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성 안, 불빛과 소리라고는 잠깐잠깐 내리치는 번개와 천둥소리만 들릴뿐, 문득문득 들려오는 무언가 땅에 끌리는 지익, 지익하는 소리.
"제길..큭!..이걸로(뿌득)..죽어버릴...내가..아니라는..말이다...크헉!"
얼핏 번개빛에 비치는 분홍색의 찢겨진 침대와 그위에 쓰러져있는 메이드복을 입은 두구의 시체들, 부서져버린 책상옆에서 피로물든 드레스를 입고있는 여자의 입에서는 이따금씩 욕이 섞여나왔다.
여자가 이를 부득부득 갈며 자신의 손을 힘겹게 들어올려 이로 깨물자, 손에서는 붉은색의 피가 흘러나왔다.
"이런...너무..큭...세게...깨물었..퉤엣!"
그 여자는 자신의 피로 바닥에 무언가를 그렸다, 그여자의 손이 한 줄, 한 글자를 새길때마다 바닥에 새겨진 그녀의 피에서 푸른빛이 감돌기 시작했다.
여자가 바닥에서 손을떼자 완성된 그림에서, 아니 마법진에서는 푸른빛과 검은빛이 소용돌이치며 위로 뻗어나와 무언가의 그림자를 형성하기 시작했다. 그림자가 색을갖추며 다리와 팔, 몸, 얼굴을 점차 잡아갔다.
"네가 날 이리로 불러들인건가?"
여자의 이마에서 진득한 피가 흘러내려 눈을 덮자, 그와동시에 여자는 쓰러졌다. 안심한듯 미소를 지으면서...
"꽤나 귀찮게됐군"
어둠속에서 나타난 그림자의 주인은 한숨을쉬며 여자를 바라봤다.
..으음...눈부셔....
"...불좀꺼줘요오..."
"..."
"불좀꺼주세요오!!"
-'챙'
"헉!!"
목가에 스치는 차가운느낌과 몸위의 무언가 묵직한느낌에 눈뜬나는 놀랄 수 밖에 없었다.
"넌 마법사냐? 어째서 날 여기로 불러들인거지?"
"...저기...."
"빨리 대답하지않으면 목이 날아갈줄 알아라"
"마법사고뭐고 하나도 모릅니다아아아!!!"
추하게도 눈물콧물 질질 흘려가며 소리를 질렀더니 이사람도 보기 흉했는지 칼을 검집에넣어버렸다. 그리고 우리는 진지하게 대화를 나누기시작했다
"하, 마법을 모르는건 말이되지않아, 내가 여기로 소환됐을때는 바닥에 마법진이 그려져있었고 그것도 고위계열의 소환마법까지 새겨져있었다, 귀찮지만 조사해본바로는 적어도 7, 8클래스정도의 마법이었단말이다"
"죄송하지만 전 지금 제이름도 모르는상황인데요?"
"너때문에 잠자다가 이상뭉클한 마나가 날 잡아끌어서 다 깨버렸단말이다!!"
"죄송하지만 전 모른다니까요!"
"크아아악!!!"
"무슨일인지도 모르겠고, 저는지금 여기에 왜있는지도 모르겠어요, 믿어주세요..."
"....."
나도나를 모르는데 니가나를 알겠느냐?
"...방법이 없다이거지"
드디어 포기했구나, 아아 살았다.
"네에!"
"나한테 보상할 수 있는 방법이 하나있지"
"네?"
말을 끝마치자마자 그사람의 얼굴옆으로 소용돌이가 일어나더니 소용돌이안에서 책하나가 떨어졌다. 그가 공중에 손을 얹지자, 책이 자동으로 펼쳐지며 글씨가 써내려져갔다.
"내 이름은 스칼스 · 체그머스. 네 이름은 뭐지?"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다니까요!"
"지어내도록 해라"
정말 할말을 잃게만드는 재주를가진 남자다. 이름을 지어내라니..이런상황에서...
"마땅히 지을만한게..."
"이봐, 계약의 서. 저 여자이름은 마리. 성은 체그머스를 쓰도록하지. 관계는 주종관계로 써줘. 아, 기간은...보자...5년으로해"
-'계약자의 이름은 스칼스 · 체그머스. 계약자 스칼스여, 마리 · 체그머스와 주종관계를 맺는다. 동의하는가?'
"동의한다"
-'기록되는자의 이름은 마리 · 체그머스. 계약자 마리여, 스칼스 · 체그머스와 주종관계를 맺는다.'
