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들..잘들보내셨나요?
저는 추석날...오후에 친정으로 갔습니다.
친정부모님이 살고 계시는 남양주의 아파트입니다.
친정식구들이 이미 다 모여있는 가운데 가장 늦게 도착을 했지요
벌써 거실엔 거한 상차림이 있었고..간만에 포식을 했어요
올케가..셋째형님..부셨어요? 이 소리만 하지 않았다면 더 맘껏 먹었을텐데..
요새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 내 살들....올케는 눈치도 없어라....그냥 먹게 놔두지...ㅠ.ㅠ
친정에서 하룻밤을 자고 다음날..여동생네하고 광릉수목원쪽으로 바람을 쐬러 갔습니다.
가는 길에 봉선사라는 절이 있어서 그 절을 돌아보고 다시 세조왕릉으로 갔다가
왕릉입구에 명절날이라고 준비해놓은 널뛰기와 팽이돌리기 윷놀이 기타..투호던지기등...
여러가지 놀이를 즐겼습니다. 광릉수목원 근처를 차로 돌아다니다가
기차가든이 있었는데 그곳에 들어가 50년전통의 고추장 삼겹살을 먹었어요
메뉴판에 음식이름이 돼지한마리(삼겹살,고추장삼겹살, 오성살(?) 갈매기살) 22,000
돼지 3마리를 시켰지만 양은 그렇게 많았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2마리를 시켰다가 모자라서 한마리..추가하면서 제부가..새끼말고 에미로 잡아달라고 해서
한참을 웃었지요....아마도 자리값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음식은 나름대로 맛갈스러웠어요!! 맥주와 더불어..또 거하게 먹었답니다.
태어난 곳이 광릉내인 제부가 자신의 어릴적 이야기를 얼마나 맛갈스럽게 말하는지
이야기에 폭 빠졌습니다.
같은 시대에 학교를 다녔는데...서울에서 다녔던 저와..시골에서 다녔던 제부와 남편...
실과시간에 나무패러 다니고 밤줏으러 다니고 도토리 줏으러 다니고..집에 돌아와 소여물주고..
동생보고...학교 다니는댜..일하랴...고생 많이 했나봐요...
저는 전혀 경험을 하지 못했던 일이라..어제 정말 많이 모처럼 즐겁게 웃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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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릉에 있는 봉선사
가수 조용필이 결혼했었던 절이 그리고 수영선수 최윤희가 결혼을 하였던 곳으로 유명해졌다는 절.
절 입구에서 소담한 들국화가 한가위같은 맘으로 우릴 반겨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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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조를 위해 정희왕후가 세웠다는 봉선사..
이 절의 현판에는 대웅전이라고 하지 않고 큰 법당이라고 한 것이 이채롭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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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마다..차양막을 한 모습이 정갈해보였고..참..단정하게 깨끗하단 느낌의 사찰이었는데
정리정돈이 잘 되어있어 너무 편안해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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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의 뒤 뜰..여기저기..소박한 바램과 기원들이 담겨져 있는 돌들과 작은 불상들..
그 사연들도 다 가지각색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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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찰이든 앞마당에 커다란 나무들이 마치..지킴이처럼 우뚝 서있는데 이곳 봉선사에는 느티나무가 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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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내가 너무 소박하고 아름다웠습니다...작은 휴식공간들도 많았고
내 집으로 소유하고 싶은 느낌이 들정도로 아름답고 정감이 있는 뜰
저렇게 마당이 있는 집에서 아기자기..꽃 가꾸며 한가롭고 여유롭게 살 수만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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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쁘죠? 분꽃.........제가 좋아하는 꽃중의 하나이기도 합니다.
분꽃의 전설..조금 슬프네요...
옛날 폴란드에 넓은 영토와 큰 세력을 지닌 성주가 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에게는 자식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항상 신에게 간절히 기도를 드렸습니다.
신은 그의 정성 어린 기도를 듣고 귀여운 딸을 낳게 해주셨습니다.
성주는 아들을 원했으나, 딸을 얻은 것을 탓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성을 이끌어 갈 아들이 없다고 사람들이 손가락질 할 것이 싫어서,
아들을 낳았다고 선포한 후 그 아기를 아들처럼 키웠습니다.
그녀에게 '미나비리스'라는 남자 이름을 지어주고,
남자의 옷차림을 하게 한 후, 활쏘기와 칼싸움에서부터 술 먹는 법에 이르기까지
남자들이 해야 할 여러가지를 가르쳤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미나비리스'도 청춘의 끓는 피는 어찌할 수 없었던지
한 남자를 사랑하게 되었는데
불행히도 사랑하는 사람이 바로 '미나비리스'의 부하였습니다.
무척 괴로워하던 그녀는 어느 날 아버지께 이 모든 사실을 고백하고,
자기를 도와달라고 애원했습니다.
그러나 성주인 아버지는 "모든 사람들이 너를 남자로 알고 있고
이 성을 이끌어 갈 후계자이므로 그렇게 할 수 없다"고 하면서
사랑하는 딸의 애원을 거절하였습니다.
이렇게 말하는 아버지의 말에 '미나비리스'는 너무 서럽고
자기 자신이 매우 싫어졌습니다. 그
래서 가지고 있던 칼을 바닥에 꽂으며, 태어나서 처음으로 한스럽게 울었습니다.
그리고는 어디론지 사라져 버렸는데 며칠 후,
그녀가 땅에 꽂았던 칼에서 꽃이 한 송이 피어났습니다.
그 꽃이 바로'분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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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날씨가 아주많이 더웠지만 그래도 봉선사의 그 하늘빛...가을 하늘빛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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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선사의 뜰....어느 구석 한모퉁이에 수줍은 모양으로 피어있던 작은 꽃..
