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파와 침묵 속에서 걸어오시는 주님
마태 14:22-33
관할사제 조정근 프란시스 신부
교우 여러분, 반갑습니다.
오늘 우리는 거룩한 주일을 맞아 이 자리에 함께 모였습니다.
1. 인생의 역풍과 광야
오늘 복음에서 제자들은 지금 역풍과 풍랑에 시달리며 진퇴양난에 빠져 있습니다. 인생을 살다 보면 이처럼 예정에 없던 역풍을 만날 때가 많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이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땅에 이르기 위해 반드시 광야를 거쳐야 했듯, 풍랑과 역풍이라는 인생의 환란은 우리가 주님의 축복을 얻기 위해 반드시 통과해야만 하는 필수 코스입니다. 오병이어의 기적 이후 의기양양해진 제자들을 신앙훈련 시키시듯, 하느님께서는 인생의 폭풍 속에 자녀들을 위한 감추어진 축복과 분명한 목적을 담아두셨습니다.
2. 첫째, 풍랑은 하느님께서 우리를 이동시키는 수단입니다
새벽 4시는 하루 중 가장 어두운 시간입니다. 인생의 가장 어두운 시간을 거닐 때, 바로 그곳에 예수님이 계십니다. 성경에서 보듯 하느님은 이들이 폭풍 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막지 않으셨지만, 대신 폭풍 속에서도 그들을 지켜주셨습니다. 지금 내 인생에 가장 어두운 날을 만나고 있을지라도, 예수님은 어떤 폭풍우보다 크신 분임을 믿으십시오.
3. 둘째, 풍랑은 하느님의 시험 수단입니다
제자들이 예수님을 유령으로 착각할 때, 주님은 “나다. 안심하여라. 겁낼 것 없다”라며 참된 평화를 주셨습니다. 그러나 베드로는 거센 바람을 보자마자 두려움에 빠져 주님에게서 눈을 떼고 말았습니다. 나폴레옹이 두려움 없는 태도로 전염병에 사로잡힌 병사들의 진영을 걸어 들어가 용기를 주었듯, 우리를 가장 먼저 무너뜨리는 것은 상황 그 자체가 아니라 ‘두려움’입니다. 온 세상을 창조하신 우리의 참된 대장 되신 주님을 바라보며 담대함을 회복해야 합니다.
4. 셋째, 풍랑은 하느님의 간증의 수단입니다
예수님께서 마침내 풍랑을 잠잠하게 하신 후에야 제자들은 자신들이 하느님의 현존 한가운데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예수님을 단순히 위대한 선각자가 아니라 나의 삶을 인도하시는 참된 왕, ‘주님’으로 고백해야 합니다. 베드로처럼 물에 빠졌을 때 살려달라고 부르짖는 간절한 신앙을 가질 때, 예수님은 가까이 다가오셔서 우리를 구원해 주십니다. 내 작은 생각을 넘어 하느님의 크신 생각에 도달합시다.
5. 침묵 속의 세미한 음성과 일상의 축복
하느님은 크고 강한 바람이나 불 같은 세상의 권력과 소음 속이 아니라, 엘리야에게 임했던 조용하고 여린 소리, 한순간의 고요와 침묵 속에서 당신의 뜻을 드러내십니다. 성령의 미세한 울림은 우리의 구체적인 일상의 터전과 생업의 현장마다 살아 움직입니다. 그리스도를 모신 사제가 바쁜 교우의 사업장에 잠시 들렀더라도 주님은 그곳에 축복을 내리신다는 것이 그리스도 교회의 오랜 신앙 전통입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모시고 사는 우리의 삶과 가정, 생업 위에는 하느님의 축복이 이미 늘 임하고 있습니다.
6. 맺음말
교우 여러분, 우리는 나를 향한 주님의 놀라운 계획과 사랑 안에 있습니다. 때로 상황이 더 나빠지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주님 앞에 엎드려 경배하십시오. 폭풍 속에서도 손을 내밀어 붙잡아 주시고, 침묵 속에서 세미한 음성으로 위로하시는 주님 품에 온전히 안기시기를 바랍니다. 오늘도 우리와 함께 배의 선장이 되시어서 우리 인생 길을 인도하시는 주님께 운전대를 맡기시고 그 인도하심을 굳게 신뢰하시는 복된 한 주간 되시기를 축원합니다. 아멘.