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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암중17,고11, 동창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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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게시판 스크랩 <시 한 편 추억 한 토막> 윤일균 시인의 `따개`
윤일균 추천 0 조회 84 06.12.12 22:37 댓글 5
게시글 본문내용
내 눈에 비는 거는 니빼끼 없다 블로거 기자단 뉴스에 기사로 보낸 글 |
2006.11.26 18:01
 
"내 눈에 비는 거는 니빼끼 없다!"
<시 한 편 추억 한 토막> 윤일균 시인의 '따개'
  이종찬(lsr) 기자   
▲ 니도 앞으로는 낼로 쳐다봄시로 이야기하지 마라. 니 다래끼 내한테 오를라
ⓒ 이종찬
배가 고파 종기 달았나
종기 달아 배가 고팠나

왼 다래끼 형아
오른 다래끼 누이

깨진 사발 엎어서
싸리문 앞 개울 다리 위에 솥을 걸었다

지나다 솥단지 차는 사람아
내 종기를 가져다오

눈꼽재기창으로 내다보는데
할머니 다리턱에 걸려 넘어지고

할머니 일으키던 형아와 누이
솥단지 걷어차고 따개 되었네


▲ 툭 하면 눈에 다래끼를 달고 은근슬쩍 다가와 말을 걸던 그 가시나
ⓒ 이종찬
"가시나, 니 눈에 난 그기 혹시 다래끼 아이가?"
"몰라. 자고 일어나서 눈을 비비다 본께네 눈이 자꾸 간지럽다 아이가. 그래가꼬 손으로 눈을 몇 번 더 비볐다더마는 고마 이래 됐뿟다 아이가."
"가시나 니 밉은(미운) 동무 없나?"
"와?"

"다래끼 그거는 넘한테 옮기가야 낫는다카더라. 그라이 니도 앞으로는 낼로 쳐다봄시로 이야기하지 마라. 니 다래끼 내한테 오를라."
"그래도 니가 제일 먼저 내 눈에 들어오는 거로 우짜라꼬?"
"니가 평소에 밉어하는 아(아이) 안 있나. 그 아 가까이 가서 눈을 자꾸 쳐다봄시로 오래 이야기 해라. 그라모 니 다래끼가 그 아한테 옮는다 아이가. 그래야 니 다래끼가 퍼뜩 낫는다카이."


지난 2003년 봄, 반년간 시전문지 <시경>이 새로운 시인으로 내세운 신인 윤일균. 서울 중구 을지로 6가에서 김치 삼겹살집을 하고 있는 윤일균 시인의 시 <따개>를 읽고 있으면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킥킥 삐져 나옵니다. 이어 1960년대 끝자락, 내 나이 열 살 남짓했을 때의 까맣게 그을린 추억, 그 티 하나 없던 예쁜 기억이 새록새록 피어오릅니다.

툭 하면 눈에 다래끼를 달고 은근슬쩍 다가와 말을 걸던 그 가시나. 탱자가시로 눈에 난 다래끼를 터뜨리면 금새 낫는다는 내 말을 듣고 뾰쪽한 탱자가시로 다래끼를 찌르다가 결국 눈이 퉁퉁 부어 상남시장(지금의 창원시 상남동)에 꼭 하나 있었던 한의원에 가서 침까지 맞았던 그 가시나. 결국 내게 다래끼를 옮겨놓고 깔깔거리며 손가락질하던 그 가시나...

▲ 우리 마을 아이들은 눈가에 다래끼가 난 동무나 형, 누이를 보면 멀찌감치 서서 엄지손가락을 양볼에 대고 빙빙 돌려가며 "얼레꼴레리~ 얼레꼴레리~" 마구 놀려댔습니다
ⓒ 이종찬
내가 어릴 때에는 끼니를 제대로 떼우지 못한 탓인지 늘 얼굴에 허연 버짐 같은 것들이 많이 피어났습니다. 더불어 눈가에 여드름 같은 다래끼가 톡 불거지곤 했습니다. 게다가 한번 다래끼가 눈에 나면 좀처럼 사라지지가 않았습니다. 동무들도 다래끼가 난 아이를 피해 다녔습니다. 다래끼가 난 그 아이의 눈빛만 마주쳐도 그 다래끼가 자신에게로 옮기는 줄 알았기 때문입니다.

그때, 우리 마을 아이들은 눈가에 다래끼가 난 동무나 형, 누이를 보면 멀찌감치 서서 엄지손가락을 양볼에 대고 빙빙 돌려가며 "얼레꼴레리~ 얼레꼴레리~" 마구 놀려댔습니다. 우리 마을 아이들은 눈가에 다래끼가 나면, 다래끼가 난 그 아이가 남몰래 누군가를 짝사랑한다고 샐각했습니다. 그 아이의 눈에 난 다래끼가 옮는 아이가 그 짝사랑의 주인공이라 믿었습니다.