"난 왜 동의하냐고 안물어봐요?!"
그순간 무언가 내쪽으로 날아와 내 복부를 쳤다.
"헉!"
"수면중에 영문모르게 끌려와서 기분도 안좋은데 자꾸 이런식으로 나오면 곤란하다는거 아냐? 너무 까불면 몸에 안좋아, 난 주변에 있는것들이랑 틀려서 성격이 안좋거든 생각같아서는 지금 브레스한방 날려서 이 성이고뭐고 재로만들어 흔적을 없애버리고싶다 이거다"
배를 움켜쥐고 바닥에 주저앉아버리면서 벽에 기대어 멍하니 스칼스를 바라봤다. 아까는 일어나자마자 정신없어서 몰랐는데 이제보니 미남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런거보면 나도 어지간히 밝히는모양이다. 이런기회로 만나지 않았다면 좋을텐데..할정도로, 완전 왕자님이구나..헤에..
스칼스가 계약의 서에 손을얹어 중얼거리자 계약의 서가 스르륵 사라졌다. 스칼스가 점점 가까이왔다.
"이리와봐라"
"배가아파서 못움직이겠는데 어떻게요.....컥!!...으윽..!!"
송곳으로 내 심장을 찌르는느낌이다. 괴로워서 숨이막힐정도로.
"으하악!"
"고통스러우면 내쪽으로 오면돼"
"...흑..큭.."
생각하지않아도 몸이 견디기 힘들었는지 자동적으로 스칼스에게 기어갔다. 끔찍하다.
"그래야지 착하지"
스칼스가 날 일으켜세워 안아들더니 아까 누워있던 찢겨진 침대위에 날 눕혔다. 스칼스가 내얼굴을 감싸쥐더니 그대로 내 입술을 깨물었다, 작게 신음소리를내자 스칼스가 이젠 입술을 부드럽게 햝았다.
"오늘은 여기까지. 한숨자라, 잠깐 둘러보고 올테니"
그의말이 떨어지자마자 잠이 밀려왔다.
"일어나"
"...하읏!"
자는척을 하려 했는데 어제와 같은 고통이 밀려와서 일어날 수 밖에 없었다.
"..흑..."
"어이 못난이, 왜아픈지 설명해줄까?"
"..."
"계약의 서는 말그대로 계약의 내용을 적어두는 책이다. 그 책에 요구하여 기록하면 책에적힌대로 그들의 관계가 성립되는거다. 단, 계약의 서를 다루는 계약자는 기록되는자를 죽일수있는 능력이 있어야한다는 조건이지, 계약의 서는 계약을 이루어주는 대신에 자신도 계약조건을 제시한다. 너와나의 계약조건은..."
-'챙그랑'
갑자기 방에있던 커다란 유리창이 깨지면서 척보기에도 수상쩍어보이는 사람들이 들이닥쳤다.
"사람없다고 했잖나!"
"쳇, 죽여버리면 되지뭐"
"히히, 저여자는 놔두자 요새 제대로된 여자맛을 못봐서말이야, 히히히"
"킬킬 오랜만에 똘똘한생각도 다하시네"
스칼스의 표정이 굳어졌다. 내쪽으로 고갤 돌리더니 대뜸 하는말이.
"얼른 나한테 키스해라"
"헉!? 뭐라구요??"
"일루와서 앵기던가"
"미쳤..큭..!"
"그러게 쓸데없는 반항은 왜 해, 이리와"
"히히히 찐한데?"
"휘익 - 이쁜도련님 더 찐한것도 해보라고 킬킬"
절대! 절대 한발자국도 안움직여! 심장이 찢어져도 안움직일꺼야! 속으로 계속 외쳤지만 밀려오는 고통은 점점 심해졌다. 어쩔 수 없다는 듯 스칼스가 점점 다가오더니 어제처럼 입술을 댔다, 이번엔 당하지않으려고 입을 꽉 다문채로 있었더니 스칼스가 아랫입술을 깨물어버렸다.
"하읏!"
신음소리를내며 벌어진 입 사이로 스칼스가 자신의 혀를 집어넣는다. 다리에 힘이풀려버린 내가 주저앉자 스칼스가 허리에 찬 칼을 뽑아들더니 사라져버렸다.
"크에엑"
"커억"
"흐악"
"케엑"
네명의 비명소리가 울려퍼지고나서 갑자기 내가 공중으로 띄워졌다. 스칼스가 날 안아올린것이었다.
