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에도 아내의 상태는 매우 나빴다. 별로 닮지도 않았는데 남편에게 아프단 표시를 안하는 것은 장모님을 꼭 닮았다. 사실 그러고보니 이번 주 내내 극심히 아팠다. 열이 겨드랑이 체온 기준 36.9도에 이르고 두통이 오고 특히 목의 통증이 가장 힘들었다고 했다. 목이 워낙 아프다보니 귀까지 아팠다 한다. 그나마 열과 두통은 설사를 한 번 크게 하고나서 조금 나아졌단다. 지원이가 아플 때 먹었던 녹십자의 이부푸로펜 탁센을 먹으면 가라앉았다가 약기운이 떨어지면 다시 통증이 시작되고를 반복했다. 그런데 약국에서 준 약은 효과가 없다한다.
11:00 구급차로 병원 이송. 성남의료원이다. 검색해보니 예전 성남 시청 자리에 세워진 전국 최초의 시민 발의의 종합병원이다. 개원한지 채 2년이 지나지 않은 병원이니 시설은 좋을듯. 계단 창문으로 구급차가 오는 걸 보고 바로 달려나가 차에 오르는 아내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건강 체질이 아니데다 증상이 심했고 종종 당 수치가 높게 나왔다는 점이 자꾸 마음에 걸린다.
모니터링 담당 공무원이 보건소에 전화를 해주겠다 했지만 시간이 더 걸릴 거 같아 직접 해결하려 했더니 쉽지가 않다. 도통 보건소는 전활 받지 않는다. 결국 담당 공무원을 통해 다시 부탁. 두시 반까지 보건소로 와서 검사를 받으라한다.
14:30 보건소에서 두 번째 코로나 검사. 길가에 주차를 하고 보건소로 들어가니 의외로 주차장에 빈 자리가 보인다. 보건소에 검사하는 사람도 별로 보이지 않는다. 아마 주말이라 그런지 보다.
귀가해 다시 몸을 움직인다. 먼저 세탁기에 돌리고 나간 아내의 옷가지를 건조기에 옮기고 아내가 덮었던 이불 호청을 세탁기로 돌린다. 방역팀은 여전히 연락도 없고 전화도 받지 않는다. 기다리다 못해 스프레이 소독제를 들고 손이 자주 닿았던 창문과 창틀 그리고 붙방이 장의 부분 부분을 뿌리고 닦고를 반복한다. 욕실 일부까지.
세탁물 정리를 정리를 끝내고 저녁식사를 마치니 비로소 혼자 남았다는 실감이 든다. 지원이를 시작으로 민회가 확진되고 둘이 떠나자 재원이도 이송되고 이제 오늘은 아내까지... 의외로 공허함은 그리 크지도 오래 머물지도 않는다. 감성 많은 내가 이런 때는 조금 의외다. 오히려 다음 그리고 그 다음 일에 생각이 집중된다. 아이들 방을 차례로 들여다보며 아직 손이 덜 간 곳은 없는지 아이들이 돌아오면 바로 잠자리에 들기에 문제가 없는지 살피고 또 살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