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더러스트(Wanderlust)’ 전
2012. 6. 23(토)~8. 12(일)
서울 지하철 3호선을 타고 안국역에서 내려 선재아트센터로 향하는 여정은 짧고도 긴 시간이었지요. 풍문여고를 거쳐 덕성여고로 이어지는 담장을 벗어나자 분식집과 찻집, 갤러리가 옹기종기 모여 있는 골목길을 거니는 재미도 쏠쏠했구요.
골목길이 끝나갈 무렵 나타나는 선재아트센터. 이곳 2층 전시실에서 ‘원더러스트(Wanderlust)’ 전이 열리고 있지요.
'wander'란 영어 단어로 유추해 본다면 ‘떠돌다, 방황하다’란 의미와 관련이 있는 전시일까요?
‘원더러스트(Wanderlust)’란 ‘일상으로부터 벗어나 다른 문화나 다르게 살아 가는 사람들을 접해 보려는 인간 내면의 뿌리 깊은 열망’을 의미하는 독일어라고 합니다.
이번 전시에는 제목만큼이나 우리에게는 낯선 5명의 벨기에 작가들의 작품이 선보이고 있지요. (20세기 서양 미술사에 큰 족적을 남기고 이미 고인이 된 마르셀 브로타에스(Marcel Broodthaers)를 비롯해 50대 이상의 벨기에의 쟁쟁한 작가들이라는군요.)

전시실로 오르는 2층 층계참에 TV 모니터가 놓여 있고, 화면에는 우리나라 개천에 하얀 판자를 띄운 호노레 도(Honore d’O)의 설치 작품이 보였지요.
실제로 서울의 정릉천과 성북천에 플라스틱 판자를 설치하여 물 위에 보행자 도로를 만든 것인데, 작가는 여기에 〈진주목걸이〉란 제목을 붙였죠.
성경에 예수님이 물 위를 걷는 내용이 나오는 것처럼, 개천 이편에서 저편으로 향하려는 사람들의 욕구를 담아낸 작품이래요. 취객이 판자 위를 걷다 물에 빠지는 사건(?)도 있었다는군요.
검정 커튼으로 가리워진 전시실로 들어서자 마치 어느 열대의 해변에 온 듯, 야자나무 화분이 늘어서 있고 나무 아래로 군데군데 빨간 나무의자가 놓여 있었지요. 벽면에는 야자수 밑을 거니는 코끼리와 낙타라든지 세밀하게 그린 매와 꿀벌 등이 액자에 담겨 있었지요. 아프리카 어느 사막을 여행하는 듯한 착각을 잠시나마 하였답니다.
순간 느긋한 마음이 되어 절로 빨간 의자에 앉아 그림과 야자나무를 바라보며 작가의 의도를 음미하는데, 관리자가 다가와 의자도 작품의 일부라고 하는군요. 깜짝 놀라 일어서긴 하였지만, ‘관람자도 작품의 일부가 되도록 자리 하나쯤 배려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텐데.’란 생각을 하였답니다.

마르셀 브로타에스(Marcel Broodthaers)의 〈겨울 정원 (Jardin d’hiver)〉, 1974년작
이 작품은 이미 고인이 된 마르셀 브로타에스(Marcel Broodthaers)의 〈겨울 정원 (Jardin d’hiver)〉.
열대의 겨울도 여름처럼 느껴져서일까? 〈겨울 정원 (Jardin d’hiver)〉이란 제목을 왜 붙였는진 알 수 없지만 작품 해설에 따르면 중개자로서 예술가가 처한 어려운 입장을 다룬 것이라는데, 의미는 더 깊이 되새겨 봐야 할 것 같아요.
전시장에는 그밖에도 여러 작가들의 작품이 재미있게 펼쳐져 있었는데, 책을 만드는 이로서 특히 지식을 공유하는 다양한 방식을 소개한 호노레 도의 작품에 눈길이 갔지요. 하나의 정보를 책으로, 텔레비전 모니터로, 벽면에 투사하는 등 여러 방식으로 말하더군요.
또한 여행중에 현지에서 수집한 다양한 돌을 펼쳐 놓기도 하고, 여행의 기억을 두루마리 책 같은 형식으로 꿰어 놓기도 하였더군요.

‘또 다른 언덕 너머로 가는 끊임없는 여정’
이 전시에 달린 부제처럼 삶의 고비마다 지혜롭게 헤쳐나가야 하는 우리들에게
가야 할 길을 다양한 상상력으로 자극했어요.
‘현대 미술은 무엇을 말하는지 모르겠어.’라고 말하기 전에 자주 접하여
선입견을 버리면 다양한 작품들을 통해 굳어진 사고를 유연하게 이끌 수 있지요.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고,
저 역시 현대미술 전문가가 아니어서 상세하게 전하지 못해 아쉽지만,
틈을 내 가볼만한 가치는 충분한 것 같아요.
전시 기간 : 2012. 6. 23(토)~8. 12(일)
전시 장소 : 서울 종로구 소격동 아트선재센터 2층(02-733-8945)
관람 시간 : 오전 11시~오후 7시(매주 월요일 휴관)
관람 요금: 성인 3,000원, 학생 1,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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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공유할 것은 해야 하는데, 작품을 보호해야 하는 갤러리측의 입장을 감안하지 않을 순 없겠죠?
설치 미술이란 것이죠? 깊이 음미하면 알게 되는 걸까요~?!!
고맙습니다. 그 앞을 자주 지나다니면서도 몰랐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