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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클럽을 운영하며 자유분방하게 살던 영수(황정민)는 가게가 망하고, 애인 수연(공효진)과 헤어진다. 거기다 간경변까지 앓자 유학 간다는 거짓말을 하고 시골 요양원인 ‘희망의 집’에서 생활한다. 중증 폐질환 환자로 8년째 요양원에 살며 스태프로 일하던 은희(임수정)는 새로 온 영수에게 관심을 보인다. 연애를 시작한 두 사람은 요양원을 나와 시골에서 전원생활을 하며 행복을 누린다.
1년 뒤 건강을 되찾은 영수는 시골생활이 지루해지기 시작하는데, 마침 옛 애인 수연이 찾아온다. 잠시 서울에 다녀오겠다며 길을 나선 영수는 서서히 달라지기 시작한다. 영화 ‘행복’은 ‘동병상련’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사랑=행복’이란 등식은 결코 정답이 아닐 수도 있다.
‘짧은 사랑’을 간직한 시골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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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인심 그대로 ‘번암시장’〓영화 ‘행복’의 가장 많은 부분을 촬영한 곳이 전북 장수군이다. 그 중에서도 대부분 번암면에서 이루어졌다. 88고속도로 남장수IC를 빠져 나와 19번 국도를 타고 장수 방면으로 가다가 면 소재지 삼거리에서 번암교를 건너면 주인공들이 장을 보던 번암시장이 나온다. 1·6일 5일장이 선다. 일부러 장날에 맞춰 찾아갔지만 너무나 한산하다. 장날의 시끌벅적함은 사라졌지만 시골 인심은 여전히 살아 있다.
시장 안쪽에 영수와 은희가 자장면을 먹던 ‘자매반점’이 자리하고 있다. 식당 입구에서 촬영이 이루어졌다. 식당 앞유리를 장식하고 있는 ‘옛날짜장’ 등의 글씨도 영화 ‘행복’의 미술팀이 직접 쓴 것이라고 한다.
■호수 따라가면 ‘행복’ 보금자리〓지지계곡 방면으로 차를 몰고 올라가면 동화댐으로 인해 형성된 동화호가 길게 이어져 있다. 호수가 끝나면서 만나는 마을이 동화리 하동마을이다. 이 마을 입구의 천주교 공소 위쪽에 두 사람의 보금자리였던 세트장이 있다. 천주교 공소를 운영하는 이안나 할머니의 빈집에 세트를 지어 촬영을 진행했다. 황금들판 뒤로 영수와 은희가 살던 집이 보인다. 집 앞쪽의 차 한 대가 간신히 지날 만한 도로도 영화 촬영을 위해 길을 넓히면서 포장이 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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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 키높이의 돌담 뒤로 자라는 감나무 두 그루에는 빨갛게 가을이 익어 가고 있다. 집 안으로 들어서자 모과와 탱자가 향기를 뿜어댄다. 마당의 수도꼭지와 연결된 배관 위로 여전히 물이 새고 있다. 영수가 서울로 올라간 후 물이 새는 수도배관을 고치기 위해 은희가 안간힘을 쓰다 포기하는데, 수도꼭지는 여전히 누군가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수돗가 뒤쪽 장독대에는 항아리들이 옹기종기 모여 가을 햇살에 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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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교 지나 ‘희망의 집’으로〓동화리 하동마을 버스정류장 옆의 하동슈퍼는 영수와 은희가 물건을 사던 곳이다. 영화 속 소품이자 이 지역 특산품인 ‘번암막걸리’가 눈에 띄어 반갑다. 지지계곡 쪽으로 1분 정도 올라가면 버스가 지나가던 동화교가 보인다.
이곳에서 5분 정도 더 올라가면 원지지마을이다. 영수가 ‘희망의 집’을 찾아 가기 위해 버스에서 내리던 정류장이 마을 입구에 있다. 정류장의 글씨는 거의 지워져서 보이지 않는다. 버스정류장 건너편에는 낯익은 폐가가 한 채 있다. 영화에서 ‘우리슈퍼’로 나왔던 집이다. 영화사에서 간판을 붙여 촬영한 후 다시 떼어갔다고 한다.
장수읍내에는 은희가 죽음을 맞은 장수보건의료원이 있다. 입원실 입구의 게시판에는 황정민과 임수정의 사인이 붙어 있으며, 4층의 504호 병실은 임수정이 입원했던 장소다.
영화 ‘행복’은 그밖에도 임실터미널, 임실의료원, 양평 희망의집, 안면도의 구 한국야쿠르트목장, 무창포의 등대횟집 등지에서 촬영이 이루어졌다.
김정수<로케이션 여행작가>
2007년 10월3일 개봉작
자세한 내용 홈페이지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