"가시나, 니 내 몰래 다른 머스마 좋아하는 거 아이가?"
"그기 머슨(무슨) 말이고?"
"가시나 니가 아무리 시치미로 똑 떼고 있어도 아무런 소용이 없다. 좀 있으모 금방 들통이 날 꺼 아이가."
"문디 머스마 아이가. 내 눈에 비는(보이는) 거는 니빼끼 없다!"
"그라모, 가시나 니 다래끼로 내한테 옮기것다 이 말이가?"


그 가시나의 오른 쪽 눈에 쌍다래끼가 난 날, 우리 마을 아이들은 나와 그 가시나를 멀찌감치서 바라보며, 마구 쑤군거리고, 마구 킥킥거렸습니다. 그때부터 그 가시나는 한 손으로 눈을 가리고 다녔고, 나는 고개를 푸욱 수그린 채 땅만 보며 다녔습니다. 그 가시나의 눈에 난 쌍다래끼 때문에 내가 그 가시나의 짝사랑의 주인공이 되어버렸기 때문이지요.

▲ 가시나 니 내 몰래 다른 머스마 좋아하는 거 아이가
ⓒ 이종찬
하루는 그 가시나와 내가 도랑가에 내려가 납작한 돌멩이 두 개를 주웠습니다. 그리고 그 돌멩이에 쌍다래끼가 난 그 가시나의 눈에 묻어 있는 눈꼽을 묻혀 동무들이 많이 다니는 길가에 세워두었습니다. 그 가시나와 나를 놀려대는 마을 아이들 중 누군가 그 납작한 돌을 걷어차기를 빌었지요.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그 돌멩이를 걷어찬 사람에게 다래끼가 옮겨간다고 굳게 믿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 시를 쓴 시인은 다래끼를 다른 사람에게 옮겨주기 위해 깨진 사발을 썼던가 봅니다. 특히 재미 있는 것은 그 깨진 사발을, 그 사발을 걸어둔 형아와 누이가 스스로 걷어차게 된다는 내용입니다. 마치 그때 그 가시나와 내가 마을 골목길 한가운데 세워두었던 그 돌멩이를 소를 몰고 가던 내가 엉겁결에 걷어차고 만 것처럼.

이 시의 뿌리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시인은 이 시를 통해 내가 가지고 있는 불편하고 나쁜 것들을 남에게 되돌려주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내게 불편하고 나쁜 것은 남에게도 불편하고 나쁜 것이기 때문입니다. 시인은 형아와 누이가 스스로 그 사발을 걷어차게 만들어 그 다래끼가 다시 자신들에게 되돌아오게 하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 주변에는 스스로의 잘못을 남에게 떠넘긴 채 자신은 모른 척하려는 사람들, 자신만 편하면 그만이라는 이기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참 많이 있습니다. 그 사람들은 '잘되면 내 탓이요, 잘못되면 조상 탓'이라는 우리 속담처럼 어리석게 살아가는 참 못난 사람들입니다. 이 시를 읽으며 나 자신은 지금 어떤가, 한번쯤 되돌아보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 이 시를 읽으며 나 자신은 지금 어떤가, 한번쯤 되돌아보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 이종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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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06.12.12 23:48

    첫댓글 잘 읽고 갑니다. 방문이 뜸한것 보니 바쁜가봐요. 아버님은 좀 어떠하신지요.

  • 06.12.13 12:03

    어릴적 생각난다..... 눈퉁이가 불룩하니.......

  • 06.12.13 18:54

    요즈음 아저씨 시 읽느라고 옛날 국어 시간으로 돌아간것 갔네여. 그 때 좀 더 열심히 할 것을.......... 아무튼 공부하다 모르는 것 있으면 물어 볼테니 귀찮아 마세요. 아버님은 어떠신지? 여하간 여러가지 일 하느라 수고가 많네. 연말 잘 마무리하고 새해에도 많은 활약상 기대하겠네. 청수 어머님께도 안부 전해주고 ........

  • 06.12.14 10:09

    시인 님 좋은 글 잘읽었습네다.16일날도 좋은 시낭송 부탁합니다.....

  • 06.12.14 11:23

    칭구 글을 보면 옛일이 떠르는 글들이 많구먼 그래 다래끼 엄청들 많이 났지 그것이 자연의 섬리였는데...지금은 의학 발달로 다래끼본지가 언젠지 그립구먼,,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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