다.
하지만 한겨울에 피어나는 겨울꽃처럼 활기를 띠는 상권이 있다. 이들 상권은 사람들이 북적이고 임대료(권리금)가 오른다. 자연스레 매매가격도 상승세다.
서울에서 '핫'상권으로 꼽히는 4곳을 둘러봤다.
경리단길,이방인 상권에서 젊은층 찾는 '핫'상권으로
이달 1일 오후 서울지하철 6호선 녹사평역 2번 출구로 나와 지하도로를 건너 3분 정도 걸으니 ‘츄러스’ 가게가 입구를 지키고 있는 골목이 나왔다. 한눈에 봐도 꽤 경사가 가파른 이 골목은 남산 그랜드 하얏트 서울로 이어지는 ‘경리단길’이다.
요즘 이태원 경리단길은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핫 상권으로 부상하고 있다. 멕시코 타코·토르타 전문점, 그리스 팔라펠 전문점, 자메이카·브라질식 치킨 전문점 등 세계 각국의 요리를 맛볼 수 있는 음식점과 각 나라의 특성을 담은 빈티지 패션 소품점이 사람들을 불러모은다.
이태원 일대는 전통적으로 ‘이방인 상권’이었다. 1945년 해방 이후 일본군 조선사령부가 있던 용산 일대에 미군이 들어서면서 미국식 클럽 등 유흥가가 조성됐고 상권이 형성됐다.
이후 60년대 들어 각국 대사관이 줄줄이 입주하면서 외국인 전용주택 등이 들어섰고 70년대 들어 외국인 대상의 쇼핑지구가 조성됐다.
본격적으로 내국인이 이 일대를 찾기 시작한 것은 6호선이 개통한 2000년 이후다. 지하철 개통으로 접근성이 좋아지면서 이색적인 분위기를 찾아 사람이 몰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태원 중심상권으로 꼽히는 이태원역 상권을 찾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 서울 용산구 이태원 경리단길엔 세계 가국의 이색 음식점과 패션소품점 등이 몰려 있다.
최근엔 경리단길을 찾는 발길이 부쩍 늘었다. 소득 수준 높아지고 어학연수나 유학, 출장 등으로 해외 거주 경험이 있는 수요 늘어나면서 남들과 차별화된 생활 즐기려는 성향이 강해진 영향이다.
이들은 이미 대중화한 이태원역 상권보다 이른바 ‘아는 사람은 아는’ 경리단길을 찾는다.
이태원역 일대 상가 임대료가 치솟으면서 아직까지 시세가 싼 경리단길을 찾는 임차수요가 늘어난 영향도 있다. 2년 전 경리단길에 프랑스 가정식 요리 전문점을 차린 이모(44) 사장도 이런 경우다.
이 사장은 “프랑스에서 요리를 전공했다. 한국으로 돌아와 나만의 가게를 차리고 싶었는데 아무래도 이태원 상권이 가장 끌렸다.
하지만 이태원역 일대는 임대료가 턱 없이 비싸고 유흥가 같은 분위기 때문에 내가 원하는 가게 이미지와는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경리단길의 호젓한 분위기가 마음에 들기도 했다. 물론 임대료도 50% 정도 싸게 들어왔다”고 말했다.
최근 점포 임대료가 크게 올랐지만 아직까지 이태원 로데오거리 상권보다 30% 정도 저렴한 수준이다. 로데오거리 평균 임대료는 보증금 6900만원, 월 342만원 선이다. 권리금은 2억6800만원 정도다.
경리단길의 경우 골목 초입의 맥주전문점(전용면적 36㎡)의 임대료가 보증금 3000만원에 월 170만원이다. 3년새 40% 뛰었다. 인근 중동음식 전문점(전용 22㎡) 월세도 같은 기간 70만원에서 130만원으로 껑충 뛰었다.
찾는 사람 늘면서 임대료·몸값 상승세
권리금도 오르고 있다. 경리단길 초입의 카페(전용 40㎡) 권리금은 1억2000만원, 카레 전문점(전용 60㎡)의 권리금은 1억원 선으로 3년 새 각각 5000만원 정도 올랐다.
경리단길 상권이 활기를 띠면서 투자 수요도 관심을 갖는다. 몸값이 뛰고 있기 때문이다. 경리단길 중앙에 있는 미용실(대지면적 46㎡)은 현재 땅값이 3.3㎡당 5600만원을 호가한다.
