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밤이 되면 네가 더 보고 싶구나.” 제1차 세계대전의 영웅 존 J. 퍼싱 원수가 어린 아들에게 애정을 담뿍 담아 보낸 편지의 한 구절입니다. 그러나 이렇듯 다정다감한 편지를 보낸 아버지도 아들이 공부를 게을리하자 준엄하게 꾸짖으며 아들을 격려합니다. "포기하지 마라. 낙오자가 되지 마라."
도리 매컬로 로슨이 지은 <후세 Posterity>에는 <위대한 미국인들이 자녀에게 보낸 편지 Letters of Great Americans to Their Children>라는 부제가 붙어 있으며, 100통이 넘는 편지와 필자에 대한 간략한 소개와 상황 설명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약 300년에 이르는 미국 역사에 등장하는 68명의 저명인사가 자녀에게 보낸 편지들로서, 소설가, 시인, 극작가, 군인, 탐험가, 예술가, 발명가, 대학 총장, 사업가, 배우, 사진작가, 성직자 등의 편지가 담겨 있고, 미국 전직 대통령과 대통령 부인들의 편지도 소개하고 있습니다.
내 마음은 항상 너에게 향해 있단다
빚을 지는 악습에 대해 딸에게 경고하는 토머스 제퍼슨 Thomas Jefferson의 편지, 노르망디 상륙작전 개시일에 웨스트포인트 사관학교 후보생인 아들에게 훌륭한 병사의 의미에 대해 설명하는 패튼 Patton 장군의 편지, 검은 피부색 밑에 감춰져 있는 인격에 관하여 딸에게 이야기하는 W. E. B. 듀보이스DuBois의 편지, 성공을 거둔 뒤에도 일을 그만두지 않는 이유를 밝힌 오스카 해머스타인 Oscar Hammerstein의 편지, 뉴저지 보호시설에서 인간의 보편적인 나약함을 아홉 살짜리 알로 Arlo에게 설명해주는 우디 거스리 Woody Guthrie의 편지, 65세의 로라 잉걸스 와일더 Laura Ingals Wilder가 개척시대에 보낸 어린시절을 회상하며 쓴 편지, 크리스마스 계획을 놓고 다 큰 아들을 혼내는 엘리너 루스벨트 Eleanor Roosevelt의 편지, 그루초 마르크스 Groucho Marx가 개로 변신하여 스물다섯 살 난 아들에게 보낸 편지 등 다양한 편지가 들어 있습니다.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뛰어난 업적을 남긴 사람들이 자신을 단지 ‘사랑하는 네 아버지이자 친구,’ ‘사랑하는 네 어머니,’ ‘아빠’ ‘너의 오랜 벗,’또는 ‘엄마 베스 Bess’라고만 끝맺은 편지를 읽고 있으면, 이들이 편지를 쓴 순간순간마다 느낀 기쁨, 슬픔, 애달픈 심정, 고단하고 지친 마음이 진솔하게 전해져 가슴이 뭉클해집니다.
"단지 작가가 되고 싶다는 소원만으로 작가가 된 사람은 아무도 없다.” <위대한 개츠비>를 지은 소설가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는 작가가 되고 싶어하는 딸에게 이렇게 편지를 보냈습니다. 셔우드 앤더슨 Sherwood Anderson은 아들 존에게 보낸 편지에 모든 부모 마음을 대변한 구절을 담았습니다. “내 마음은 항상 너에게 향해 있단다.”
물론 술에 만취해서 쓴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노여움을 숨김없이 털어 놓은 소설가의 편지도 있었고, 에디슨이 큰 아들에게 보낸 몰인정한 편지를 읽으면서 아들 편을 거들고 싶은 심정이 들기도 했지만, 부모의 심정을 자녀들에게 솔직하게 털어 놓는 자세, 자녀를 친구처럼 존중하고 때로는 정중한 예의를 갖추고 자녀를 대하는 편지에서 참된 부모의 모습을 배울 수 있는 훌륭한 책입니다.
번역가 김유신
존 애덤스John Adams가 아들 존 퀸시 애덤스John Quincy Adams에게 보낸 편지“주머니에 시인이 들어 있으면 결코 외롭지 않으리라.”존 애덤스는 당대에 가장 학식 있는 미국인 중 한 사람이었으며, 그의 장남 존 퀸시는 그의 자랑거리였다. 다음 편지는 존 애덤스가 네덜란드 공사로 재직할 당시에 라이덴Leyden에서 공부하고 있던 아들에게 보낸 것이다. 존 퀸시는 열네 살의 나이로 이미 당대 미국인 중에서 가장 많이 여행하고 책을 많이 읽은 사람 중 한 사람이 되었다.
