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매거진] 남사당패 풍물.안성
옛날 장터 재현^*^
10월 1~5일 안성 남사당 바우덕이
축제^*^
조선 말의 최고 ‘인기 연예인’이자 남사당패의 유일무이한 여성 꼭두쇠(우두머리)였던 ‘바우덕이’를 기리는 ‘2003 안성 남사당 바우덕이 축제’가 10월 1일~5일 경기도 안성에서 열린다. 2001년 첫 회에 5만 명이 관람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안성 인구 15만 명의 두 배에
가까운 27만 명이 몰렸다.
올해 목표는 관람객 45만 명. 축제가 시작되면 안성시 중심가와 행사장인 안성종합운동장을 잇는 도로 4㎞가 러시아워의 대도시처럼 승용차로 꽉 들어찬다. 주제는 ‘안성 청룡 바우덕이 줄 위에 오르니 돈 쏟아지네’. 서민 체감 경기가 IMF경제위기와 비교되는 요즘, 듣기만
해도 솔깃한 주제다. 바우덕이에 관한 속요(俗謠) 일부를 그대로 따왔다.
축제 기간 안성종합운동장 일대에는 소설 허생전(許生傳)의 무대였던
안성 옛날장터 의 모습이 재현된다. 안성은 조선시대 서울로 향하는
삼남(三南)의 물산이 모인 조선시대 상업 중심지. 풍물장단과 남사당
공연 가락이 종일 울리는 가운데, 진입로 길가에는 장작 패기, 타작하기, 새끼꼬기, 허수아비 만들기 등 체험 행사가 다채롭다. 특산물 장터에선 안성포도로 포도주를 직접 빚고, 안성맞춤쌀 반죽으로 떡메도
칠 수 있다. 옛날 장터엔 가축장과 나뭇짐전, 옹기전 등 옛 모습을 그대로 재현한다. 직접 하는 아이만큼 보는 부모 더 즐거운 줄타기, 대접돌리기 등 남사당놀이 체험 코너도 마련했다.
10월 1일 시민 3000여 명이 참여하는 길놀이 한마당 이 축제의 문을
연다. 지역별, 단체별, 학교별로 스스로 주제를 정해 꾸민 국내 최대
규모의 풍물 퍼레이드. 안성시내 안성여중~인지사거리 구간을 약 2시간 행진한다. 읍·면·동별 남녀 팀이 참여하는 안성 민속놀이 성(性)대결 줄다리기는 이날의 하이라이트. 암줄과 수줄이 있는 줄의 모양도 기묘하다.
2일부터는 옛날장터에서 남사당 공연 이 수시로 열린다. 남사당 공연은 본래 풍물, 버나(대접돌리기), 살판(땅재주), 어름(줄타기), 덧뵈기(탈놀음), 덜미(꼭두각시놀음) 등 모두 6마당. 특히 어린 여학생들이
어른키 두 배 높이의 외줄 위에서 펼치는 ‘어름’ 공연은 놓치기 힘든 볼거리다. 줄 위에서 발끝을 살풋 들어올릴 때마다 뭇 남성들이 떨리는 가슴을 쓸어내렸다는 바우덕이의 환생을 보는 듯하다. 이날 저녁엔 극단 미추의 마당놀이 심청전 도 열린다. 윤문식, 김성녀, 김종엽
등 익숙한 마당극 배우를 앞세운 걸진 놀이판.
3일부터 전국 50여개 팀이 참가한 제3회 바우덕이 전국 풍물경연대회
예선이 시작된다. 이날 저녁엔 박범훈(朴範薰) 중앙대 부총장의 지휘로 한·중·일 3개국 악단이 참여하는 ‘오케스트라 아시아’의 바우덕이 음악회 공연도 열린다. 박 부총장이 직접 작곡한 합창곡 ‘덕아
덕아 바우덕아’가 1000명의 시민 합창단의 목소리로 첫 선을 보일
예정. 4일 태평무와 전자바이올린이 어우러지는 퓨전 콘서트 ‘춤과
재즈’ , 5일엔 풍물경연대회 결선과 전국 엿장수 놀음겨루기, 세계
각국 타악단이 펼치는 안성국제타악콘서트 가 이어진다. 이 밖에 타악연희단의 신명풀이와 청소년 음악제 등 공연행사, 망궐례와 바우덕이 제례 등 전통행사, 대동 줄다리기와 장기자랑 등 관객 참여형 행사도 마련했다.
