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1인당 진료할 수 있는 하루 최대 환자수를 정해 그 수를 초과할 경우 건강보험에서 진찰료 지급을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의료계의 원성이 들끓고 있다.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 장향숙 의원(열린우리당)은 국정감사에서 “Y이비인후과의 경우 하루평균 진료환자가 273명에 달해 1인당 진료 시간은 2분32초에 불과한 반면 하루 평균 진료환자가 10명이 안 넘는 의원도 상당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장 의원은 “진료시간을 충분히 확보, 적절한 진료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환자 편중현상을 제어할 수 있는 ‘의사 1인당 환자진료총량제를 실시하자”고 제안했다.
즉, 의사 1인당 하루평균 적정 환자수를 75명으로 보고 1일 진료환자가 75~100명일 경우 급여의 10%, 150명까지는 25%를 삭감하는 현행 제도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장 의원은 “환자가 150명이든 300명이든 동일하게 진찰료의 50%가 지급되면 일부 삭감되더라도 환자수가 많을수록 의원 수익은 상승할 수밖에 없다"며 "이는 비급여 진료비를 감안하면 여전히 의원의 '환자 끌어오기'는 계속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러한 장 의원의 발언이 언론을 통해 전해지자 개원가를 비롯한 의료계 종사자들은 대부분 ‘어이없다’는 반응과 함께 신랄한 비판을 퍼붓고 있다.
특히 ‘하루평균 환자수 상위 20개 의원’에 주로 포진된 이비인후과와 소아과의 경우 장 의원에 대한 원색적 비난도 서슴치 않으며 불쾌한 감정을 그대로 드러냈다.
실제 장 의원의 홈페이지에 ‘개원한 지 4일된 소아과 의사’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75명을 못 보는 의사는 자유경쟁에서 도태된 의사이고 환자가 많은 의사는 환자를 불성실하게 진료하는 악덕의사인가”라고 반문하며 “그럼 75명을 못보는 많은 개원의들은 국가에서 보조금을 지급해 주는 것이냐”고 자조의 목소리를 냈다.
또 병원 직원이 12명으로 월 지출이 3300만원이라는 한 병원장은 “하루 평균 75명이면 한달 외래 총수입이 1600만원, 입원환자가 하루 평균 20명(거의 불가능한 수준)이 돼야 약 2200만원, 이렇게 해야 수입이 500만원 정도”라며 “헛소리하는 국회의원보다 가난하고 병든 사람을 위하는 부류는 바로 우리들”이라고 꼬집었다.
다른 의사 네티즌도 “환자 중증도, 인력 등을 고려하지 않고 제시된 환자 수는 단순한 숫자놀음에 불과하다”며 “편협한 시각을 버리고 한국의료의 본질적인 문제가 의사에게 있는지 정책에 있는지 다시 한 번 살펴 볼 것”을 주문했다.
한 네티즌은 “자장면을 하루에 몇 그릇 이상을 팔면 제대로 된 자장면이 아니니 돈을 다 받지 말라고는 왜 하지 않는가”라며 “환자를 많이 본다고 돈을 뺏어가는 것은 정당한 진료에 대한 대가를 국가가 강도짓 하는 것”이라고 힐난했다.
한 의대생은 “환자의 수는 그 병원의 빠르고 정확한 진료에 의한 것이기에 병원의 역량일 뿐”이라며 “반대로 의사의 진료 환자수를 제한한다는 것은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적지 않은 일반 국민들의 글도 눈에 띈다. 한 시민은 “아파서 병원을 찾았는데 정량제 때문에 병원에서 안받아준다면 어떡하라는 말이냐”며 “76번째 환자가 돼 다른 병원으로 발길을 돌려야 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