1781년 5월 14일, 암스테르담에서
사랑하는 아들에게,오늘 아침에 13일자 네 편지를 받았다.살기 편한 곳을 찾지 못했으면, 옮기지 말고 현재 있는 숙소에서 한 달 더 있어도 좋다.플라톤의 <파에드로스Phaedrus>를 다 읽고, 로마 역사가 네포스Nepos의 저서도 그렇게 많이 읽었다니 기쁘다. 더구나 그리스어로 읽었다니 말이다.그리스어와 라틴어에 열중하더라도 모국어를 잊지 않기 바란다. 매일 영시를 뭐라도 좀 읽어라. 평생 동안 우아하고 재미있고 유익한 동반자가 될 것이다. 인생의 행복에 관해 네가 들은 연설 중에서 시를 읽으라고 권하는 연설을 들은 적이 있더냐?시인은 아무 일도 안하고 빈둥거리거나, 권태롭거나, 나쁜 짓을 하며 보낼지도 모를 시간을 고상한 취미로 채워주는 역할을 한다. 주머니에 시인이 들어 있으면 결코 외롭지 않을 것이다. 빈둥거릴 시간이 전혀 없을 게다.나는 살아오는 동안 이 방법을 이용하여 심신이 지쳐 있는 날에도 방심하지 않고, 우울한 날에도 원기를 회복하고, 공허한 느낌이 드는 날도 얼마나 유용하게 지냈는지 모른다.네 동생은 매일 좋아지고 있지만 아직 약하고 창백하구나. 너에게 곧 편지를 쓰라고 하겠다.
- 사랑하는 네 아버지 J. 애덤스
마크 트웨인Mark Twain이 딸 수지 클레먼스Susie Clemens에게 보낸 산타클로스의 편지“오늘 아침 9시쯤 너희 집 부엌문으로 찾아가서 물어 보겠다. 그러나 나는 아무도 만날 수 없고, 너 말고 다른 사람하고는 말을 하지도 못한다.”1870년대 중반, 코네티컷주 하트포드Hartford에 있는 클레먼스의 집에서는 크리스마스에 큰 행사가 벌어졌다. 클레먼스 부인은 ‘마호가니 방’에서 몇 시간을 쉬지 않고 계속 선물을 포장하였다. 자녀들은 말이 끄는 썰매를 타고 사방팔방 돌아다니면서 불우한 이웃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 바구니와 칠면조를 배달했다고 그 때를 회상하였다. 새뮤얼 클레먼스는 산타클로스 복장을 하고 가족들이 벌이는 의식을 즐겼다. 그런데 그는 정성들여 만든 크리스마스 창작품을 클레먼스 부인의 “지긋지긋한 크리스마스 자살행위”라고 부르기도 했다. 1875년 크리스마스 아침에 다음과 같은 산타클로스의 편지가 클레먼스의 세 살배기 딸 수지에게 배달되었다.
[1875년] 크리스마스 아침, 달나라에 있는 성 니콜라스 궁전에서사랑하는 수지 클레먼스에게,네 엄마와 유모가 대신 써서 나에게 보내 준 너와 네 어린 여동생의 편지를 모두 받아서 읽어 보았다. 너희 작은 사람들이 손수 써서 보낸 편지도 읽어 보았다. 너희는 어른들이 쓰는 알파벳과 같은 글자를 쓰지 않고, 지구와 반짝반짝 빛나는 별에 사는 어린이들이 쓰는 글자로 편지를 썼더구나. 달나라에 있는 내 신하들은 모두 어린이라서 글자를 사용하지 않는단다. 그러니 너와 네 아기 동생이 들쭉날쭉하게 그려놓은 환상적인 표시를 내가 아무런 문제없이 읽을 수 있다는 걸 쉽게 알 수 있을 게다. 그렇지만 네가 네 엄마와 유모에게 받아 적게 한 편지는 문제다. 나는 외국사람이기 때문에 영어로 쓴 글을 잘 읽지 못하거든. 너희들이 직접 쓴 편지에서 너와 아기가 주문한 물건에 대해서는 내가 실수하지 않았다는 걸 너도 알게 될 게다. 나는 한밤중에 너희 집 굴뚝을 타고 내려가 너희가 잠들어 있을 때 선물을 배달하고 나서 너희에게 입맞춤도 했지. 너희는 착한 어린이고, 교육을 잘 받았고, 예절도 훌륭하고, 내가 본 사람 중에서 가장 말을 잘 듣는 작은 사람들이니까. 그런데 네가 받아 적게 했던 편지에는 내가 확실히 이해할 수 없는 말이 몇 개 들어 있고, 한두 가지 사소한 주문은 들어줄 수가 없구나. 재고가 다 떨어졌거든.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인형의 집 주방 가구는 북극성에 있는 가난한 어린이에게 보냈다. 북극성은 저 멀리 북두칠성 위에 있는 추운 나라란다. 엄마가 그 별이 어디 있는지 보여 주면 너는 이렇게 말하렴. “작은 눈송이야(눈송이가 그 아이의 이름이란다), 네가 그 가구를 받았다니 나도 기쁘다. 나보다 네가 더 필요하니까.” 그래, 그 말을 네가 직접 편지로 써라. 그러면 눈송이가 너에게 답장을 보낼 게다. 말로만 전하면 그 아이가 네 말을 듣지 못할 수도 있거든. 편지는 가볍고 얇게 만들어야 한다. 거리가 아주 멀어서 우표 값이 무척 많이 들거든.네 엄마가 쓴 편지에 내가 확실히 알 수 없는 말이 한두 개 있다. “인형 옷 한 트렁크”라고 쓴 것 같이 보이는데, 내 말이 맞니? 오늘 아침 9시쯤 너희 집 부엌문으로 찾아가서 물어 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