누구의 눈길과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을까요?
그 꽃은 기다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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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는 길에 여의도 고수부지..한강공원에 들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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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식물전시를 하고 있었는데 갖종 꽃들과 곡식....아이들이 쉽게 접하지 못하는
것들이 있어서 한번쯤..자녀들을 데리고 가 볼만 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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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부지에서 다시 이동하여 여의도공원으로 가서 공원도 거닐고..
떡볶기도 사먹고 컵라면도 먹고....끝나가는 연휴의 한 자락을 꼭잡고 소박하게 보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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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공원내에는 발지압을 할 수 있도록 맨발로 걷게 하는 자갈길이 있었는데..
한바퀴 두바퀴...돌고나니...氣가 뜷리는 기분이더군요 ^^
세심하게 신경을 써서 만든 공원같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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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하늘 높이높이 더 높이 날고 있는 저 연들처럼
나도 세상높이 날고 싶은 기원을 담아..연들과 함께 하늘높이 날려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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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우리 은행나무아래 빈의자..님들의 가슴 가슴마다..밝은 햇살이 가득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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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선사는 크낙새와 수목원으로 널리 알려진 광릉에서 아주 가깝다.
광릉 매표소에서 광릉의 자랑거리 중 하나인 전나무 숲길 따라 남동쪽으로 1.5km쯤 내려가면
수십채의 식당가 유흥업소가 영업 중인 동네가 나타난다.
여기서 오른쪽 길로 300m가량 들어간 곳에 봉선사가 있다.
봉선사의 역사는 고려시대부터 시작된다.
원래 봉선사 자리에는 고려 광종 20년(969년) 법인국사가 창건한 운악사라는 절이 있었는데
여러차례 난리를 겪으며 폐허가 된 것을 1469년(조선왕조 8대 임금 예종 원년)
정희왕후 윤씨 (7대 세조의 왕비)가 세조의 영혼을 봉안코자 다시 일으켜 세운 뒤
봉선사라 개칭했다.
이후 봉선사는 임진왜란, 병자호란, 한국전쟁등을 거치면서 소실과 중건을 7차례 했다.
봉선사에 가면 가장 먼저 찾아볼 것이 대웅전 처마 밑에 걸린 현판이다.
대웅전이라 하지 않고 큰법당이라고 한글로 쓴 것이 이채롭다.
1970년 운허선사(춘원 이광수 팔촌 동생)가 대웅전을 세우면서 써서 달았다.
또한 경내에 봉선사 대종 (보물 제397호)이 있는데 임진왜란 이전에 만든 동종 중에서
몇 개남지 않은 것으로 예종 원년(1469)에 왕실의 명령에 따라 만들었다.
조선왕조 전기 동종 연구에 귀중한 자료이다.
절에서 100m 떨어진 곳에 큰 비석 여러 개가 눈길을 끈다.
그 중 하나가 춘원 이광수선생 기념비다.
그는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에 패하기 전 4년동안 남양주 사능 부근 작은 집에서
산 적이 있는데 그때 한해 겨울을 봉선사에서 지낸 인연이 있다.
당시 주지 스님이 운허라 그런인연을 맺은것이다.
비석에는 그가 남긴 글중 일부를 빼곡히 새겨놓았는데 글은 주요한이 짓고
글씨는 서예가 원곡 김기승이 써서 1975년 가을에 세웠다.
첫댓글 추석 기행문 너무 재미있네요.특히 분꽃의 전설은 너무 슬퍼요.분꽃을 보긴 많이 봤는데 그런 슬픈 전설이 있는 줄은 몰랐어요.재미있었습니다.
빛님도 이제 사진작가가 되어 가시려나 보다... ^^ 사진 좋고 글 좋고... 잘 감상하고 갑니다...
정말 즐거운 추석 명절의 한자락이셨네요... 멋진 추석 기행문 일품입니다....
빛님이 바로 파도가 사는 옆에 왔다가 갔네요.... 내 집에서 그곳까지가 20분 거리밖에 안되는 곳이기에.. 빛님을 못본게 더욱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보람있고 즐거운 추석을 보내신것 같아요 부러워라~~~
예전에 울 엄마 ..분꽃이 필 무렵이면 보리쌀을 담그셨지요..저녁지을 준비를 하시느라고..대웅전을 큰 법당 이라 한것이 정감이 가는 봉선사에 한번 가보고 싶군요..잘 보앗습니다..감사 ^^
분꽃은 저녁 밥지을시간에 피었다가 아침에 진다고 하더군요...내가 좋아하는 꽃..씨앗을 받아왔습니다. 분꽃 나팔꽃 채송화 봉숭아...마당에는 이런 꽃들이 이쁜 것 같아요!!
분꽃.. 나 또한 잊을 수 없는 꽃이죠. 예전에 울엄니는 꽃을 많이 좋아하셔서 마당이며 울타리 심지어 대문 위 작은 옥상에까지도 온갖 꽃들로 가득했답니다. 그때의 그림중 가장 선명하게 남아있는게 바로 진분홍의 분꽃이었죠. 우리 엄마 닮은.../빛님 잘 봤습니다^^
한글사랑님..우리 정말 만나야 하는 것 아닐까요? 우린 같은 추억이 참 많은 것 같아요...그쵸?
빛님, 멋진 여행하셨네요. 오랜만에 한강 보니 참 좋네요. 연날리기도 좋고. 한강에 떠 있는 배들도 좋고.. 분꽃, 그리고 담장 밑에 그꽃도 참 아름답구요. 추석 멋지게 지내신거 축하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