"목을 끌어안아"
무의미한 저항은 관두기로하고 시키는대로 했더니 갑자기 환한빛이 주변을 감싼후 주변이 바뀌어버렸다.
"동굴?"
"그래, 내 레어에 온거다"
"...레...어?"
스칼스가 날 안은채로 어느 벽앞으로 걸어가자, 벽이 스르르 사라지더니 작은 방이하나 나타난다. 하얀 천을덮어 씌어놓은 덩어리(?)위에 날 눕히더니 내 머리카락을 쓸어넘긴다
"어제는 당황해서 심하게군거 사과한다, 몸은 괜찮나?"
"아..."
스칼스의 다정한말도 나름대로 충격이었지만, 처음본 그의 미소가 머리속에서 지워지지않을 정도로 충격이었다
"...내참"
나도모르게 울어버렸는지 스칼스가 손가락으로 내 눈물을 훔쳤다. 그러자 뭔가 뭉클한게 치고올라와서 계속 눈물이 흘렀다. 스칼스가 다시 미소짓더니 내 눈물을 햝았다. 스칼스가 내 옷에매어있던 리본을 이로 깨물더니 잡아당겼다. 리본이 스르륵 풀어지면서 내 속살이 드러났다.
"아!"
스칼스가 입술로 내 목덜미에서부터 가슴으로 스르륵 타고내려왔다. 온몸에 전율이 짜릿하게 흘러오면서 정신이 몽롱해졌다. 스칼스가 드레스천을 다 잡아뜯어 공중으로 띄우자 드레스에 불이붙으면서 흔적도없이 사라졌다. 스칼스의 입술이 점점 아래로 내려갈때마다 내몸은 점점 경직됐다.
"이런, 방해꾼이왔군"
"..?"
"조금만 기다려"
스칼스가 내 이마에 가볍게 키스하고는 천을 끌어당겨 날 감싸주며 돌아섰다. 그가 나가자 돌문같은게 스르륵 닫혔다. 방안에 스르륵 빛이들어왔다. 밖에서 어렴풋이 말소리가 들리는듯했다.
"어디서 다른기운이 느껴지는데?"
"그런거없으니 나가"
"니가 폴리모프한것도 오랜만인데 감상좀하고"
"나가"
"이렇게 매정할 수 있어?"
"나가"
"킥"
-'콰앙'
"꺅!"
닫혀있던 돌문에 금이 쩌억쩌억 가더니 결국 와르르 무너져내렸다. 문 저 멀리, 거리가 꽤 되는곳에서 스칼스보다 더 진한색의..아니, 스칼스의 머리색은 레몬빛인데 반해 저사람은 오렌지빛에 가까운, 그런 긴머리의 미인..이...스칼스에게 키스를 퍼부었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스칼스의 표정이굳더니 그여자를 뿌리쳤다.
"헤에..스칼스 체그머스가 인간여자에 눈멀었다 이거지? 날 내버려두고..흑"
똑같이 울어도 이쁜사람이 우니까 뭔가 달라도 다르다. 갑자기 심장이 아파왔다, 스칼스가 뭔가 나에게 말했는데 내가 듣지못한건가?
"그만해, 제이"
"칫"
스칼스가 제이라는 여자의 팔목을 붙잡고 어딘가로 가려고하고 있었다.
"가지마요!"
나도모르게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가지말라는데?"
"금방올테니 기다려"
"...!"
두사람의 몸이 빛나더니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윽...흐윽.....흡"
몸을 힘들게 일으켜세워 덮고있던 천으로 몸을 감쌌다. 방안을 이리저리 뒤적거려서 쓸만한 끈을 찾아내어 천을 연결시켜 엉성하지만 나름대로 옷(?)을 만들었다. 스칼스라면 마법이라도 써서 만들..휴..이러지말자, 내가 챙겨갈 짐도없을뿐더러, 여기있을 이유도 없으므로 얼른 동굴을 따라 하염없이 걸었다.
걸으면서 점점 동굴이 춥다는게 느껴질무렵 어딘가 한구석에서 공포가 밀려왔다. 여긴 어디이고. 난 누구고. 내가여기 왜 있는건지. 난 뭔지...
하염없이 걸어서 도착했지만 막다른곳이었다. 아마 예상하기로는 스칼스가 드나들었던 방처럼 스르륵 열리는 그런문이 아닐까 하는데..난 열 재주가 없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