1년전 3.3㎡당 3000만원에서 50% 이상 뛴 것이다. 인근 한정식집(대지면적 910㎡)도 1년전 땅값이 3.3㎡ 3700만원이였지만 현재 5000만원까지 올랐다.
투자자 관심이 커지자 KB 국민은행은 지난달 27일 경리단길에서 상가 매입에 관심이 많은 VIP 고객을 위한 ‘도심상권투어’를 열었다. 부동산전문위원과 함께 직접 상권을 둘러 보고 매물을 살펴본 것이다.
KB국민은행 임채우 부동산전문위원은 “서울 주요 상권 중에 이 정도 수익을 낼 수 있는 지역이 흔치 않아 고객을 위한 상권 투어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경리단길의 인기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색 상권을 찾는 수요가 꾸준하기 때문이다.
KB국민은행 박원갑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종로 삼청동 등 고즈넉한 분위기의 상권이 인기를 끄는 분위기다. 이색 상권에서 ‘우리끼리 커뮤니티’를 누리려는 욕구가 커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외국에서 다양한 문화와 상권을 접한 이들이 비슷한 분위기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것도 이유”라고 말했다.
경리단길에 건물을 사고 싶다면 1종 일반주거지역이라 용적률이 150%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아둬야 한다. 이 일대에 있는 건물은 현재 건축물 가치는 없다고 봐야 한다.
즉, 땅 가치만 생각하고 매입하면 된다. 임대수익보다는 시세차익에 우선을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재 나와 있는 매물은 5층 이하 낡은 건물이 대부분이다. 리모델링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리모델리하지 않고 그대로 임대해도 되지만 건물이 낡아 임대수익률은 연 2~3%에 불과하다.
리모델링을 한다면 임대수익률을 5%까지 높일 수 있다. 리모델링 비용은 3.3㎡당 200만~250만원 정도 예상하면 된다.
▲ 이태원 경리단길에 있는 건물을 매입하려는 투자자들이 상권을 둘러보고 있다.
상권특성 뚜렷해 입점 업종 제한 한계
리모델링할 계획으로 건물을 매입한다면 주차대수나 정화조 용량 등 리모델링할 수 있는 조건에 맞는지 확인하자. 드물게 리모델링이 힘든 경우도 있다.
콜드웰뱅커 케이리얼티 박대범 본부장은 “대개 주거용 주택을 리모델링해 세를 놓는데 리모델링 비용을 감안해서 투자에 나서야 한다. 용적률 제한이 있어 리모델링 후 면적 제한이 있다는 것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리모델링을 할 때 주차공간을 조성하면 좋다. 경리단길은 마땅한 주차공간이 없어서 희소가치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상권 특성이 뚜렷해 입점 업종에 한계가 있다는 것은 염두에 두자. 임차 수요가 한정적이라는 의미다.
박 본부장은 "최근 1~2년새 가격이 부쩍 올라 수익률을 잘 따져봐야 한다. 이태원역 상권보다는 가격이 싸지만 지형적인 특징과 임차업종의 한계 때문에 상권 확대에 제한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경리단길에 입점하고 싶다면 장기 계약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이태원역 상권에 비해 접근성이 좋지 않기 때문에 알음알음 찾아오는 손님이 많다. 단기간에 장사가 잘 되기는 쉽지 않다는 의미다.
입점하고 싶어하는 임차수요가 몰리면서 장기계약을 조건으로 임차인이 리모델링 비용을 내기도 한다. 어차피 내 가게의 콘셉트에 맞게 가게를 꾸며야 하니 주인 대신 리모델링 비용을 내고 10년씩 장기 임차계약을 맺는 것이다.
이국적인 분위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몰리는 상권인 만큼 이들의 구미에 맞는 업종이 좋다. 음식점의 경우 이미 자메이카, 이란 등 다른 지역에서 찾아보기 힘든 메뉴를 내놓는 곳이 많다.
또 대부분 현지인 요리사가 직접 요리하기 때문에 평범한 메뉴나 맛으로는 입소문을 타기 힘들다. 틈새 메뉴나 업종을 노리는 것이 유리하다.
주차공간이 협소하기 때문에 발렛파킹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별도의 주차공간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
최현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