바우덕이축제 홈페이지 www.baudeogi.com 안성시청 문화공보실
(031)678-2473
(안성=이태훈 기자 libra@chosun.com )
바우덕이는 누구?
뛰어난 외모,기예 갖춘 조선말 최초의 여성 꼭두쇠
남사당은 전국을 돌며 판 놀음을 벌이던 유랑 예인(藝人)집단으로, 안성 남사당은 그 중 재주 좋기로 첫손에 꼽혔다.
바우덕이는 그 안성 남사당패의 수십명 남성 단원을 이끌었던 조선
최초·최후의 여성 꼭두쇠인 김암덕(金岩德·1848~1870)의 이름을
순 한글로 풀어서 붙인 일종의 애칭. 바우덕이 김암덕은 조선말기 고종임금 때 경복궁 중건 현장 위문 공연에서 안성 남사당패를 이끌었고, 이에 감동한 흥선대원군으로부터 정3품 이상 당상관에게만 주어지는 옥관자(玉貫子)를 하사받았다고 전해진다. 출중한 외모와 기예(技藝)가 뛰어났다.
23세에 폐병으로 요절한 극적인 삶에 관한 구전(口傳)이 많은 예술가의 상상력을 자극해, 지난 93년 초연된 연극 ‘남사당의 하늘’(윤대성 작) 등 적지 않은 연극·시·소설의 소재가 됐다. 올해는 소설 토정비결을 쓴 베스트셀러 작가 이재운씨가 소설 ‘바우덕이’도 내놓았다.
안성 지역 맛집
안성맞춤한우촌(한우고기)
안성한우 축산마을의 주민들이 직영하는 곳이다. 안성 한우고기를
살 수도 있다. 전형적인 옛 마을의 분위기가 좋아 나들이 장소로도
적합하다. 한우등심과 생갈비(1인분/200g) 2만8000원, 불고기(1인분) 1만5000원. (안성시 삼죽면 미장리, 031-673-5550, 주인 안병호)
우정집(평양냉면)
냉면 한 가지로 25년을 이어왔다. 메밀을 직접 갈아 눌러내는 냉면국숫발이 다소 굵고 거친 듯하지만, 메밀냄새가 은은하게 배어나는
맛이 담백하고 구수하다. 냉면(1그릇) 5000원. (동본동 102,
031-675-4029, 주인 배석윤)
장안면옥(냉면과 불고기)
안성시내에서 시설 규모가 가장 뛰어난 한식집. 생갈비와 양념갈비,
함흥냉면과 평양냉면을 제 맛나게 차려낸다. 갈비탕과 설렁탕, 돌솥밥 등 간편한 식사메뉴도 고루 갖추고 있어 단체회식과 가사모임이
많다. 냉면과 갈비탕 5000원, 양념갈비(1인분) 1만3000원, 돼지갈비 6000원. (연지동 157, 031-675-4703, 주인 이일순)
안일옥-안성우탕(소머리국밥)
사골과 엉치뼈를 고아 뽀얗게 우러난 담백한 국물에 수육을 몇 점
얹어 내는 깔끔한 탕 맛이 진하면서도 물리지 않는다. 60년 전통. 설렁탕(1그릇) 5000원, 쇠머리수육(1접시) 2만5000원. (동본리 520,
031-675-2486, 주인 김종열)
시골할머니순두부(민속손두부)
안성 문화회관과 종합운동장이 바라보이는 신양복리 마을에 있다.
강원도 평창산 토종콩을 무쇠솥과 장작불을 이용해 두부와 순두부로 빚어낸다. 순두부백반 4000원, 모두부 4000원. (금왕면 신양복리, 031-676-3378, 주인 조대순) |
[주말 매거진] 청룡사엔 바우덕이 혼 깃들어...
칠곡리 만세고개에 3·1운동기념관
안성시 남쪽 서운면의 청룡호수를 지나 산으로 이어지는 길 끝에 청룡사 가 있다. 바우덕이는 남사당패를 이끌고 봄~가을에 전국을 돌며
연희(演戱)를 판 뒤, 겨울엔 이곳 청룡사 아래 불당골에 머물렀다. 커다란 보리수나무와 보물824호 대웅전이 웅장하다. 청룡사 들어가는
길에 흐르는 물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개울가에 묻어달라 유언했다는
바우덕이묘 가 남아 있다. 서운산 반대편 기슭에는 신라 문무왕 때 창건됐다는 석남사 도 있다.
신라 선덕여왕 때 자장율사가 창건한 것으로 추정되는 칠장사 는 죽산면 칠현산 자락에 안겨 있다. 벽초 홍명희의 소설 임꺽정에서 꺽정이의 스승 갖바치가 은거하던 곳. 8세기 통일신라의 것으로 보이는 봉업사터 석불입상이 이곳에 있다. 죽산면에는 매년 6월 ‘죽산국제예술제’를 여는 현대무용가 홍신자씨의 ‘웃는 돌’ 무용단과, 연출가
김아라씨가 이끄는 극단 무천의 야외극장인 ‘무천 캠프’ 도 있다.
시청입구 봉산사거리에서 보개면 방향으로 들어가다 보면 아트센터
마노 를 만난다. 동화 속에서 튀어나온 듯 지붕이 바닥으로 향한 건물은 언제 봐도 이채롭다. 조금 더 가면 남사당 전수관 . 바우덕이 축제의 남사당패 흥취를 다시 느끼고 싶다면 연중 매주 토요일 오후 열리는 공연을 보러 오면 된다. 인근 비봉산 자락에는 청소년 자연·문화체험 수련시설인 너리굴 문화마을 이 있다.
안성 원곡·양성 지역의 만세운동은 평북 의주와 황해도 수안과 더불어 3·1운동 당시의 ‘3대 실력 항쟁지’로 꼽힌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원곡면 칠곡리 만세고개에 3·1운동기념관 이 자리잡고 있다.
양성면 미산리 미리내 성지 는 조선 말 천주교 박해 때 신자들이 숨어
살던 곳. 지금은 성(聖) 김대건 신부와 순교자들이 모셔져 있다. 은하수를 뜻하는 ‘미리내’라는 지명도 이들이 그릇을 구워파는 밤 불빛에서 유래했다. 이 밖에 미양면 강덕리에는 청소년 천문캠프를 운영하는 안성천문대 가, 안성시 사곡동에는 중요무형문화재 29호 태평무
전수관 이 있다.
■ 교통
승용차 를 이용하면 행사장까지 약 1시간. 경부고속도로 안성 IC로 나오면, 38번 국도를 타고 직진하다 중앙대 앞 고가도로를 넘어 대덕·비봉터널을 지나면 도착한다. 서안성 IC로 나올 경우 직진 뒤 양성면
소재지에서 우회전해 대덕·비봉터널을 거치면 된다. 중부고속도로
일죽 IC로 나오면, 38번 국도를 타고 동아방송대를 지나 5분 정도 직진하면 도착.
대중교통 을 이용할 경우 주변 대도시 버스터미널에서 고속·직행버스를 타고 안성 터미널에 내려, 12~20분 간격의 1, 2-1, 2-2번 시내버스를 타고 종합운동장 입구 하차.
■ 숙박(031)
대형 숙박시설은 레이크힐스 안성골프텔(콘도·671-2881), 안성비치호텔(671-0147) 등. 펜션형 숙소로 퓨전펜션(675-1807), 아트센터마노(676-7815), 레이크펜션(676-7799)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